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똑같은 자격을 갖는다고 배웠다.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어린이가 ‘피어 보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글을쓴 분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들린 비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삶은 그런 게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은 새싹이 나고 봉우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시드는 식으로진행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그런 단계를 가졌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내 말은다섯 살 어린이도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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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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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에 <나를 보내지 마!>를 읽고 무척 충격적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10년도 더 전이라 충격만 받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후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클라라와 태양>은 그 이후 출간되었다. 출간된 이후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서관에서 데려 온 책은 겉표지가 홀라당 벗겨져서...ㅠㅠ 작가 소개도 반 밖에 안 붙어있다. 띠지까지 보관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잔뜩 아쉬움~.

소설도 정독하는 사람이라 450여 페이지를 읽는 데 2주 넘게 걸리는데, <클라라와 태양>은 3일만에 읽어버렸다. 도중에 너무 슬퍼서(뒷 내용이 상상되어~), 혹은 감정이 감당이 안 돼서 중간중간 놓기도 했지만 결국 너무 궁금해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클라라와 태양>은 미래의 어느 지점에 살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에이에프라고 불리는 이 인공지능 로봇은 아이들의 외로움과 성장을 위한 도움을 받기 위해 팔리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중 신형은 아니지만 무척 관찰력이 뛰어나고 호기심이 많아 아주 세세한 것까지 알아차리고 배워나가는 클라라가 있다. 클라라는 에이에프 매장에서 창 밖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임무인 자신의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클라라는 조시를 만나게 된다.

읽는 내내 작가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 특히 클라라에 대한 묘사가 아주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 어느 하나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 클라라의 생각을 따라 읽다 보면 클라라가 어떤 아이인지 모든 것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책이 중반을 넘어가며 흐릿했던 세계관이 비로소 정립되는데 그에 따라 생각거리도 생겨난다. 우리 곁에 인공지능이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떻게 다루는 것이 옳은지, 이들에게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지, 그 외에도 윤리적인 문제들(스포가 될까 자세히 적을 수가 없다)까지... 하지만 결국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가장 마지막에 남겨둔 것이 아닐까 싶다.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320 p

클라라라는 인물이 너무나 정교해서 분명 사람과 같지 않은 간극이 있음에도 사람보다 더 정이 가다 보니 마지막에 이르면 정말 너무 슬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그들의 어떤 선택에도 그들을 믿고 따르려 했던 클라라는 가족인가, 아닌가. 어떻게 클라라에게 "마음"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아주 진하게 여운이 남는 책이다.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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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걸 묻고싶어. 너는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네, 그럼요."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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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사계절 만화가 열전 21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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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성 사이로 고고히 흐르는 지적 인문주의의 대향연"

크으~ 얼마나 멋진 말인가! ㅋㅋㅋ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1편을 킬킬거리며 읽고 2편은 안 나오나~ 하고 있을 때,

2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16800원이라니~!

1편도 중고로 구입했는데 나 이거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잊어버림..^^;;;

나의 독서 찾아 삼만리 중에 "플라이북"이라는 도서 대여 앱을 발견!

결국 자다 깨서 새벽에(적어도 나는 이 시간에 이성적 생각을 배제하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시간)

무제한 대여를 구독해 버림..ㅋㅋㅋ


하여간 그렇게 첫 대여로 2편이 내게로 왔다.

기존의 독서 클럽에 빠진 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엄청 내향형인 도서관 사서의 등장이 무척 흥미로웠고

저~ 앞의 설명처럼

책을 잘 알고 읽었어야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아서

1편처럼 킬킬거리며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새로운 등장인물 다크 섹시에게서 내적 친밀감이~ㅋㅋㅋ

언제 읽어도 즐거운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3편은 안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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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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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오스 1세 콤니노스는 1081년부터 1118년까지 동로마 제국을 다스렸던 황제이다. 동로마 제국의 군사적, 재정적 부흥을 이끌었고 그의 치세 동안 제국의 영토가 넓어졌으며 안정을 찾았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그가 다스리는 동안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었는데 그 혼란을 잘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콤니노스 왕조를 탄탄하게 하는 데 기여한 황제로 인정받는다. 여기까지가 세계사를 공부할 때 나오는 대략의 설명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세계사는 큰 흐름을 쫓아갈 뿐 각 인물 한 명, 한 명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고난을 거쳐 업적을 이루었는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름을 남겼는지 자세히는 알 수가 없다. 그저 몇 줄로만 요약된 것을 읽고 그런가보다, 지나칠 뿐이다. 만약 그가 스스로 쓴 일기가 있다면, 아니면 그 주변 인물이 쓴 일기나 더 나아가 그들 사이에 오간 문서가 남아있다면 혹은 그들의 생애를 오랜동안 지켜 본 누군가의 책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금의 상상을 더해 짜 맞추어가던 역사가 다각적인 면에서 풍부하게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알렉시아드>는 바로 알렉시오스 1세의 딸 안나 콤니니가 쓴 역사서이다. 서구 최초의 여성 역사가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그런 역사가가 자신의 남편이 쓰다 만 역사서에 더해 오랜 세월 지켜봐 온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책을 썼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쓰려는 인물의 딸이라는 점에서 안나 콤니니는 모든 객관성을 띨 수는 없었을 것이다. 15권이라는 긴 서술 속에 그녀가 계속해서 객과성을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시아드>는 알렉시오스 1세의 청년 시절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황제의 위치에 오르고 재위 기간 동안 어떤 일들을 했으며 심지어 사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까지를 적어 그 어떤 동로마 제국사보다 뛰어난 책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역사서는 마치 전쟁 소설을 읽는 듯 하다. 고등 교육을 받은 안나 콤니니는 그리스어를 매우 열심히 공부하여 문학에도 정통했고 수사학이나 기하학, 음악, 천문학, 산술학까지 굳건히 한 여성으로 <알렉시아드>가 문학적으로도 인정받는 책이 되도록 하였다.

책 속에는 각각의 전쟁 속 양측의 계획, 전술을 무척이나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고 각 인물들이 나눈 대화까지도 그대로 묘사하고 있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동로마를 공부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한 인물의 일대기를 읽고자 하는 이들도, 더불어 서로마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동로마 속 격변의 시대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알렉시아드>는 중요한 책이 될 것 같다. 이번에 첫 번역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것이 너무나 기쁜 이유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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