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0
헤르만 헤세 지음, 황승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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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 헤르만 헤세 / 황승환 옮김 / 민음사




"죽음에 맞서는 무기는 필요없소.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요.

하지만 한 가지는 존재하지요. 바로 죽음의 공포 말이요.

우리는 이 공포를 치유할 수 있소. 

이것에 대항하는 무기가 한 가지 있소.

공포를 극복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 클링조어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자신을 이태백이라 생각하는 화가이다. 마흔 두 살이 되던 해에, 전부터 좋아했던 팜팜비오, 카레노, 라구노 근처의 남쪽 지방으로 가서 생애 마지막 여름을 보낸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친구들과 여러 여인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매일을 열정적으로 인생을 낭비하듯 지낸다. 친구와의 토론을 즐기고 편지를 쓰며 때론 강렬하게 거부하고 때론 담담히 받아들인다. 거침없이 자신의 삶을 소비하는 그는 죽음을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아니, 체념한 이처럼 마지막 열정을 다해 그림을 그린다.



또 한 편의 어려운 고전을 만났다. 헤르만 헤세가 이렇게 글을 어렵게 쓰는 작가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통하여 독자는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한 자도 적지를 못하겠다.


클링조어는 화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중국의 시인 이태백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친구인 헤르만은 두보라고 부른다. 헤르만 헤세는 중국의 시인들이 좋았나부다. 그림도 그리지만 시를 읊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사랑을 하는 클링조어는 죽음을 의식하지만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그의 문장들은 모두 죽음의 색채가 짙고 그가 굉장히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죽음을 자신으로부터 떼어놓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우리가 운명을 바꿀 수 있소?

의지의 자유란 것이 존재하기나 하나요?

만일 그렇다면 점성술사 당신이 

내 별을 다른 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겠소?"




책 표지를 보면 우리는 고흐를 떠올린다. 이야기 속에 루이스라는 친구가 등장하는데 그는 고갱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고흐가 마지막에 죽음을 앞두고 자화상을 완성하듯 클링조어도 그림을 그린다. 고흐의 생을 생각한다면 클링조어가 이해가 되는 듯하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이야기로 아주 짧지만 그 속에 클링조어의 죽음을 대하는 그만의 태도가 엿보인다.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포도주를 양껏 마시기도 하는 클링조어. 예술에 대한 집념처럼 삶에 대해서도 강한 집념을 가졌는데 마지막 그의 행보는 결단력이 돋보인다.



헤르만 헤세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클링조어라는 인물에 자신을 투영시켰다고 한다. 이 작품을 쓸 때 헤세의 나이 마흔 두살이었고 술을 좋아했고 그림을 그렸으며 동양사상에 심취했으며 헤세 상황 또한 여러모로 힘들었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1920년에 출간했는데 1916년에 부친이 사망했고 아내와 막내아들의 병으로 신경쇠약이 발병해 심리 치료를 시작했었다. 헤세 자신을 그대로 투영시킨 인물이 죽음에 대해 부정하면서도 집념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누구나 죽음이 두려울 것이고 예상치 못하게 다가올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예술가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클링조어는 자신을 죽음의 드디어 받아들이기로 하고 마지막 작품을 열정적으로 그려낸다. 우리는 만약 죽음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각자의 숙제로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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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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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 유숙자 옮김 / 민음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시마무라는 아버지의 재산 덕분에 무위도식하는 '자연과의 보호색을 추구하는 심리'가 있는 여행자이다. 고마코를 만나러 가는 길, 기차 안에서 '처녀'로 짐작되는 여자가 환자인 듯한 남자를 간호하는 것을 보고 그 여성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다. 고마코를 만난 시마무라, 그녀는 게이샤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시마무라는 고마코와는 산뜻한 관계를 원한다. 시마무라가 가족을 데리고 여행오더라도 껄끄럽지 않도록.

시마무라는 기차 안에서 보았던 환자인 듯한 남자의 약혼녀가 고마코였고, 약혼자의 요양을 위해 고마코가 자신의 젊음을 팔게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남성을 좋아하는 건 요코라는 여성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요코는 기차 안에서 그 남성을 간호하던 여성이었다.

몇 년째 시마무라는 고마코를 만나러 온다. 1년에 한 번 정도. 시마무라와 고마코는 어떤 관계일까?




여자는 어쨌건 초보다.

그는 이 여자에게 요구하기보다 양심의 가책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끝낼 수 있는 여자를 원했다.

그녀는 너무 깨끗했다.



