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안내서
다케다 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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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 ㅣ 다케다 유키 ㅣ 전경아 옮김 ㅣ 미래지향




'섬세함'은 성격상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타고난 기질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키가 큰 사람이 신장을 줄일 수 없는 것처럼

섬세한 사람이 '둔감해지고' '눈치를 못 채기'란 불가능합니다.

섬세한 사람이 편안한 마음으로 기운차게 살아가려면

오히려 섬세한 감성을 소중히 해야합니다.





<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의 작가 다케다 유키는 자신도 섬세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 자신이 어떤 일로 인해 생각을 바꾸고 나니 인간관계도 편안해지고 업무를 볼 때도 힘을 빼고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하게 된 후부터는 오히려 섬세한 사람을 위한 카운슬러가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는 섬세한 감성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편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책으로 썼다. 그러니까 <#너무신경썼더니지친다>는 바로 섬세한 감정을 가져 너무 지친 이들이 둔감해지는 방법을 택하기 보다 오히려 자신의 섬세한 감정을 소중히 하면서도 편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 섬세한 감성을 지녔고 한 예민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털털해 보여도 속으로는 끙끙 앓고 있는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책, 과연 어떤 것이 나를 스트레스로부터 멀리해주며 나의 섬세한 감성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편하고도 씩씩하게 살 수 있게 할까?



섬세한 사람이란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박사가 제창한 HSP(Highly Sensitive Person)에 의한 개념으로 그들은 '농담 섞인 사소한 한 마디를 흘려 넘기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둡니다', '직장에서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신경이 쓰여요', '조용한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내가 생각하는 건 어딘가 이상한가 봐', '주변 사람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등의 고민을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양심적이면서도 남을 배려하기도 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심약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었다. 이들에 대해 작가는 여러가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재미있게 느껴진 건 오감별, 그러니까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의 오감별로 나누어서 더 예민한 감각을 찾아내고 이것의 예방과 케어법을 제시한 것이었다. 나의 오감 중에서도 좀 더 예민한 것을 예방하고 케어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디테일한 솔루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쳤다는 건 애썼다는증거





책을 읽으며 내가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지쳤다는 건 애썼다는 증거'라는 대목이었다. 내가 예민한 타입이어서일까? 작가는 '섬세함'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타고난 기질이라고 한 부분도 위로를 받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지쳤다는 건 애썼다는 증거'라는 대목에서는 위로를 넘어 '괜찮아, 잘했어'라고 인정까지 받은 기분이었다. 예민하고 섬세하신 분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다. 그런데 예민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과하고 좀 한 편으로 치우친,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넌 너무 예민해'라며 콕 집어 상대가 말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타고난 기질이며 애썼다는 얘기는 지금껏 들은 예민하다는 얘기가 다 소멸되는 느낌이었다.




<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를 읽으며 '나보다 더 예민한 사람도 많네'와 '이건 딱 내 얘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자꾸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건 공감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섬세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내용이 참 궁금했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을 어떻게 자신의 그 기질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씩씩하고 편안하게 살게 한다는 거지? 하는 약간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타고난다'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좋은 달란트를 타고난 사람들을 얘기할 때도 쓰지만 좋지 않은 점을 타고났을 때도 얘기한다. 좋지 않은 '타고남'의 원천성을 배제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함을 알고 있었기에 방법적으로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은 예민한 사람뿐 아니라 예민하지 않지만 뭔가 일이 꼬이고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아무리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환경이 바뀌거나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는 위축되기 마련이고 평소에는 신경 쓰지도 않을 일들이 자꾸 거슬리는 법이지 않은가. 섬세하거나 예민하지 않아도 너무 신경 써서 지쳤을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도 힘이 되어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 책은 '예민'과 '섬세함'을 장착한 사람들이 우선 타깃이다. '내가 한 예민한다', '좀 섬세하다', '그래서 상처도 받고 늘 자신감이 없다' 하시는 분에게 '박카*' 같은 힘을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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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수도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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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수도원 ㅣ 제인 오스틴 ㅣ 최인자 옮김 ㅣ 시공사




