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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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ㅣ 나쓰메 소세키 ㅣ 송태욱 옮김 ㅣ 현암사





"생각해보니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타락하는 걸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타락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있다.

이따금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니 '애송이'니 하면서 

트집을 잡고 경멸한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손해만 봐왔다고 시작되는 이야기. 도련님은 어릴 적 말썽도 피우고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으로 다치기도 하고 부모님께 핀잔을 들으며 자랐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재산을 정리해 형은 떠났고 주인공은 진학하고 졸업 후에도 집에 남아 있던 하녀인 기요를 남겨둔 채 멀리 떨어진 곳의 중학교 수학교사로 부임한다. 좁은 시골의 중학교여서일까 학생들은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트집 잡고 선생으로서 수모를 느낄 만큼 학생들은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주인공은 이 수난을 어떻게 해결할까?




어릴 적 주인공은 심한 말썽쟁이였는데 아버지에게 의절을 선언 받기도 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도 '대쪽처럼 곧고 좋은 성격'이라고 칭찬해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하녀 기요 할멈이다. 기요 할멈에게 주인공이 손주처럼 느껴져셔인지 아니면 오랜 세월을 살아 인간의 성장에 대한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기요는 주인공에게 '욕심이 없어서 마음이 깨끗하다'고도 하고 평소에 '될 거다, 될 거다'하고 늘 믿음과 사랑을 주었다. 이 대목에서는 참 생각이 많아졌다. 사람은 사랑과 믿음을 받을 때 안정되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옛날 어르신들은 늘 자식들에게 '꼭 훌륭한 사람이 될 거다'라며 교육하셨다. 바로 기요 할멈의 교육과 같다.



그래서일까? 주인공은 대쪽같고 욕심도 없고 성격이 곧다. 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주인공은 자신의 이익을 챙길 줄도 모르고 할 말은 한다. 그러다 보니 윗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대쪽같은 성격으로 자신과 뜻이 맞는 다른 교사와의 합작으로 거사(?)를 치르기도 한다. 좌충우돌 교사 입문기를 통해 주인공의 성격은 더욱 굳어진 듯하다. 학교에는 여러 선생들이 있는데 모두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주인공이 재미나게 그들의 캐릭터를 살려 별명을 짓는데 네이밍의 천재다. 별명을 통해 떠올리는 여러 인물들과 그 인물들이 그려내는 사건들은 은근 주인공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와는 처음 만남인데 일본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순전히 그의 명성 때문에 <도련님>을 읽게 되었다. 일본인의 디테일한 감정선을 대하기가 불편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감정선들은 <도련님> 안에서 각 캐릭터들을 독자가 느끼기에 분명한 뚜렷함으로 다가와 상황 파악이 쉬워진다. 그리고 그러한 캐릭터들이 지금 현대에도 존재하는 캐릭터들이라서 주인공이 학교에 부임하고 겪는 이야기들이 전혀 옛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는 점에서 시대적 이질감이 없다. 어쩌면 슬프기도 한 것일 터다. 인간의 마음은 결코 한치의 발전도 없었다는 것일 테니.



도련님은 기요 할멈이 부르는 호칭인데, 기요 할멈 입장에서는 당연히 주인공을 도련님이라고 불러야겠지만 작가가 제목을 '도련님'이라고 한 것은 바로 주인공이 부모에게 의절을 선언 받을 정도의 말썽쟁이였지만 대쪽같고 정직하고 욕심 없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임을 강조하려 한 듯하다. <도련님>속 도련님은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간다. 1906년도 작품인 <도련님>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세상과의 타협점을 찾지도 않는 그야말로 대쪽같은 인물. 현재 우리 정치계에서 필요한 인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해 이야기해주는 듯한 <도련님>은 큰 흥분은 없다. 그럼에도 작가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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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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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l 조완선 l 다산북스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었다면 범인들과 같은 

과격한 인물이 나오지 않았겠지요.

그들을 과격하게 만든 자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검찰,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못한 법원,

