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지 할머니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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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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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면 마음이 자라는 나무 44
범유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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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는 순간

범유진, 도서관 문이 열리면(푸른숲주니어)(가제본)

 


범유진 작가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작가님이 쓴 작품과 쓸 작품이 기대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학창 시절 일부를 보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학창 시절에 겪었던 문제들을 놓지 못하고 도망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정면으로 마주하니 종이에 손가락을 살짝 벤 것처럼 마음이 시큰거렸다. 중학생이 되면 누구나 겪는, 누구나 갖는 순간을 은, 수빈, 단아, 재현, 범준이라는 인물에 각각 세심하고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를 입혀 인물의 생동감은 물론 스토리 몰입력이 높았다. 도서관 문을 열고 천천히, 오른발을 내밀어 최대한 몸을 웅크려 들어갔던 내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고, 도서관에서만큼은 내가 나로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을 추억할 수 있어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그리고 둔둔 도서관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엇보다 나의 학창 시절 도서관에는 둔둔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처럼 개성 있고 매력적인 선생님이 상주해 있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 관련해서 이벤트를 열 수 있게끔 도와주는 선생님이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아이들만큼 사서 선생님도 매력적인 인물이어서 <에필로그>나 얇은 책으로 선생님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나같이 우리 주변에 있었거나, 있거나, 있을 친구들을 그려낸 걸 보면 범유진 작가님의 관찰력이 정말 세심하고 긍정의 의미로 집요한 것 같다. 은솔의 이야기는 재밌게 읽었다. 은솔이는 상대를 위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고 어쩌다 알게 된 도서관에서 종이접기를 하며, 말을 접고 접어 나중엔 정말 전해야 할 말만, 내가 아닌 상대를 위한 소문을 내는 아이로 변화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근데 상대를 위한 소문을 긍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은솔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수빈의 이야기는 반반, 느낌이었다. 수빈처럼 나도 친한 아이들 앞에서는 아이들을 웃겨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재밌는 아이처럼 보이려고 애쓰면서 점점 지쳐가는 모습과 무리에 자연스럽게 속해서 잘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서로 부딪쳐 내 안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 그 갈등은 눈에 보이지 않고 나만 아는 거라서 친구들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설령 알아차리더라도 그건 내 사정일 뿐이었다. 수빈이 친구들 싸움을 말리겠다며 화제 전환을 했지만, 오히려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면서 주변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까지 받았던 장면은 마음이 불편했다. 수빈이도 둘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다. 근데 옆에서 분위기 메이커라는 별명을 들먹이며 분위기를 풀어 보라고 부추기는 친구들 때문에 개입하면서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을 들었다. 수빈은 친구들과 있으면서 함께 있다는 느낌보다 혼자 있는 느낌이 강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진짜 최수빈'이 아닌 자신이 역할을 부여한 '가짜 최수빈'으로 연기해야 했으니까. 짜를 감추고 가짜로 생활하던 수빈은 점점 지치더니 이내 혼자 있을 공간을 찾다가 둔둔 도서관에 발을 들인다. 둔둔 도서관을 방문하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아이들은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 도서관의 첫 출입을 시작으로 수빈은 가짜 최수빈이 아닌 진짜 최수빈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둔둔 도서관은 정말 묘한 힘이 있다. 한번 발을 들이면 계속 찾아가고 싶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둔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다.


