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빙글빙글 작은 달팽이야 어디 가니? 똑똑 모두누리 그림책
앨리슨 머리 그림, 고영이 옮김 / 사파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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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6개월까지가 뇌의 폭발 시기라고 하지요.

 이제 막 만 36개월을 지난 아이는 그래서인지 하루하루가 정말 다릅니다.

"이 아이가 언제 이걸 알고 있었지? "

하거나

"우와,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아이에게 엄마로서 적절한 자극을 주었나~ 하는

고민과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일상에 떠밀려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지 않나 하고요.

 

최근엔 도깨비나 요정, 천사 같은 상상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책을 통해 알게 된 존재이지만

책을 읽을 때 외에도 가끔 생각하나 봐요.

잘 때에도 누워서 스스로 옛날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말이지요.

 

<요리조리 빙글빙글 작은 달팽이야 어디 가니?> 책을 보여주니

"와아~~~~!!! 요정이다아아~~~!!"

환호성을 올립니다.^^

 

표지부터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네요.

푸른색 바탕에 알록달록 어여쁜 파스텔 색감의 요정과 꽃이 그려져 있어요.

제목과 달, 아래 달팽이 흔적은 반짝반짝거려요.

만져보면 오톨도톨하죠.

이 책은 아이가 손가락으로 이 달팽이 흔적을 따라가면 읽는 책이랍니다.

 

 

속표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달팽이 한 마리가 편지 한 통을 들고 어딘가를 가네요~

달팽이가 지나간 길이 반짝반짝거리는 게 보이시죠?

바로 이 길을 따라가는 것이랍니다.

 

달팽이는 이 편지를 어디로 가져가는 걸까요?

 

 

무더운 여름,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요정들이 깨어나죠.

요정 펠리도 이제 막 깨어나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편지 한 통이 있네요?

아하! 이 편지의 주인이 바로 펠리였군요.

편지에는 작은 달팽이가 남긴 은빛 자국을 따라오라고 되어있어요.

 

자! 이제 모험 시작입니다~!^^

아이는 이 편지에서부터 은빛 자국을 손가락으로 따라가요.

때론 지글지글, 때론 부드럽게, 때론 요리조리, 때론 빙글빙글...

 

사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엄마인 저는 욕심을 너무 많이 냈답니다.

이제 네 살이나 되었으니 당연히 이 정도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요리조리 움직이는 이 자국을 자꾸 건너뛰고 지름길로 가는 거에요~

그래서 그러면 안된다고 꼼꼼히 따라가야 한다고 했더니,

" 나 안 해!" 해버리더라고요.ㅠㅠ

 

엄마는 다시 배웁니다.

아이를 기다려주고, 아이의 능력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며칠을 그냥 내버려뒀다가 다시 읽게 된 후

이번에는 아이가 하는대로 그냥 두었어요.

손가락을 들지 않아도,

살짝 흥미를 느껴서 다시 손가락을 들고 엉망으로 따라가도 말이지요.

 

 

 

요정 펠리가 달팽이의 은빛 자국을 따라가는 여정에는

다른 곤충들이 함께 합니다.

가는 길에 만난 나방과 무당벌레, 벌 등이지요.

때론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전혀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즐겁고 궁금한 것들 투성이지요.

여러 곤충 친구들과 도착한 정원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큰아이를 키우면서 아쉬운 것들이 참 많았어요.

워낙 움직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저이기에

조금만 게을러져도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뒤늦게 둘째를 키우게 되면서 첫째 때 아쉬웠던 것들을 만회하리라~ 다짐했었죠.

그 다짐, 지금은 어디로 갔나 모르겠어요.ㅎㅎ

자주 놀이터도 나가서 대근육도 키워주고,

집에서도 소근육을 발달시킬 다양한 놀이를 시켜주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고요.

 

<요리조리 빙글빙글 작은 달팽이야 어디 가니?>는 책을 읽으며

친구들의 소중함, 모험할 때의 두근거림, 다양한 색감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손가락으로 이 은빛 자국을 어렵게 따라가며 소근육을 키울 수 있죠.

