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이베이 안그라픽스의 ‘A’ 시리즈
오가와 나호 지음, 박지민 옮김 / 안그라픽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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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여행 관련 프로그램들도 많아지면서 점점 더 해외 여행에 관심이 많아지는 듯 하다. 누구나 다 가는 여행에 동참하고 싶기도 하고 남들과 다른 여행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아이 둘이 워낙 나이차가 나다 보니 어떤 여행을 선택해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몇몇 후보지를 정하고 살펴보던 중 <첫, 타이베이>를 만났다.

 

<첫, 타이베이>는 독특한 여행책이다. 아니, 여행책이라기 보다는 타이베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려주는 예쁜 일러스트 책이다. 오가와 나호라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이 직접 여행한 타이베이를 소개한다. 다른 여행책과 똑같은 구성이 아닌, 자신이 직접 느끼고 경험한 타이베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자신이 직접 설명하고 알려주고 싶은대로 구성했다. 그래서 무척 독특한 책이 되었다. 일단 이 책에 사진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저자가 직접 그린 예쁜 일러스트로 가득하다. 사진이 없어 타이베이라는 나라가 가까이 와 닿지는 않지만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느낌 같은 것들이 감성적으로 와 닿는다.

 

앞쪽에는 왜 타이베이인지를 설명하고 자주 갈 때마다 준비하는 여행 준비 과정을 담았다. 일본에서 가져가는 기념품이나 계획 세우기 등도 일반적으로 여러 곳을 소개하지 않고 자신의 방법 그대로를 설명한다. 그리고선 바로 타이베이 안으로 들어간다. 도시의 번잡함 보다는 시골의 정겨움이 느껴지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이 듬뿍 느껴지는 타이베이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 소개한다.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타이베이라는 나라가 어쩌면 우리나라와 꽤 비스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식사 예절이나 음주 문화, 음식 들은 우리와 꽤나 달라보였다. 나는 이것저것 잘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어쩌면 먹는 것은 잘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타이베이는 우리나라보다 남쪽이고 남국의 식물들이나 독특한 창틀에 대한 소개를 보며 조금씩 설렌다.

 

철저히 저자 소개 위주라 자신이 좋아하는 타이베이 중심으로 소개된다. 사랑하는 공원, 냄새 체험 프로그램이나 타이베이식 머리감기 등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서점, 도서관, 박물관, 작은 가게들을 두서없이 소개하는 식이다. 대부분 관광을 가면 서점이나 도서관까지는 잘 가지 않게 되는데 서점과 도서관 위주로 소개하다 보니 정말 타이베이에 살면서 알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되는 느낌이다. 이 책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주소만 달랑 나와 있어 여행 계획을 짤 때 가고 싶은 곳을 덜렁 정하기가 조금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좋다. 제목은 비록 <첫, 타이베이>지만 여러번 타이베이를 여행했거나 남들과 다른 타이베이를 여행하고 싶다면, 진짜 타이베이에 사는 사람들과 똑같은 감성을 느끼고 지내다 오고 싶다면, 다야안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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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삶
최준영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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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삶이라니.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 뛰고 저리 열심히 뛰는 모습이 상상되어 자신에게 딱 맞는 이미지를 설정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사의 삶>은 저자가 300여 일 동안 매일 페이스북에 연재했던 글들의 모음이다. 매일 짧지 않은(온라인 상의 글 치고는) 글을 올린 정성도 대단하지만 굉장히 다양한 소재의 글이 포함된 것에도 감탄하게 된다.

