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고교생 필독 소설선 1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고교생 필독 소설선 1
이미륵 외 지음, 김인호 외 엮음 / 서교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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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청소년 학습을 위해 모아놓은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마다 작품집을 구입해서 볼 수도 없고 생각은 독자의 몫이니 수준이 안 되면 읽어도 소용이 없다. 그런 면에서 '중학생을 위한'이나 '고등학생을 위한' 책들은 확실히 효율적이다. 엑기스만 모아놓은 것이나 작품 해설, 배경 지식 등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되게끔 잘 구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생부 종합전형을 위한"...이라니... 좀 너무 했다 싶었다. 2 딸에게 책 제목을 얘기했더니 "우웩"이란다. 원래 사람은 대놓고 하라 하면 하기 싫은 노릇이니~^^;

 

직업이 아이들 논술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 집에 이런 류의 책이 몇 권 있다. 학습을 위해 필요한 단편들이 몇 편 필요했고 그때마다 각 권마다 겹치는 책들을 아쉬워하며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보곤 했다. 그래서 이번 <고교생 필독 소설선>을 읽으며 주목했던 것은 기존 책들과의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아주 만족했다.

 

우선 구성이 아주 좋다. 6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선은 총 4개의 주제로 편집되었다. "문제적 개인""타락한 사회", "자연과 문명""자유와 예술"이라는 주제는 무척 보편적이지만 그만큼 우리 현실을 이야기 한다. 내가 만난 책은 이 4개의 주제 중 첫 번째 책인 1"기억의 서사""성장과 통증"을 다룬 소설들이다. 각 소주제 당 5편씩 총 10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어쩜 이렇게 주제를 잘 담아 책을 선별했는지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는데 단편을 읽고 작품 소개를 읽고 뒤쪽의 생각해 보기 페이지까지 완료하고 나면 한 편 한 편이 모두 소중해지고 하나의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이제서야 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위한"이라는 부제목을 달았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고등학생들이 책을 읽고 따로 배경지식을 찾지 않고 소설을 온전히 이해하고 독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작가도 소개하고, 작품 소개 속에 작품 해설을 살짝 곁들이고 본문 후에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여러 페이지를 둔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작가 소개나 작품 소개 등은 비슷한 류의 책에도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뒷부분이 아주 뛰어나다. '가만가만, 생각의 움 틔우기'는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 '톡톡, 생각의 가지 뻗기'는 소설에서 현재의 나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 '파릇파릇! 생각의 숲 가꾹'를 통해 논술 글쓰기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없다는 점이 아닐까. 가끔 관련 예시 글이 있지만 매 질문에 답이 없어 이 책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조금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한국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1권을 읽는 동안 무척 새로웠고 즐겁고 행복했다. 가슴이 뻐근했다. 이것이 진짜 책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한츠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작품을 읽는 학생들이 많아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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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식욕과 나 1 - 픽시하우스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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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신기하다. <산과 식욕과 나>라니! ㅋㅋ 참 일본스러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상한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건 뒷부분의 "식욕과 나" 때문이다. "식욕"하면 또 나를 빼놓을 수 없으니~!^^

 

전에 기타무라 가오루의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도 내가 좋아하는 "술" 때문에 선택한 책이었는데 참 좋았다. 실연의 아픔을 매주 등산과 술로 피로를 풀면서 털어냈는데 그 섬세한 감정과 등산과 술을 연결시키는 게 오묘하면서 꽤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아마 <산과 식욕과 나>도 그래서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등산인데 그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등산이라면 꽤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만화책에선 산과 식욕을 어떻게 풀어낼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사실 읽으면서 충격의 연속이었다...라고 해야겠다. 호흡이 엄청 짧다. 산을 오른다. 오르며 생긴 짧은 에피소드 하나. 중간에 혹은 정상에서 먹는다. 사실 이 만화에서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이다. 산에서 내려온다. 끝... 등산하며 느끼는 험난한 과정이나 긴 시간 등은 과감하게 삭제시켜놓았다. 매 편에서 중심은 이번 산행에선 무엇을 먹느냐!이다. 그래서 소제목도 그 요리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산에서 주먹밥", "구름 위의 낙원 커피", "불굴의 잡탕밥" 식으로... 산을 좋아하지 않는 1인으로서 먹기 위해 오른다...라는 설정이 묘하게 공감가면서 그래도 왠지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또하나의 의문점... 일본에서는 산에서 요리를 해도 되는 건가? 여성 단독 등산가라고 불러달라는 주인공 히비노 아유미는 매번 코펠에 프라이팬, 식재료 등을 싸서 들고 다닌다. 산 중턱이나 정상에서 서슴없이 코펠을 꺼내 밥도 하고 라면도 끓이고 커피도 끓여 마신다. 정말 그게 괜찮은 건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던 것은 우리나라 산에선 절대 금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만화가 있으니 아마도 일본에선 허용되는 건가 보다.