이리저리 꼬여있는 이 은빛자국이 어른들에겐 쉬울지 몰라도

아이들에겐 다소 어려운 미션이더라고요.^^

엄마가 욕심만 좀 덜 내면 아주 즐거운 책읽기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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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문의 기적 일공일삼 67
강정연 지음, 김정은 그림 / 비룡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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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좀 화가 났다.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분홍 문 안쪽에 사는 사람들은 그 색깔 만큼이나 하늘하늘, 사랑스럽고 친절하고 자상하고 아름답단다. 이 모든 것을 만든 것은 이 집의 중심인 엄마이다. 아빠와 아들은 이런 엄마에게 기대어 손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김지나 씨는 완벽한 아내이자 완벽한 엄마였다."...30p

 

집도 잘 꾸미고 남편과 아들이 어린아이처럼 굴어도 다 받아주고 모든 것을 찾아주고 의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부엌에서 가족이 먹을 음식을 위해 분주할 때에도 남편은 TV 앞 소파에 누워서, 아들은 자기 방 컴퓨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런 엄마가 완벽한 아내이고 엄마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완전히 꽝인 엄마이다. 때론 아이보다 더 늦게 일어나 아빠와 아이 둘이 아침을 먹고 등교, 출근하고 우리집 그 누구보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집을 꾸미기는 커녕 정리만 해도 다행인데다 뭐 좀 찾아달라 하면 왜 제자리에 안두냐고 잔소리부터 하기 일쑤이니.

 

내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것이 아니다. 각 집안의 상황에 따라 누구든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데, 아직도 사회는 가정을 예쁘게 가꾸는 엄마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건가 싶었다.  그래도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그런 완벽한 엄마 김지나 씨가 그 일요일 아침,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책이 조금 이해되었다. 작가는 엄마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이 가정에 결핍의 요소를 더함으로 남은 가족 구성원들의 삶을 그리고 싶었나 보다...하고 말이다. 실제로 김지나 씨가 죽고 난 후의 박진정 씨와 박향기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너무나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때문이기도 하고, 그동안 아내와 엄마에게 너무나 의존한 채 스스로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분홍문 집에 기적이 일어난다. 단 72시간, 김지나 씨가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 뒤에 돌아가야 하고 그렇기에 이들 가족에겐 이 72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저세상에서 생각해 보니 내가 두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더라고. "...93p

 

가족은 유기체다.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 누구 한 사람의 수고로 유지되지도 않는다. 서로의 위치에서 힘든 만큼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서로가 이 가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론 너무 가까워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겠지만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기에 힘들었던 이들이 단 72시간이지만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고 앞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다짐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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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 사각사각 그림책 1
크리스 호튼 지음,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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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입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이 어느새 물러가고 어느새 주변은 초록색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지지배배 새소리도 들려옵니다.

 

이제 네 살이 되어 자기 표현을 어느 정도 다 할 수 있게 된 둘째는 조잘조잘 신이 납니다.

주변에 항상 있는 것 같던 비둘기도 봄이 오니 더 자주 보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새야~. 어디 갔다 왔니?"

그러다가도 주변 오빠들 행동을 배워 금방 비둘기를 위협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안된다고, 놀라게 하지 말고 우리 함께 자연을 즐기는 거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에서는 나무를 꺾는 것도, 동물들을 위협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서요.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는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파란색 바탕에 짙은 파랑과 검정색이 주를 이루고 있어 어떻게 보면 어두워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대비가 아주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네 아이가 잠자리채를 들고 숲 속을 걷고 있어요.

그러다 나뭇가지 위 아주 예쁜 새 한 마리를 발견하죠.

 

 

가장 작은 아이는 새에게 인사를 하는데,

나머지 세 아이는 새를 잡으려나 봅니다.

살금살금, 천천히, 쉬잇!

 

 

하지만 새는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날아가 버리죠.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아요.

그때마다 작은 아이는 계속해서 인사를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새를 잡으려고 하지요.

 

 

 

그러다 작은 아이가 새에게 손을 내밉니다.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지요.

앞의 하나, 둘, 셋은 잡기 위한 구호였다면

작은 아이의 하나, 둘, 셋은 더 많은 새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한 행동이에요.

