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인의 귀향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집행인의 귀향이라는 제목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젤라즈니가 썼으니까 먼 우주로 출장 같은 것을 나간 교도 행정관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일거라고 내 마음대로 상상해 보았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가 집행인이라고 하면 교도관 중 한명 일테니까

집행인은 영어로 hangman이다. 영어 원어민 교사들이 학생과 자주하는 단어 맞추기에 나오는 그 행맨 되시겠다. 이름은 이렇지만 사실은 Hangman(고유명사다)으로 프로젝트 이름 혹은 그 프로젝트로 창조된 안드로이드 이름이다.

로봇에서 telefactor(원거리 조정 로봇, 로봇, 안드로이드의 중간형) 그리고 Hangman으로 이어지는 발전과정에서 일어나는 로봇의 정체성에 관한 것을 추리적 기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서평의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이스터 에그(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메세지 혹은 버그)일까?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옥의 티 되겠다. 책의 판권이 나와 있는 부분을 살펴보면 작가가 "테드 창"이라고 되어있다.

다음에 테드 창의 작품이 계획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 시리즈 6번째로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가 나왔다.
초판 1쇄니 개정판은 수정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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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는 1983년에 이작품을 발표한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나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다.

처음에는 칼비노는 위쪽, 이상을 추구하는 팔로마르씨와 아래쪽, 어두움을 추구하는 모홀씨의 대립구도로 소설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팔로마르는 천문대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팔로마산에서 따왔고 모홀은 지각의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 위한 프로젝트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계획은 계획일뿐

 

"나는 사람의 납치와 관련된 대화를 써 보았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범죄가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되기 시작하던 중이었다 모홀 씨는 모두에게 적대적인 사람들만이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따라서 상호 증오만이 사회를 유지하게 하는 토대이며, 반면에 애정과 연민은 바로 그런 감정을 이용하는 범죄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내가 쓴 것을 다시 읽어 보고는 조만간 후회할지도 모를 것을 쓰고 있다는 의혹이 들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종이를 구겨서 던져 버렸다."p10

 

칼비노는 이 책을 팔로마르 씨의 생각으로 쓰고 후속편으로 모홀씨 중심으로 쓰려고 계획한다.

결국 모홀씨이야기, "모홀 씨와의 대화"는 나오지 않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나는 모홀 씨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팔로마르가 바로 모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드라면 이정도야 하면도 열심히 섰을 것이다. 아니 이미 섰지 않는가?

 

 

 

 

 

 

 

 

 

 

 

 

 

미셸 푸코는

 

 

 

 

 

 

 

 

 

 

 

 

둣치오 뜨롬바도리와의 대담에서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푸코는 자신이 글을 쓸 때는 마지막의 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글을 쓰는 도중에 길이 정해지고 그 점들이 이어져서 책이 완성된다고 했다. 칼비노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이 말 한 등장인물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놔두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닐까.

 

이 글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철학적 에세이다. 밀란 쿤데라식 픽션인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오히려 서사적이다. 주인공은 이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혼자 중얼거리기를 계속한다. 칼비노는 이 작품을 1975년에 일간지에 조금씩 발표했으며 1983년에 책으로 출간했다. 쿤데라는 1984년에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출간했으니까. 이런 에세이 형식의 픽션은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달리 칼비노가 먼저 쓴 것이 되겠다. 칼비노는 이미 그 당시 유명한 작가였을 것이니까 쿤데라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고 합리적 추론을 해 본다.

 

글이 추상적인 영역에서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의 예전 스타일인 우화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개진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작가는 길게 늘이기 보다는 함축적, 압축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고 서문에서 말한다. 그래서 팔로마르의 생각을 통해 전개되는 이 소설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며 곱씹어 보게 만든다.

 

또 서문에서 칼비노는 이 책이 철학임을 선언한다.

 

팔로마르의 이야기가 두줄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이 현명함에 도달하기 위하여 조금씩 나아간다. 그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p14

 

개인적 생각인데, "현명함에 도달하기위한 노력"이 철학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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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5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그렇습니다. 원래 계획한 내용대로 쓰지 못합니다. 전혀 엉뚱한 전개로 이어지다가 처음에 의도한 것과 다른 결말을 지을 때도 있어요. ^^;;

dellarosa 2017-04-05 12:01   좋아요 1 | URL
네 ^^ 그리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dys1211 2017-04-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내용이 철학 같습니다.

dellarosa 2017-04-06 03:17   좋아요 0 | URL
서평입니다 ^^;;;;
 
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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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읽은 저자의 지난 장편, 단편은 별로 였다. 칼의 노래나 강산무진, 현의 노래 등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 <<공터에서는>>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지난 작품보다 나은 작품이었다. 묘사들이 지나치게 선명하고 사실적이여서 그런지 불편한 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면들이 작품을 선명하게 하고 기억에 남게 하는 듯 보인다. 저자의 다양한 시도는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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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8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제가 읽은 김훈의 소설은 《칼의 노래》와 《공터에서》, 이 두 권뿐입니다.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선호합니다. ^^

dellarosa 2017-03-09 00:06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로자님의 서평에서 김훈님은 에세이가 낫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저는 에세이는 읽어본 일이 없네요 에세이에 접근해 봐야겠습니다. ^^
 
[eBook] 39계단
존 버컨 지음, 정윤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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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남발이 조금 있지만 그럭저럭 볼만하다. 첩보소설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쓰여진 시대를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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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홍당무 에버그린북스 3
쥘 르나르 지음, 이가림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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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에 나오는

쥘 르나르.

그리고 그의 소설 [홍당무]

그의 자전적 이야기, 실제 어린시절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가재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잡는 장면에서는 깜짝 놀랄정도로 잔인하게 묘사되어 있기도 하지만

어린아이 다운 모습에 피식 웃음에 나오기도 한다.

줄리언 반스가 많이 좋아하는 작가 같은데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 하겠다.

다음은 [박물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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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2017-02-21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이거 읽고 엄마 한테 식구들 한테 구박 받는 모습이 나같다고 생각 했던 적도 있어요. 이 소설이 아마. 스푸트니크의 연인에도 언급 되었던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
*^^*

dellarosa 2017-02-21 22:14   좋아요 1 | URL
읽으면서 피식피식 했죠. ^^저는 이번에 반스를 통해 첨 알게 되었어요 ㅋ

cyrus 2017-02-22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줄리언 반스가 르나르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홍당무》를 한 번도 안 읽어봤어요.

dellarosa 2017-02-22 14:50   좋아요 0 | URL
죽음에 .....에 르나르와 그의 가족 이야기가 계속나옵니다. [홍당무] 내용이 짧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