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병리 한길그레이트북스 10
조르주 캉길렘 지음 / 한길사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퇴근하고 대구 지하철 2호선 타고

집으로 가는길에 항상 그렇듯이 전자책을 들고 지하철 맨 앞에 탄 다음 책을 펴 들고 가고 있었다.
내 기억에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분이 내가 탄 다음 정류장 혹은 그 다음 정류장에서 탔다.

마음 속으로는 그 동안 구하지 못했던 절판된 조르주 캉길렘의 <정상과 병리>책 생각이 가득했다. 그 책은 집으로 오늘 배송될 예정이었다.

절판된지 오래된 책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여서 책상태가 괜찮은지 어떤지 궁금해서 마음만은 벌써 집에 도착해 있었다.

지하철 앞에서 가는 방향을 반대방향을 바라보고 맨 앞 기관사와 등을 대고 기대어서 책을 보고 있었고

내 옆에는 아까 탄 여성분이 지하철 객차문에 기대어서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내가 내리기 바로 전 정거장을 떠나자 옆의 여자분이 갑자기 휴대폰을 놓쳤다.

줍겠거니 하고 있으니까 그 분이 갑자기 옆으로 스르르 넘어져서 땅에 쓰러지는 것이다.


난 진짜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하지하고 가만히 몇초간 있다가 손끝으로 어깨를 흔들면서 깨웠다. "어보세요, 여보세요"

전혀 반응이 없었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전화로 119 신고를 해야하나 하다가, 아니지 여기는 달리는 지하철 안이니까 다른 방법을 취해야 하나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가만히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다른 한 여성분이 내 옆에 있던 인터폰으로 지하철 직원과 통화를 했다. 맞다. 내 바로 옆에 인터폰이 있었다. ㅠㅜ

그리고 인터폰 한 여성분이 쓰러진 분에 가까이 가서 (그 때는 의식이 조금 돌아온 모양이다.) 집으로 전화를 걸게하였으며 다음 역에 도착하기 전에 안내방송이 나와서 환자 때문에 다음역에서 조금 더 정차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역(마침 내가 내리는 역이었다.)에서 여자 직원분이 나와서 부축해서 나갔다.
쓰러진 분 그 와중에 헌혈을 해서 그런것 같다고 아직 정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 했다.
나는 내리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서 지하철에서 대처를 잘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옆에 있는 인터폰도 모르고 멍하니 서서있었다니.

집에 도착하여 캉길렘의 책을 보니 도서관에서 폐기처분한 책이 왔고, 겉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대전 유성구 도서관에 있던 것이였는데 아무튼 미셸 푸코의 스승인 캉길렘의 책을 받아서 상태야 어떠했듯 좋았다.

그래서
결론은

1. 뭐 지금쯤 다 나았겠지만 쓰러지신 여성분의 쾌유를 빈다.
2. 현혈하고는 상당기간동안 안정을 취하자.
3. 지하철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진행방향 앞과 뒤에 있는 인터폰을 활용하자.
4. 드디어 캉길렘의 절판된지 한참된 상태는 그다지인 <정상과 병리>를 구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4-14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4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4-14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어책을 득템하셨군요. ^^

dellarosa 2017-04-15 01:44   좋아요 0 | URL
네 ^^ 오랫동안 기다린 책이었습니다.

블랑코 2017-04-14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눈여겨 봐두지 않으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 호텔에 가면 항상 문에 붙은 건물 도면을 살펴봅니다 ^^;;; 호텔방 크기도 비교할겸.. 비상구 확인할 겸.. ^^;;; 저도 그분 괜찮으시길 빕니다. ^__^

dellarosa 2017-04-15 01:4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앞으로는 비상시 물건 등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예전에 기립성 빈형로 쓰러져 봤습니다만, 괜찮을 거라 믿습니다. ^^;

dys1211 2017-04-14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hat a day^*

dellarosa 2017-04-15 01:48   좋아요 0 | URL
깜짝 놀랐음. ㅠㅜ
 
[eBook] 작은 것이 아름답다
E.F. 슈마허 지음, 이상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이 책이 쓰여진 70년대를 생각하면 논의된 제재가 참신하고, 기존의 틀을 깨어서
카프카식의 도끼가 될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2000하고도, 17년인 지금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큰 기업을 중심으로한 대량 생산, 대량 소비와 그에 따르는 환경파괴 및 자원고갈
중앙 집권화의 문제점을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재생가능하고 탄소발자국(이 개념어 자체는 나오지 않는다.)이 적은 근거리 소규모 생산과 지방 분권제 그리고 대체 에너지의 개발 등의 대안을 주장한다.

핵에너지의 이용을 비판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우리사회와 세계 여러나라들이 핵에너지 이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이 1970년대라는 점을 가만하면 그 선견지명에 놀랍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번역된 문장이 잘 읽히지 않는 편이였으며 지금은 상식이 되어버린 이야기라 끝까지 읽어내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아쉬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4-12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처음 나온 연도가 생각보다 오래됐군요. 이제는 환경 분야의 고전이라도 해도 어색하지 않겠어요.

dellarosa 2017-04-12 22:03   좋아요 1 | URL
환경분야에 고전으로 인정 받을 만한 것 같습니다. ^^

dys1211 2017-04-12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mall is big이란 생각이 드네요.

dellarosa 2017-04-12 22:09   좋아요 1 | URL
에른스트 슈마허는 장기적 비젼을 가졌던 경제학자 같아 ^^
 
[eBook]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가 영어에 쏟은 열정을 볼 수 있다. 내가 보기에는 영어 공부의 내용은 거의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8할이다.