단아는 먼저 다가온 아영이와 친해지면서 자신의 상상을 잘 들어주고 재밌다고 말해주는 아영이를 좋아하게 된다. 뭐 하나 빠짐없이 잘하는 아영이는 엄친딸이다. 단아는 그런 아영을 부러워하면서 아영이가 가진 물건을 따라 산다. 단아는 아영이가 되고 싶어 한다. 자신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활발하고 인기 많은 아영이가 부러울 수는 있지만, 아영이가 되고 싶을 만큼 자신에게 자신 없는 단아한테 화가 나면서도 안쓰러웠다. 네가 되고 싶은 나는 읽는 동안 마음이 가장 불편했다. 단아가 싫었다. 나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닮았다는 고백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속에 담아두기만 하면 더 괴로울 것 같아서 뱉었다. 되도록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낯빛이 어두운 중학생의 내가 떠올라서 짜증이 났다. 여전히 중학교 때의 나도 '나의 일부'인데 인정하기 싫어 못 본 척하고 있는 지금의 나한테 화가 났다. 실은 단아가 싫은 게 아니라, 내가 싫은 것이다. 인정을 하고 나니 가볍긴 하지만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내가 그렇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나에게 미안하면서도 미웠다. 단아처럼 나와 다르게 활발한 성격에 친구들과 두루 어울리는 친구가 부러웠던 적이 있고, 그 친구와 친해지면서 내가 그 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그 친구의 비밀은 나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것이 친구에게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은 당시에 하지 못했다, 단아처럼. 그래서 친구를 생각하고 대하는 나의 방식이 그 친구에게 맞지 않았고, 그 친구는 여러 번 참다가 화산이 폭발하듯 펑-하고, 그동안 나에게 쌓인 불편한 점들이 용암처럼 흘러 내려 내 주변을 감싸더니 이내 나를 삼켜버렸다. 너무 뜨거운데 고통의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부담스럽다는 말은 방금 들은 것처럼 분위기, 목소리 톤 등 모든 게 선명해질 뿐 절대 희미해지지 않는다. 가끔 생각나서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단아도 나처럼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아영이가 한 부담스럽다는 말이 가끔 생각나 단아의 마음을 소란스럽게 할지도 모른다. 희미해지지는 않아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단아가 아영이와 화해를 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첫발을 뗀 것처럼.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니까. 단아와 닮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재현의 존재다. 단아의 변화에 재현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재현이 처음부터 단아에게 좋은 선배(친구)는 아니었지만, 오해를 풀면서 재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단아와 재현이의 관계, 아영과의 관계에서는 대화 부족이 문제였다. 대화가 부족하니까 서로 오해가 쌓이고, 나중에 오해가 쌓일 틈이 없으면 폭발한다. 그 예를 단아의 여러 관계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나와 가장 닮아서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가장 마음이 갔던 단아가 앞으로는 네가 되고 싶은 나가 아니라 이대로도 멋진 나로 변화하며, 단아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 특별함을 발견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지금도 멋있지만! 더 멋있는 모습으로 단 한 번 뿐인 학창 시절을 눈부시게 보냈으면 좋겠다. 내 학창 시절은 눈부시다고 할 수 없어서 단아 학창 시절이 눈부시다면 대리 만족이 될 것 같달까(내 욕심이다). 그러면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아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


범준은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범준의 상황은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라서 범준이 처한 상황에 씁쓸함을 느꼈다. 범준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학생이니까 공부만 하라고 찔러대는 뾰족한 화살이 범준을 아프게 만들었다. 범준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이 필요했다.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병상에 누워 있는 형이 일어날 거라고, 형이 다시 돌아오면 방을 써야 하니까 형 방을 범준에게 내주지 않고 거실을 계속 쓰라는 부모님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범준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지 않는 부모의 모습에 범준만큼이나 실망했다. 형의 부재로 범준이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런 범준에게 도서관은 도서관이 되기 전부터 특별한 공간이었다. 근데 도서관으로 바뀌고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유일한 공간을 빼앗겼다. 그래서 책을 훼손하면서까지 자기만의 공간을 되찾으려고 했다. 공간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하지만, 범준의 방법은 옳지 않았다. 범준도 자신의 잘못을 분명 알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공간을 되찾는 게 우선이었을 것이다. 범준에게는 꿈이 있고 잘하는 것이 있지만 공간을 찾아 떠돌아야 했는데, 이젠 둔둔 도서관에서 누군가가 원하는 꿈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꿈을 구체적으로 펼쳐 나갔으면 좋겠다. 그곳에는 범준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같이 고민해 줄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으니까. 무엇보다 범준에게 언제든 품을 내어줄 공간이니까! 그렇게 범준이 처한 상황이 나아진다면 범준을 향한 안타까움을 적당히 시원한 바람에 실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마다 각자 책이 정해져 있어 그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소재로만 쓰지 않고,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부각하는 점이 가장 좋았다. 인물이 작가에 의해 수동적으로 쓰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인물들이 스토리라는 넓은 배경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게 무엇인지 배울 수 있어서 청소년을 위해 글을 쓰고자 하는 꿈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는 나에게 아주 의미 있었다. 범유진 작가님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범유진 작가님 세계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본 적 없던 것을 만날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딱 들어맞는 책이라서, 범유진 작가님한테 저는 어떤 책이 어울릴까요?’라고 묻고 싶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닿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먼 훗날 나의 바람이 이루어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통통, 뛴다.


