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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픽스의 앵무새 - 세상 하나뿐인 앵무새 살리기
토니 주니퍼 지음, 이종훈 옮김, 박진영 감수 / 서해문집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아, 글을 못쓰면 이렇게도 되는구나...하면서 읽은 책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내가 가장 처음 읽은 책은 "세계동물도감"이다.

종별로 각각의 동물마다 달랑 사진 하나랑 설명 두어줄로 된 책이었는데 ,꼬맹이 주제에도 난 왜 이게 싫증이 안 나는 것일까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좋아했었다.

아마도 그때 내 취향이 결정 되었었던 것인지,지금도 난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는 책을 보면 손에 든 책을 버려 버리고 달려가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런 경향 덕분에 읽게 된 책. 스픽스의 앵무새들의 멸종사를 다룬 것이다.

동물들의 멸종에 대해선 별로 관심 없다.

내가 관심을 가져 준다고 한들 달라질 것이 없을거라 생각을 한다.

그래도 멸종을 다룬 책이 보이면 열심히 읽어는 준다.

이유는 경험에 의하면 이런 책이 대부분 재밌기 때문인데,어찌된 일인지 이 책은 예외였다.

지루했다.이건 스픽스 앵무새를 살리기 전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지루해서 먼저 죽게 생겼다고 할 정도니,작가가 흥미를 끌도록 하는 글쓰기에 대해 기초도 모르는 사람 아닌가 싶다.

"도도의 노래"를 쓴 데이비드 괌멘이 얼마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 새삼 비교되더라.

아름답고 특이하며 자연에서 거의 보기 힘든 파란색 깃털을 가졌다는 스픽스의 앵무새들.

이름도 경쾌한 금강유리앵무,초록금강앵무, 청금강앵무,쇠금강앵무등등의 멸종사가 <특징없이> 서술되고 있었다.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도 글 하나 맛깔나게 못쓰다니, 작가가 안스럽다.

그래도 앵무새의 멸종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고요?

책의 앞면 사진과 뒷면의 옮긴 이의 말과 추천의 말만 읽으셔도 충분할 거라 본다.

내용적인 면에서 본문이 하고자 했던 말과 별로 다름이 없다.

차차리 본문을 그정도로 요약을 했었더라면 칭찬을 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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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 -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프랑수아 데르모 그림,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이번엔 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함께 예전에 갔던 길을 다시 떠났다.

도보여행때 우연히 만나 우정을 나누었던 사람들을 만나겠단 희망을 품고서...

여행을 끝낸 뒤 그는 말한다.

 <"이번엔 자동차로 다시 1만 2천킬로미터 구간을 여행했는데 어땠습니까?"라는 가상의 질문에 대해 진심을 다해 대답해보려 한다.허세나 위선을 떨지 않고, 실망감을 희석시키려 하거나 ,남에게 터무니없는 것을  믿게 하려고 꾸미지도 않고, 더욱 냉철하게,이번 여행에서는 실망감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싶다...어쨌거나 '다른 사람들처럼 여행하는 것'은 내 취향에 전혀 맞지 않았다.모터가 달린 차가 싫고,주유소가 싫고, 기계, 속도,소음,무관심과 익명성이 떠도는 커다란 도로가 싫다.제발 내 말을 믿어달라.내가 애정을 갖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그런 여행은 내 삶의 리듬도 내 세상도 아니다.숨을 쉬고 살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느림이고, 무엇이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고,풀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몽상에 젖는 것이다.찌르레기의 비행,어릴 때 먹었던 솜사탕처럼 뭉게뭉게 짙게 깔린 산등성이, 자기 일을 하느라 바쁘게 내 앞을 지나가는 전갈--하물려 전갈마저--나처럼 풀밭위를 돌아다니는 방랑자.이런 모습들이야말로 내 마음에 드는 것이다.내 삶의 리듬은 과거의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

마지막 장의 이 말을 읽고 나자 비로서  숨이 좀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그는 알고 있었다. <나는 걷는다>가 벤츠급이라면 이 책은 스카이 콩콩이라는 것을.