그리고 이들 위에 군림하는 통치권자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해방 후 서울시경 보안과장을 지낸 노창룡이 양수리의 한 폐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는 일본에서 비밀리에 입국해 나흘 만에 살해되었는데 직접적인 사인은 일제 강점기 고등계 형사들이 썼던 고문 행태였다. 아주일보에 난 기사에는 고문에 관련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아주일보 칼럼니스트 최주호는 기사를 보고 깜작 놀랐다. 그 기사 내용은 얼마 전 친구인 허동식의 부탁으로 자신이 준비해 건네 준 자료였으며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기사 내용과 그 내용이 살인에 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허동식에게 바로 연락했지만 허동식은 전화를 받지 않고 물어물어 허동식이 머물렀다는 사찰로 찾아가지만 거기서도 허동식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허동식이 머물렀던 방에서 파일철 하나를 손에 넣는데 유명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 대한 기사들이 스크랩되어 있었고 그들의 공통점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사이며 그들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온갖 추잡한 부패와 비리에 얽혀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런 자료를 허동식은 어디에 쓰려는 것인지 의문이 든 순간 어렴풋하게 떠오른 것은 살생부!였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고등학교 동창의 부탁이 불러온 것이 살인이라면? 내가 준비한 자료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신문에 게재되고 어떤 식으로든 살인과 연결되었다면 나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와 공범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살인이란 것이 국민들이 은근 통쾌함을 느끼는 친일파, 정치인, 기업가들의 죽음이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질까? 며칠 간격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국민을 기만한 그들에게 집행관들은 죽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들을 대신하여 기만의 죄를 '복수'로 물은 것이다. 이에 국민들은 은근 범인들을 옹호했고 소설 속 한 심리학자는 은근 범인들을 옹호하는 여론을 두고 '분노의 대리만족'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야기는 빠른 전개와 통쾌함, 그리고 예상되는 앞으로의 공적들의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흥분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복수는 국민들에게 끝없는 통쾌함을 줄까? 그 질문에 '예스'라는 대답은 하지 못할 듯하다. 어처구니없게 집행관이 되어버린 최주호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 두려움이 내게도 전해졌다. 아마 최주호와 내가 느낀 두려움은 우리 스스로 잘못된 집행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복수보다는 우리들의 '공적'인 그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통해 그들이 개과천선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표본으로 삼기 위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집행관들은 '공적'의 죽음을 집행했고 그들로서는 아마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뉴스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비리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우리가 익히 알던 유명 인사들의 비리 등을 대할 때면 정말 우리 사회에는 청렴결백한 관리는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 같은 한탄을 하게 된다. <집행관들>은 지금 우리들이 느끼는 분노와 갈증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소설 속에 집행관이 등장하고 우리는 이것을 보고 통쾌함을 느낀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많은 이들이 바라는 죽음이라는 심정'이 무기가 될 수는 없지만 소설 속에서나마 짜릿함과 통쾌함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비리가 만연해있다는 방증이리라. 소설은 시대의 반영이므로.



초반의 빠른 전개와 집행관들의 입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생긴 흥미가 뒤로 갈수록 조금 떨어지고 이야기가 살짝 다른 물줄기를 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궁금했던 수장의 정체도 예상을 벗어나지 못해서 좀 아쉬웠지만 <집행관들>을 읽다 보니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다. 누군데 이렇게 끓어오르는 민심을 잘 담았을까? 그의 도서들을 살펴보니 우리 역사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꽤 흥미를 끄는 도서들이 있어서 다음번에도 그의 작품들을 읽어볼 예정이다. 이제야 조완선 작가를 알게 돼서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들이 줄 재미가 무척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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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
이용덕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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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ㅣ이용덕ㅣ김지영 옮김ㅣ시월이월





"이건 차별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건데,

오늘날 일본에서 아직도 귀화를 하지 않은 재일 코리안이라면,

상당한 애국심과 반일정신을 품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잖아요.

유사시에는 무척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고,

무장봉기나 테러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저는 깊이 우려하는 겁니다.

당신의 이웃은 정말로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제목이 상당히 강렬하다. 이렇게 강렬한 공격적인 제목을 썼을 때는 내용은 더욱 강렬하겠다는 예상을 뛰어넘어 놀라움과 속상함, 안타까움, 분노를 느끼기도 했던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는 바로 혐한이 퍼져있는 일본 사회와 재일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혐한, 생각만 해도 불쾌하고 무섭고 끔찍하고 자존심 상하는 단어다. 일본과의 이야기는 무엇이 되었든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데 혐한이라고 먼저 죽창을 날려주시니 수비하고 공격권 획득하여 제대로 펀치를 날려주고 싶다. 혐한이 깔린 일본사회에서 배외주의자들에 맞선 재일 한국인 6명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는 청년들의 이야기라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혐한과 싸우는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말해주는 현주소로 해결되지 않은 많은 과제들로도 설명할 수 있다. 독도, 위안부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과의 외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 같다고 생각된다.