도서관 문이 열리면내 안의 은솔과 수빈, 단아, 재현, 범준을 만났다. 처음에는 한껏 움츠러들어 주변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싫어 외면했는데, 아이들의 감정과 마음의 변화를 따라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고, 초록빛을 한가득 머금은 나무들이 따스한 햇살의 손길을 받으며 손을 흔드는 길을 걷고 있었다. 두고두고 꺼내볼 청소년 소설을, 둔둔 도서관이라는 비밀 공간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 둔둔 도서관에서 느낀 여러 감정과 행복이 많은 독자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 앞으로 범유진 작가님 작품 활동을 응원하며, 작품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둔둔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있으면 범유진 작가님 세계로 향하는 수많은 길이 나를 향해 손짓할 테니까!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푸른숲주니어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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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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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게 부서진,

하서찬 글, 박선엽 그림 - 샌드힐(웅진주니어)(가제본)

 

첫 문장을 시작으로 스윽스윽, 책장이 넘어갔다. 지훈은 사막이고, 라희는 오아이스라고 생각했다. 라희는 오아시스 같으면서도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그런 오아시스였다. 결국 지훈에게 오아시스로 계속 남아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지훈은 중국 사립학교 펑동(얼어붙은 토지)’에서 '왕따'. 학교를 가는 게 싫어서 버텨 보지만 강압적이고 버티기만 하라는 아빠 손에 끌려 학교에 억지로 가게 된다. 학교에는 지훈을 괴롭히는 애들이 수두룩하고, 지훈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다른 애들이 보지 않을 때만 지훈에게 다가와 친한 척하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지훈은 그런 학교생활과 그 생활의 중심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역겨움을 느낀다. 직접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류웨이와 달리, 애들이 보지 않을 때 다가와서 친한 척하는 의 모습에 역겨움을 느끼는 지훈이 이해가 되어 장이 미웠다. 차라리 장이 지훈이 대신해서 류웨이의 괴롭힘을 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어른인 내가 어른인 척하는 아이일 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떤 사건으로 류웨이의 폭력이 지훈이 아닌 장에게 향했을 때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장에게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지훈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최악의 상황은 아무도 지훈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격적이랄 것도 없다. 현실에서는 더 잔인한 형태로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고 있으니까. 지훈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지훈의 삶에 균열을 만들다 못해 부숴버렸다.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봤으면서 오히려 지훈이 잘못 본 거라고(축구공을 골대가 아닌 지훈의 배를 겨냥해 맞춘 상황에서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보였던 말과 행동), 지훈의 탓을 하며 상황을 손쉽게 정리했다.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지훈에게 상처는 물론, 희망마저 앗았다. 애초에 지훈에게 희망이란 것이 있었을까?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와서 하는 학교생활은 지훈에게 지옥이다. 지옥살이 중, ‘라희는 지훈에게 오아시스, 파라다이스, 숨구멍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훈에게는 잠깐 숨구멍도 허락되지 않았다. 라희와 가까이 지내면서 지훈은 더 이상 모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라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버텼다는 말도 어울리지 않지만) 겨우 버텨왔던, 원래 망가져 있던 것이 완전히 산산조각 부서진다. 가장 잔인한 것은 지훈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이해하고, 함께 하며 상처가 아물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할 아빠가 지훈에게 가장 냉정하고 강요하고,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성공을 들먹이며 형의 몫까지 해야 한다며 지훈에게 부담만 짊어주는 것이다. 지훈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하고, 이미 지훈이 알고 사실을 여러 번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평범하고 지루해서 하품이 수시로 나오는 하루가 필요하다. 지훈은 여전히 그날, 그 일에 머물러 있다. 그날 이후로 흐른 적 없는 지훈의 시간은 타인에 의해 겉으로만 흘러갈 뿐이다. 지훈의 시간은 가장 의지하고 좋아하던 형을 잃으면서 멈췄다.


