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 - 조선의 마지막 소리
김해숙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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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파 ㅣ 김해숙 ㅣ 다산책방




"나는 나요. 누구의 뒤를 밟지 않고

오롯이 나로 남을 거요."




<금파>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조선 후기에 금기를 깬 최초의 명창 진채선 이후 두 번째로 명창의 반열에 오른 여성 소리꾼 허금파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책이다. 자료가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허금파, 당시로서는 꽤 늦은 나이인 30대에 예인이 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연희극장 협률사 무대에 올라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녀의 소리에 대한 집념과 사랑이야기가 궁금했다. 소설이지만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고 한때 소리를 했던 송가인의 추천글이 있어 더 끌렸던 것 같다.



오로지 소리를 위해 관기의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금파는 결국 아이 엄마가 된다. 하지만 소리에 대한 열망으로 부모형제와 자식을 버리고 소리를 위해 길을 떠나 명창 신재효의 제자인 동리정사의 김세종 밑에 자리를 잡는다. 받아주지도 않는 김세종 밑에 있으려고 애쓰는 금파. 그러나 당시 소리꾼은 기생이라는 인식 때문에 소리 외에 다른 것을 요구받았고 그저 술자리의 여흥을 도와주는 도우미에 불과한 대접을 받았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금파는 소리에 대한 열정은 더욱 활활 타오르기만 한다.


가짜이지만 혼례를 올리게 된 승윤과의 연정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더욱 소리에만 매달리는 금파. 인권도 없고 예인으로 인정받기보다는 그저 술자리의 꽃으로 살기 쉬운 소리꾼의 운명을 당시 일제강점기의 상황과 어우러져 금파의 어려움이 잘 전해져온다. 만약 금파라는 인물이 현재에 태어났다면 굉장한 매력을 발산했을 듯하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는 사랑에 대해서도 포기하고 거칠 것 없이 직진하는 꿈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당당한 여인이니 말이다.


당시 시대적 아픔을 가진 선조들에게 아마 금파의 소리는 슬픔을 뱉어내게 하고 또 기쁨을 만들어주는 아주 반가운 소리였을 듯하다. 금파라는 인물을 대하면서 부러웠던 점이 내게도 인생을 바칠 만큼 이루고 싶은 절대적 꿈이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여인으로서 사내에게 사랑받는 삶을 버리고 자식도 뒤로하고 꿈을 위해 천상의 소리를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 금파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금파>의 아쉬운 점은 허금파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서였을까? 소리에 대한 열정과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당찬 금파의 캐릭터에 맞는 에피소드로서는 조금 극적인 포인트가 없는 느낌이었다. 소리꾼으로서의 거친 파도 같은 일대기와 절절한 사랑을 기대했었다. 자료가 없었기에 더욱 창조할 가능성이 컸을 듯한 생각도 들고. 작가의 다음 편 작품에서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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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낸 공자의 지혜와 처세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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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l 판덩 l 이서연 옮김 l 미디어숲




아침에 진실한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듣고 이것을 체득했다면

저녁에 죽는다 하여도 조금도 후회하지 아니할 것이다.

인간의 삶의 태도, 살아가는 길을 아는 것이란 이처럼 중대한 것이다.




제목과 비슷하게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할 때 나는 논어를 읽었던 듯하다. 사람들은 보통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이 있듯이 논어에서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봤던 것 같다. 내게 해당사항이 없는 것은 그저 읽고 지나갔기에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온 기회에 다른 이야기들도 내 걸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멀었나 보다. 역시나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이 마음에 남는다. 나의 한계다.



우리가 고전을 읽으면서 감탄을 하고 또 고전 읽기를 추구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양이나 삶의 고통, 문제들이 지금도 계속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 동서고금을 통해 사람들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살아왔다. 사회 속에서의 문제, 자아성찰, 자식 문제 등으로 인간은 고민에 빠지고 괴로워한다. 인생의 선배들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물음은 2천년 전의 성인의 말씀을 접하며 답을 얻게 된다.




알고 있을 때는 알고 있음을 밝히고,

잘 모르고 있을 때는 모름을 시인하는 것이 바로 참된 지식이다.

- 공자 -




<#나는불안할때논어를읽는다>는 1편 '學而학이'와 2편 '爲政위정', 3편 '八佾팔일'로 나눠져있다. 배움과 정치 그리고 제사인데 <논어>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學而'이다. 아주 익숙한 문장이다.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도 이 부분은 알고 있다. 논어의 모든 부분을 통틀어서 가장 많은 이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아주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쓰임새가 있는 필요한 문장이다. 배우고 익히면 즐겁고 친구가 찾아 옴이 기쁘고 누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군자답다는 말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된다.