 

그랬더니...

 

 

그렇게 잡으려고 해도 안 되던 새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들었네요.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는 굉장히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3~4세 아이들이 보드북에서 벗어난 첫 번째 종이 그림책으로 아주 적절한 책이죠.

선명한 색감, 반복 구조의 문장들, 풍부한 의성어, 의태어까지요.

 

별 것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유아들을 위한 포인트도 있어요.

새를 잡으려다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라거나

새들 사이에서 흑심을 가지다가 쫓기는 장면 등이 그렇죠.

 

잡으려고 했을 때에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새들이

먹이를 공유하려 했을 때에 몰려드는 모습에

아이들은 동물은 지배가 아닌, 함께 하는 거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림책에는 책 외에 3가지 활동지가 들어 있어요.

색칠하기, 생각하여 그리기, 만들기이죠.

우리 둘째와는 만들기를 함께 해 보았는데요.

4살이라 아직 가위질을 잘 못해서 가위질은 제가 하고 아이에게는 풀을 주었어요.

다 오려 놓고 우선 마음대로 새를 한 마리 만들어 보라고 했죠.

처음부터 풀칠을 하려니 위치가 엉망이 되어서

풀칠 전에 새를 먼저 만들게 했더니 아주 예쁜 새가 만들어졌어요.

 

 

뭐, 날개와 꽁지깃이 좀 안어울리는 것 같지만...ㅎㅎㅎ

어차피 색감이 비슷해서 나름 멋진 새가 만들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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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소설, 사진과 만나다 해외문학선 2
헤르만 헤세 지음, 한민 옮김,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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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데미안>을 읽음으로서 지금까지 7번을 읽었다. 처음 한 번은 어떻게든 완독하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활자만 읽었던 청소년 시절이었고, 성인이 된 후 다음 두 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데미안>은 나의 상황이 어떠한지,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 매우 달라지는 책이므로 정말로 정독을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줄거리를 안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수업을 하면서 거듭 읽으며 나 자신을 투영하고서야 <데미안>과 친해졌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듯이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청소년기 시절을 <수레바퀴 아래서>에 담고 있다. 물론 <데미안>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작가의 직접적인 과거나 심리를 추측하기에는 <수레바퀴 아래서>가 훨씬 쉽다. 신경 쇠약에 이를 정도로까지 학업에 시달리며 우울한 사춘기를 보내야 했던 헤르만 해세가 돌파구를 찾은 건 글쓰기를 통해서이다. 글쓰기라는 것은 자신을 들여다 보고 탐구한 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만약 헤세가 글쓰기를 도구로 삼지 않았다면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처럼 우울한 결말을 맞이하고 우리는 그의 위대한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또 한 번의 슬럼프가 있다. 작가로서 자리도 잡은 후였고 결혼하여 아이도 두었다. 그런데 그 아내와 아이가 자신처럼 신경쇠약에 걸린 것이다. 이때 헤세는 두 번째 돌파구를 찾는다고 한다. 조용한 곳으로 이사한 후 꿈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 보고 그림으로 마음껏 발산하는 것. 그런 후의 집합체가 후기 작품들이다.

 

<데미안>은 크게 보면 한 소년의 청소년기를 다루고 있다. 부모님의 평온하고 깨끗한 보살핌 아래에서 지내던 어린 소년이 차츰 바깥 세상을 향해가고 그러면서 자신 내부의 움직임을 알아채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처음으로 이 세상이 선과 악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된 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바로 앞의 욕망들 사이에서 고민될 때, 도대체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등 우리가 어른이 되며 겪는 사춘기 감성들이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매우 오랫동안, 카인과 살인, 그리고 이마에 새겨진 표식에 관한 문제는 안식과 회의, 비평에 이르는 내 시도의 출발점이었다."...51p

"아, 오늘에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74p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진정한 사명은 단 한 가지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208p

 

