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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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을 좋아하고픈 마음에 그간 출간된 책들을몇 번 보기는 했는데, 도무지 알길이 없었더랬다. 그림이 아름답다는 것 외에 이야기가 특별히 재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왜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혹시 그 당시에는 그림책을 잘 그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토록이나 유명해지신걸까? 내내 의아했었는데, 드디어 결정적으로 그 의문을 풀만한 책을 만났으니 바로 이 책이다.

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다시 말해 베아스트릭스 포터의 모든 책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그리고 난 이 책을 보고 나서야 비로서 이해하게 되었다. 왜 피터 래빗이 그렇게 인기 있었는가 하는 것을. 그리고 그건 결단코 거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대를 지나 읽어도 결코 뒤지지 않은 매력을 지닌 포터의 책들. 아기자기 귀여운 동물들 그림들도 특색있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야기 역시 참신하고 매력적이었다. 그간 간간히 나온 포터의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갸우뚱한 것이 잘못도 아닌게, 하필이면 그녀의 책들 중에서 별로 재미없는 것들만 단 권으로 출간된 모양이더라. 하여 모든 책을 망라하여 읽어보니 그녀의 매력이 여실히 보인다.  삽화가로써의 예술가적인 자질은 물론이고, 이야기꾼으로써의 재능 역시 차고 넘치시는 분이었다는 것을. 다만 문제라면 23권이나 되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책들의 재미가 길쭉날쭉하다는 것일뿐.  하지만 그건 비단 포터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작가들 대부분은 작품의 질이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다. 하니 독자인 우리들로써는 그 모든 작품을 합산해서 계산하기보단 그 중 어떤 것이 출중하냐 그걸로 기억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렸다. 다시 말해 한 권이라도 출중한 책이 있다면 그걸로 좋은 작가라고 칭해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한권조차 만들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계산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가정하에 전권을 다 흝어본 내 입장에선, 베아트릭스 포터는 인기를 누려도 마땅한 그런 작가였다. 그녀만의 고유한 개성을 특색있게 담아낸 것은 물론이요, 그녀의 특별한 마음씨까지 내용속에 적절히 투영시켜 보여주는데 미소를 감출 길이 없었다. 특히나 여자라면 아기자기 인형 놀이를 좋아하고 차와 파이와 옷매무새에 관한 엄마 같은 그녀의 시선에 공감대를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동물들을 세밀히 관찰한 데서 오는 현실적인 데이타에 적절한 의인화와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탁월까지는 아니래도 개성넘치는 이야기꾼으로써 그녀만의 매력은 충분하지 않았는가 한다. 이렇다보니 그녀가 시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동화 작가로 여겨지는 것도 이해가 가더라.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과연 이 책을 요즘 시대 아이들이 좋아할까 라는 생각에는 의문이 들긴 하다. 좋은 이야기이고, 여전히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들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요즘같이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녀의 소박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과연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그녀의 명성이 오직 우리 같은 어른 독서꾼들에게만 이어지는 건 아닐까 싶어 좀 안타깝긴 하다. 어쩌면 먼 미래에 베아트릭스 포터의 책을 읽는 사람은 더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어쩜 사람들 기억속에 남는 것은 그녀가 책속에 그려낸 다양한 동물 삽화뿐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것의 생명력만큼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 이 책을 읽어서 좋았다. 그녀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좋은 작가라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이 책을 보고 알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포터가 베아트릭스 포터에게서 온 것이라고 한다. (실은 과거에도 알고 있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이젠 나도 내 기억을 확신하지 못한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두 작품속 인물들이 연결되는 황홀한 느낌이랄까. 