제목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왜 이렇게 강렬한 제목을 썼을까라는 질문에 작가 이용덕은 이렇게 설명한다. 1923년 일본은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이 소동을 틈타 우물에 독을 풀었다'와 같은 유언비어를 퍼트렸고 이를 믿은 일본인들이 자경단을 만들어 죽창과 곤봉과 단도 등으로 이웃에 살던 조선인들을 학살한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작가 이용덕은 독자가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를 읽고 일본은 차별적 민족, 차별 국가라고만 받아들이지 않고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일 수 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 나서 미안하게도, 불행하게도 나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독자가 되겠다는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일 한국인과 일본의 이야기는 상당히 조심스럽고 껄끄러운 이야기다. 상황 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일본에서 터를 잡고 살아왔는데 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는 이야기는 모르는 이가 없을 듯하다. 이야기 속 박이화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생활하지만 일본문화를 그리워한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생활 곳곳에 녹아있는 일본문화가 주인공에게는 더 편했던 듯하다. 한국으로 귀화하여 살아가는 삶도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본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한국이름으로 살아가는 재일 한국인들 또한 이래저래 차별을 받고 살아간다. 그렇다고 대놓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는 상황. 이런 혐한의 차별에 청년들은 자신의 삶을 던져 복수하려 한다. 젊음을 아름답게 부리지 못하고 복수에 삶을 던져야 하는 청년들은 이 시대의 피해자이다. 작가 또한 재일 3세로 직접적 간접적 차별을 받아왔으리라 감히 추측해본다. 그래서 글은 더욱 리얼하다.




책을 읽는 동안 내 가슴은 계속 뛰었고 심장의 위치가 목까지 차오른 듯했다. 그만큼 이야기는 강렬하고 한마디로 '쎄다'.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은 힘들었다. 지금도 재일 한국인들이 느끼고 있을 차별을 생각하니 억울했다. 문득 이번 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안창림 선수가 떠올랐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 교포 3세 안선수는 일본 유도 명문 쓰쿠바대를 다니던 2학년 시절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러자 일본은 귀화를 권유했지만 안선수는 거절했는데 그 이후 주요대회출전이 제한되었다고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이번 올림픽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재일교포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이들에게 용기가 되고 싶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안선수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픽션이지만 충분히 있을 만한 이야기, 혐한에 맞서 각자의 복수를 꿰하는 6명의 청년 이야기, 우리가 외면해선 안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읽어야 할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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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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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댄스 ㅣ 앤 타일러 ㅣ 장선하 옮김 ㅣ 미래지향




퓰리처상을 수상한 앤 타일러의 <클락댄스>는 윌라라는 여성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 그녀의 유년시절, 그리고 청년, 장년, 노년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여성의 인생을 통해 들여다보는 갈등, 결정의 순간, 슬픔, 갑자기 닥쳐온 불행, 자식과의 관계, 그리고 우연찮게 찾아온 기회로 인해 그녀가 자신의 노년을 어떻게 보낼지 암시하며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앤 타일러는 <종이시계>라는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해서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첫 만남이다. 작품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클락댄스>가 주는 분위기는 담담하고 잔잔하다. 주인공이 슬픔을 겪지만 격정적이지 않다. 담담하게 한 여성의 이야기를 대면할 수 있다.



윌라의 가정은 평범하다. 하지만 부모님의 성격차이로 어머님이 가출을 하시기도 하고 윌라가 자라서는 여동생과 사이가 멀어진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지만 모든 가정의 일원이 화목하게 잘 지내는 것은 아니다. 집집마다의 고민과 불화는 어느 정도 있는데 윌라의 가정이 딱 그런 보통의 가정이다. 윌라는 대학에서 만난 데릭을 사랑하지만 서로 결혼 시기 때문에 갈등한다. 하지만 곧 윌라는 자신의 공부를 접고 사랑하는 데릭과 결혼한다. 두 아들을 낳고 사는 윌라는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이 사춘기로 인해 방황하듯 윌라도 둘째의 방황으로 고심한다. 그리고 어이없는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된 슬픔과 직면한다.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던 반려자가 떠나고 윌라는 힘들어한다. 그 후 재혼 한 윌라. 그리고 그녀에게 걸려온 뜻밖의 전화 한 통. 바로 큰아들 션의 전 여자친구 드니즈가 총상을 입었으니 그녀의 딸을 돌봐달라는 드니즈 이웃의 전화였다. 드니즈의 딸 셰릴은 윌라의 손녀가 아니다. 더구나 션은 지금 드니즈와는 헤어진 상태. 그러니 윌라는 굳이 드니즈의 딸 셰릴을 돌봐줄 의무가 없지만 윌라는 남편 피터와 함께 셰릴을 돌보러 떠난다.