눈의 고장으로 시마무라는 여행을 온다, 고마코를 만나러. 몇 해 동안 지속된 만남. 시마무라는 깨끗한, 그래서 취하지 않는 여성 고마코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나 고마코는 시마무라의 마음을 알 리 없이 그를 기다리고 결국 마음에 담는다. 가정이 있는 시마무라, 그럼에도 게이샤를 만나러 가는 남자. 그리고도 그 게이샤를 만나러 가는 길에 또 다른 여성에게 반한다. 이런 남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시대적 배경을 보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을 1935년에 처음 썼고 13년 동안 계속된 수정을 거쳐 1948년에 완결판을 출간한다. 계속되는 전쟁을 치르는 일본이었을텐데 시대적 배경은 그려지지 않는다. 오로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심리와 자연적 배경만을 다루고 있는데 가와바타는 주인공을 무위도식하는 남자로 가정까지 이루었지만 '허무'적인 감정을 느끼는 이로 설정한다. 시마무라는 그녀들을 통해 '허무'라는 감정과 '헛수고'라는 감정을 느낀다. 게이샤가 가지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받아줄 수 없는 것을 허무라 표현하고 시마무라에게 보내는 고마코의 감정을 '헛수고'라고 표현하고 싶은 것인가? 양심의 가책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끝낼 수 있는 여자를 원한다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고 느껴진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책임을 지고 싶지도 않는 마음. 이런 남자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던가?



<설국>은 계속해서 둘의 심리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간간이 보여주는 고장의 눈과 관련된 행사나 눈덮인 고장의 아름다움을 얘기한다. 하얗다 못해 눈이 시릴만큼 눈으로 덮인 고장에서 마음이 시릴만큼 애틋한 로맨스를 기대했던 나의 바램은 산산이 부서지고 책임감이 결여된 남자를 만났다!

아직 고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문해력을 탓해야 하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의 여러 작품을 보고 심사했겠지만 다른 작품이 궁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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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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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 김인환 옮김 / 민음사



사실 그것은 그 자신도 아직 잘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는 그 사랑을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었다.



결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영상을 떠올리며 작가는 얘기를 들려준다. 15살 소녀시절의 옛이야기를.



15살의 프랑스 소녀, 메콩강을 건너는 배 안에서 그와 처음 만났다. 계속 주시하다 담배를 피겠냐며 접근하는 그는 그녀의 어려보이는 인상은 뒤로 한 채 오로지 뮤즈의 모습으로만 보았다. 첫 눈에 소녀에게 마음을 줘버린 중국남자. 소녀도 그를 처음 보며 마치 운명에 휩쓸리는 자신을 느낀다. 앞으로 자신의 나날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처음 본 순간 알아 버린 두사람. 부동산 재벌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 밑에서 자신의 의견이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자신의 연인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어른답지 못한 남자. 그러나 소녀에 대한 사랑만은 진심인 듯하다.



궁핍한 생활을 하는 어머니와 두 오빠 사이에서 소녀는 따뜻한 보살핌이나 사랑을 받지 못한다. 정신병이 있는 어머니는 병적으로 큰아들에게만 집착하고 편애한다. 동생들에게 군림하는 큰오빠는 마약과 도박을 즐기고 그 밑천을 대느라 땅을 팔아 늘 돈에 허덕인다. 딸에게 공부를 시키면서도 딸이 재력을 가진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는 어머니. 이제 소녀는 그를 만나는데 있어 걸림돌이 없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소녀는 이미 학교와 기숙사에 그와의 만남에 대한 소문이 퍼져 누구도 소녀에게 말을 걸지 않는 상황을 맞이 한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그들의 만남은 지속되나 그녀의 가족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며 그들의 만남은 끝이 난다.



그는 말한다. 그는 외롭다고. 그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처참하리만큼 외롭다고. 그녀가 그에게 말한다. 그녀 역시 외롭다고.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49p)

처음부터 우리는 두 사람이 공유하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62p)

그가 나보다 열두 살이 더 많다는 사실이 그를 두렵게 만든다. 나는 그가 말하는 대로, 그가 잘못 생각하는 대로, 그가 나를 사랑하는 대로, 그에 합당한 동시에 진지한, 일종의 연극적인 감정 속에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62p)



책보다는 영화로 먼저 접한 <연인>은 #제인 마치와 #양가휘가 열연하며 당시에 큰 화제가 되었었다. 15살의 프랑스 소녀와 열두 살 차이나는 중국남자와의 금지된 사랑 때문에. 책으로 만나본 남자주인공의 인상은 무력하며 사랑에 목말라있고 소녀에게 집착하며 절절매는 모습이었고 여주인공은 뭔가 하고 싶지만 하지 않는, 뭔가 있지만 없는 듯 신비한 느낌을 주는 뮤즈의 모습이었다.