비단 청소년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우리는 곧잘 우리가 갈 길을 잃고 헤맬 때가 있다. 작가 해세 본인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아야 하고 그런 길이야말로 올바른 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데미안>은 한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마다 꺼내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집에는 이미 문예출판사의 <데미안>이 있다. 이번 청년정신의 책은 홍성덕 작가의 사진이 더해져 있다. 사실 사진을 잘 알지는 못하는데 홍성덕 작가의 사진은 사진이지만 색채가 없고 마치 수묵화처럼 은밀하고 숨겨진 아름다움이 있다. 때문에 감성적인 면에서는 읽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활자에만 빠져있고 그림이나 사진은 잘 보지 않는 타입이라 그다지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만약 처음 읽는 사람들이라면 문예출판사 <데미안> 표지가 도움이 될 것이다. 표지에 있는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베아트리체" 그림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책이라 번역 면에서 좀 낡은 느낌이 많이 난다. 이번 청년정신 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에 조금 더 자연스러운 번역이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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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 2016 제10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8
박하령 지음 / 비룡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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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중학생이 되고서 청소년 소설을 더욱 많이 읽게 된다. 한동안 너무나 천편일률적인 내용의 청소년 소설들에 질려 "또야?" 하며 조금 꺼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읽는 소설들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 때만 해도 청소년 분야의 소설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후 급격히 늘어난 청소년 소설들은 청소년들의 사춘기적 마음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하다 보니 가정 안에서, 친구 사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 청소년 분야에도 변화가 찾아왔나 보다.

 

생각해 보면 청소년들에게만 걱정거리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부딪히고 겪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청소년기는 아직 자신에 대해 잘 모를 때이고 좌충우돌 여러 사건을 겪으며 자신 만의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때이므로 더욱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어른이라고 편하지 않다. 잘못된 방법으로 일관되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피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면에서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청소년들만 읽을 만한 소설은 아니다.

 

정하돈은 어느날 우연히 편지 한 장을 줍게 된다. 가볍게 펼쳐 든 그 편지는 바로 악마의 편지였다. 심지어 읽는 순간 머릿속에 입력되고 글자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 일을 누가 믿어줄 것인가. 이 없어진 편지를 도대체 어찌해야 할 것인가. 만약 편지의 주인인 악마가 나타나 왜 읽었냐고 해꼬지라도 하면 어쩔 것인지 하돈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믿어줄 만한 이 몇몇에게만 말해 본다. 그리고 그 말에 진지하게 답해 준 사람은 어릴 적부터 친구인 은비 뿐이다. 하돈은 은비의 충고대로 편지 내용을 전달해주기 위해 아낙스라는 악마를 찾지만 잘 안되다가 또다시 우연히 이 악마를 만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마당에 악마의 이야기라니. 사실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초등생 동화책도 아니고 온갖 잘난 척 하는 교만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악마의 이야기가 통할 리가 있나 하고 말이다. 읽어나가며 어쩌면 이 아낙스라는 악마는 사실 진짜 악마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혼자만의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래서 그 자체가 반전이다. 그리고 사실 이 악마라는 장치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대부분은 쉽게 갈 수 있다면 그 쉬운 방법을 택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모른 척 덮어두고 저절로 해결되기를 바랄 수도 있다. 아니면 그 문제 자체를 있지도 않은 것처럼 치부하고 다른 길로 빠져버릴 수도.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에는 이렇게 다양한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그리고 악마와 손을 잡는 과정을 통해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달아 간다.

 

"네가 그동안 게임에 쓰느라 날린 그 많은 시간들, 그것들은 반드시 너의 미래에 안 좋은 결과가 되어 나타날 거야. 인생은 원인과 결과가 이어지는 거니까. 네가 맨날 피해 다니는 문제들도 다 언젠간 반드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단 소리야. "...197p

 

청소년 아이를 둔 나조차도 문제가 생기면 일단 덮어두고 싶다.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면 그럴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은비의 말처럼 언젠가는 되돌아올 문제라는 것을 알기에 헤쳐나갈 방법을 찾아본다. 모든 게 "귀찮아!"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은 무언가 자신들의 힘을 쏟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힘에 부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생각하고 노력하여 그 문제를 해결했을 때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을 본다면 그 성취감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소중한 경험과 교훈을 주는 책<반드시 다시 돌아온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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