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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SE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세바스티안 코치 외 출연 / AltoDVD (알토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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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이십니까 ?"
"아뇨, 제가 볼겁니다."

그리곤 늙고 행색이 초라해져 회색 인간처럼 보이는 주인공이 서점 점원을 향해 --정확히는 카메라를 향해--자랑스레 얼굴을 든다.
감동을 억누르고 있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엔  착한 눈망울들이 영롱하게 빛이 난다.
그렇다.누군가는 그가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 준 것이다.>

 한창 잘나가고 있는 정보 요원이 반체제 작가 부부의 삶을 도청하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착한 사람들을 위한 소나타",이 영화속에 등장하는 책의 제목인데,영화의 제목으로도 적격이다.
이 세상엔 착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 안다.
착한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역시 비슷하게 많고.
하긴 나 역시도 헷갈릴 때가 많으니 남 말을 해서 뭐하랴만은.
그럴 때 내가 참고하게 되는 것은  바로" 타인의 삶"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참고하지 않으면 내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삶을 주시하지 않는다면 난 결코 나아지는 일 없이 살다 죽을 것이다.
그것만큼 황량한 삶이 또 있을까?
이 영화는 굳건한 사랑과 양심과 내면의 소리를 쫓아가려 용기를 내는 작가부부를 염탐하다 동화되어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황량한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개략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선의를 위해 기록을 조작하는 정보 요원이라.
영화 중반까지는 과연 이런 일들이 실재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체제에  쉽게 비판 없이 순응해 버렸던 인간들을 위한 위안 섞인 환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안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지막 주인공의 눈망울을 보면서 그런 냉소적인 생각을 하기란 불가능했다.
그 누가 알아 주지 않는다 해도, 내가 알고 있다면 충분히 선하게 살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내 눈망울들이 나의 존재를 나타내 보여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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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프루프
존 매든 감독, 기네스 펠트로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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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이 발병해 딸의 간병을 받고 있던 천재 수학자 로버트.
어느 추운 겨울날 그는 딸에게 자랑스레 자신의 장치(=그의 수학적 두뇌)가 돌아 왔다면서 그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것을 증명해 낼거라고 기염을 토한다.
그가 열에 들떠 증명해 낸 것은 바로 ;
(학기가 시작하는 )"9월을 제외하고는 서점은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천재와 광기의 차이는 얼마 안 된다.
천재와 바보의 차이 역시 얼마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 둘을 구분하는데 있어선 얄미울 정도로 냉정하다.
한때 천재 수학자로 명성을 날렸던 교수,정신병으로 바보가 되자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다. 그들이 존경과 찬탄을 보낸 것은 그의 천재성이었기에,정신이 반쯤 나가서 씻어야 한다는 것도 종종 잊어 버리는 늙은 로버트는 용도 폐기된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에게야 어디 그렇겠는가?
그래서 그의 둘째딸 캐서린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넣고 각자의 삶을 살아 가자는 언니 클레어의 줄기찬 요구를 무시한채 아버지 돌보는 일에 나선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아버지의 천재성만이 아니었기에...
아버지의 천재성과 함께 그의 불안한 정신까지 물려 받은 그녀.
수학자들이 두려워하는 22살의 고비를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짐속에서 날려버린 그녀.
5년간의 힘든 간병끝에 아버지가 돌아 가시자 그녀에게 남은 것은 대학 중퇴의 학력뿐으로 이제 그녀는 인생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할 뿐이다.
그때 아버지의 제자 할이 아버지가 죽기 전 끄적인 노트속에서 혁신적인 수학적 증명을 발견하고, 느닷없이 캐서린은 그것이 자신이 쓴 것이라고 주장을 하는데,과연 진실은 ?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니,그보단 사랑이란,가족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짐의 무게는 어디까지일까.
천재들의 업적에 열광과 존경을 보내는 것이 써커스 단원의 재주넘기에 박수를 보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천재성의 다른 일면인 광기로 그가 고통을 당할 때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가족들밖엔 없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로 다가오던 영화.
정신병을 가진 환자 가족들의 고통이 잘 이해되던 영화였다.
기네스 펠트로와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가 인상적이나, 좀 지루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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