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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켈리 함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스몰빅아트 / 2021년 8월
평점 :
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ㅣ 켈리 함스 ㅣ 허선영 옮김
스몰빅아트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이제야 지금 가진 것을 사랑하면서 내 아이들과 삶과 친구들을 사랑하면서
여전히 더 많이 원해도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밖에 나가서 더 많은 것을 얻어도 괜찮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랑과 우정성취감을 얻으면서도
여전히 멋진 엄마일 수 있음을 이해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100% 엄마이면서도
여전히 100% 나 자신일 수도 있다.
내 아이들을 잘 보살피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보는 것도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p. 394 그가 자는 모습을 보면서 이 남자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깜짝 놀란다. 3년 전에,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인생에서 아장 힘든 순간마다 글자 그대로 잠에 빠져 그 어려움을 나 혼자 헤쳐나가도록 내버려둔 배우자와의 종신형에서 나는 벗어난 셈이다. 내게 일어난 가장 최악의 일이 또한 내 삶에서 가장 행운의 순간이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사라진다면? 이혼도 아니고 사별도 아니고 덜렁 아이들과 남겨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는 남편이 갑자기 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난 후 혼자서 육아와 경제를 모두 담당하며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이 다시 남편과 만나면서 달라지는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인생이란 한 번 던져진 주사위 같은 것, 다시 던질 수도 없고 무를 수도 없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주인공은 자신의 힘든 상황을 한탄하기보다는 열심히 살아왔고 항상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 고민했다. 그 고민이 같은 여자로서, 주부로서, 엄마로서 높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많았다.
주부로만 살다가 3년 전 남편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일을 해야 했고 양육수당 없이 아이들을 키워야 했던 에이미는 강하게 버텨왔다. 그리고 지금의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남편 존은 이제 와서 아이들과 방학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요구해온다. 남편은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에이미는 용서해 줄 마음이 없다. 고민 끝에 에이미는 일 때문에 뉴욕으로 떠나고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지내게 된다. 에이미는 뉴욕에서 대니얼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만큼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가 주어진다. 한편 남편 존의 카드를 옛 애인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 에이미는 남편이 만약 다시 돌아온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가 존을 받아주지 않기로 결심하고 아이들이 자신을 더 이상 찾지 않음에 불안함을 느껴 대니얼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 실로 오랜만의 경험이고 대니얼은 정말 멋진 남자였지만 에이미는 아이들을 선택한다. 그리고 존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상의하는데 그때 갑작스럽게 전화가 걸려온다.
책을 읽으며 내게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해 봤는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생각하기도 싫은 주제인데다가 무거운 주제였기 때문인데 생각보다 책은 무겁지 않았다. 물론 주인공의 고민이 묻어나고 애써왔던 지난 과거를 떠올리면 주인공에게 연민도 느껴지고 안타까웠지만 그것보다는 새로 펼쳐지는 주인공의 인생에 응원을 보내고 있었고 유머를 장착해 유쾌하게 읽었다. 주인공은 엄마로서의 삶과 여자로서의 삶 사이에서 고민한다. 자신의 삶보다는 아이들을 위해서, 아니 아이들이 크면 곧 독립할 테고 그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닫고 엄마로서의 삶을 선택하려 한다. 그런데 이 선택이 아이들을 위해서 희생한다기보다는 자신이 아이들을 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또한 남편이 떠났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신파로 흐르지 않아서 이야기가 좀 더 세련되게 다가왔다. 자칫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일 수 있는 주제인데 주인공 에이미는 엄마로서의 삶과 온전한 자신으로서의 삶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좋아 보였다.
<#남편이떠나면남편에게고맙다고말하세요>에는 에이미가 가족들과의 추억, 임신의 추억 등등 여러 가지 디테일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주부는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여자일 수가 없음을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모성애 때문일까? 엄마가 되는 순간 여자는 마치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듯 사랑과 남편은 약간 뒷전이 되는데 이런 디테일들이 책에 살아있다. 한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가정을 통해 여자가 느끼는 부분, 남편과의 갈등 등 결혼생활에 대한 애환을 주인공 에이미와 함께 나눌 수 있다. '주인공이 가족을 위해 살아왔던 시간'을 '가족과 나를 위한 시간'을 살아갈 것을 예고하며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남편이 떠나면 슬픔에 잠겨있지말고 오히려 새 인생을 살 수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도전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준다. 언제든 삶에 대한 강한 애착만이 내일을 희망할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생각과 함께 책을 덮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