지훈의 부모는 매일 싸웠다. 물건을 던지고 고함을 지르며, 마지막에는 아빠가 현관을 박차고 나가는 엔딩으로 끝난다. 반복되는 싸움에 지훈과 형은 그 싸움을 피해 밖으로 나가야 했다. 나가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가야 할 것 같은, 나가야 더 안전할 것 같을 때가 지훈과 형에게는 매일이었다. 지훈에게 형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부모님이 싸웠고, 던져진 물건에 부화 직전에 있던 병아리가 맞아서 죽었고 숨이 붙은 병아리 한 마리를 데리고 형과 밖으로 향했다. 한강을 가자던 형의 말대로 둘은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형이 발견한 아지트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학교에 가기 위해 둘은 서두른다. 자전거를 타고 앞서가던 형은 지훈이 잘 오고 있는지 뒤돌아서 확인했고, 그러던 중 달려오던 트럭이 형을 순식간에 삼켰다. 이미 불행은 시작되었지만, 그때부터였을까? 항상 미소만 띄운 채 주변을 맴돌던 불행이 이젠 기지개를 켜고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드러낸 순간이. 형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고, 형이 병원 생활을 한 지 2년이 되던 때 부모님은 이혼했다. 차라리 더 빨리 이혼했다면, 서로에게 아니 지훈과 형은 덜 불행했을까? 거의 형을 잃은 거나 다름없는 지훈과 더 이상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형이 안타깝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보호와 돌봄을 책임지고 실천해야 할 부모의 역할을 지훈의 부모님은 하지 않았다.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부모 때문에 지훈의 삶은 균열이 계속 생기고, 메꿀 틈도 없이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 계속 부서졌다. 그렇게 이혼한 당사자들보다 자식들이 더 괴로운 엔딩으로 지훈의 불행 서사는 다시 시작되었다. 엄마는 한국에서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는, 아니 깨어나지 못하고 호흡기에 기대어 숨만 붙어 있을 확률이 높은 형의 곁을 지키고, 지훈은 이미 정해진 계획에 몸만 덩그러니 실어 아빠를 따라 중국으로 간다. 지훈의 중국행에는 지훈의 의견이 0.01%도 없다. 그저 아빠가 독단적으로 한 선택에 희생, 아니 피해자가 되었을 뿐이다. 아빠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지훈의 말에 가려면 세계에서 알아주는 명문대에 가고 나서 가라고, 한국은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부분은 정말 최악이다. 지훈은 아빠보다 현실을 더 잘 알고 있다. 아빠는 그저 한국에서 병상에 누워 있는 형과 엄마에게서 희망이 없기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정말 희망이 있다고 믿는 걸까? 희망을 찾아 떠나온 중국에서 희망을 찾았던가. 지훈 아빠는 일에서 희망과 성과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지훈은 모든 것을 잃었다. 형을 잃은 순간부터 모든 것을 잃고, 한국과 중국 거리보다 더 멀리 와버렸다. 지훈이 여기까지 온 데는 지훈의 선택이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라희와의 관계는 지훈이 선택했다. 어리석은 선택으로 지훈과 라희의 엔딩은 모래 알갱이가 입안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듯 텁텁하고 씁쓸했지만지훈이 선택했다는 사실 하나가 텅 빈 마음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애쓰는 것 같다. 그래서 라희가 지훈에게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훈 또한 라희에게 오아시스가 되어주면 서로 타국에서 외로움의 자리에 희망을 심어 싹을 틔우길 바랐지만, 그건 내 바람이면서 동시에 지훈의 간절히 뻗어도 닿지 않을 잔인한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라희와 지훈의 관계는 그 시기에 겪는 당연한 복잡하고 정신 사나운 일들과 감정들이 뒤섞여 물건이 정리가 하나도 되지 않은, 창문과 문 없이 벽으로만 이루어져 공기가 통하지 않는 숨 막히는 공간처럼 느꼈다. 처음에는 공간이 낯설어 두리번거리다가 답답해서 눈에 보이는 물건을 치우지만 창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답답함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날이 서면서 서로 갖고 있는 상처가 한 사람은 칼날이 되어 상대방을 향해 겨누고, 다른 한 사람은 칼날을 막을 수 없는 모래 알갱이를 뭉쳐 만든 방패를 들고 있는 것 같다. 지훈에게 항상 말을 거는 쪽은 라희였는데, 라희는 언제나 목적을 갖고 지훈에게 닿았다. 목적이 있지만 라희 덕분에 지훈이 아주 잠깐 어둠 속에서 작지만, 선명한 빛을 보았다. 빛은 빠르게 달아났지만.


