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이라는 형용사가 좋아보인 적은 없었는데, 남자다움보다는 100배 괜찮다.
그 말에는 섬세함도 묻어 있고, 타인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에, 내가 다시 연애를 하게 된다면 이런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자의 책에 갑시다 병원이라는 소 제목이 나오는 부분이 나오는데, 비슷하게 아찔한 경험을 했던 적 이 있다.
부모님들은 어쩌면 이렇게 비슷하신지, 내 심장도 쿵 하고 내려앉으며 1년전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다.
"괜찮아 그냥 몸살이야.요즘 누가 감기걸렸다고 약을먹니?"
"주말 푹 쉬어보고.월요일 아침에도 정 아프다 싶으면 그때 갈게. " (P.19)
그러다 토요일 밤 응급실로 급히 갔더니 급성 신우신염이라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패혈증으로 번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자마자 어쩜 이리도 같은가 싶다.
우리 아버지도 자꾸 체한거 같다고 허리가 아프다고 진통제 먹고선 일주일을 버티시더니, 갑자기 데굴데굴 굴러 걷지도 못하고 혼자서 급한대로 119 를 불러 엠블란스에 실려가셨는데, 사인은 담석증인데 너무 오래 참고 나둬서 염증이 떡이 져서 패혈증이 올 수도 있다 했다. 아찔한 순간 이었는데, 일 때문에 아버지 혼자 본가에 계셔 혼자 병원응급실에 가셨다가 수술할때 식구가 없다고 하셨다한다.
응급실 갔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내려갔더니 산소호흡기 꼽고 상황이 말도 아니였었는데, 다행히 긴급환자라 수술을 오래 기다려야하는데, 몇일 안되서 하게 되었다.
남들은 10분 -30분 걸린다는 수술을 4시간이라는 대수술을 했는데, 몸 속에 염증이 엉겨붙어 난리였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마음이 타들어 가던중, 다행히도 잘 끝났다는 소리를 듣고 안심했다.
의사선생님께 수술 잘 된거냐고 여쭤보니 이런건
잘 끝냈다고 하는 거라며, 앞으로 이런식으로 미련떨다 죽습니다. 라는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 사건을 겪어본 나로썬 저자의 말이 맞는말이다.
지금은 2020년입니다.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읍시다!(P.21)
하지만 부모님 탓 할게 아니라 나조차 병원을 미루고 잘 안가니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와는 공감하는 부분, 느끼는 부분이 꽤나 나와 코드가 잘 맞는 기분이다.
오랜만에 나와 너무 쿵짝 맞는 책을 읽으니 기분이 너무좋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재밌어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같은 경상도 사람인 듯 하기도 하고, 책 중간중간 사투리가 너무 정겨워서 반갑기도 했다.
사람과의 인관관계에서도 딱 내가 생각하는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것 같다.
'왜 매번 내가 먼저 연락해야하지?'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열차는 종착역에 가까워진다.(P.129)
영원할 것 같았던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레 해결해 주는게 아닌가? 싶다.
난 쫌 반대의 상황이라 조금 아쉬운 생각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난 매번 연락해주기를 바라고 먼저 연락한 적이 잘 없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먼저 연락해주는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지냈는데, 그 당연함이 당연함이 아닌었단걸 이제서야 많이 깨닫게 되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저자의 말대로 남남열차의 종착역에 더 빨리 칙칙폭폭 가게 되는 부분인데 말이다.
어쩐지 점점 사람들의 연락이 더 뜸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여유가 없어지면서 그런 것인지, 친했던 옛날 친구가 그리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생각나는 친구가 여럿 있는데, 연락처도 모른다니.. 많이 아쉬운 감도 들고.. 지금이라도 내가 연락한통이라도 넣어 안부라도 주고 받아보는게 어떨까 싶다.
물론 사람들이 다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잘 못 생각하고 내가 이상한게 아니구나 라는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고 할까..
나 같은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지며, 때론 피식웃었다가 위로되었다가, 반성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가, 재밌게 읽어지는 책을 만나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 책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