 

책은 크게 '배우다', '살다', 쓰다', '느끼다'로 나뉘어 있지만 순서대로 편집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편의상 주제별로 나누었을 뿐이다. 저자는 매일 글을 써서 온라인에 올렸고 아무래도 매일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그때그때 다른 주제의 글을 썼을 것이다. 그 소재와 주제의 다양함에 놀라울 뿐이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평론이 아니라 쉽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생각의 단편들, 평소 강의 주제들이나 경험, 하고 싶은 말들을 담은 글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내 공부의 얕음을, 왜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정도이다. 특히 파트 1 '배우다'편이 그랬다. 아무래도 주로 책 이야기를 담은 파트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한 편이  끝나면 그 끝에는 그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연도와 날짜가 쓰여있는데 대부분이 올해 쓴 글이지만 그 당시 사건, 사고에 대한 글들도 많아서 시간이 지난 지금 읽고 그 간극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글도 있었다. 신경숙 표절 사태나 촛불 집회, 대통령 선거 등이 그렇다. 그 당시 함께 이 글을 읽고 공감하며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눌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저 후회로 끝날 뿐이지만.

 

"세상의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추지만 비이성적인 사람은 자기에게 세상을 맞춘다."...265p

 

쉽지만 깊이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입말로 대화하듯, 강의하듯 하는 설명에 끝을 알 수 없는 인용문들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자신의 주장이나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부러운 부분이 이분의 지식이었다.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옮겨 적어 내 것으로 만들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바로 그것인가 보다. 공부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는, 간만에 투지를 불태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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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자 쿠엔틴
김선미 지음, 아리아 그림 / 다차원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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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처럼 아름답다. 책 한 권을 읽고 난 지금의 소감은, 이 책 자체가 선물이라는 것이다. 최근 아이들 책을 읽으며 주제, 교훈이 너무 드러나 순수한 독서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은사자 쿠엔틴>은 아름답다. 아이들에겐 교훈을 주는 책도 좋지만 글을 읽는 순수한 재미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자연과 내가 살아가는 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순수한 감동을 느낀다면 금상첨화이다. <은사자 쿠엔틴>이 바로 그런 책이다.

 

쿠엔틴은 아카시아 관목 숲 초원의 주인인 화이트헤드의 아들이었다. 아름다운 흰색 갈기를 가진 쿠엔틴의 아빠는 자신의 가족을 이끌며 오랫동안 이 초원을 지켜왔다. 그런데 어느 날 떠돌이 사자 라몬이 화이트헤드에게 덤벼들었고 안타깝게도 화이트헤드가 싸움에 져서 왕좌에서 물러나야 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임자의 새끼들은 모두 몰살당한다. 쿠엔틴은 살아남았다. 엄마 엘리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2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숫사자가 사자들의 공동체 생활을 벗어나 살아갈 수 있을까.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배려나 관용을 기대할 수 없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을 죽이기도 하고 내쳐야 할 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때로 그런 당연한 사실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나 냉정해 보이고 잔인해 보이기도 한다. <은사자 쿠엔틴>은 이러한 생태계의 상황을 잘 풀어내고 있다. 특히 말도 안 되는 침팬지 팅카와 쿠엔틴의 우정은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너무나 어린 숫사자에게 나무 위 침팬지는 살아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였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저 젊은 사자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요. 그것은 '정직한 힘' 같은 것이었어요."...85p

 

온갖 고난을 다 겪으면서 쿠엔틴은 훌륭한 숫사자로 성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쿠엔틴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떠올려 더 나은 사자가 되고자 노력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쿠엔틴을 응원하게 되고 그의 성장에 미소짓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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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혜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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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명성을 들어 잘 알고 있었다. SF 소설계에 한 획을 그은 소설이며 많은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들었다. 종종 <1984>와 비교되기 때문에 평범한 SF 소설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아주 충격적이다. 단순히 미래 세계 사회를 그린 소설이 아니다. 당시의 현실 비판과 미래 세계에 충고를 하기 위한 사회 소설이다.