다른건 몰라도 영국, 탁월한 이야기꾼을 배출해낸다는 점만큼은 인정을 해줘야 할듯...포터들이여~~~영원하시길...추신--합산해서 기억하지 말자고 해놓고, 이 책에 대한 점수는 합산해서 매기게 된 점 양해 드립니다. 좋은 작품도 있지만 뒤로 갈수록 작품성이 좀 떨어지는 작품들이 늘어나더군요. 그당시 포터양의 몸이 좋지 않아서 간신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냈다고 합니다. 독자들을 위한 그녀가 애를 쓴 것이지요. 그러니 피터 래빗의 참 맛을 알고 싶다시는 분들은 주저없이 이 책을 드셔도 상관없다는 점을 알려 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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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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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부쩍 사람이 건조해져서 그런가 왠만한 책을 보고서도 웃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이 책을 보고는 단박에 고민 해결. 다시 말해 나를 소리 내서 웃게 만든 책 되겠다. 엔도 슈사쿠, 아마도 <침묵>이라는 책을 한번은 읽어보려 손에 들었던 것은 같은데, 끝까지 읽지는 못해서 어떤 작가인지 감은 잡지 못하겠으나,  얼핏 내 기억으로는 분명 유머 작가는 아니셨더랬다. 허술허술, 인생에 화를 내봤자 뭐하겠느뇨? 라는 식의 무념무상으로 사는 글을 쓰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분이셨을 것이고. 왜 그걸 아냐면 만약 진작에 그걸 알았더라면 내 이 작가의 책 전부를 읽고도 성에 안 차 했을 터이니 말이다. 딱 내 취향의 작가. 맘에 안 들었을리 없다. 맘에 든 작가들은 전작을 읽어야 성에 차는 내 성격을 생각하면 소설은 그닥 내 취향이 아니었다는 뜻이었던 것 같고. 하여간 이 책을 통해 그려본 엔도 슈사쿠는 내가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것은 일필휘지다. 그래, 수필은 이렇게 써야 맛이지 감탄할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그냥 쭉 써내려 간다. 어려운 말, 미사어구, 자신을 잘 보이려 지나치게 자의식 발달한 것 없이 그냥 어깨 힘 쭉 빼로 설렁설렁 써내려 가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을 수 없다. 그렇게 쓰는 것이 보기엔 쉬워보일지 모르나, 사실 거기까지  오기가 굉장한 내공이 필요한 것이다. 다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는 자각이 들어가면 뭔가 열심히 치장을 해야 겠다고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해서 쓸데없이 힘이 들어가고, 모르는 말들이 날아 다니고, 주절주절 말이 길어지고...엔도라는 이 작가는 그 모든 악습에서 자유로우셨나니,  어찌나 천연덕스럽게 유들유들, 본인을 안주 삼아 나답게 사는 즐거움을 설파하는데, 웃지 않고는 배길 도리가 없다. 이 양반도 보통 분은 아니신데, 그 주변의 친구들 역시 보통 분은 아니셔서, 현대 일본 문학 중흥이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인지 짐작하게 되더라. 이쯤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런 사람들이 출생하고 성장하게 된 일본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진다는 것. 그 당시에 유난히 천재들이 많이 배출하게 된 것인지 당시의 시대상이 그런 사람들이 자라나게끔 만들어낸 것인지가 못내 궁금해진다. 왜냐면 이젠 이런 기인들을 일본에서도 이제는 못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설렁설렁 호기심을 주체 못하면서도 본인의 주체성만큼은 굳건히 바탕에 깔고 사셨던 분같은 엔도 슈사쿠는 1996년도에 별세하셨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 일임에도 괜히 서운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뒤늦게나마 그의 개성을 읽을 수 있는 이런 단편 수필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겠지. 이 책에 반해서 나는 이제 그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아마도 그의 소설속에서는 그의 진중한 면모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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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2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 아직 번역본이 덜 들어와서 많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요..기다리면 또 만나실거라는...엔도 슈사쿠 저도
참 매력있게 봤네요.^^