p 99 춤과 결혼 모두, 남자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반면, 여자는 오직 거절할 권리만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상호간의 이익을 위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약속입니다. 그리고 둘 다 상호간의 이익을 위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약속입니다. 또한 일단 그 관계에 들어가면, 두 사람은 계약이 해제될 때까지 오직 서로에게만 속해 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의무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녀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된 <노생거 수도원>. 한 권 안에 1, 2권으로 나눠지는데 1권까지는 잘 읽히지 않았다. 사교계에 처음 발을 내딛는 아가씨의 친구 사귀기와 부인들의 드레스에 대한 대화 내용들이 당시의 사교문화를 보여주지만 내게는 좀 지루하며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오만과 편견>이 어른스러운 로맨스 소설이라면 <노생거 수도원>은 중학생을 위한 로맨스 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오만과 편견>과는 깊이 면에서 아쉬운 느낌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캐서린은 열다섯 살이 되자 점차 예뻐지기 시작했고 열일곱 살이 되도록 연애적 경험을 하지 못했다. 캐서린이 사는 곳의 가장 재산이 많은 앨런 부부는 캐서린을 좋아했고 마침 앨런부부가 치료를 받기 위해 바스에 가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은 참에 캐서린과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곳에서 캐서린은 사교계에 입문해 이사벨라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캐서린의 오빠 제임스와 이사벨라는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고 약혼 허락까지 받는다. 캐서린은 사교계에서 헨리 틸니라는 젊은이를 알게 되는데 그의 아버지의 초대로 노생거 수도원에 가게 된다. 영국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노생거 수도원에 가게 된 캐서린은 돌아가신 헨리 어머님의 죽음을 틸리 장군이 슬퍼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혹시 부인의 죽음에 뭔가 은밀한 비밀이 숨어있는지 궁금해한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소개받지 못한 틸니 부인의 방을 둘러보고 나왔는데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발소리가...



캐서린은 이사벨라의 오빠인 소프 씨로부터 삐뚤어진 애정을 받지만 정작 캐서린은 그것이 애정이란 생각은 하지 못한다. 소프 씨는 캐서린의 약속이나 감정은 무시하고 자신의 뜻대로만 둘의 관계를 끌어가려 한다. 덕분에 캐서린은 틸니 씨 남매에게 큰 실례를 저지르게 되고 캐서린은 소프 씨와 이사벨라의 행동으로 자신이 사람보는 눈이 부족했음을 깨닫는다. 이런 점에서 독자는 캐서린의 연애 성장기를 보게 된다.



작가는 <노생거 수도원>에서 당시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돌려 설명한다. '여주인공다운 자질을 타고나지 못한 캐서린이~', '캐서린은 그림에 취미가 없었는데 연인의 옆모습을 스케치할 실력조차 안 될 정도였다. 이 점에서는 진정한 여주인공의 자격에 한참 못 미쳤다.' 등의 문장에서 기존의 여주인공들과는 다른 캐릭터라는 것을 설명하려 한다. 실상은 당시의 여주인공들이 어쩌면 판에 박힌 이상향을 가지고 있음을 돌려 말하고 있음이다. 작가는 시대적 배경을 꼬집는다. 능동적인 남자에 비해 여자는 수동적이며 소설은 여자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를 말한다. 실제로 제인 오스틴은 결혼이 성사될 뻔한 일을 두 번 정도 겪었지만 평생 미혼으로 살았다. 아마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여성이 겪어야 할 일들이 부당하다고 느꼈을 듯하다. 지금이야 흔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결혼으로 인해 여성의 지위가 정해지는 시대여서 제인 오스틴은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었음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노생거 수도원에 입성해서 틸니 장군의 부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려는 캐서린의 행동은 당시의 연애소설에서는 보지 못하는 스릴러를 장착하기도 했고 아직은 풋풋하고 어설프며 엉뚱하기도 한 캐서린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결말이 로맨스 소설의 정해진 수순 같아서 아쉬움은 남는다. 성숙한 로맨스보다는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즐기는 독자라면 즐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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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22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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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하) ㅣ 찰스 디킨스 ㅣ 류경희옮김 ㅣ 열린책들





<위대한 유산>을 영화로 먼저 보았다. 영화는 기네스 펠트로와 에단 호크의 로맨스에 가려 정작 봐야 할 부분을 놓친 기분이다. 원작을 읽고 나니 영화가 보였다. 기네스 펠트로의 상반신 사진이 인상적이었던 영화는 핍의 성장 스토리보다는 로맨스에 더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마치 영화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 들 정도로 원작이 너무 훌륭했다. 원작보다 영화가 훨씬 좋은 경우도 보았지만 이번 <위대한 유산>은 만약 나처럼 영화로만 만나 봤다면 꼭 텍스트로 읽기를 권해본다. 구성도 좋았지만 읽을수록 나타나는 새로운 사실들에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결말로 갈수록 핍의 내면의 변화가 주는 울림이 컸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은 지금까지 실패가 없었기에 추천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위대한 유산> 속 인물을 잠깐 살펴보자. 미스 해비셤은 큰 스토리의 발단이 되는 인물이다. 자신이 남자에게 당한 배신을 에스텔라를 통해 복수하려 양녀로 삼아 키운다. 에스텔라는 그렇게 미스 해비셤의 복수를 위해 만들어진다. 감정이 없는 사랑을 모르는 여자로. 동생을 짐으로 느끼고 구박하는 핍의 누나는 변덕스럽고 폭력적이다. 그러나 누나의 남편인 조는 어리지만 핍을 항상 친구로 생각하며 핍을 돌봐주고 진정한 믿음과 사랑을 준다. 다양한 인물들이 개성적인 것은 바로 디킨스의 필력이라고 생각된다.



