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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 Moneyba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태어난 스포츠 선수였던 빌리 빈은 프로 야구계로 진출하면서 생에 처음 실패를 맞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업고 , 명문 대학마저 포기하고 간 프로야구였지만 생각과 다르게 시나리오는 풀려 갔다. 그가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을 꼽으라면, 그간 승승장구만 하느라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그가 초반 초라한 성적에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방방 뛰었다는 것, 결국 마이너리그 벤치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된 그는 초라하게도 스카웃터의 길로 나서게 된다. 촉망받은 드래프트 1위 선수로써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집어던진, 몰락의 끝처럼 보이던 그의 전직은 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야구 선수시절 부재했던 열정을 되찾아 준다. 종내 단장 자리까지 오르게 된 그가 이제 원하는 것은 오직 승리뿐...하지만 선수단 연봉 "최하위" 에 빛나는 가장 가난한 구단 미 '오클랜드 애스렉틱스'를 가지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돈을 더 달라는 그의 말에 이게 우리의 현실이니 여기에 맞춰서 살아가라는 구단주와 기껏 키워 놨더니 돈에 팔려 가는 스타급 선수들, 구태의연한 말만 되풀이 하는 스탭진들에 둘러 쌓인 그에겐 절망만 싸여 간다. 과연 그가 승리의 반지를 꿰찬다는 꿈은 가당치도 않은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 그렇다! " 가 정답일 것이다. 빌리 빈, 아무리 그가 날고 뛴다고 해도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가난한 구단이라는 것엔 이미 익숙해 졌다고 하자. 그런데 올핸 그나마 쓸만한 선수들마저 다 다른 구단에 팔려 버렸다는 것이지.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높은 연봉에 다른 구단에 팔려가는 그들을 뭐라 할 수 없는 일. 없는 것을 한탄하기 보단 있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 뭔가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궁리하던 그 앞에 예일대 경제학 출신의 "피터" 가 나타난다. 그는 돈이 없다 해도 발상의 전환만으로 우승이 가능하다고 빌리를 설득한다. 이제껏 해왔던 것으로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던 빌리 빈, 어차피 더 이상 잃은 것도 없다고 판단한 그는 피터의 아이디어를 사기로 한다. 그를 부구단장으로 영입한 빌리는 선수 스카웃부터 새로운 프레임 하에 다시 짜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우선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돈이 없다고? 야구를 뭐 돈으로 하나? 야구는 그저 이기면 그만인 게임이다. 1점차라도 말이다. 야구의 전당에 오를만한 대단한 선수들을 가지고 큰 점수차로 뻥뻥 이겨준다면야 물론 바랄게 없겠지만서도, 그들은 그런 선수들을 데려올 수가 없다는게 문제 아니겠는가. 여기에 피터와 빌리는 야구 관계자들이 간과하는 출루율을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쪼잔하게 보인다고 해도 무조건 출루를 하는게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포볼을 골라서 가건, 데드볼로 맞아서 가건, 상관이 없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가지고 그들은 다양한 데이타를 통해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한다. 출중하고 천부적인 재능? 그런거 필요없다. 한물 갔다고 평가 되는 선수들, 뚱뚱하다고, 굼뜨다고, 나이가 들어 한물 갔다고, 장애가 있다고 더 이상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무명의 선수들을 그는 데려온다. 그리고 그만의 외인구단을 만든다. 그의 색다른 시도에 모두들 그가 미친게 틀림없다고, 아니면 실패를 자초할만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 뒷담화를 해댄다. 그런 와중에서도 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그는 본인의 실패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선수란 멋진 외모에 장타력과 강속구등의 재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그런 천부적인 재능이 모든 것을 보장한다면 그가 왜 그렇게 참담한 실패의 주인공이 되었겠는가. 야구는 팀 플레이이고, 게임이라는 속성을 이해한 그는 겉 포장지보단 내용에 충실한 스카웃을 한다. 하드웨어 보단 소프트 웨어에 충실하기로 결정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아는 것이지만, 일단 시도부터 엄청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평생 처음 들어보는 페러다임에 당황하는 다른 스카웃터들, ' 여긴 내 영역이야' 를 외치면서 빌리 빈의 요구를 무시하는 감독, 선수들마저 그의 생각을 오해하는 가운데 시즌 초반 연패를 이어가게 된다. 모두들 그의 시도를 비웃는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신념 하나뿐, 과연 그의 시도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인가?
자본주의의 돈으로 굴러가는 야구계의 풍토에 맞서 잔머리와 열정과 기발한 타이밍으로 자신의 구단을 미 플레이 오프 시리즈에 네 번이나 올린 미 오클랜드 어스렌틱스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 것이다. 원작이 같은 제목인 < 머니 볼>인데, 선수단 연봉 최하위의 가장 가난한 구단이 가장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하게 된 비결은 무엇인지, 빌리 빈의 성공 비결을 캐내고 있던 책으로 영화 못지 않게 수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실은 다양한 관점과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선 책이 더 낫다. 이해를 빠르게 한다는 점에선 영화가 더 나아 보이지만서도. 빌리 빈이라는 사람이 워낙 보통 사람들과 다른 드라마틱한 점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책도 그렇고 영화도 둘 다 꽤나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상식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승리를 일궈내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그렇듯 통쾌하고 짜릿했다는 점이나, 야구를 모르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재밌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 빌리 빈을 연기하는 브래드 피트의 매력은 덤이다. 아,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던데, 정말 졸리는 복도 많지 싶다. 저렇게 멋진 남자랑 사니 말이다. 하여간 돈에 관한한 한없이 불공정한 게임을 치르면서도 당당하게 맞서는 빌리 빈의 모습에 환호를 하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외 빌리 빈의 가족사와 다른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는 점도 괜찮았다. 모든 일에 당당한 듯 보이면서도 실은 자기 구단이 경기를 하면 중계방송도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는 빌리 빈, 혹 지고 있는 날이면 방안에서 기물 부시면서 난리를 치고 있다는 빌리 빈, 그가 딸이 불러주는 노래에 감동하는 모습을 보라. 그가 표상하고 있는 바는, 우리가 어른이 된다고 해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엔 면역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 쉽지 많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실패할때마다 다시 도전하는 그대가 아름답다고. 당신이 이미 루저이니, 두려워 말고 앞으로 나가라는 딸의 노랫말에 미소를 짓는 빌리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장면의 딸이 불러주는 노래 가사에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고 어떤 영화 평론가가 지적하던데, 맞는 말이지 싶다. 겉으론 냉정하고 무자비해 보이지만 실은 상처 잘 받는 연약한 내면을 지닌 소년일 뿐인 한 사내의 멋진 성공담, 그가 자신이 가진 모든 약점들을 이겨내고 일궈낸 전설들에 박수를 보낸다.
<네영카 시사회 초대를 통해 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