이네사 2015-12-27 18:06   좋아요 1 | URL
그렇죠? 이 작품만으로는 매력이 넘치시는 분이시던데, 소설은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일단 <침묵>부터 읽어 보려구요. 대표작이여서 그런가 그건 번역본이 들어와 있더라구요.
다행이죠?

[그장소] 2015-12-27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에 끌려서 담아놓은 책 예요..^^

이네사 2015-12-27 18:36   좋아요 1 | URL
전 어디선가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호감을 갖게 된 책이여요.
때론 그런 소개가 과장일때도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다행이지 뭐여요. ㅋㅋㅋ

[그장소] 2015-12-27 18:38   좋아요 0 | URL
가끔 ...과장..보다 거품심한 인기를 실감할적은 있는데..가능함 그 작가만의 것을 다른이가 아닌 제 눈으로 직접 찾고싶다는 욕구가 전 더 강한 것 같아요. 그게 좀 더 강조가 되면..과장이 될 수도 있죠.!^^
누군가와 서로 잘 주파수랄까...수맥이 맞듯..그런것 아닐까요?^^

이네사 2015-12-27 18:42   좋아요 1 | URL
물론 취향이 다들 다르기 때문에 한가지를 보면서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기란 불가능한 법이죠.
다만 전혀 객관적으로도 그럴만한 책이 아닌데 그렇다고 선전을 하고 있는 책을 보면 과장을 넘어 사기가 아니지 않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눈으로 읽고 판단해야 하죠.
많이 속다보면 보는 눈도 생기고...뭐, 그런거 아니겠나요.

[그장소] 2015-12-27 18:44   좋아요 0 | URL
그럼요~^^사기와 거품 정도는 알아야죠.
이네사님 안목을 저도 믿는 편이라서요.
우린..갈란테 포에버 ~!니까..ㅎㅎㅎ

이네사 2015-12-29 10:05   좋아요 1 | URL
네, 오늘 아침도 갈란테 포레버~~~! 입니다. ㅋㅋㅋㅋㅋ

[그장소] 2015-12-29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ocalise ㅡ좋죠..!!!^^
 



               




조카랑 함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보고 왔어요. 이왕이면 큰 화면으로 보라고, 먼저 보신 블러거들의 조언에 힘입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천호 CGV 아이맥스에서 보게 되었는데 , 글쎄 보고나니 과연 큰 화면으로 봤어야만 했을까 의문이긴 하더라구요. 근데 그게 알 수가 없는 것이 작은 화면으로는 어떨지 작은 영화관에서는 본 적이 없으니 비교 불가이긴 해요. 다만, 3D로 봤는데, 그닥 3D 효과가 큰 것 같지도 않고, 화면이 크다고 감동이 더한것 같지도 않으니 그게 만족스럽진 않더라구요. 천호 CGV 아이맥스는 화면이 너무 커서 뒷쪽에 앉아 보는 것이 좋다고 하길래 뒤에서 봤는데, 그것때문에 아이맥스의 압도적인 화면발을 느끼기 못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여간 화면에 관한 불만은 이쯤해서 접기로 하고...