<위대한 유산>은 누군가의 절박한 부탁을 들어주며 맺어진 인연이 후에 커다란 보상으로 돌아오지만 쉽게 얻어진 보상으로 인해 오히려 타락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노력만이 진정한 보상을 가질 수 있다는 진리를 깨우쳐준다. 이 과정 속에 주인공은 타락과 방황의 시행착오로 잘못을 깨닫고 진정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여기서 작가는 인물들의 얽힌 인연을 극적으로 매치하는데 이것이 디킨스의 주특기이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와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으며 운명적 인연에 대해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 <위대한 유산>도 '운명적 인연'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핍은 유산을 받게 되고 신사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가 신사가 되기 위해 어떤 수업을 받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결말에 이르기까지도 계속된 '신사 타령'으로 도대체 신사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고 언젠가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인지 계속 의문이었다. 디킨스가 말하는 진정한 신사란 바로 핍이 성장을 통해 깨우친 바로 그것을 가진 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핍의 성장은 단순히 한 개인의 성장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이뤄내야할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두 도시 이야기>나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고 눈물이 났었는데 <위대한 유산> 또한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눈물이 났다. 이런 감동을 주는 책이야말로 우리가 만나고 싶고 읽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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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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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프로젝트 ㅣ 마거릿 애트우드 외 28인 지음 ㅣ정해영 옮김

 인플루엔셜





마스크를 벗는다면 과연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까?





p. 81 저기서는 언제 닥칠지 모를 불안으로, 여기서는 실패한 줌 화상 통화로

p. 82 비말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역겨운 개념을 소개한 팟캐스트를 들은 뒤로는 보이는 사람마다 최대한 거리를 유지했고 전파가 두려워 다른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수업과 업무는 재택과 zoom으로, 좀 더 넓게 말하자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들었다. 일거리가 줄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쇼핑은 앱으로 진행하며 누가 재채기라도 하면 뜨거운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은 피하게 되고 경제는 악화되었으며 투기심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전 세계인들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바로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구성한다.



1353년 흑사병이 돌면서 조반니 보카치오는 전염병이 잠잠해지기를 바라며 도심 외곽의 한 저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들려주는 100편의 이야기인 <데카메론>을 썼다. 2020년 3월 뉴욕타임스는 코로나 시대에 집필된 단편소설들을 한곳에 모으겠다는 목적으로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29명의 작가가 함께 했다. 하나같이 결이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는 공감이 가는 문장들을 포함하고 있다.



29가지 이야기는 매우 다양하다. 거의 모르는 작가가 대부분이었는데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은 그중에서도 특이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애트우드스럽지 않은 느낌이 더 크다. 그만큼 색다른 상상력을 포함한다. 사실 아는 작가라서, 그녀의 책을 읽었던 터라 애트우드의 작품이 제일 궁금했었는데 격리 중인 지구인을 위해 다른 행성에서 원조를 온 외계인이 문어라는 설정은 그녀도 SF를 쓸 수 있는 작가였다는 발견을 얻었다. 위험에 빠졌지만 모두들 힘을 합쳐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 바이러스가 덮쳐 아파트가 비어지는 상황에 다가오는 주민. 아파트가 비어가는 것도 무섭지만 주민을 만나는 것도 무서운 시절이다. 그러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었지만 이미 죽은 이와의 대화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결말은 섬뜩하다. 격리되어 혼자 있어야 하는데 누군가와 같이 격리되고 친구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자신에게만 보였던 것은 환영일까?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슬픔도 존재한다. 다양한 이야기 속 팬데믹이지만 그들이 담고 있는 주제는 오로지 위기 상황에 처한 우리들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백신을 접종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예전의 행복하고 자유스러웠던 삶을 누리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백신의 접종으로 잠깐 마음을 놓은 탓일까?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다. 백신의 확보 또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고 백신의 부작용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여러 가지 문제들의 한 가운데 놓인 인간이지만 우리는 코로나로부터 2년째 싸움 중이다. 당연히 인간의 승리를 목표로 하지만 당분간 이 악몽을 같이 공유해야 한다. 리브카 칼첸이라는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어려운 시기에 소설을 읽는 것은 그 시기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그 시기를 끈기 있게 버텨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한 문장 안에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는 듯하다.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는 작가들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시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버텨낼 수 있는 끈기를 배울 수 있다. <데카메론 프로젝트>와의 만남은 익숙한 단어와 만나고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같이 이겨내려는 의지를 만나게 되는 시간이었다. 현재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 외롭게 싸우고 있다면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통해 비슷한 경험으로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의 어려움이라는 기억으로 자리 잡을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서를 지원해주신 인플루엔셜 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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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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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ㅣ 장류진 ㅣ 창비