이 책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이 아니다.

그보단 욕심 없어 보이는 아름다운 삽화를 그려준 화가 프랑수아 데르모의 책이다.

그는 그저 데르모를 안내해준 가이드에 불과해서, 편한하고 동행이 있는 이번 여행에서  그가 얻은 것이라곤 과거 길동무들을 만난 감격스런 해후를 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그나마 안도한 것은 62세의 나이에 도보 여행을 나설 정도로 자아가 깨어 있던 올리비에가 그 책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냉정한 현실감각은 잃지 않았더라는 점이었다.

가보기 전까진 그 길이 어떨 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아마 올리비에도 자신의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 여행을 떠난 것이었을 것이다.

가보니 별로였다. 

여정이 별로니 당연히 책 내용도 볼것이 거의 없다.시간을 낭비했고, 실망 했으며, 자신이 과거에 싫어했던 것은 여전히 싫어한다는 것을, 무엇보다 자신은 고독이 맞는다는 것을 서글프게 인정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그가 자신을 속이지만 않는다면 ,그가 가진 연륜의 지혜로 독자를 속이려 한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 나이에도 여전히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감추려 들지 않는다면, 내게 그는 여전히 <나는 걷는다.>를 쓸 만한 사람으로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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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폴 퀸네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비가 내리는 날 돌아다니는 것은 미친개와 낚시꾼뿐인데, 아마 그 낚시꾼도 미친게 맞을거라며 익살을 떨어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폴 퀸네트죠.그 자신이 "미친 낚시"를 실천하고 계신 분이라, 아무리 낚시꾼이라해도 비를 맞아가며 낚시를 할 정도면 미친게 맞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런 그가 낚시를 하면서 건져 올린 인생에 대한 이야기 90편을 묶은 거랍니다.
제게 '아 , 이렇게 극성맞게 낚시를 할 수도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주신 폴이 어떤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물고기 무뉘가 있는 넥타이를 매려 '최대한' 노력한다는 폴은 사실 임상심리학자에 자살 방지 전문가, 교수, 대중 연설가, 저자등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계신 분이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삶을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낚시여요.

50여년의 세월동안 1년에 80일 정도는 낚시를 다녔고, 그것만으론 성에 안 차 호수가 많은 시골로 이사를 갔으며, 휴가 동안에는 매혹적이고 이국적인 물고기를 쫓아 세계의 낚시터를 누비고 다니신다니..."미친 낚시꾼"이란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란 걸 아시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 베테랑 낚시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모두 낚시에 관한 것만은 아니여요.

그의 삶이 배여 있는 이야기들은 결혼,가족, 우정, 열정을 쫓아 산다는 것, 인생의 아이러니들, 예의,희망 그리고 그의 인생에 관한 것들인데요, 통찰력있고, 현실적이며 ,명쾌한 지혜로 가득하죠.

하지만 사실 제가 그를 좋아하는 건 그의 유머 때문이여요,

그는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유머를 잃지 말라고 충고하시는데, 남에게 그런 충고를 해도 될만큼 아주 재밌는 분이시거든요.

폴 퀸네트식 유머를 맛보기로 보자면...

낚시에 관한 글 청탁을 받고서 돈이 되는 일 같았으면 생각을 많이 했겠지만 ,돈이 되지 않는 일이라 간단히 생각했노라고 솔직하게 말하시고,
피라냐를 딱 한마리 잡고서 의기양양, 감격에 겨워하며 돌아오는 길에, 그 동네 아이들이 주로 잡는 물고기가 피라냐란 소리를 듣고는 머쓱해 하셔요.
또,낚시계의 애송이(그러니까 아들이나 손자등등)를 길들이려면 절대 낚시대를 사주면 안되고 생선 다듬는 칼이나 숫돌, 작업용 장갑등을 선물해야 된다고  살짝 조언도 해주시죠.
환경운동에 동참한다며 물고기 내장을 모아 썪히다 냄새로 동네 주민들을 경악시켰으며,
어릴적  싫다는 형을 질질 끌고 낚시하러 갔는데 형이 대어를 낚는 것을 보고는 잠시 그를 보내버릴까 숙고를 했었노라는 고백도(?) 들려 주시네요.
정말 점잖게 앉아서 읽기 매우 힘든 책이랍니다.음미하며  웃다보면 우울할 새가 없다는  장점이 있는 책이여요.조용한 도서실이나 지하철에서 읽었다간 낭패를 당하실 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려 드려야 겠군요.

