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 책 속에서 아주 긴 문장하나를 기억했는데, 그것은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은 직각의 맞은편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따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혼자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자나중에는 엘 이딜리오 주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말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기이한 욕설이나 주문처럼 들렸던 것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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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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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체의 여자아이가 강렬한 태양 아래 마치 째려보는 듯 포즈를 잡고 있다. 사노 요코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봤을지도. 사노 요코란 이름은 첫째가 어렸을 시절 <백만 번 산 고양이>를 통해서다. 한번 읽고 나선 이 강렬한 감정을 어째야 할지 몰라했던 후 사노 요코의 팬이 되었다. 그림책도 좋은데, 이 당당하고 멋진 할머니가 쓰신 에세이는 더 좋다. "뭐, 어쩌라고!"하는 듯한 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은 사노 요코의 글은 읽다가 키킥대게 하기도 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하기도 한다.

<두 개의 여름>은 사노 요코만의 책은 아니다. 에세이도, 그림책도 아니다. 사노 요코가 중년의 시절, 강렬한 사랑 후 함께 부부의 연을 맺었던 "다니카와 슌타로"와 함께 한 연작소설이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 다니카와 슌타로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인가 보다.

제 1장인 "못"은 이들이 결혼하기 이전에 작가와 화가로 만나 만들어진 작품으로 사노 요코의 작품은 흰색 페이지로, 다니카와 슌타로의 작품은 회색 페이지로 되어 있다. 또한 흰색 페이지는 오래 전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회색 페이지는 그 앞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자아이가 자라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다. 시간 간극이 있지만 오래된 추억과 현재 사이를 오가며 간질간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 2장은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다. 뭔가 연결되듯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 속에 "죽음"이라는 화두가 등장한다. 제 3장으로 가면 대놓고 소제목이 "도시코의 묘"다. 작가 둘의 이야기를 몰랐다면 이게 뭔가~ 싶었을 텐데, 이 이야기들을 끝으로 얼마 못 가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결혼 생활이 이야기에 어느 정도 녹아들 수밖에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겐 너무 우울한 이야기로 끝을 맺으니 씁쓸한 끝맛을 지울 수가 없다. 영원한 해피엔딩은 없다지만, 내 현실이 마냥~ 해피하지는 않기에 당분간은 기분 좋아지는 작품을 좀 읽어야겠다.

#두개의여름 #사노요코 #다니자키슌타로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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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생활 2 : 우리들의 놀이 짱뚱이의 시골생활 2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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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생활> 은 기존 짱뚱이 시리즈가 200만부 돌파 기념으로 새로운 표지와 판형으로 나온 리커버 에디션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시리즈와 다른 것은 거의 없지만 같은 제목 아래 확실하게 권수가 나뉘어 한 세트라는 느낌이 확실히 더 드네요.


각 권마다 특징이 있는데 1권은 짱뚱이의 7살 시절로 시골에서의 생활을 계절별로 나타내 우리 옛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면 2권인 "우리들의 놀이"는 이제 학교에 입학하게 된 짱뚱이의 이야기를 통해 1970년대의 학교 생활과 아이들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한 동네에서 아무 상관없이 2,3살까지는 맞먹고 놀았던 친구들이 개학을 하는 새학기가 되면 모두 뿔뿔이 흩어져 마냥 부럽기만 했던 짱뚱이는 2권에서 드디어 학교에 입학합니다. 같은 반이라는 소속감에 친구에게 뻐기기도 하고 4월에 거쳐가야 할 변 검사도 하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봄 소풍 등 설레는 날들이 가득하죠. 하지만 다래끼가 나고 독감에 걸리는 등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짱뚱이는 자신의 자리에서 아주 즐겁게 잘 지냅니다.





2권의 제목이 "우리들의 놀이"인 만큼 중간 중간 옛 놀이가 담겨 있습니다. 제가 자랄 때까지만 해도 모두 학교에서 하던 놀이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아는 것도 있겠지만 잘 모르는 것들도 많아 하더라고요. 기기나 기구, 돈 없어도 그저 밖에서 신나게 몸으로 뛰어놀던 시절의 놀이방법은 지금 해도 정말 재미날 것 같아요.