샌드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검색했지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정식 출간본이 나오면 <작가의 말>이나 완성된 스토리에서 내가 샌드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막에 바늘 찾기만큼 샌드힐의 의미를 찾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샌드힐이라, 샌드(sand, 모래)와 힐(kil, 페르시아어 gil/진흙, 점토)의 합성어인가? 형이 준 조각칼로 점토를 조각하여 사람을 만드는 지훈에게 딱 제격인 제목이기는 하나, 정확하게 의미를 알지 못하니 답답하다. 아마 샌드힐은 읽는 독자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세상 곳곳에서 각각의 샌드힐이 생길 것이다. 세상 곳곳에 지훈과 라희가 있을 것이고, 점토를 조각해서 탄생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조각하여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점토 인간들이 본인을 빚어준 이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 위를 목적지 없이 걷고 있다, 지훈과 라희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아마 나만의 샌드힐을 찾기까지 목이 마른 것도 느끼지 못하고, 사막을 걷고 또 걸을 것이다. 나만의 샌드힐에 닿을 때쯤이면 지훈과 라희가 부서져 떨어진 부스러기로 단단한 성벽을 만들어 자신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지훈과 라희가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이 자꾸 고개를 내민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를 죽이지 않는 것이 너를 강하게 만들 거야.’라고 지훈에게 뻔한 위로의 말을 하던 라희 본인이 듣고 싶었던 말을 내가 그만 떠돌고 싶다고 말하는 라희에게 해주고 싶다.). 내가 바랐던 엔딩과 다른 엔딩이라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지만, 그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것을 훌훌- 털고 가벼워지지 못한 지훈과 라희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지훈과 라희는 앞으로 지금보다 덜 불행할까? 불행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까?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 할까? 꼭 본인이 선택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진심으로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릴 테니까. 제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글자마다 균열이 있고, 작은 부스러기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그 아래에는 황량한 사막이 펼쳐져 있다. 꼭 균열로 인해 생긴 부스러기가 모이고 모여 사막이 된 것 같다. 얼마나 많은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 사이로 다양한 크기의 부스러기가 떨어져야 한눈에 담을 수 없는 사막이 생기는 걸까? 사막을 구성하는 모래는 아주 작은 입자다. 아주 작은 모래가 사막을 이루려면 수많은 균열과 충돌을 반복해야 할 텐데. 완전히 산산조각, 아니 파괴된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지훈과 라희의 삶을 파괴되었다고 봐도 될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균열이 생기고 그 사이로 부스러기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아무것도 없이 모래만 있는 사막에 모래와 다른 무언가가 떨어진 것 같다. 내 희망사항일 수도 있고(이래서 희망은 잔인하다).

세상 곳곳에 있을 지훈과 라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저 멀리에 있는 누군가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나를 응원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다리가 아프고 목이 마른 느낌을 느끼지 못하다가 생각지 못한 오아시스와의 만남으로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앉아 두 손으로 물을 퍼마시고, 다리를 주무르며 이제 살겠다.’라고 말하며 나의 샌드힐에 닿았음을 깨달을 때, 손을 모래 위에 얹고 눈을 감은 채 저 멀리서 다가오는 존재의 심장 박동을 느낄 것이다.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웅진주니어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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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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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선생님한테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어쩌면 각자 지나온 모퉁이가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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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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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보일 때가 되면, 나는 (진정한) 어른이 된 걸까?

김창완 산문집, 이제야 보이네(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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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라는 제목 앞에서 멈칫-, 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쭈뼛거리는 모습이랄까. 마치 지금 내 나이에 보이는 게 있어야 한다고 혼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보이는 게 없다. 매년 사회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나이를 하나씩 먹으며, 어른인 척하는 것이지 어린아이일 뿐이니까. 아이가 어른인 척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른으로 사는 삶이 재밌고 자유롭게 보였을 때가 좋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제야 보이는 게 아니라 깨달은 것이다. 이 깨달음은 고달픈 하루일수록 더 깊은 깨달음이 된다. 요즘 자주 이 책 제목을 읊조린다. 이제야 보이네, 하면 정말 뭐라도 보일 것 같아서 말이다.