마음 둘 곳 없던 소녀는 도망치듯 #탈출구라는 남자를 만났다.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사랑인지 사랑이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을 받았으나 받지 않았던 소녀. 그 남자는 소녀에게 필요했을 그 무엇이었을까?

둘은 사랑이었을까? 그녀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는 배안에서 #쇼팽의 #왈츠를 들으며 터진 울음은 무엇일까? 그녀가 그를 만나며 정작 자신의 진심은 감춰야했으며 둘이 맞이해야할 미래에 앞서 운명을 먼저 생각하고 덤덤히 받아들였지만 그러기엔 너무 어렸던 그러나 사랑을 알아버린 소녀. 그러므로 그녀는 자신의 표현대로 "열여덟 살에 나는 늙어 있었다."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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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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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 송상기 옮김 / 민음사



그녀는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해.

드디어 그녀의 두 눈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그 안에서 너는 거품을 일으키며 파도치다

이내 잠잠해지곤 다시 파도를 일으키는 초록빛 바다를 발견해.

그 눈망울들을 바라보며 넌 꿈이 아니라고 자신을 다독여.



월급 900페소를 받는 역사학자인 펠리페 몬테로는 프랑스 체류경험이 있는 젊은 비서를 뽑는다는 채용광고를 보게 된다. 4000페소와 함께 숙식제공의 좋은 조건에 끌려 펠리페는 그곳으로 찾아간다. 콘수엘로부인은 남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정리하는 작업을 부탁한다. 비망록을 출판하려는 것이다. 펠리페는 너무 어두운 그집이 내키지 않아 자신의 집에서 원고를 정리하고자 했으나 조카를 소개받고 갑작스레 나타난 아우라를 보자 펠리페는 그녀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초록빛 눈동자의 아우라!



콘수엘로 부인의 집에서 지내며 펠리페는 콘수엘로가 아우라에게 비밀스러운 힘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는다. 어린 소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둡고 그늘진 집에서 갇혀 다 죽어가는 노파를 돌보며 사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는 누군가 올가미로부터 구출해주길 바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악몽을 꾸다 깨어난 펠리페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속삭이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낀다. 그것은 아우라였다!



"당신은 제 남편이예요."



펠리페는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에서 부인 콘수엘로에 대해 적어 놓은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요렌테 장군이 부인을 안 것은 부인의 나이 열다섯 살이었고 녹색 눈을 가진 어린 인형이라 표현하며 고양이를 싫어한다고 적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계산해보니 콘수엘로 부인은 백아홉 살이었다! 비망록을 읽으며 펠리페는 왜 아우라가 콘수엘로부인의 집에 있는지 알게 된다, 불쌍한 미치광이 노파에게 젊음과 아름다운에 대한 허상을 지속시켜주기 위해 초상처럼 거울 속에 갇힌 것이라는 것을.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부엌에서 본 아우라는 새끼 양의 목을 자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펠리페는 구역질을 하고 만다. 아우라와 눈이 마주쳤으나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멍하니 바라보던 아우라. 그리고 펠리페는 노파에게 가서 따지려 한다. 그런데 노파는 허공에 팔을 뻗고 두 손을 움직이며 한 손은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뭔가를 잡고 있는 것 같고 다른 손은 주먹을 쥐고 계속 같은 곳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뭔가를 자르는 듯했다. 부인은 이번엔 뭔가를 벗기고 있다. 마치 짐승의 가죽 같은 것을.....



아우라라는 이름과 1876년이라는 연도가 흰 잉크로 적인 이 은판사진의 접힌 뒷면에는

우리의 결혼 10주년을 기념하며 찍음. 이라고 "콘수엘로 요렌테"라는 서명과 같은 필체로 적혀 있어.

이번엔 아우라가 노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는데,

외출복 차림으로 어느 정원 벤치에 둘이 앉아 있어. 이 사진은 조금 지워졌는데.

아우라가 첫 번째 사진만큼 젊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녀가 맞아.

그런데 그 노인은 말이지.... 바로 너야.




읽어가면서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증이 더 증폭이 되었는데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결말이랄까?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명사인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환상주의 작품인 <아우라>. 주인공인 펠리페를 '너'라 지칭하는 화자는 누구인지 정확치 않다. 주인공일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2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을 이끌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뭔가 음산하고 어둡고 그늘진 집으로부터 시작해서 정체를 알 수없는 콘수엘로 부인과 그녀의 조카 아우라를 만나기에 이른다.



