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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포트에 밤 두 시가 끓고 있다
홍혜원 지음 / 두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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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두번째 인,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첫시가 마음에 든다. 새벽까지 계속되는 일과 차 한잔, 시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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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포트에 밤 두 시가 끓고 있다.

홍혜원

잠들지 못하는 마음 다독거리며
연꽃 차 향기 피워보려는데
시린 달빛은 거실에 들어와 주인인 듯 눕는다.

괘종시계 검은 망토 그림자로 서서
어둑한 소리를 울리며
잠 못 이루는 눈꺼풀 속으로
모래바람이 서걱이며 오고 있는데
나는 홀로 가는
낙타가 되어 사막을 가고
신경은 바늘처럼 되살아나
밤이 낮을 촘촘히 이어 박고 있을 때

커피포트에는 밤 두 시가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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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연꽃차 때문은 아니지만 커피포트 끓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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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5-06 0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 두 시 댓글도 놓고 가요^^/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

dellarosa 2017-05-06 03:05   좋아요 1 | URL
AgalmA님도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2
찰스 부코스키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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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이 영화 시나리오의 한 장면 같다.
욕이 난무하고

정말 평이하고 평소에 쓰는 영어를 사용하는 시다.

부코스키.....혹은 치나스키 다운 것 같기는 한데.

벌이란 시를 보면



나는 또래 녀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어.
동네에 절친한 친구 놈이 하나 있었늗데
유진이라는 놈이었어, 나보다
한 학년 위 놈들보다 덩치가 더 컸지.
유진은 나를 흠씬 두들켜 패곤 했어.
우리는 노상 싸웠어.'
나는 계속 놈을 도발했지만 별 성과는 없었지.

차고 지붕에서 같이 뛰어내린 적이 있었어
배짱을 시험해 보려고.
나는 발목을 삐었지만 녀석은 갓 포장한 버터처럼
아주 말짱한 상태로 일어나더군.
(하략)

읽으면서 Tupac이 떠올랐다. Tupac도 일상의 이야기나 장면을 있는 그대로, 쓰는 그대로의 언어로 가사를 썼다.

투팍도 시를 썼기 때문에 <벌>을 투팍 시라고 해도 믿을 만하겠다. 아니면 투팍 노래가사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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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 타쿠보쿠 시선 민음사 세계시인선 55
이시카와 타쿠보쿠 지음, 손순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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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가와 타쿠보쿠
이분은 누구신가?
한동안 두꺼운 책을 읽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을 달래려고 읽기 쉬운
구입한 시집 목록을 보다가

이분이 당첨되셨다. 사실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 처음 몇개의 시들은 생경한 정치구호(브 나로드 등)가 등장했는데
뭐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인가? 요즘 일본 도서들이 기대에 못미쳐서 그런 연유도 있었다.(일본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몇장 넘어가며 읽다보니 감정이 고양되고 결론은 뭔가 좋은데! 크게 낭중지추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랬다. 1910년 안중근의사의 의거를 가져다 쓴 부분도 있었다. 물론 그에 대하여 크게 반성하거나 문제의식을 가지는 모습은 아니고 자신에 상황에 그냥 가져다가 썼다. (9월 밤의 불평)
결론은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26세에 가난으로 시달리다가 요절한 시인의 나름 서정적인 시선집.

9월 밤의 불평

(상략)

잊을 수 없는 표정의 얼굴이다.오늘 거리에서 경찰에 끌려가며
웃음 짓던 남자는

세계 지도 위 이웃의 조선 나라
검디 검도록 먹칠하여 가면서 가을 바람 듣는다.

누가 나에게 저 피스톨이라도 쏘아 줬으면
이토오 수상처럼
죽어나 보여줄껄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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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7-01-24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집이 있군요. 확인해보고픈 시가 있어서요. 두근 ㆍㆍ

dellarosa 2017-01-25 05:33   좋아요 1 | URL
일본어가 우리 어순이랑 비슷해서 그런지 번역이 잘 되었는지, 번역된 시지만 우리 시처럼 다가왔습니다.

여울 2017-01-25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려지네요. 얼릉 봐야겠어요. 설명절 좋은 독서되세요~~

dellarosa 2017-01-25 10:32   좋아요 0 | URL
좋은 명절되세요 ^^
 
주막에서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3
천상병 지음 / 민음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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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집은 이번이 나에게 처음이고 1979년에 초판이 발행된 선집의 개정판(1995년) 8쇄본을 읽었다.(2003년)

아래의 ‘갈대‘를 읽고 감정이고 고조되었다가 귀천에 가서는 눈물이....
뒤에 김우창님의 해설이 40페이지가량 실려있는데
천상병은 초기 서정적인 시와 후기의 객관적 묘사와 관찰이 늘어나고 난해한 언어의 사용(김수영의 영향)한 시로 나누고 있다. 초기와 후기 시는 공유되는 면이 있으며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아무튼 나는 초기의 시들이 너무 좋았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적어도 내게는) ‘갈대‘
신경림의 시 ‘갈대‘도 좋지만 (읽을 때 신경림의 갈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비교를)천상병님의 시도 좋은 것 같다. 달빛아래 갈대 사이의 시인의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떠오르고 가슴이 떨려온다.

갈대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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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5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귀천’이 워낙 인기가 많아서 천상병 시인의 다른 시들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dellarosa 2017-01-25 22:05   좋아요 1 | URL
천상병님의 시가 너무 좋았습니다. ^^
 
예지 민음사 세계시인선 18
베를렌 지음, 곽광수 옮김 / 민음사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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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의 연인이였다가 총으로 그를 쏜 폴 베를렌

그의 선집 중 나에게 압권은 '하늘은 지붕 위로'

하늘은 지붕 위로

하늘은 지붕 위로
저렇듯 푸르고 조용한데,
지붕 위에 잎사귀를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우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짖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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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2-01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 한 편 더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dellarosa 2017-02-01 22:44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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