 그는 독자들에게 ' 단지 꿈만 꾸지 말고 숨이 턱턱 찰때 까지 인생을 쫓아가라고'며,
꿈이 현실보다 중요해져서는 안된다고,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나 물고기를 낚는 것이나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씀 하셔요.

어때요? 옳은 말씀 아닌가요?
이 멋진 인생 선배에게 한 수 배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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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나라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하마터면 안 읽을뻔 했다.

책 뒷면 표지 글을 읽은 내 직감이(=내가 평생동안 책을 읽으면서 축적한 레이다 체계) "재미없음"이란 깃발을 즉각적으로 휘둘러 댔기 때문에.이럴때면 "고문하지 말지어다 아델라이드"가 "호기심 천국 아델라이드"를 가볍게  KO펀치로 때려 눕힌 뒤, "망각나라 아델라이드"가 알아서 뒷마무리를 짓기 마련이었다.그런데 무슨 해괴한 조화인지 어느순간 이 책이 내 손 안에 들어와 있었고,마침 난 아무리 재미 없다 해도 지난번 책보다 더 심난하게 재미 없을 수는 없을겨 라는 "최악을 경험한 후 모든것이 견딜만함 아델라이드"의 손아귀에 놓여져 있던 터라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다행이었다.이 책은 진짜로 재미었으니까.

 좋은 책들은 읽는 동안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는데,이 책은 삭막하고 어둠침침하며 쓰러질 듯한 폐가의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따스하고 거대하며 활짝 핀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이미지가 떠나지 않는다. 전혀 다른 세계,뜻밖의 선물, 예기치 않는 전개. 마치 아래의 영화처럼 말이다.

  <<쿵푸 허슬 --별볼일 없는 듯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돼지촌"이 사실은 온갖 무술의 고수

 들이 모여 산다는 설정에 보면서 뒤로 넘어간 영화. 주성치 특유의 황당하고 과장된 상상력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게 되는 영화였음 >>

 이 책의 주인공은 가르치는 것이 지긋 지긋한 소심한 선생이다.
그런 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버지가 유명한 배우었으며 오래전에 죽은 동화작가 마셜 프랜신을 몹시 경외한 나머지 그의 전기를 쓰고 싶어한다는 것.
죽기전에 꿈을 이뤄본다면서, 용기를 짜내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작가가 살던 마을로 찾아간 그는 마을 사람들을 붙잡고 작가의 생전 모습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했던 취재는 너무 순조롭게 풀려가기만 하고, 서서히 그는 그곳이 다른 곳과 뭔가 다르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는데...

 

재밌다.작가의 상상력이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이 말도 안 되는 자신의 상상의 세계를 실재하는 듯이 보이게 할 정도로 현실감도 갖추었으니 필력이 대단한 작가라는 역자의 조심스런 평은 --팔아먹을려고 하는 말이 아니랑께요,하며 억울해 하던--과장이 아니었다.
나머지 줄거리는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생략한다.
혹 읽으실 거라면 책을 집어 드신 뒤 본문부터 쭉 내리 읽어 내려 가시라고 권한다.
책 뒷면이나 후기를 보면서 읽어야 할까 말까를 고민하며 헤매지 마시고...
책 뒷면엔 "힘들고 지칠 때야말로 좋아하는 책이 최고의 위안처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닐 게이먼이 말했다고 적혀 있다.
헛소리!
책은 그저 일상일 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는 책이다.
거창하지도 ,잘난 척하지 않는 상상력의 세계.
보잘 것 없는 삶이라도 재밌게 살아가는 법을 찾는 사람들의 책.
어른이 되었음에도 아직 맘속에 동심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소설.