내용은 전작들의 오마주를 이것저것 끼워넣었다고 하던데, 전작들의 리바이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지 않았는가 싶더라구요. 자신의 혈통을 모르는 채 쓰레기장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혐오를 느끼고 저항에 나서게 된 군인, 그를 우연히 도아주게 된 우주 사기꾼 솔로에 마스코트격인 로봇, 그리고 부자의 갈등까지...등장하는 주인공들만 살짝살짝 바뀌었을뿐 1편의 이야기 구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덕에 스타워즈 전작들을 깡그리 알지 못하고 본다고 해도 새로운 이야기로 무리없이 즐기기에 지장이 없었어요. 저만 보는게 아니라, 조카와 함께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녀석이 이해를 못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됐었거든요. 다행히도 어린아이라도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없을만치 단순하고 분명하게 흘러 간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더불어 스타워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스타워즈의 올드팬이라면 향수를 느끼면서 볼 수 있는 장점 역시 가지고 있더라구요. 맞아, 스타워즈는 그런 이야기였지 라면서요. 스타워즈 4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었다면 아마도 이 7편 역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둘 다 아주 아주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전작들을 기억하고 있는 저로써는 7편에서 의외의 곳에서 단점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가장 커다란 것은 어떻게 4편이 나오고 수십년이 흘렀는데 그 사이 매력적인 배우가 이렇게 없다는 것이냐 하는 것이었어요. 여주인공을 빼면 매력적이라고 할만한 배우가 전혀 없더군요. 오죽하면 악역으로 나오는 다크 제다이가 투구를 벗을때마다 소리를 치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거 다시 뒤집어 쓰라고...그걸 보니 아무리 악역이라도 어느정도는 매력적이여야 집중이 되는가 봐요. 너무 평범한 사람을 악역으로 만들어 놓으니 ,김이 새는 기분이랄까, 그 누구도 응원하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었답니다. 영화 보는 내내, 아, 해리슨 포드가 정말 시대를 뛰어 넘는 대단히 매력적인 배우였구나, 우린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구나, 라는걸 깨달은 외에, 왜 그 많은 돈을 들이고도 배우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것일까, 매우 궁금해 지더군요. 뉴스에는 이 영화에 까메오라도 출연하겠다고 줄을 선 배우들이 늘어섰다고 하던데, 그 잘난 배우들은 다 어디로 가고, 무매력배우들만 나서서 이렇게 흥이 깨놓고 마나 매우 아쉬웠어요. 이야기가 이 정도로 단순할 시에 배우들만 매력적이면 참으로 멋진 영화가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사실 영화관을 나올때는 안도하는 심정이었답니다. 조마조마했거든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을까봐서...다행히도 소문날만한 잔치긴 하더라구요. 과거의 유산을 올드하지 않게 되살려 놓았으니 말여요.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아도 좋겠다 싶었어요. 8편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꼭 봐야겠는걸 이라는 생각으로 나오긴 했는데....시간이 흐르고 나니 기억에 더 남는건 이 시대의 매력적인 배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것이네요. 해리슨 포드를 대체할만한 그런 배우를 우린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 늘 뭔가 대체할만한 것이 무궁무진하게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로써는 조금 충격이었네요. 예전에 읽은 책에서, 회화는 발전이라는 것이 없다고, 과학과는 달리 축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천재가 죽는 순간 진보는 멈추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것이 연상이 되었어요. 결국 오로지 인간 자체에 의해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은 발전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인가봐요. 인간이라는게 그렇게 유일무이하고 대단한 존재인데, 우리는 그걸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하여간 스타워즈를 보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어느새 대체불가한 매력적인 인간에 대한 칭송으로 끝을 맺게 되었네요. 그래서 추천이냐 아니냐를 물으신다면,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완벽하게 흡족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불만스러운 영화 역시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스타워즈의 영광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보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면 그 추억들을 고스란히 되새기게 해줄 것이거든요. 한 세대가 가고, 다른 세대가 오고 있네요. 이 영화는 그걸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늘 우리는 미래가 더 나은 세대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때론 과거의 세대 역시 찬란했음을, 그리고 어쩌면 그 세대를 자랑스러워 해야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뭐...늘 말하지만 뭐를 느끼게 될것인가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니, 당신이 무엇을 느끼게 될까는 영화관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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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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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전작인 <사는게 뭐라고>를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하듯 읽지 않고는 버티지 못했을 그런 책, 문제는 책을 받아들고 보니 분명 수필집일텐데 시집 마냥 두께가 얇디 얇았다는 것. 내 과거만큼 심하진 않다고 해도 한때는 두꺼운 책 성애자인 사람이였던 관계로 읽기 전부터 한바탕 실망감을 감출 길 없는 책이 되겠다. 역시나 안을 들여다 보니...왜 굳이 이 책을 <사는게 뭐라고>와 따로 내었어야 했을까 의문을 가져야 할만큼 공통적인 내용이 많았다. 연장 선상이나, 내진 리바이벌? 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내용이 겹친다. 어쩌면 아마도 그래서 한 권에 묶어 낼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서도, 겹치는 부분만 골라 내고 <사는게 뭐라고>와 한 권으로 묶어서 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 권 가격으로 이 내용을 읽기에는 다소 빈약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길래 하는 말이다. 물론 책을 공들여 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당치도 않다는 반응을 내놓으실테지만서도...글쎄...출판업계에 최소한의 상도를 요구한다는 것이 이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발상인건가? 뭐...하여간 내 생각엔 바가지를 썼다는 인상을 지울 길 없는 책이었다는 것은 사실이고...

