살바도르, 기후위기에 대한 도전 - 거대한 재난 속 빛을 든 소년 이야기 빛을 든 아이들 3
살바도르 고메즈 콜론 지음, 권가비 옮김 / 다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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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기후위기에 대한 도전>은 재난과 참사로 빅 트라우마를 경험한 청소년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를 이끌면서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논픽션 시리즈 '빛을 든 아이들' 제 3권에 해당되는 책이다. 2017년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역대급 허리케인이었던 '마리아'를 겪고 살아남은 열다섯 살 살바도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흔하게 발생해서 태풍을 그저 여름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에게 '마리아' 만큼 강력하고 파괴적인 태풍은 이전에 없었다. 이로 인해 살바도르의 집은 물바다가 된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집을 치우고 물을 퍼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차로 둘러본 섬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어느 집 창문은 창틀 째 날아와 떨어지기도 했으며 하수 시설은 망가졌고, 전기는 끊겨있다. 이웃들 보다 안정된 집에서 사는 살바도르는 불안과 절망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뭘까? 뭐가 부족하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일 먼저 '빛'이 떠올랐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말이다. 물리적으로 어둠 속에 있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당할 수도 있고, 어둠 속에 있는 것 자체로 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취약 계층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지내면 사고를 당하기 쉽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 빛이 없는 사람이 희망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p.53 중에서.

그가 계획한 '빛과 희망 프로젝트'는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을 모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태양광 램프와 수동 세탁기를 나눠 주는 일이다. 살바도르는 17개 시에 거주하는 3,500가구를 직접 방문해 희망을 전달한다. 살바도르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무리 암울한 때일지라도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살바도르, 기후위기에 대한 도전>은 아이와 함께 읽으려고 꺼내든 책인데, '재해'라는 단어를 보니 얼마 전에 지진이 났던 튀르케가 떠올랐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죽은 딸의 손을 잡은 채 멍한 눈빛으로 앉아있는 아버지의 처절한 모습이 자꾸만 눈 앞에 아른거려 힘들었는데, 막상 재해를 당한 이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살바도르는 재난이라는 가슴 아픈 현실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해나가는 용기있는 소년이다. 아이가 이 이야기를 읽고, 살바도르처럼 용기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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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스 탐정 길은목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아직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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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스 탐정이라... '노비스'가 무슨 뜻인지 책의 제목을 본 순간부터 궁금했던 것 같다. '노비스'는 정식 수녀가 되기 전의 견습 수녀를 일컫는 말로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길은목을 가리키는 말이다. 22세의 길은목은 서해안 침수지역 출신으로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12세에 양부이자 후원자인 라산그룹 정영배 회장을 만나게 된다. 이후 수녀원으로 입소하지만 노비스 숙소 점검에서 악마를 그린게 들통나 원장 수녀의 호출을 받게 된다.


10여 년 전 지구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대규모 침수가 일어나고, 전염병까지 발생해 인류는 전체 인구의 삼분의 일이 증발되는 작은 종말의 시대를 맞게된다. 세상은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침수지역과 난민촌 그리고 침수와 전염병으로부터보호받는 메가시티로 나누어져 버려진 자들과 선택받은 자를 구분한다. 침수지역과 난민촌에서는 3주간 5건의 투신 자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데, 이 사건은 두 가지의 공통점을 지닌다. 하나는 다섯 명의 두개골이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파열됐다는 점과 또 하나는 다섯 명 다 착하다는 점인데, 원장 수녀는 적임자를 찾은 것 같다며 길은목에게 투신 사건을 비공식적으로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녀는 사건 현장에 닿을 때마다 현장에 있던 주검에 백작약이 놓여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놀라운 진실이 드러난다.



선하고 평판이 좋았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살인마가 존재하고, 그는 피해자들의 머리를 터뜨리는 일에 집착하고 있다. 살인마의 존재를 인정하자 살인의 동기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개골이 파열된 방식이 살인의 동기와 연관이 있을까. 아니면 살인마가 의도한 일종의 예식었을까. 놈은 왜 피해자들을 같은 방식으로 죽였을까. 궁금증들을 하나씩 짚어 나가자 맨 나중의 것이 길은목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었다. 너는 누구인가......

p.187 중에서.



<노비스 탐정 길은목>은 전형적인 SF 추리소설의 형태를 지닌다. 작은 종말의 시대를 맞게된 지구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일어난 투신 자살 사건, 이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 길은목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겪으면서 소설 속 지구의 모습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치도 못한 바이러스를 겪으면서 모든 일상 생활이 중단되고, 감염된 사람을 탓하는 분위기를 경험하면서 전염병 보다 더 극한의 상황이 닥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게 된다. 아마도 서로를 불신하고,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해치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 소설에서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진 채로 살아가는데 어딘가에서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는 삶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고, 저려온다. 부디 소외된 이들이 없는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책을 읽으면서 은목을 쫓아다니는 시간은 흥미진진했고, 이어지는 반전은 놀라워서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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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의 내가 좋아 - 긍정토끼 몰랑이의 몰랑몰랑 마음 일기
윤혜지(하얀오리) 지음 / 북로망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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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연필, 지갑, 지우개, 필통, 노트에서 숱하게 봤던 몰랑이. 지금도 도처에 몰랑이들이 산재해있는데 하얗고 통통한 몸매, 몸에 비해 작은 귀와 짤막한 팔,다리가 매력적인 캐릭터다. <나는 오늘의 내가 좋아>에서는 긍정토끼 몰랑이가 몰랑몰랑 마음 일기를 통해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방법에 대해 전한다.