<짱뚱이의 시골생활>을 읽고 있으면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아무 걱정 없이 오늘은 뭘 하고 놀까~ 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죠. 학업 스트레스나 다른 고민 없이 그저 밖에서 열심히 뛰어놀던 시절을 보면 요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꼭 무엇이 있어야 하고 꼭 갖추어져야만 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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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생활 1 : 나의 고향 짱뚱이의 시골생활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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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 시리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셨나요? 저희 집엔 구 버전의 짱뚱이 책이 3권 있어요. 두 권은 만화책이고 한 권은 줄글 책인데요. 처음 만화책 한 권을 접하고 너무 재미있고 유익해서 두 권을 더 구입했었죠. 그 짱뚱이 책이 이번에 200만부 돌파 기념으로 리커버 에디션으로 돌아왔어요. 파스텔 계열 바탕에 귀여운 짱뚱이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박힌 표지가 아주~ 눈에 띄죠. 처음엔 제목이 달라서 다른 책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옷을 입고 새단장하여 나온 책이어서 안쪽 내용은 다르지 않지만 한손에 폭~ 잡히는 사이즈에 예쁜 표지가 전권을 소유하고 싶게 만드네요.^^


새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은 "나의 고향"이에요. 초등학교 교사인 아빠를 따라 갔던 "고향". 1970년대 초 짱뚱이가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아빠가 퇴근하시길 기다리다가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묘사하죠. 아빠 무등 타고 가다 미역도 감고 가재도 잡고 오디도 따 먹고.... 장마가 되면 가족과 물고기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추석 땐 밤 따기, 곶감 만들기 겨울이 되면 연 날리고 새해를 맞아 떡 해먹고... 사계절의 다양한 풍습과 입학 전 짱뚱이의 신나게 놀면서 지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초등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저도 도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서 살았어요. 짱뚱이처럼 앞산과 시냇물을 뛰어다니며 정말 신나게 놀았죠. 아카시아 꽃 꿀도 빨아먹고 산 입구에서부터 나뭇가지로 수풀을 헤치며 반달곰을 잡겠다고 모험을 떠나고 공터에서 크게크게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과 뛰어놀기도 하고요. 그 기억은 지금까지 제가 살아가는 데 아주 큰 추억이고 자양분이 되었어요. 요즘 아이들이 그저 핸드폰이나 게임기만 붙잡고 노는 것을 보면 정말 걱정이 될 정도예요.





짱뚱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체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뭐든지 돈으로 사서 어떤 기기들을 가지고 가만히 앉아 노는 것이 아닌, 햇빛을 받으며 자연 속에서 신나게 소리 지르며 뛰어놀 수 있는 자유가 어느새 부러워지지 않을까요? 시골에서의 생활이 벌레 많고 할 것 없는 따분한 곳이 아니라 정말 즐겁고 자연을 흠뻑 들이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닫길 바랍니다.

2권에선 짱뚱이의 "놀이"가 담겨있어요. 어서 읽어봐야겠네요!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짱뚱이의시골생활 #나의고향 #파랑새 #1970년대 #어린시절 #초등도서 #전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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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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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은 믿고 읽는다. 잔잔하면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 감동을 주는 일본 소설과 결을 달리 하는데 문화에서 오는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일어날 법한 이야기지만 흔치 않은 이야기 속에 기승전결 확실한 이야기 구조를 가져 읽는 내내 긴장하게 만드는 동시에 계속 궁금하게 하면서 커다란 감동을 준다. 읽는 동안도 즐겁지만 언젠가 또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다.

이번에 만난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도서관에 갔다가 평소의 프레드릭 베크만 소설과 달리 아주 가벼운 페이지여서 집어왔다. 제목부터 무언가 가슴 아플 것 같았는데 직접 펼쳐 읽으면서 작가에게 또다시 놀라게 됐다. 지금까지 읽었던 프레드릭 베크만의 구성 방식이나 내용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이 제일 좋을 때지. 노인은 손자를 보며 생각한다."...10p

소설의 첫 문장이다. 벤치에 앉아있는 손자 노아는 아직 발이 대롱거릴 정도로 아직 어리다. 이 벤치가 있는 곳은 어느 광장. 이곳에서 둘은 보이는 여러가지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가르쳐 준 것,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 둘이 함께 이룬 것, 즐긴 것, 나눈 것...등에 대하여.

하지만 곧 독자들은 이 두 사람의 대화가 어딘가 이상함을 눈치챌 테고, 이 광장이 여느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쇠퇴하는 기억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 이 책은 기억과 놓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와 그의 손자, 한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는 연서이자 느린 작별 인사다."...7p 라고 작가는 말한다. 온전한 자신에서부터 점점 잃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내겐 낯선 주제는 아니다. 치매를 20년 넘게 앓으신 할머니를 보면서, 뇌종양으로 점점 엄마가 아니게 된 엄마를 보면서 내가 아닌 나는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책 속 할아버지는 그저 자신이 놓친 것, 더 줄 것, 더 남길 것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더불어 먼저 보낸 아내와의 시간으로 조금씩 자신을 놓는다.

울컥! 하여 꿀꺽! 하고 눈물을 참는다.

원제가 <AND EVERY MORNING THE WAY HOME GETS LONGER AND LONGER>이다. 할아버지가 노아에게 자신을 설명한 문장. 노아가 아빠에게 할아버지를 설명한 문장.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점점 길어지겠죠."...150P

짧지만 역시나 임팩트있는 소설이었다.

#하루하루가이별의날 #프레드릭베크만 #다산책방 #치매 #기억과놓음 #추천소설 #감동 #이별 #사랑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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