 

소설은 인간 배양 장치가 있는 건물과 그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길러지는지부터 묘사하고 있다. 2500년 경의 이 미래 사회는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 설계된 사회이다.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 이제 아이는 인간 배양 장치를 통해 태어나고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우수한 아이들이 많아지면 전쟁이나 또다른 폐해가 일어날까봐 모든 아기들은 알파부터 앱실론까지 등급을 매겨 비율에 맞춰 생산해 낸다. 계급이 나눠지지만 각 계급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세뇌당하기 때문에 다른 의문점을 갖지 않고, 주어진 모든 욕망의 배경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돌연변이 같은 인물들 때문에 조금씩 이 사회에 균열이 생겨난다. 모든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통제되고 만들어지는 이 사회는, 정말로 모두가 행복한 세계일까?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를 통해 당시 영국의 사회 문제점을 비판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 세계를 그려냈다. 그 또한 완벽한 세계는 아니지만 그당시 사람들이 생각해 낼 만한 아주 공평하고 살기 좋은 사회이다. 하지만 그 이후 인류는 기계를 만들어냈고 점점 물질의 노예가 되어갔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각박해지고 흉흉해졌다.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 다음 세대엔 도대체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상상 불가이다. 그래서인지 토마스 모어 이후의 미래 사회를 그린 소설은 모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너무 발전한 기술에 의해, 사람들의 끊임없는 욕망에 의해 무너지는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있다.

 

정말 인간에게 희망이란 없는 걸까? 어쩌면 너무나 뻔한 결말이고 너무나 작위적일지 몰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인간에게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멋진 신세계> 속 존처럼 문학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고 순수한 감정을 통해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다 보면 점점 더 발전하는 이 세상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 말이다.

 

이번으로 <멋진 신세계>는 두 번째이다. 유명 출판사의 책도 좋았지만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은 언제나 진리다. 뒤편의 배경 지식이 너무 좋아서이다. 책을 읽으며 포드력이 좀 궁금해지긴 했었는데 그저 기술 때문에 포드를 신처럼 여기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넘겼던 것이, 이 푸른숲 책 뒤편에 아주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다. 아는 만큼 배운다. 그래서 배경지식은 항상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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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 - 고수들의 미니멀 독서법
도이 에이지 지음, 이자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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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 발밑이라도 쫓아가려 노력한다. 그들의 어떤 면이 우리와 다른지,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는지 배워보려고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경영서나 자기계발서가 한자리 차지하게 된 이유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경영이나 경제는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한때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어본 적이 있으나 아무리 감동을 받고 공감한다 하더라도 내가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이젠 잘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라는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책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이고 심지어 부제가 "고수들의 미니멀 독서법"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소개하는 책이나 책 읽는 법을 설명하는 책은 언제나 좋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되지 않았던 읽는 자체가 행복하다. 그런데... 본 책을 읽으면서, 그것도 제 1장을 통해 엄청 혼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제 1장은 "독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고, 부제는 '우리는 그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책을 읽어 왔다'이다. 음... 나는 그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계속해서 책을 고르고 읽어왔나 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이 책이 경영서에 국한된 책 읽는 법이라는 사실이다. 작가 도이 에이지는 일본에서 유명한 독서 멘토이고 그 중 비즈니스 분야의 책을 읽고 책을 추천하는 잡지를 발행한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이런 전문적인 노하우를 담아 일반인들도 경영서를 통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독서를 하고 결국 성공에 가까이 가도록 돕는 책이다.
 
"중요한 건 재미가 아니라 가치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일어야 한다'는 병" 등 책 첫 부분부터 강력하게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공감한 곳이 아니라 낯설고 불편한 문장에 밑줄을 긋고 나의 영역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읽는 목적이 중요하지 권수는 중요하지 않다. 몇 권을 읽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왜 읽는지 그 이유를 알고 '목적'을 세워야 한다."...54p
 
이 책의 목적은 아주 확실하다. 다른 종류의 책은 차치하고 경영서는 이렇게 읽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런 독서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라고. 따라서 경영서를 읽는 자세한 방법에서부터 실전 적용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한다. 더불어 읽으면 좋은 추천 책도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경영서에 관심이 많고 경영서를 통해 삶을 바꿔보고자 한다면 이 책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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