유년시절에 흔히들 겪을 수 있는 일들, 사랑하는 사람과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20대 여성의 모습, 점점 성장하는 아이들을 놔두고 먼저 간 남편의 이별, 재혼, 그리고 예기치 않은 일 등을 담담하게 그려진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일들이라 윌라의 선택을 읽기 전에 '나라면?' 이란 생각을 먼저 하면서 읽었더니 이야기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든 선택의 순간은 찾아오고 그 선택을 통해 어떤 삶을 사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 속에서도 우리의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성장하고 행복을 만들 수 있다. <클락댄스>의 매력은 대중적이며 글이 따뜻하고 평범 속에 행복이 담겨 있다는 깨달음에서 온다. 자신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윌라에 비해 늘 까다로운 피터. 이 조합으로도 뭔가 이야깃 거리가 있을 거라 추측되는데 노인의 까다로움은 때로는 귀엽기도 하다. 털털하며 솔직한 드니즈, 나이에 비해 조숙한 셰릴, 그리고 드니즈의 평범한 그러나 따뜻한 이웃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정감스러운 그림을 만들어내 조금 부족해도 조금 풍족하지 않아도 늘 정이 넘치는 이웃사촌들의 일상이라 나라와 문화가 달라도 사람 사는 냄새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윌라의 일생이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물 흐르듯 흘러가는 느낌이라 편안하게 읽었다. 슬픔은 당시에는 괴롭지만 지나고 나면 성장을 낳게 되므로 잘 이겨내는 것이 중요한데 윌라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조금 슬프고 조금 아프고 조금 즐거운 것, 그것이 삶이고 삶은 아름답고 행복하고 감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 <클락댄스>. 지금 어떤 슬픔으로 인해 마음이 널을 뛴다면 <클락댄스>를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슬픔은 곧 지나가고 행복한 일이 잔잔하게 시냇물 흐르듯 흐를 것이므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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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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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인턴 ㅣ 나카야마 유지로 ㅣ 오승민 옮김 ㅣ 미래지향





"그사람, 수술은 못하겠는데? 나라도 수술은 안 하는게 맞다고 봐."

"아..... 그래?"

"그치. 90까지 사셨는데 충분히 오래 사신 거 아닌가. 게다가 수술은 위험할 수도 있고. 간경화까지 있다며."

"....."





어떤 직업이든 직업마다 가지게 되는 고유한 경험과 고통, 직업관이 있을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특히 사람의 내적, 외적 상처를 다루는 직업이기에 더욱 남다른 경험과 고통, 숭고한 직업관이 있을 것이다. <울지마 인턴>은 외과 인턴 1년차의 이야기로 외과의로서의 고민, 경험, 성찰, 개인적 아픔 등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야기다. 현직 외과 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더욱 와닿는 걸까? 1년차 인턴의 눈으로 본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담당의사의 입장을 리얼하게 다룬 에피소드가 쉽게 읽히며 감정이입이 되는 지점들이 있어 울컥하기도 했다. 의사이지만 아직은 실전에 뛰어들기에는 부족한 인턴으로서의 부족함의 깨달음, 서툼, 떨림 등이 느껴지고 제목마저 울지말라고 하고 있으니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이다.



아메노 류지는 의대를 졸업한 인턴 1년차이다. 어릴 적 형의 죽음을 목격하고 의사가 된 류지는 종합병원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으나 모든 것이 아직은 서툴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자신의 무력함에 대해 고민하고 퇴근하지 않고 의국에서 생활하며 열심히 배운다. 이런 인턴 류지 앞에 온 환자는 94세의 기초수급자 독거 치매노인이다. 선배 의사들은 독거노인이 고령이기에 치료의 불필요성을 결론짓는다. 류지는 환자가 고령이어도 치료하면 조금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한다. 류지는 또한 류지와 동갑이며 의사가 꿈이었던 말기암환자의 죽음 앞에 의사인 자신의 무력함에 더욱 슬퍼한다.



병원이라는 장소가 삶과 죽음의 기로여서 감정이 시소를 타듯 출렁이는 곳이다. 하지만 감정에 젖어 있다가는 냉철한 판단이 부족할 수 있는데 류지는 아직까지 병원에서의 일들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선배는 냉철한 시선으로 판단해내는 것을 보게 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인턴 1년차인 류지가 부족함을 느끼고 하나씩 배워나가는 과정과 의사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지는 결정의 순간들로 채워지고 점점 다져진다. 그러나 류지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의 트라우마를 떨치며 한층 더 성숙한 인간으로, 진짜 의사로 태어날 것을 예상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야기들에서 인턴 1년차가 아니어도 의사로서 또는 제3자로서도 고민되는 지점들이 많이 보여 책을 읽는 동안 같이 고민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는 세상의 모든 의사가 류지처럼 따듯한 가슴을 갖고 의사로서의 능력도 갖추기를 바라고 있는 나를 느꼈다. 또한 직업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처, 나아가서 생명을 다루므로 한계나 소명의식을 느낄 의사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다. <울지마 인턴>의 에피소드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음을 생각하니 깊게 여운이 남는다. <울지마 인턴>은 현직 외과의사가 들려주는 인턴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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