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려 봤자 보여 주지도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하염없이 서글퍼집니다."
"내가 열심히 봐 주고 있지 않으냐?"
"하지만 비천한 천민의 여식인 제가 그림을 그려서 무엇에 쓰겠습니까? 다 부질없는 짓 같아서 자꾸 어깨가 처집니다."
"흠, 네가 아직 뭘 모르는구나."
마님은 단월을 살짝 핀잔주는 것 같았지만, 말소리는 차갑지 않았다.
"꿈은 준비하는 사람만이 꿀 수 있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는사람은 꿈을 꿀 깜냥도 안 되는 법, 찬찬히 꼼꼼히 실력을 마련하는 것이 언젠가 이룰 네 꿈에 대한 예의인 게야."
마님의 눈빛이 아련히 추억 속으로 젖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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