춘추시대의 유학자인 공자는 정치 실현을 목표로 했으나 실패했다. 그의 '爲政위정'은 바로 그의 정치 실현을 바탕으로 한 문장들이다. '八佾팔일'은 제사, 음악을 말한다. 이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공자는 단지 정치 실현을 꿈꾸었던 학자만은 아니었다. 음악을 즐김을 넘어서 평론가이면서 연주자였다고 한다. 거문고를 연주했는데 다른 이가 연주할 때 연주자의 감정을 알아차릴 정도였으니 음악적 감수성이 매우 뛰어났음이다. 세계 4대 성인이 음악까지 즐기고 평론까지 했으니 공자는 정말 뛰어난 사람이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이루었던 공자는 溫온, 良량, 恭공, 儉검, 讓양 이렇게 다섯 가지 덕목을 실천했다. 온화함, 선량함, 공손함, 검소함, 겸양함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번 독서를 통해 논어에서 내가 얻은 것, 보고자 했던 것은 '내면'이었다. '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하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해야 한다'라는 공자의 말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에 집중하고 싶다. 그러므로 내면의 탄탄함을 추구하고 싶다. 學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배우고 익히고 누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은 것, 그리고 온,량,공,검,양을 통해 내면을 가꿔나가는 것, 바로 이것이 이번 독서에서 내가 얻었고 추구해야 할 바라고 생각된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할 때 논어를 읽었었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그럴테지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잘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바로 이 부분들을 늘 마음에 새기고자 한다. 앞으로도 여러 번의 흔들림이 있을테지만 공자가 남긴 글을 읽으며 흔들림을 조금이나마 잡고자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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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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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ㅣ 장용민 ㅣ 엘릭시르




'천 년을 하루같이..... 하루를 천 년 처럼.....'




작가 장용민 소설의 매력이라 함은 실제 존재하는 역사의 한 부분에 가정을 얹고 그 가정을 탄탄하게 가지를 엮어내는 허구의 상상력이다. 그럴법한 가정을 세워 풀어나가는 서사의 힘이 탁월하다. 예전에 읽은 <#귀신나방>의 경우는 히틀러가 살아있다는 전제로 풀어낸 이야기였는데 재미도 있었고 그러한 가정을 세우고 소설화시킨 것에 놀라기도 했다. 가정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그 가정을 풀어나가는 가지도 탄탄해야 한다. 탄탄함과 놀라운 허구의 상상력. 이것이 바로 장용민 소설의 힘이 아닐까 싶다.


때는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죽고 왕위에 오른 회왕은 항우를 견제하기 위해 함양을 평정하는 이에게 관중의 왕으로 임명하겠다는 명을 내린다. 항우는 곧장 함양으로 진군했으나 이미 유방에게 넘어간 상황. 항우는 회왕의 명을 어기고 함양을 포위하고 오합지졸에 불과한 유방의 군대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유방은 후일을 기약한다. 그리고 함양을 차지한 항우는 잔치에 유방을 부르고 항우의 군사 범증은 유방을 없앨 꾀를 준비했다. 그러나 유방에게는 군사 장량이 있었고 장량은 유방을 뒤로 빼돌린 후 항우에게 선물을 준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서복을 영주산으로 보냈는데 서복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 후 다른 이가 불로초를 찾았다는 것이다. 항우에게 장량이 건네는 상자에는 기괴하게 생긴 꼽추 인형 하나가 들어 있었다.


현재.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거래되어 경매장은 들썩였다. 거래가 끝난 후 경매장은 순식간에 사람들이 빠져나가 한산한데 마지막 경매 물품은 기원전 210년 중국 진나라 시대 인형이었다. 이천 년 전에 만들어진 정교한 목각 인형은 꼽추였고 진나라 시대 천재 화가 창애의 작품이었다. 오만 유로부터 시작한 금액은 일본인과 검은 눈의 동양인의 경쟁으로 이천만 유로까지 금액이 올라갔고 결국 일본인에게 낙찰되었다. 그 후 일본인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인형이 든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아버지의 보살핌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서울대에 입학한 정가온. 그리고 최단 시간 유명한 연백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된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는 연락한 적이 없었고 그는 지금 췌장암 진단을 받은 상태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전화가 있었고 설아를 지켜달라는 문자 하나를 받은 후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다. 아버지는 남사당패 단원이었고 우두머리인 꼭두쇠였다. 장례식장에서 들은 아버지는 가족을 내팽개쳤으나 남사당패들에겐 좋은 사람이었고 아버지의 죽음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만난 배다른 동생 설아는 자폐증상이 있는 기피증 환자였고 투명한 피부에 장미를 문 것처럼 빨간 입술을 가진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정가온과 설아를 쫓는 정체불명의 사람들. 그리고 설아가 준 아버지의 유품. 아버지는 정말 타살인 걸까?