 

전작과 겹치는 부분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은 죽음 앞에서 신이 난(?) 작가의 마지막 시간들이 그려진다. 아들의 객관적인 설명에 의하면 "죽을 의욕 가득" 한 그녀가 죽음 앞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성찰하고 다짐하던 것들이 그려지고 있다. 이책은 그런 죽을 의욕이 가득하던 그녀가 다른 이들에게 설파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남겨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살아보니,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더라. 그러니 꼴사납게 죽기 싫다고 난리 치면서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말아라 정도의 뉘앙스로. 인간의 목숨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거라는 현대의 가치관에 맞서, 언제부터 그렇게 인간의 목숨이 그렇게 대단한 거였냐고, 실제로 그러하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하는 그녀의 치기 어린 질문이 재밌었다. 객관적인 지표로는 물론 인간의 생명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지만서도,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그러니까 자신의 속마음속에서는 천차만별, 순서와 무게가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겠지. 그런 우리들의 속마음을 감추는 것 없이 까발리면서 내슝떨지 말고 살아주지 않겠어? 라고 말하는 듯해서 기분이 유쾌했다. 죽음을 목전에 두면서도 유쾌할 수 있는 입담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 이 작가의 장점으로, 하지만 그녀 역시 죽음 앞에서의 쓸쓸함만은 어쩌지 못하더라는 것이 안스럽기는 했다. 아마도 그건 우리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사노 요코 여사님. 죽을 의욕 가득해서 마지막까지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책 퀄리티를 보면 분명 화를 내야 마땅하지만서도, 사노 요코님의 의욕 앞에서만큼은 화를 내기가 힘들었다. 왜냐면 분명 배울만한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그녀보다 더 용감하게 죽음에 맞설 것 같은 느낌이 아직은 들지 않기 때문에...먼저 간 선배의 따스한 위로라고나 할까 조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느껴져서 안도감이 들긴 했다. 하나 죽음에서 느껴지는 스산함만은 아무리 용감한 사람도 어쩌지 못하는 것인 듯...그저 그런 것이려거니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오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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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

처음으로 읽어보는 홍콩 작가의 추리 소설. 홍콩작가의 책이라면 추리 소설이건 로맨스 소설이건 간에 이것이 처음이긴 하지만서도. 실은 홍콩에도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으니 뭐...말 다했지.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외국에 번역을 해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다. 내용은 홍콩 경찰 총국의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관전 둬를 중심으로 1967년 그가 초짜 경찰관으로 일을 시작했을때부터 2013년 은퇴후 자문관으로 일을 하게 되기까지 세월동안 그가 해결한 여섯가지의 사건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특징이라면 역순으로 사건이 전개된다는 것과 여섯개의 사건이 독창적이고 신선하다는 것. 관전 둬라는 기개와 신념이 있는 경찰관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가는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에 못지 않게 나오는 인물들을 입체적이고 생동감있게 그려낸 것도 책의 재미를 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중국작가의 추리소설은 어떤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

 

[걸 온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

 

알콜중독자인 레이첼의 인생을 거의 쫑난 것이나 다름없다. 유산한 후 바람난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 뒤 ,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에서까지 해고된 그녀는 날마다 아무일 없다는 듯 출근길 기차에 오른다. 자신 외에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듯 보이는 풍경들을 멍하니 구경하던 그녀는 기차길 옆에 살던 한 부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더할나위 없이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부부에게 선망과 친근감을 느끼던 레이첼은 어느날 아내가 실종되었다는 뉴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왜냐면 실종 전날 그 아내가 바람 피는 광경을 목격한 것 때문에 자신이 심하게 분노했었기 때문...더군다나 그녀의 실종 당일 자신도 그 거리에 있었고, 다음날 아침 피가 묻은 채 집에 돌아왔던 것을 기억해낸 레이첼은 자신이 그녀의 실종에 모종의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문제는 그날 저녁의 일들이 술로 인해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는 다는 점. 과연 레이첼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실종된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레이첼은 남편에게 죄가 없다고 확신하게 되는데, 그녀의 확신은 과연 믿어도 좋은 것일까?