"너무 돈, 돈, 그러지 좀 마. 있잖아, 언니. 세상엔 돈보다 

중요한 게 훨씬 더 많아.

저기 저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보기 안 좋아. 추해."




마론제과에 다니는 다해, 은상, 지송은 공채가 아닌 특채라는 공통점 때문에 어울리게 된다. 어느 날 연장자인 은상이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다해는 고민 끝에 은상과 함께 하게 된다. 은상과 다해는 셋이 모인 자리에서도 휴대폰만 쳐다보고 단체 연락방에서는 늘 이더리움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게 되자 지송은 은상과 다해의 모습이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인다며 돈보다 중요한 게 훨씬 많다고 화를 낸다. 하지만 은상은 이에 반박한다. 지송이야말로 돈이 가장 필요한 사람으로 그녀가 '오오'라고 밝힌다. '오오'가 뭘까?




<달까지 가자>를 읽으면서 이 책이 미스터리 소설인가? 하는 의심을 가졌다. <달까지 가자>는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이더리움을 매수하고 직장에서 근무 중에 계속해서 그래프를 확인하고 마음이 널을 뛰는 과정을 읽다 보면 매 장면마다 스릴을 느끼고 긴박감을 느끼게 된다. 가격이 올라갈 때 주인공이 기쁨을 느끼면 나도 함께 기뻤고 가격이 내려갈 때는 주인공이 느낄 초조함과 걱정, 두려움을 나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자연스레 책을 한 번 잡으면 다음이 궁금해 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글은 현실감이 뛰어났다. 점점 읽어나갈수록 나의 초조함은 커지고 더 이상의 욕심을 버리고 그만 현금화시키라고 주인공에게 종용하고 있었다.



<달까지 가자>는 참 씁쓸한 소설이다. 노동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면서 노동의 대가인 월급만으로는 절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과 그 상황을 가상화폐를 발판 삼아 일어서려는 젊은이들의 투기적인 내용이 소설화되었다는 것은 슬프기 짝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노동만으로는 절대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없음을 우리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니까. 하지만 바로 이런 드러냄이 작가의 할 일이 아닐까? 작가의 시선은 시대의 현실을 자신 작품 속에 반영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소설화하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나는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돈이 종이 쪼가리가 되는 일만은 없기를 바라고 응원했다. 책에서만이라도 이런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잠시의 즐거움을 주기를 바랐다. 현실에서는 쉽게 이뤄지지 않지만 가상의 세계에서만이라도 이뤄지기를 바란 것이다. 이런 바램은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현실적인 모습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자신이 사는 월세방의 불편함을 조금 개선해서 살고자 하고 부모를 봉양해야 할지도 모르는 암울한 미래 때문에 그녀들의 바람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도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면 기성세대로서 너무 무기력한가?




장류진의 전작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사회생활의 만만치 않은 고충과 세상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얘기를 다루었다면 <달까지 가자>는 좀 더 현실을 반영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된다. '흙냄새 폴폴 풍기는' 이란 말이 주는 의미가 이미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고 커다란 행운이 아니고서는 각박한 우리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스릴 있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장류진을 통해 보았다. 장류진은 분명 젊은이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톺아볼 줄 아는 시선을 지닌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긴박감이 넘치고 누가 읽어도 걸림이 없이 술술 읽히는 문장들은 분명 그녀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평생을 저 작은 돌멩이처럼 아슬아슬한 감각으로 살아왔다.

언제나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혹은 나자신의 사소한 실수에도 순식간에 곤두박질쳐질 것만 같았다.

누가 툭 건드리거나 빗물에 미끄러져서 발을 허디디기라도 하면

그길로 그대로 추락해버릴 것만 같았다.






오오 : 오피스 오퍼레이터(Office Operator) 직렬 : 아무리 오래 일해도 직급이 부여되지 않음 - 달까지 가자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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