내 맘에  확 들었다.
해괴하거나 공포스럽다는 말도 있던데,상상력에 상상력으로 맞서는 책이니,당신 자신의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재정비해서 읽는다면 그다지 공포에 떨 것은 없을 것이다.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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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여행
테오도르 모노 지음, 이재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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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육체와 정신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선 끝없이 걸어야만 한다.

  

사막에 뚝 떨어졌다고 상상을 해보자.

실제의 사막이건 정신의 사막이건 간에.

그렇다면 살아 나오기 위해서 우린 걸어야만 할 것이다.단지 목마름때문만이 아니라도.

당신이 지금 그 사막을 지금 걷고 있는 중이라 위안과 희망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동반자로써는 적격이다.

낙타가 걷 듯 천천히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게 되던 책.

프랑스의 행동하는 마지막 인문주의자이자 최후의 르네상스인(다른 말로 하면 박학다식에 재능이 넘치는 분이셨단 말씀)이라고 칭송을 받었던 테오도르  모노가 젊은 시절 (1920년대에서 1940년대) 사하라를 탐사 했던 일들과 사막에 대한 그의 단상들을 모은 것이다.

사하라.

TV에서 싫증이 나도록 봐서 신비함마저 사라진 대지.

하지만 작가가 겪은 사하라는 내가 본 사하라와는 너무도 달랐다.

그의 사하라는 인간의 내면의 여행과 너무 닮아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다음 우물을 찾아 낙타를 타고 기약없이 터벅거리며 가는 모습이 우리가 인생의 길을 정처 없이 떠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으니까.

그는 말한다.

 

     <나는 여전히 희미하고 불확실하고 분열된 단봉낙타의 바다에 머물러 있었다.>

 

단봉낙타의 바다.  인생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한 은유다.

그가 잡아 채는 순간의 사념들이 얼마나 진실하고 예리하며 명료하던지 정신이 깨는 기분이었다.

철학적이라고도 영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울림들.

한 인간이 자신의 영혼으로 하는 말들은 타인의 영혼을 울리는 공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가는 자신의 영혼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드문 재능의 소유자였다.

행동하는 해박한 지식인이자 사하라에 대해 최고의 권위자였다는 테오도르 모노.

이것은 단지 그를 알려주는 최소한의 것에 불과하다.

그는 사하라를 닮은,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뭔가 초월적인 것들을 찾는 선한 지성인이였고,뭔가를 알아 간다는 것이 우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겸손한 인간이었으며, 무의 것에서 뭔가를 발견해내는 과묵하고 날카로운 전문가적인 눈을 가진 이타적인 과학자였고,그리고  쉽게 불안해 하지도 안달을 하지도 않는, 굳건한 시인의 마음을 지닌 영혼이었다.

이젠 아무도 영혼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고 로맹가리는 한탄을 한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혼이 어디로 사라지겠는가?

영혼의 울림과 지성의 흔적에 마냥 반가운 책이었다.

 

여기 숲 기슭에 크사르의 폐허가, 무너진 바위 더미가 있다.하지만, 외부의 경관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할 뿐 내면의 대화가 전율하며 폭발한다.

'사람을 도취시키는 공간 속으로 도망치고 애쓰는 , 무엇보다도 수렁에 빠진 자신의 영혼과 맞서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과연 휴식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단조로운 흙의 평원 위로 날아 오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자 목소리가 말한다.'너 자신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느니라.단지 너에게 생명을 약속하셨던 그 분을 오시게 하여라...'그러자 여행자는 멈추어 섰다.그는 도시의 잔해 위에 앉았다.

그의 상처 입은 마음은 보여 질 수가 없는 것을 열렬하게 부르는데, 이 세상의 저 아름다운 현혹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여정. 다시는 우리가 못 보게 될 이름 없는 장소에서의 야영,떠나기만 할 뿐, 영원토록 도착하지 않는 이 여정, 하지만 가슴이 찢겨나갈 듯 마음이 괴롭지는 않다.

우리 내면으로의 여행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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