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바오바오의 모험 넌 누구니?
루트씨 지음, 김효원 그림 / 아이들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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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TV를 보다가 우리나라에 온 판다를 보게 되었어요. 가끔 동물원에 가서 책으로만 보던 동물들을 실제로 보기도 했지만 판다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요. 워낙 귀여운 얼굴의 판다이기에 우리 아이도 한 눈에 반해버렸나봐요. 보러 가자고, 꼭 보고 싶다고 며칠을 조르더라고요. 마침 표도 생겨서 겸사겸사 판다가 있다는 놀이공원에 놀러가게 되었어요.

 

판다 월드엔 두 마리의 판다가 있었어요. TV에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는 판다 사육장이 좀 좁아보였는데 두 마리가 사는 곳이고 최대한 판다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였지요. 아직 적응 중인지 판다들의 움직임이 아주 활발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우리는 한참을 바라보며 귀여운 얼굴, 귀여운 엉덩이, 꼬리 하고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었지요.(예민해서 큰 소리로 떠들면 안된대요.)

 

그 잔상이 참 오래 남았었는데, 이렇게 아이바오, 러바오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왔네요. 놀이공원에서 일하시는 루트씨가 아이들에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주고자 그림책을 내었대요. 그 첫 번째 이야기가 판다의 이야기지요. 그렇다고 놀이공원 속 판다 아이바오, 러바오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판다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지요.

 

 

아주 먼 옛날 판다는 대나무 숲에 살았대요. 너무나 겁이 많아서 대나무만 먹고 대나무 숲 밖으로 나가보지 못했어요.

어느 날 엄마, 아빠 모두 자고 있을 때 바오바오는 혼자 놀다 대나무 숲 바깥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나갔지요.

 

 

 

대나무 숲 밖은 대나무 숲 안쪽과 많이 달랐어요. 한 번도 보지 못한 동물들, 꽃들도 많았죠.

바오바오는 모험을 무사히 마치고 엄마,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있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다칠까, 위험하지 않을까, 나쁜 것들을 배우지 않을까... 하며  자연스럽게 자꾸 보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러면 아이는 제대로 배울 수가 없죠. 밖에서 또래들과 노는 법, 어울리는 법, 나누는 법이나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익혀야 하니까요.

 

바오바오도 안전한 대나무 숲을 나가 밖으로 향했어요. 처음엔 모든 것들이 두렵고 무서웠지만 처음 보는 동물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그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용감하고 씩씩한 판다가 되어가죠.

 

단순한 그림과 원색적인 색감이 아이들에게 눈에 확 띕니다.

"넌 누구니?"라고 묻고 누군지 대답하고 그 동물의 간단한 특징도 알 수 있어요. 그러면서 그 동물들과의 다른 점, 같은 점도 찾아볼 수 있죠. 단순하면서 단순하지 않은 그림책이에요. 

 

날씨가 따뜻해지고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가 탐색할 때가 왔네요. 책으로 배운, 알게 된 것들을 밖에서 마음껏 시험하며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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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라임 청소년 문학 27
은이결 지음 / 라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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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도 어느새 늙었구나... 싶을 때가 있다. 나름 뉴스, 신문 매일 보고 책도 열심히 읽으며 시대에 뒤쳐지지 않겠다고 노력하며 산 것 같은데, 아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중학교 시절엔 암울하고 별 것 아닌 것 갖고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나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 관계를 들여다보면 도대체 왜 저렇게 이기적이고 가식적으로 보일까 싶다. 그 나이에서만 할 수 있는 고민이 있겠지 이해해 보려고 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시대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확실히 우리 때와는 다를 것이다.

 

<#구멍>은 16살, 중학생 남자 아이들 3명에 대한 단편집이다. 각각 다른 이야기인데도 서로가 친구들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성격이 잘 묘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자기멋대로이고 이기적이며 버릇 없고 뭐든지 귀찮아 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엔 순진하고 남을 걱정하고 죄의식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그 여름의 소문" 속 형규는 슈퍼에서 초코볼 봉지 하나를 슬쩍 했다. 처음부터 계획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친구들과 눈이 맞아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소문이 났다. 그 소문 속 형규는 어릴 적부터 손버릇이 나쁜 아이였으며 친구들이나 어린 아이들에게 나쁜 짓도 시키는, 그야말로 도둑놈이었다. 그 소문 속에서 친구들은 쏙 빠졌다. 그래서 형규는 억울하다. 정말 화가 난다.

 

"서툰 배웅"의 남중은 낚시터 집 아들이다. 최근엔 별로 없고 그렇게 좋아하던 낚시도 진저리가 난다. 이곳을 뜨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자신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병규가 낚시터 위쪽 윗목 저주지에 빠져 죽은 이후부터이다. 남중은 병규의 죽음이 자신 탓인 것만 같아서 낚시터를, 저수지를 제대로 쳐다볼 수조차 없다. 그저 도망가고 싶다.

