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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소마 ㅣ 채사장 ㅣ 웨일북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음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게다.
하지만 소마는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아버지의 말을 명심하거라."
작가는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를 펴낸 사람이다. #베스트셀러였던 책으로 읽은 후 지금까지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다. 작가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기도 했던 책이었는데 인문 교양 도서를 썼던 작가가 이번에는 소설을 썼다기에 조금 의외였다. 인문 교양 도서를 썼던 사람이면 픽션인 소설에서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싶었고 어떻게 풀어나갈지, 분위기는 어떨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소마>는 주인공 이름이다. 소마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소마>를 펴내며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언제나 알고자 했던 것은 인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오는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는가. 인문학을 쓰며 나는 인간을 알게 되었고, 소마의 인생을 따라가며 나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작가는 인문 교양 도서를 쓰며 인간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을 통해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 작가의 말이 내게도 궁극적인 물음을 갖게 했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추구하며 더 나아가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물음을 갖게 했다.
태어나던 날 젊어서는 세상을 호령하고 늙어서는 깨달음에 이른다는 신탁을 받은 아이 소마는 어느 날 모든 것을 잃었다. 마을은 폐허가 되고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괴로움에 스러져가던 소마를 기독교 가문의 한나의 남편이 거둔다. 마침 아이를 잃은 한나는 소마를 마치 친자식처럼 기른다. 하지만 한나의 오빠인 바가렐라가 자신의 막내아들인 헤렌을 한나에게 양자로 주며 소마는 노예도 아닌 아들도 아닌 채로 보살핌 없이 청년이 된다. 헤렌으로부터 핍박을 받던 소마는 생각 끝에 군에 입대하고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주 기사단장에게 곤혹스러운 훈육을 당한다. 왕립기사단의 일원인 네이케스와 고네 남매로부터 소마는 모임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들은 당시 마녀사냥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이들에게서 사냥감을 구출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소마도 그 일에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고네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소마. 그러나 소마는 곧 고네와 너무나 슬픈 이별을 맞이한다. 그로부터 20년 후 소마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게 되는 전쟁의 화신이 되어 나타난다.
소마라는 인물은 어린 시절 사랑에 결핍되고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로 자라는 인물이다. 상처를 받아도 표현하지 못하고 늘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마음이 닫힌 소마. 그런 소마의 옆에는 욕망과 집착으로 똘똘 뭉쳐진 인물들이 많다. 순수하고, 옳은 일을 행하는 착한 이들도 많지만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다른 이가 나서도록 선동하다 해가 될 듯하면 가차 없이 배신하고 마는 그런 인물들이 소마가 권력을 잡은 뒤에는 더 많아진 듯하다. 소마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권력을 잡은 후 변해간다. 그도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런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슬픔이 일었다. 작가는 <소마>에서 신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니다. 인간이기에 나약하고 어쩔 수없는 모습들을 소마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에 같은 인간으로서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욕구충족을 향해 달려가는 개체에 지나지 않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몰입감 있고 스케일이 큰 이야기로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지만 작가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마>를 읽으며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몸을 굶주리게 하고 생활은 빈곤에 빠뜨리고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는 맹자의 글이 생각나기도 했고 승려 조신의 삶을 한바탕 꿈으로 살아낸 배창호 감독 안성기, 황신혜 주연의 영화 <꿈>도 생각이 났다. 맹자의 말이 생각났듯 녹록지 않았던 소마의 삶에서 무엇이 인간을 욕망으로 치닫게 하는지 생각해 본다. 사랑, 핍박, 복수, 집착, 욕심, 질투, 증오란 감정들이 소마의 전 생애를 통해 스토리와 함께 읽혔다. 책을 덮으며 시대와 배경 그리고 성별은 다르지만 소마라는 인간의 일대기는 인간이 살면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감정과 스토리를 모두 담고 있지 싶다. 글을 마무리하며 인간의 삶은 한바탕 꿈일 수도 커다란 성장과 깨달음을 가질 수도 있는 야누스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