책은 표지부터 귀엽다. 작고, 하얀 꽃으로 장식한 분홍 배경에서 몰랑이와 그의 친구들이 강강술래 대형으로 선채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이 그저 사랑스럽다. 1장 몰랑이는 몰랑몰랑해, 2장 몰랑이와 친구들의 통통 튀는 하루, 3장 몰랑이의 말도 많고 털도 많은 바깥 생활, 4장 몰랑이가 전하는 일상의 행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 친구, 인연, 행복, 다양한 소재를 주제로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십 대가 되면 안정적이면서 지극히 평탄한 삶을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불혹이라는 나이를 살아내고 있는 현재에도, 내 마음과 같지 않은 관계에 좌절하기도 하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여러 일로 마음에 생채기가 나서 화끈거리고 아플 때였는데 그리 길지 않은 책 속의 글귀에서 꽤나 큰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몰랑이가 다양한 소재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한결 같이 말하고 있는 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것이다. 내면에 집중하고, 소소하지만 스스로 행복해질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인상깊다. 언젠가부터 관계 속에서 나의 행복을 찾으려고 했던 건 아닌지, 몰랑이 덕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는 게 그렇지

어느 순간 천둥이 치고
예고 없이 비가 내리고
거친 바람이 휘날려도
결국 맑은 날이 돌아와.
p.130 중에서.


<나는 오늘의 내가 좋아>는 어렵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책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했고, 때로는 용기를 얻기도 했다. 더불어 다양한 배경의 귀여운 몰랑이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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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음, 간호윤 엮음 / 경진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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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조선의 기이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지지 않은 민간의 이야기인 야사를 한번쯤은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더랬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나 유명 벼슬아치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있지만 민간에서 떠돌던 이야기는 우리 민족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책의 저자는 1919년에서 1927년까지 매일신문 편집기자이자 발행인이었던 송순기로 일제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이자 유학자다. 그는 우리의 야사, 문집, 기담을 신문에 현토식(懸吐式) 한문으로 연재했고, 이것을 다시 '기인사기록'이라는 책으로 편찬했다고 한다.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는 기인사기록 (상)의 이야기 일부를 선정해서 해설을 덧붙인 책이라고 한다. 총 27편의 이야기를 싣고 있는데 사람 간의 의리, 남녀의 인연, 충의와 절개, 지혜, 여인들의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권생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집안을 엄하게 다스리기로 유명한 안동 권 진사가 있었다. 그는 권생이란 자식을 두어 며느리를 맞았는데 그 성질이 사납고 질투심이 강해 시아버지만이 이를 억누를 수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권생이 처가에 갔다가 돌아 오는 길에 큰 비를 만나 주막집으로 피하여 들어갔는데 소년 과객이 술과 안주를 권했고 먼저 취해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옆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사연을 듣고는 마음이 동해 여인을 품게된다. 엄한 아버지와 질투심 많은 부인이 걱정이었던 권생은 지혜로운 친구를 찾아가고, 친구 덕에 아버지께 여인을 인정받게 된다. 또 권진사의 지혜로 부인에게도 여인을 인정받아 소실로 맞을 수 있게 된다.

 

시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본처가 다른 여인을 질투하는 건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남편의 또 다른 부인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참 가혹한 것 같은데 당시에는 허용되던 일이니 넘어가기로 하고, 이 이야기에서는 벗과 시아버지의 지혜와 재치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를 읽으면서 모든 이야기에 공감이 갔던 건 아니지만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소신을 지키며,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가던 선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나름대로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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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스타그램 마음을 꿈꾸다 7
한영미 지음 / 꿈꾸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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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엔 교복을 입은 소녀가 화장품을 늘어놓은 테이블 앞에서 앞머리를 말고, 거울을 바라보는 듯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소녀의 모습과 <뷰티스타그램>이라는 책 제목을 보며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를 다뤘을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본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거울을 들여다보고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는 딸이 떠올라서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게 읽혀진다.


괴담 사이트에서 괴담 듣는 것을 즐기며 공부는 꽤 잘하는 중2 소녀 오이진. 이진이 다니는 학원 앞에는 학원 아이들 사이에서 일명 '이쁜이 5인조'라고 불리며 모델인 김민우를 쫓아다니는 아이들이 자주 출몰한다. 어느날 5인조가 A반 강의실 문 앞을 막고 서서 비켜 주지 않았고, 이를 못 참은 이진이는 팔뚝으로 슬쩍 밀어내며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가 그들에게 오타쿠 같이 생겼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쌍꺼풀이 짝짝인데, 하필 나노 슬림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날이라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영어 수업이 끝난 뒤 김민우가 시간이 있냐며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며 말을 걸어온다. 이진이는 집에 돌아와서 세수도 하고, 비비도 바르며 민우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민우로부터 어떤 남자가 너랑 영화를 보겠냐며 조롱섞인 문자를 받게 된다. 기분이 나빠진 이진은 그날부터 자신의 외모가 신경쓰이기 시작하는데...


책은 사춘기 시절이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외모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외모에 관심을 쏟던 시기가 있었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쌍커풀이 짝짝이인게 유독 도드라져 보이던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양쪽 쌍커풀이 균형을 이루는 날이 오기를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니 문득 10대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 반갑기도 하고, 어느새 나의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뷰티스타그램>은 십대들의 감성과 생각을 잘 담고 있으며 우리에게 진짜 중요하고, 가치있는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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