 

"#구멍"의 우현이는 말 그대로 집안의 구멍이다. 반듯하고 꼼꼼한 아버지와 형과는 다르게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고 허점이 드러난다. 늦둥이라고 지금까지 가족 모두가 우현이의 구멍을 메우려고 했었고 특히 형이 그랬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챙겨주던 형은 이제 대놓고 자신을 구멍이라고 부르며 잔소리만 해대고 엄마, 아빠는 너무 바쁘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민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들의 잣대는 필요없다. 자신에게 있어 그 고민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내게 있어 큰 고민이라면 남이 뭐라든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이다. 형규와 남중, 우현은 남들이 봤을 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그저 평범한 중학생 남자 아이들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이야기 하고 티를 내도 잘 알아주지 않는다. 그저 그 아이들의 잘못만 탓할 뿐이다. 때로는 자신이 실수한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용서를 빌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만 살겠다고 우겨보기도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자신의 실수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진심으로 반성한다.

 

아이들과 제대로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다. 다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고 조금만 어긋나도 다시 상하 관계로, 훈계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고, 아이들 또한 아주 조그만 것에도 버럭 화를 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 밖에 없다. 괜한 오해로 아이들을 내맘대로 평가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믿는 이유는, 이렇게 청소년 소설을 읽고 그 속의 아이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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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 아빠, 엄마, 네 살, 두 살. 사랑스러운 벤 가족의 웃기고도 눈물 나는 자동차 영국 일주
벤 해치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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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 브라이턴!"

"잘 있어요, 버스 정류장 아줌마. 잘 있어요, 버스. 잘 있어요, 나무. 잘 있어요, 건물."...16p

 

기자 출신의 부부, 다이나와 벤 해치 가족이 아동친화적 가족 여행 가이드북 출판 제안을 받고서 출발하는 차 안에서 네 살, 두 살의 피비와 찰리가 외친다. 이 가족은 이제부터 집을 떠나 무려 5개월 간 영국 일주를 떠난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말렸다. 만 네 살도 안된 아이 둘을 데리고 하는 자동차 여행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분명 둘 중 하나는 죽어서 돌아올 거라며 말이다.

 

나 또한 동감이다. 말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는 네 살, 두 살의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이라니, 그것도 2박 3일이나 1박 2일도 아니고 무려 5개월을 말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이 마음대로 안되면 무조건 떼 쓰고 소리 지르고 대성통곡 하는, 신체적인 것도(잠깐만 쉬를 참아야 하는 상황 등)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아이 둘을 데리고 말이다. 그래도 이 가족의 시작은 활기차고 긍정적이며 즐거웠다. 오랜 시간 준비했고 모든 것이 완벽할 거라고 생각하고서. 게다가 출판 계약증을 내밀고 취재를 담보로 숙소까지 공짜로 얻어냈으니 이 여행은 떠나야만 하는, 그야말로 행복한 여행이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작부터 삐걱댄다. 여행 떠나기 직전, 벤의 아버지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았고 첫 여행지에서 배탈이 난 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잔디밭으로 달려가 큰일을 보고 만다. 카메라에 노트에 휴대전화, 지갑까지 들고 있어 손은 이미 가득이지만 자신의 의견이 확실한 딸 피비는 단호하게 도라 가방을 아빠에게 건넨다. 투어 버스에선 각종 짐이 굴러다니고 매 순간이 예측 불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남의 가족 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저절로 미소 짓고 깔깔 대고 감동을 받는 이유는, 너무나 우리네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콱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예쁜 자식들은 여행 내내 문제를 일으키고 떼를 쓰고 소리를 질러대서 지치게 하지만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말을 건네 가슴을 찡하게 만들고 사랑으로 가득차게 해 준다. 너무나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을 재운 뒤엔 이 부부는 포도주 한 병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서로에게 위안받는다. 이런 가족 분위기가 우리 가족과 정말 비슷하다고 느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와 문화가 정말 다른 영국의 가족 이야기인데 바로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매 페이지 공감하며 같이 웃는다.

 

책을 읽으며 동시에 틈틈이 한 일이 있었는데, 바로 여행지 숙소 검색이었다. 그만큼 이 벤 가족이 부러웠다. 5개월의 여정이 쉽지 않았고 너무나 빡빡한 일정으로 이젠 오히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지경이 된 이 가족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멀미가 심한 우리 둘째가 비록 자동차에서 또 토하고 냄새를 풍기고 하더라도, 사춘기인 첫째가 삐죽거리며 있더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함께 바라보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가족이었으며,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우리는 지금 영국을 여행 중이다. 우리가 태어난 이 나라에서 모든 추억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그 일을 하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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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틴 피스토리우스.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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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 다녔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께선 다리가 많이 불편하셨다. 소아마비라고 했다. 평소엔 휠체어를 타고 계셨고 간혹 목발을 짚고 잠깐씩 걸어다니셨던 기억도 난다. 다른 어떤 선생님보다 그 선생님이 많이 기억나는 건 내가 처음 만난 몸이 불편하신 분이었고, 그럼에도 전혀 꿀림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던 분이셨기 때문이다.