 

자, 만화에서 소개되는 갖가지 퓨전 메뉴에 대해선... 솔직히 무척이나 일본스러운 요리여서 어떻게 시도해 볼까 싶기도 하고 과연 정말로 맛있을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만화를 읽다 보면 참 먹음직스럽게 보이긴 한다. 예전부터 일본 요리 만화를 꽤 좋아했는데 언제나 일본 요리는 무척 전통적이면서도 참 서양식이기도 해서 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만화에서 히비오 아유미가 만드는 요리 또한 그렇다. 묘하게 끌리고 묘하게 공감되는 만화, 내가 등산하고 내가 먹는 것은 아니지만 읽고 보면서 함께 힐링되는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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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로그 조작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2
팀 콜린스 지음, 김영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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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로그'? 처음엔 브이로그가 도대체 뭘까... 했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엔 내가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 하니 그저 그런 종류 중의 하나려니. 그런데 읽다 보니 익숙하다. 우리가 VJ라고 부르는 건가 보다. 브이로그(Vlog:Video + Blog)라니, 상상도 못했다. 알고 보면 쉬운 말인데 처음 접한 낯선 단어는 무척 생경하다. 그런 생경한 단어였지만 책은 무척 가독성이 높다. 순간순간 변하는 장면들과 눈에 보일 듯 전해지는 올리비아의 감정들이 바로바로 와닿는다.

 

올리비아는 막 전학왔다. 이미 자기들끼리 무리를 이룬 틈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가 무척 힘들다. 그럼에도 해야 하는 학교 생활인지라 올리비아는 이런 사막 같은 학교 생활을 돌파할 다른 취미를 찾기로 한다. 그 취미는 학교에서 가는 뉴욕 비행기값을 댈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내야 한다. 그리고 그 뉴욕 여행을 통해 올리비아는 다시 예전과 같은 패밀리(영국에선 몰려다니는 친구들을 이렇게 부르나 보다)를 만들어 활기찬 학교 생활을 만들 계획이다.

 

올리비아의 브이로그는 이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자신은 수익을 낼 유명 인터넷 스타가 되기 위한 얼굴과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올리비아는 기획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각본은 자신이 짜고 자기 대신 내새울 인물을 찾는다. 데스티니의 브이로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 반응을 보며 올리비아는 잘 나가는 브이로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최근 계속해서 VJ들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었다. 억을 넘게 버는 VJ들이 생겨나면서 다른 이들보다 더 돋보이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선정적인 기획을 하고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과격하고 수위가 높을수록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런 동영상들을 어린 아이들까지 보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돈을 위해서라면 정말 아무것도 상관이 없는 걸까?

 

올리비아는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원래 인터넷에는 거짓이 많고 보는 사람들도 그런 것을 바탕으로 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거짓이 가해지고 형편없는 상품 광고에 대한 후회까지 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 아이들(초등생 포함이다)은 아주 쉽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일상이나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것 같다. 인터넷이 가까운 아이들이다 보니 이런 것도 쉬운가 보다. 하지만 이런 활동을 하기 전에 자신이 정말 하려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보기나 할까?

 