콘수엘로 부인의 남편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보며 아우라가 콘수엘로와 동일 인물이고 주인공 펠리페는 요렌테 장군임을 알게 된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동시대의 사람이 아닌 그들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콘수엘로의 염원이다. 아우라를 통하여 펠리페의 영원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비밀(?)을 알지 못하는 펠리페와 독자는 펠리페의 심리를 따라가다가 다른 인물들이 같은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움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과거와 현재라는 개념이 없는 <아우라>는 몽환적이면서 요렌테 장군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오싹함까지 더해진다. 처음 펠리페가 콘수엘로 부인의 집을 찾아갈 때 69번지였다가 현재는 815번지가 된 것부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함을 뜻한다. 아우라가 콘수엘로였다는 것을 안 펠리페는 절망한다. 그러나 펠리페 역시 콘수엘로가 만든 욕망에 투영된 요렌테 장군의 환영이므로 모든 것은 콘수엘로의 죽음을 넘은 사랑에 대한 염원이 만든 허상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욕망이 어린 허상이 만들어 낸 이야기, 콘수엘로의 사랑이었을까? 집착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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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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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하인리히 뵐 / 김연수 옮김 / 민음사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여섯 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돈을 벌기 위해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했던 카타리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모의 도움으로 여기저기 가정부나 판매원으로 일을 했다. 오빠를 통해 알게 된 남자와 결혼했으나 남편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도시로 떠나 이혼한다. 일을 하면서도 국가공인시험을 치고 열심히 살아간다. 신뢰를 쌓은 카타리나는 좋은 분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면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도 산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이런 카타리나가 살인을 저지르고 자수를 한다. 무슨 일로?



돈을 벌어 아픈 어머니와 교도소에 수감중인 오빠에게도 보내고 대출금을 차곡차곡 갚아 나가는 카타리나. 범죄와는 거리가 먼 착실한 여자인데 살인을 저지르고 자수를 하러 경찰소에 직접 찾아갔다. 매년 11월 11일 11시 11초에 시작하는 카니발 기간 중에 대모의 집에서 열리는 댄스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춤을 추고 자신의 아파트로 갔다.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카타리나. 그러나 그 남자는 나라가 찾고 있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이며 은행가도죄를 저지르고 도망다니던 중이었다. 경찰의 미행을 당하던 중이었는데 그남자는 카타리나의 아파트에서 깜쪽같이 사라졌다! 어떻게?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황색언론의 희생량이 된 어떤 여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황색언론이란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범죄나 성적 추문 등의 사건을 과도하게 부풀려 취재, 보도하는 저널리즘을 말한다. 수배중인 루트비히가 카타리나와 함께 댄스파티를 즐기고 카타리나의 아파트까지 갔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뒤 카타리나는 경찰과 기자들의 감시 속에 지내게 되고 이를 알고 있던 기자는 카타리나 주변의 인물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한다. 카타리나가 아파트에서 연행될 때 찍은 사진을 대서특필하며 자극적인 남의 일에 떠들기 좋아라하는 독자들의 수요에 공급처가 된다. 기자는 암을 앓고 있던 카타리나의 어머니를 찾아가 현재의 상황을 얘기해서 놀라게 해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카타리나의 주변지인들까지 신상털기를 시작한다. 카타리나의 전남편을 찾아가고 카타리나에게 불만이 있던 전남편에게서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자는 걸러줄 생각이 없다. 댄스파티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카타리나와 루트비히는 첫 만남에도 오랜 연인같은 인상을 주었나보다. 주변에서 기자에게 인터뷰하기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 그건 우연한 만남이 아니고 분명히 재회였다고 했다. 그녀가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의 집에서 일을 도와주자 그녀의 깔끔하고 성실한 태도에 반한 '신사'들이 그녀에게 치근대고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우는 등의 일이 생기자 카타리나는 돈이 조금 생기자 차부터 산다. 경찰은 그녀의 재산상태와 평소의 자동차의 주행거리까지 계산하며 연인 루트비히를 감춰 주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시작해서 대대적인 신상털기를 하는데 읽는 내내 거북스러웠다. 모든 것이 각색되고 오해로 점철된 기사들 속에서 카타리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1975년도에 발표된 작품이니 '인권'과는 거리가 멀었을 당시에 담대하고 꼿꼿한 카타리나는 그러나 어느 순간 감당하지 못할 슬픔에 울어 버린다.어머니의 죽음이 그녀를 냉정과 이성을 주체하지 못하게 만든 듯하다. 점차 카타리나와 주변인들을 죄어오는 상황에서 오해로 점철된 시선과 오보에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제 폭력과 오해로 만들어 낸 이 황당한 결과를 카타리나는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그녀의 잃어버린 명예는 어떻게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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