 

식물인간이라니, 나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간혹 도움을 주는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지만 그럴 때에도 동정만 할 뿐, 그저 남의 이야기인 것이다. 나라면, 아니면 내 가족 중 한 사람의 이야기라면...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12살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결국 식물인간의 상태에 빠진 한 소년이 시간이 흘러 점차 회복되고 결국 자신의 삶을 되찾게 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마틴 피스토리우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갑자기 식물인간이 된 실화의 주인공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틴은 식물인간이 된 지 4년 후 의식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틴의 변화를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곁에서 항상 그가 회복되기만을 바랐던 부모조차도. 그렇게 그는 13년이라는 세상을 몸에 갇혀 지낸다.

 

정신은 멀쩡한데 움직일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피폐해져 갈까. 몸이 저려 돌아눕는 것조차, 기본적인 생활인 먹는 것, 씻는 것, 싸는 것까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한다면, 아무도 자신이 보고 듣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자신을 장식품이나 쓰레기 쯤으로 생각하고 자신 앞에서 못할 말,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한다면 말이다. 도대체 그 인고의 세월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알고 있었다. 나에게도 감정이 있었다. 나는 그저 유령 소년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바라봐주지 않았다."...217p

 

매일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어쩌면 마틴도 죽지 못해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마틴은 살아남았고 사려 깊은 버사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의 의식이 깨어있다는 사실을 버사가 밝혀낸 것이다. 그 후 마틴의 삶은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회복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고 일자리에 결혼까지 하게 된다.

 

이렇게 극적인 변화는 13년, 마틴이 깨어있었으나 움직이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했던 그 기간 동안 쌓아온 내공이 아니었나 싶다. 괴롭고 힘들고 죽고 싶은 절망 속에서 상상의 세계 속으로 도망쳐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에 대해 탐구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표현하고 싶었던 만큼 그만이 알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이 있었고, 그만이 가질 수 있는 인내심, 세심함, 지구력이 있었다. 때문에 후에 그가 어느 정도 한 사람으로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 지지 기반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배움을 얻는다. 될 때까지 노력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다. 자신의 장애에 묶여있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그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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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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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책이 너무 좋아서, 이젠 그의 동화책은 무조건 믿고 읽는 팬이 되었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나 개, 갈매기, 생쥐 등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 동물들이 인간들보다 더욱 인간적이다. 아니 오히려 동화 속 인간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 그의 동화를 읽으면 가슴이 아리도록 슬프기도 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우정, 사랑, 도리에 감동하기 때문에 행복하다. 잔잔하지만 감정은 결코 잔잔하지 않다. 동화 속 감정을 따라 읽다 보면 그 울림에 함께 긴장하고 가슴 졸인다. 다음 작품이 나올 때마다 다른 종의 주인공이 나오는 것도 기대된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이 "개"이다. 인간과 가장 오래 전부터 가까운 관계였다는 개 말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동물들보다 좀 더 애틋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칠레 원주민 중 하나인 마푸체족의 전설 이야기라는 점이다. 작가 자신이 이 마푸체족의 뿌리라고 이야기 하며 직접 그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때문에 각 챕터의 제목은 마푸체족의 언어인 마푸둥운이 장식한다. 이야기 흐름 속 분위기도 무척이나 이국적이다. 또한 진정한 가치가 담겨 있다.

 

어느 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 한 마리가 말 등 위 자루에 담겨 실려가다가 눈밭 위로 떨어졌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강아지는 어쩌면 그 눈밭 위에서 마지막 생을 보낼 위기였다. 그때, 재규어 한 마리가 강아지를 발견했고, 온기를 나누어 주고 먹을 것도 주었다. 그리고 그 재규어 나웰은 강아지가 좀 더 살기 좋은 곳, 마푸체인들이 사는 마을의 우두머리 집 앞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이 강아지는 대지의 사람들과 아주 특별한 우정을 맺는다.

 

이야기는 현재, 피 흘린 인디오를 쫓는 윙카들(백인)의 사냥견 모습으로 이들에게 "개"라고 불리며 그 인디오를 쫓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개"는 오히려 온갖 방법으로 윙카들을 인디오로부터 멀리 떨어트려 놓고 있다. 동시에 이 "개"는 잃어버린 기억을 때때로 떠올린다. 윙카들의 개가 되기 이전의 기억, 마푸체인(대지의 사람들)의 마을에서 아우카만과 함께 자라며 "아프마우"의 이름으로 살던 때이다.

 

독자들은 "개"인 동시에 "아프마우"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아프마우였던 개가 그냥 개로 남을 수밖에 없었는지, 지금 이 개는 어떤 행동을 하려는지를 추측하며 읽어야 한다. 그리고 결국 개가 아프마우로 다시 돌아가는 때, 무한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 "너를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 아프마우. 그리고 언젠가 내게 돌아올 줄 알았어."

그는 나의 페니, 나의 형제다. 나는 그의 페니, 그의 형제다. "...80p

 

사람이 사람을 내쫓는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남은 이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신의 과오가 드러날까 또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개는 어린 시절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어린 시절의 우정을 잃지 않는다. 그 우정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만큼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가치를, 동물을 통해 배운다. 가슴이 저려오고 슬픔이 차오르는 만큼 아름다운 가치이다. 루이스 세풀베다 만이 전달할 수 있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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