진시황을 생각하면 누구든 영생과 불로초를 떠올릴 것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그는 그 권세를 누리려고 영생을 추구했을 텐데 역사에는 불로초를 찾기 위해 서복을 영주산으로 보냈지만 서복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궁지에 몰린 유방의 군사 장량이 영생과 관련된 창애의 꼽추인형을 항우에게 바친다는 설정은 놀라웠다. 김옥균의 갑신일록, 천재화가 창애, 꼽추인형, 진시황, 고대 명의 담멸, 병마용갱, 귀도시, 일본의 왕족, 중국의 삼합회 등 역사와 상상력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서사들이 주는 박진감과 미스터리가 정말 재미있다.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압도적인 매력을 발산해 선뜻 이야기를 떠나보내기가 싫다. 꼽추인형이 가진 영생의 신비로운 비밀을 캐기 위해 이천 년이 지난 지금 한중일 삼국의 혈전이 벌어지는 <#불로의인형>의 스펙터클한 이야기는 600페이지에 가깝지만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듯 흘러간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도 없다는 생각에 슬퍼졌는데 영생의 비밀을 간직한 인형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안타까웠다. 비밀을 간직한 꼽추 인형과 신비로운 설아, 다시 생각해도 매력적인 설정이다. 한국 추리 미스터리라고 쓰고 장용민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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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 - 반투명한 인간의 힘 빼기 에세이,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영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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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 ㅣ 김영 ㅣ 카멜북스




"어떤 삶의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여전히 무수히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이 흔들리는 삶마저도 사랑할 것이라는 초연함.

이제 조금은 내 삶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스스로를 반출생주의자라고 밝히는 저자는 알고 보니 웹툰작가였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그림인데?'생각했는데 유명한 방울님이었다. 몇 번 웹툰을 본 적이 있었는데 단순한 그림체에 아주 간단 명료한 내용들이 마음이 들었었다. 바로 그 작가의 에세이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는 웹툰처럼 간단명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디테일한 서술이었고 그 디테일함 때문에 끌렸다.



나는 처음에는 <#연연하기싫어서초연하게>를 마치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으로 읽었다. 너무나 디테일하면서도 고민한 듯한 글로 인해 살짝 죄책감과 쫓기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마 저자의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겠다. 또 한 편 어쩜 나와 같은 생각들과 같은 시도들에서 젊은 시절의 나와 많이 닮은 듯한 익숙함에 놀랍기도 했다. 저자는 자신이 너무 싫은 사람, 세상이 원망스러운 사람, 방황하는 사람, 인생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일단 나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읽다 보니 이 에세이는 바로 젊은 시절의 '나'를 얘기하고 있었다.



저자는 흔들렸던 날들은 무력하고 좌절을 경험했으며 자신감이 많이 결여되고 타인의 삶만 기웃거렸다고 했다. 그러나 독립된 생활을 통해 스스로 많은 것을 결정해나가면서 '나다움'을 알게 되었고 곧 초연해지는 자신과 만나게 되었다. 삶이 흔들릴 때는 생각이 많아진다. 자기부정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잘못된 부분만을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좌절들이 이어지지만 이 좌절들 때문에 사람은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나의 흔들림을 생각해 보면 살면서 여러 번 아니 늘 흔들림이 있었지만 몇 년 전 퇴직을 경험하면서 많이 흔들렸다. 그 힘듦에서 나는 다시 여러 시도를 통해 나를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 '나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이제는 힘듦에 있어서 조금은 초연해졌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과정이 성장이고 삶인 듯하다. 저자의 에세이를 통해 지난날을 다시 복기해 보는 시간들이 조금은 씁쓸했지만 그만큼 또 초연해지고 편안해진 나를 발견하는 시간들이었다.



나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사람이 성숙된 사람이라고 늘 생각해왔었는데 책에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작가는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사람이란, 모든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할 거라고 짐작해 보지만 거의 일치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궁극적으로 모든 두려움은 생존을 위한 욕망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잘 적응하는 사람들의 생존력이 굉장히 부러웠다"라는 대목은 내가 평생 살면서 늘 해왔던 생각이라 저자와 내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 싶어 공감이 높아지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 많았던 사람 같다. 나는 어떠한 일로 나 자신이 싫어지거나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속상해하며 생각하다 말았던 경험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좀 더 깊게 생각하고 한 번 더 생각해 승화시키고 있었다. 자기성찰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이렇게 아픈 이유는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자세히 보았고 오래 보았다. 바로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오래 자세히 보았을 터다. 읽는 중간에 나오는 만화는 내용을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감탄도 하게 된다. 그리 두껍지는 않지만 마구 쉽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렇게 읽기도 싫었지만. 한 줄 한 줄 꼭꼭 씹으며 읽었던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는 작가의 말처럼 지금 흔들리고 있는 누군가가 읽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서를 지원해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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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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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열대ㅣ 해원 ㅣ CABINET




"널 이 나라에서 데리고 나가야겠어. 반드시 그렇게 할 거야."