<브이로그 조작사건>은 재미와 교훈을 모두 잡은 소설이다. 올리비아의 싪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어떤 모습이 옳은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대세에 끼느냐, 끼지 않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나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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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 500년 전 루터는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남겼는가
박흥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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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종교개혁 관련 도서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내가 마르틴 루터를 선택한 이유는, 종교개혁의 중심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흐름으로만 접하다 보면 그 안에 들어가 사건들이 왜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기가 쉽지 않다. 인간 중심이 아니라 사건 중심으로 접하게 되고 온전히 공감했다기 보다는 '그렇구나~'하고 이햏는 수준이다. 인물에 대해 알게 되면 공감하게 된다. 더 나아가 원인과 결과를 통해 장단점을 비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작가 박홍식 교수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종교개혁의 전반적인 주제를 깊이있게 다루거나 루터를 심도있게 연구하기 보다는 루터가 어떤 계기로 종교개혁의 중심에 서게 되고 어떤 일들을 하였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통해 "비판적인 시선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긴요한 과제(...23p)"에만 집중하겠다고 말이다. 교회의 입장도, 세속사의 입장도 아니다. 일반인이 쉽게 읽고 루터와 종교개혁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름 세계사를 공부해 온 사람으로서 이 책은 무척 유용했다. 대략적인 흐름만 알고 있다가 안으로 쑤욱~ 들어간 느낌이다. 교황과 교회의 면벌부 판매를 보다 못한 루터가 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써 붙이고 교황과 교회에 반기를 들었다. 아무리 교회 중심의 시대에서 조금씩 벗어나던 때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는 행동이다 그걸 알고 있었는데도 인간 루터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무너져가는 교회 상황을 두고볼 수가 없었고 반박문을 통해 반기를 들었고 제후들의 보호를 받으며 개혁 시도를 했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했었다. 하지만 루터는 사실 처음부터 반기를 들 생각은 없었다는 점(교회 문에 반박문이 정말 내걸렸을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신실한 목회자로서 교회 내부에서부터 변화되기를 바랐다는 점이 무척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라는 용어로 루터는 기존의 교회에 맞선다. 루터의 중심에는 성경 중심의 믿음이 있다. 교황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시스템이 아닌, 누구라도(물론 목회자와 귀족들만 속한다) 성경을 해석할 수 있고 개인개인이 성경을 통해 하느님과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처음엔 가톨릭으로부터 독립할 생각이 아니었더라도 가톨릭과 맞서게 되면서 점차 자신만의 교리를 세워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루터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농민 혁명일 것이다. 자신들을 지지해준다고 생각한 농민들을 뒤로 하고 철저하게 제후들 편에 선 점 말이다. 덧붙여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은 급진 개혁자들인 자신의 종료들 조차도 뒤로 하고 그 시대의 제후들 편에 섰다는 점이었다. 루터가 종교개혁의 다양성을 막은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개신교의 대략적인 형태를 만들어가고 죽을 때까지 신앙에 최선을 다하며 사역한 점은 실로 놀랍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의 종교계도 바라본다. 역사는 되풀이되고 우리는 그 역사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반성하지 못하고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이 있을까. 인간 루터를 통해 500년 전의 역사를 통해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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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이은재 그림 / 애플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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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번째란다.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에서 시작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돌아왔다"에 이어 "열받았다, 달라졌다"그리고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로 돌아왔다. 몇 년 전부터 청소년 소설 분야에서 이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만화 같은 표지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적인 제목도 한몫 한다. 이 시리즈가 뜨고 나서 알게 된 몇몇 정보 때문인지 오히려 나는 이 책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왠만한 한국 청소년 소설 주인공들이 이른바 일진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나 할까.

 

5편째나 되어서야 까칠한 재석이를 접하게 되었다. 앞편을 읽지 않아서 살짝 걱정됐는데 본편이 시작되기 전에 전편 줄거리가 소개되어 있어 좋았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가진 거라곤 큰 덩치와 의리뿐"이었던 재석이는 여러 사건을 거치며 환골탈태하여 이제는 작가 지망생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재석이가 되었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각 편마다 청소년들의 문제들을 하나씩 소환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 5편 폭발했다에서는 왕따 문제를 다룬다.

 

소설 공모전을 열심히 준비하던 재석에게 병조가 도움을 청한다. 초등학생 5학년인 사촌 동생 준석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고 그 뒤엔 조직적인 일진이 버티고 있다는 얘기였다. 초등학생들이니 워낙 이 동네에서 유명한 재석이가 간단히 한 마디 하면 되겠지로 시작된 이 도움은,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연결된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점점 커진 사건에 재석이와 친구들은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보려 한다.

 

"교실은 어느새 어른들의 세계와 닮은, 권력이 절대 기준인 사각의 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고통받고 있었다."...101p

 

솔직히 말하면, 소설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자극적인 영화 한 편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왕따는 존재한다. 그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스멀스멀 파고들어 이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닌 것처럼도 보인다. 소설이 영화처럼 느껴진 이유는 사건이 순수한 왕따 문제만 다룬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일진 아이들의 모습까지 그렸기 때문이다. 왕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왕따 뒤에 단순히 일진이 존재한다고 해버리면 일진들만 소탕하면 되어버리기 때문에 좋지 않은 접근처럼 느껴졌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의 첫인상과 달리 책을 펴들고 깜짝 놀랐던 건 바로 작가의 존재였다. 아이들 동화책 읽어줄 때 가장 좋아했던 분이 고정욱 선생님이었는데 재석이 시리즈의 작가가 고정욱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화 작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청소년 분야까지 진출하신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읽으며 "실망"이라는 말을 내뱉어야겠다. 아이들에 대한 편견이나 교훈을 들이미는 듯한 분위기가 읽는 내내 느껴져서 불편했다. 글쓰는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도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원래 문제였던 소재에서 자꾸 벗어나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분명 아이들은 어렵고 진지한 작품은 읽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쉽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하지만 정말 의도한 대로 교훈을 깨달으며 읽을런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저 재미만을 위해 훅 읽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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