김창완 선생님은 라디오 DJ와 싱어송라이터, 배우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라디오나 노래를 찾아 들은 적은 없지만, 어쩌다 본 영화를 통해 배우로 만났다. 그때 맡은 역할과 스토리는 충격적이라 오래전에 봤어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강렬한 첫 만남은 선생님의 인자한 웃음과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 이제야 보이네선생님의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으로 오랜만에 두 번째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 만남이 간절했던 건 단 하나다. 제목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제야 보이네, 라는 말에 나도 뭐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이제야 보이네는 김창완 선생님이 살아온 날을 솔직하게 적어 놓은 일기장이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는 것은 떨림과 궁금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내가 느낀 떨림은 그 사람의 비밀을 알아버리는 데 있고, 궁금증은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이 어떻고 나의 시간과는 어떤 부분이 다르고 어떤 부분이 닮았는지에 있다. 라디오 DJ, 싱어송라이터,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이 걸어온 시간은 나의 시간보다 훨씬 푹- 고와진 사골국의 깊은 맛을 냈다. 지금 내 나이를 보내면서, 더 어린 나이를 보내고 내가 곧 보낼 나이를 보내고, 아직은 멀지만 언젠가 내가 보내야 할 나이를 보냈고, 보내고 있는 선생님의 진솔한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입혀졌다. 1부터 10까지 같은 게 하나도 없고 접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선생님인데 오래전부터 가까이 알고 지낸 것처럼 느껴졌다. 연예인은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밤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화려한 삶을 사는 연예인도 비연예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해줬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자주 쉽게 잊어버린다. 어떤 경우에는 보이는 것을 쉽게 믿어서, 또는 보이는 것을 의심부터 해서 소음이 발생한다. 이제야 보이네는 흙길을 따라 걸으며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풀과 꽃, 나뭇잎, 지저귀는 새, 열심히 부스러기를 옮기는 곤충들 등 안식을 가져다주는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 직사각형 모양으로 꼿꼿하게 서서 여유를 느낄 틈을 주지 않는 건물들의 코너를 돌면서 딱딱한 시멘트 사이로 기어코 생명을 틔운 민들레나 풀을 보며 잠깐이라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면서 소음을 잠재운다. 선생님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김창완이 아닌 인간 김창완으로 만나는 시간은 휴대폰 전원을 끄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내가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특별한 산책길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선생님이 걸어온 길에는 바래진 발자국 없이 모든 발자국이 선명했다. 그 중, 빛을 내는 발자국도 있었는데 그것은 내 마음을 울린 순간(에피소드)으로 종종 머릿속에 떠오를 물기를 품은 선생님과 나 사이의 비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이 책을 읽은 독자들과 선생님의 비밀인 것이다.) 발자국에 내 발을 덧대어 걷는 동안 지나온 모퉁이마다 삶이 건네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 과거에 발목 잡혀 현재를 열심히 살지 않는 나는 지나온 모퉁이마다 아물지 않은 상처만 있다고 생각했지, 삶이 이야기를 건넸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과거에 갇혀 살았고, 과거를 괴로움으로 정의했다. 살면서 상처와 슬픔이 생기지 않을 수 없지만, 행복과 기쁨 또한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매일 나에게 이야기를 건넸지만, 나는 귀를 막고 내 말만 맞다고 인생을 쉽게, 함부로 이야기했다. 어리석고 철없는 나에게 삶은 언제나 변함없이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지금도 말이다. 앞으로도 삶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내 삶을 쓰고 달고, 설익고 잘 여문 열매들(하루)로 양과 질적으로 가득 채울 수 있게 이야기를 건넬 것이 분명하다.


10, 20, 30, 40……, 나이대별로 보이는 것에 차이가 있다. 10대를 보내고, 20대 후반을 보내면서 똑같은 것 같지만 미세하게 달라진 나를 느낀다. 미세한 변화지만 큰 변화처럼 느껴질 때마다 낯설고 이상했는데, 앞으로는 삶이 내게 이야기를 건네는구나, 지나온 모퉁이마다 삶이 건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이제 열렸구나.’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렇게 살다 보면 김창완 선생님처럼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온 모퉁이마다 삶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내가 단단해지고 삶을 내 방식대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나의 바람) 단단함과 여유로 균형 잡힌 내 삶을 위해, 지금 볼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태도로 보내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이제부터 시작이네라고 책 제목이 읽히는 건 왜일까. 무한히 확장된 김창완이라는 세계를 통해 상처와 슬픔, 우울, 불안, 걱정 등으로 오랫동안 닫혀만 있던 나의 세계가 아주 천천히,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린다.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나 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들려준 김창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다산북스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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