우연히 읽게 된 소설.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가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에 놀라웠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이야기였는데 특히 여주인공이 북한의 최고 용병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35호실 출신인데 미국의 CIA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주인공 권순이는 이름은 순진하고 소박한데 그녀의 활약은 반대의 이미지다.




콜롬비아. 메데인 카르텔 휘하의 마약 밀매 조직 보스의 오른팔의 용병인 순이는 파파야 농장의 일원이다. 하지만 이곳은 철저하게 비밀에 감춰진 마약 농장이다. 여전사였던 그녀는 북한의 명을 받고 수송함을 타고 멕시코로 향하던 중 수송함 창고 속에 어린 소녀들이 갇혀 있고 그녀들은 곧 멕시코에 도착해 팔려갈 운명이란 것을 알게 된다. 수송함이 침몰되면서 그녀는 유일하게 살아 남았고 소녀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그리고 오게 된 이곳 콜롬비아 마약 농장.


메데인 카르텔 휘하의 또 다른 농장들이 누군가에게 폭격을 당하고 그 속에서 구해낸 어린 소녀 리타. 리타는 눈앞에서 처참히 살해된 부모를 보았고 폭력에 시달리다 순이를 만나게 되었지만 말을 잃었다. 그런 리타를 보며 순이는 수송함 침몰로 구해내지 못했던 소녀들에 대한 죄의식을 리타를 통해 벗고자 한다. 권순이는 자신 앞에 계속 나타나는 콜롬비아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인 장덕진에게 수송함 침몰에 대한 전말을 알리는 대신 자신과 리타를 스위스로 보내줄 것을 제안한다.


계속되는 메데인 카르텔 휘하의 마약 농장들의 피해. 누가 마약 농장을 건드리는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 중에 권순이의 이름이 사실은 장산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만나게 된 세계적인 용병 붉은 곰. 외국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용병이자 마운틴 타이거로 불리는 장산범. 과연 둘 중 살아남을 1인은 누구일까? 순이는 리타를 데리고 콜롬비아를 빠져나가 스위스로 건너가 오직 리타와 자신만을 위해 살 수 있을까?




살인, 강간, 폭력, 마약으로 점철된 콜롬비아는 미국의 도움으로 마약 밀매 조직을 소탕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마약조직과 미국, 콜롬비아 정부 경찰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한바탕 전투를 벌이는 큰 스케일 속에서 북한 용병인 권순이, 즉 장산범이 콜롬비아의 고아 소녀 리타를 구해내는 이야기인 <#슬픈열대>는 여전사인 권순이의 걸크러시한 매력이 더해져 이야기가 한층 재미를 뽐내지만 한 편으로 20세기 말 콜롬비아의 마약전쟁이 떠올라 안타깝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참혹했던 콜롬비아가 '이랬겠지~' 하며 슬펐다. 누군가의 몰락이 내게는 돈이 되고 그것으로 나의 권력과 부를 쌓는 사람들이 바로 마약 밀매 조직인데 그들을 잡으려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어야 했던 그때 내전으로 인해 탱크 및 특수부대가 동원되었으니 참 처참한 일이다. 여러 종류의 총 이름이 등장하고 총알이 빗발치며 대전차 로켓 등을 어린이가 탄 차량에 쏘아댄다. 영화로 보기에도 잔인한 장면들이 실제 일어났으니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떠올라 소름이 끼친다. 인간이 인간에게 총을 겨누고 인간의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도 못한 지경이 되는 일상이 참으로 슬프다.


읽는 내내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순이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드라마 아이리스의 김소연 같기도 했고 워낙 스펙터클하고 걸크러시의 느낌인 권순이의 활약 때문에 신이 나기도 했다. 마약 농장을 노리는 미스터리한 인물들을 추적해가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그녀에게 접근하는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인 장덕진과 권순이의 묘한 관계도 로맨스로의 발전이 기대되기도 했다. 감정 없이 오로지 명에 의해서만 행동하는 용병이 가족을 잃고 주변인을 구하지 못해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의식에 시달리는 여주인공이 참 안쓰럽기도 했고 이 이야기들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창작된 것이어서 더욱 흥미를 끌었다. 어느 부분이 실제 사건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의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책을 읽지 못하다가 다시 시작한 독서. 그런데 잘 읽히지 않아서 강렬하고 시선을 붙들어 매줄 이야기가 필요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슬픈열대. 배우 김선호가 열심히 촬영 중이라는 영화와 이름이 같기도 했고 외국 소설 중에도 슬픈 열대가 있기도 해서 호기심이 생겼던 책. 만약 영화로 제작된다면 아이리스급의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다. 아쉬웠던 점은 500 페이지를 넘는 과정 중에 오타가 꽤 있고 단어 순서가 뒤바뀌어 읽다가 자꾸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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