알콜 중독자의 황량한 내면을 통찰력있게 그려낸 점은 합격점. 무엇보다 자신이 어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알콜성 섬망증을 실종사건의 연결 고리로 활용한 점이 탁월했다 싶다. 다만, 좀 무리하게 사람들과 사건들을 연결시킨다는 점과, 과연 알콜중독자의 황량한 내면을 책 한 권 분량으로 읽고 싶은가 하는 점이 별로였다. 한마디로 다크하다. 책의 성공에 힘입어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조금은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진상이 무엇인지 끝까지 궁금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추리 영화로써는 제격이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아들] 요 네스뵈★★★☆☆

 

아버지를 우상처럼 여기던 소니는 그가 부패 경찰로 몰려 자살하자 실의에 젖어 삶을 포기하고 만다. 촉망받던 학생에서 순식간에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린 소니는 남의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무한정 공급되는 마약으로 평정심을 얻고 살아가던 그에게 재소자들은 감명을 받게 되고, 죄수들은 그에게 성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고해 성사를 해오기게 이른다. 그러던 중 소니는 동료 재소자의 고해로 인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아버지 죽음의 배후를 알게 된 것. 이는 삶의 미련 따위는 전혀 남아 있지 않던 그에게 진실을 알고자 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주고, 그는 천재적인 머리를 활용해 탈옥을 감행하기에 이르는데... 과연 소니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길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

요 네스뵈의 책 답게 박진감있게 전개되는 것이 특징. 아버지를 우상처럼 떠받들던 아들이 아버지의 명예회복과 복수를 위해 신출귀몰한 솜씨로 적들을 상대해 나가는 것들이 압권이다. 전반이 좀 지루하게 흐른다면 아들이 탈옥하는 그 순간부터 요 네스뵈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보면 된다. 아들이 천재적인 머리과 감옥에서 얻은 연줄을 가지고 몇가지 단서만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들이 통쾌하게 전개되는데 <아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피붙이에 대한 끈끈함과 운명에 저항하는 아들의 애잔함이 잘 그려져 있었지 않는가 한다. 요 네스뵈의 책들 중에서 단품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었는데, 마지막을 보니 어쩌면 이 책 역시 시리즈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긴 하더라. 힘들게 만들어낸 주인공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작가의 전작에 미루어 짐작컨대 , 불가능한 추측은 아닐 듯...

 

 

 

[야간시력] 카린 포숨 ★★★★☆

 

살인범의 내면을 설득력있는 필치로 그려낸 작품.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조용해 보이는 독신남 릭토르는 자신의 잔인하고 불안한 내면을 감춘 채 수년 간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여 간호사에게 반한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관심을 끌어 볼 수 있을까 고민을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친절과 냉랭 그 중간 어디쯤일 뿐이다. 그녀를 제외한 세상 모드 사람들에게 적의와 무관심과 경멸과 혐오를 간직한 릭토르는 어느날 조난을 당한 사람의 비명을 못들은 척 지나치고 만다. 요양원에서도 고령환자들을 육체적으로 학대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던 그는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그러던 그의 평온한(?) 일상은 공원에서 만난 한 여자와의 조우로 겉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읽고 나면 서늘하고 착찹한 기분을 감출 길이 없던 추리 소설이었다. 탁월한 심리 묘사에 허술한 듯하지만 실은 교묘하게 늘어놓은 복선 장치,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지 않을거라 확실하는 사이코패스의 밉살맞는 자신만만함이 의외의 곳에서 무너지는 과정이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연상하게 하는 잘 쓰여진 책이긴 하나, 읽고 나면 기분이 더럽다는 점에서 추천하기가 꺼려지는 작품이다. 야간 시력이라는 우리나라 책 제목보다 원제가 더 적합하지 않는가 한다. I can see in the dark. 자신이 어둠이 속해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어둠을 잘 볼 수 있었던 한 남자의 고백담.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을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확신과 달리,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섬뜩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인간은 도대체 자신을 어디까지 좋게만 인식하는 것일까, 우리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의 한계는 없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해주던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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