어떤 학습이나 학문에서 무언가를 외운다는 것은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 순발력을 높이고 외우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창의성을 발휘하게 해주는 기초가 된다고 생각한다. 같은 관점에서 영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영어문형을 알고 문장을 머리속으로 조합해서 만들려고 하면 영어 원어민이 쓰는 영어가 아닐 가능성이 높으며 순발력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보다 재미있었던 점이 있다.

pd 김민식의 살아온 인생, 아하 이 분은 이렇게 살았구나라는 점. 작가 자전적 스토리가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영어에 대한 자세가 그의 삶의 자세로 보이며 그 자세를 중심으로 영어학습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ys1211 2017-04-12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공부의 왕도는 부담없이 그냥 practice, practice, practice. 인거 같아요.

dellarosa 2017-04-12 15:19   좋아요 1 | URL
practice에 한표 도합, 세표.
 

 

 

 

 

 

 

 

 

 

 

 

 

이탈로 칼비노는 1983년에 이작품을 발표한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나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다.

처음에는 칼비노는 위쪽, 이상을 추구하는 팔로마르씨와 아래쪽, 어두움을 추구하는 모홀씨의 대립구도로 소설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팔로마르는 천문대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팔로마산에서 따왔고 모홀은 지각의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 위한 프로젝트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계획은 계획일뿐

 

"나는 사람의 납치와 관련된 대화를 써 보았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범죄가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되기 시작하던 중이었다 모홀 씨는 모두에게 적대적인 사람들만이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따라서 상호 증오만이 사회를 유지하게 하는 토대이며, 반면에 애정과 연민은 바로 그런 감정을 이용하는 범죄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내가 쓴 것을 다시 읽어 보고는 조만간 후회할지도 모를 것을 쓰고 있다는 의혹이 들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종이를 구겨서 던져 버렸다."p10

 

칼비노는 이 책을 팔로마르 씨의 생각으로 쓰고 후속편으로 모홀씨 중심으로 쓰려고 계획한다.

결국 모홀씨이야기, "모홀 씨와의 대화"는 나오지 않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나는 모홀 씨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팔로마르가 바로 모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드라면 이정도야 하면도 열심히 섰을 것이다. 아니 이미 섰지 않는가?

 

 

 

 

 

 

 

 

 

 

 

 

 

미셸 푸코는

 

 

 

 

 

 

 

 

 

 

 

 

둣치오 뜨롬바도리와의 대담에서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푸코는 자신이 글을 쓸 때는 마지막의 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글을 쓰는 도중에 길이 정해지고 그 점들이 이어져서 책이 완성된다고 했다. 칼비노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이 말 한 등장인물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놔두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닐까.

 

이 글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철학적 에세이다. 밀란 쿤데라식 픽션인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오히려 서사적이다. 주인공은 이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혼자 중얼거리기를 계속한다. 칼비노는 이 작품을 1975년에 일간지에 조금씩 발표했으며 1983년에 책으로 출간했다. 쿤데라는 1984년에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출간했으니까. 이런 에세이 형식의 픽션은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달리 칼비노가 먼저 쓴 것이 되겠다. 칼비노는 이미 그 당시 유명한 작가였을 것이니까 쿤데라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고 합리적 추론을 해 본다.

 

글이 추상적인 영역에서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의 예전 스타일인 우화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개진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작가는 길게 늘이기 보다는 함축적, 압축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고 서문에서 말한다. 그래서 팔로마르의 생각을 통해 전개되는 이 소설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며 곱씹어 보게 만든다.

 

또 서문에서 칼비노는 이 책이 철학임을 선언한다.

 

팔로마르의 이야기가 두줄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이 현명함에 도달하기 위하여 조금씩 나아간다. 그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p14

 

개인적 생각인데, "현명함에 도달하기위한 노력"이 철학이지 않은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4-05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그렇습니다. 원래 계획한 내용대로 쓰지 못합니다. 전혀 엉뚱한 전개로 이어지다가 처음에 의도한 것과 다른 결말을 지을 때도 있어요. ^^;;

dellarosa 2017-04-05 12:01   좋아요 1 | URL
네 ^^ 그리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dys1211 2017-04-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내용이 철학 같습니다.

dellarosa 2017-04-06 03:17   좋아요 0 | URL
서평입니다 ^^;;;;
 
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올리버 아저씨의 입담은 계속 된다.

티비 광고의 위력을 실감했다. 국내 모 티비회사의 광고 모델로 출현한 스티븐 월트셔가 나온다. 아주 어린 시절 올챙이 그림 시절을 거치지 않고 성인이 하는 것과 같은 묘사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자폐를 가지고 있는 천재를 savant라고 하는 것 같은데 책에서는 그 단어는 나오지 않고 백치천재라고 번역되어 있다.

확인해 본것은 아니지만 savant 일 것 같다.

사고로 색맹이 된 화가가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리고

과거 이탈리아 고향의 모습에 집착하는 간질을 가진 화가 '프랑코'

뚜렛증후군을 가진 외과의사

그리고 압권인 자폐를 가진 인본주의자 작가 템플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그의 환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은 여전하고

환자의 자기 분야의 성공을 통하여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