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수지 홉킨스 지음, 할리 베이트먼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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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9년 5월 23일, 날씨가 무척 좋았다. 일주일 중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목요일마다 둘째를 봐주시러 오시는 엄마가 안오셔도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누나네 집에 가는 줄 아는 것 같다고, 통화를 해보라고.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자신이 이상하단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부딪혀서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한다고. 그래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고. 짜증부터 났다. 이상이 있으면 병원부터 가야지 거기 왜 앉아있느냐고 타박했다. 한창 일하는 중이었기에 남편에게 전화해서 상황 좀 알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2시간쯤 후 엄마는 응급실로 향했고,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병원에 계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나쁜 일은 내게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러면 그 일은 대체로 일어난다. 그런데 어떤 일은 절대로 내게 일어날 것 같지가 않다. 난 지금까지 그런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고 살았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엄마는 뇌종양이다. 열심히 치료하고 있지만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판결을 이미 들었다. 암이 자리잡은 곳이 "뇌"라서 운동 능력뿐 아니라 인지 능력도 떨어져 있다. 가끔... 엄마가 아예 나를 잊어버릴까 무서울 때가 있다. 생각에 빠지면 우울해지고 눈물이 나서 가능하면 그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이라는 제목을 보자 내게 훅! 와 닿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나의 이런 상황 덕분이다. 아마 5월 이전에 이 제목을 보았다면 코웃음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부제는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이라 되어있다. 엄마가 어느날 돌아가시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엄마에게 미리 자신에게 남길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여 엄마가 글을 쓰고 딸이 그림으로 그렸다. 그렇게 훌륭한 책 한 권이 만들어졌다. 




책은 엄마가 죽는 날부터 시작된다. 처음 연락은 어떻게 받게 될지, 그 이후부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하루 후, 이틀 후, 3일, 4일, 일주일 후 등 그 이후 딸이 어떻게 행동했으면 좋겠는지를 하나하나 담았다. 엄마로서 자신이 없을 때 딸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따뜻한 조언으로 전한다. 




미리 알려주고 싶었을 요리법이라든지 사람들을 대하는 법이라든지 집을 치우면서 발견하게 될 물건이나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는 법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아주 따뜻한 조언이다. 공동체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은 쉽지 않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대할 땐 특히 더 그렇다. 그럴 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자세히 설명한다. 세상을 오래 살아온 분의 따뜻한 충고이다. 


책은 우리 문화와는 조금 달라서 이질적인 면이 없지 않다. 문화나 요리법 같은 것들은 우리에게 적용시키기가 만만치 않기에 그런 것들은 가볍게 넘어간다. 그보다는 이 책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아픈 엄마를 둔 딸로서, 두 딸을 둔 엄마로서. 


엄마가 많이 아프시고 인지 능력이 떨어져 계시기에 어쩌면 나는 앞으로 세상에 대한 조언을 듣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엄마가 아프기 전까지는 모두 잔소리였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엄마의 한마디가 무척 그리웠다. 또한 엄마 일을 겪다 보니 나에게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의 엄마처럼 미리 내 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겨두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낀 것이다. 


내 딸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살기를 바란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매 순간 감사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에게 좋은 딸이 되기 위해 나부터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매일 오전에 엄마를 찾아가 엄마를 만난다. 평생 무뚝뚝한 딸이었어서 지금도 엄마에게 살갑게 굴지는 못한다. 그저 뚝심 하나로 곁에 있어주고 있지만 더 후회하기 전에 살가운 딸로 거듭나고 싶다. 2020년 목표는 그것으로 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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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1-0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다짐이 살갑네요. 어머니 잘 견뎌내시고 조금이라도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힘드시겠어요. 이 책은 그림까지 아주 세밀하군요.

ilovebooks 2020-01-02 22:07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엉덩이 탐정 스티커 색칠놀이 엉덩이 탐정 색칠놀이 1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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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2,3년 전부터인가 갑자기 어떤 책 한 권을 자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워낙 요즘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데 다들 그 책 이야기를 하길래 너무 궁금했다. 아이들이 읽어야 하는 책에 대해선 조금 편견이 있는지라 재미만 추구하는 책일 거라고, 그래서 그렇게 아이들이 좋아하나 보다고 생각했다.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이제 조금씩 머리가 커져가는 6살 둘째에게도 이 마수의 책이 손을 뻗치기 시작했고 유치원에 아이들이 매일같이 이 책을 들고 온다고 했다. 결국 선생님께서 금지시킬 정도로. ㅋ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나중에 보니 이미 이 캐릭터는 책 안의 캐릭터에서 벗어나 애니메이션으로, 게임으로, 미니어쳐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유아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엉덩이 탐정을 처음 만났다. 아주 간단했지만 이야기가 명료했고 곳곳에 단서가 잘 숨겨져있었고, 무엇보다 엉덩이 탐정이라는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사실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똥"이니 "똥꼬"니 "방구"니 하는 단어들만 들어도 까르륵 넘어가는 아이들에겐 최고의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특히 범인을 무찌를 때 내뿜는 그 입인지 똥꼬인지에서 나오는 냄새는~!


<엉덩이 탐정 스티커 색칠놀이>에서는 엉덩이 탐정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라서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사건을 함께 해결하려면 관찰력도 필요하다. 그런 캐릭터를 색칠하고 스티커를 붙이며 즐길 수 있는 색칠놀이 책이다. 




어이없게도 학원 다녀온 17살 큰 딸이 펼쳐놓고 잠든 둘째 대신 열심히 색칠을 하더라는 것. 주인공보단 라이벌이 최고라며 열심히도 색칠했다. 거기에... 요즘 무조건 공주화 시키는 둘째가 예쁜 묶음 머리를 ~ㅋㅋ




알맞은 캐릭터에 스티커를 붙이는 페이지도 있는데 밑그림이 있어서 살짝 아쉽~ 너무 쉬우면 6살 아이들도 시시해 한다는 점! 책 속 형사들 캐릭터가 빼곡히 소개되는 점은 무척 재미있다. 책마다 나오는 인물들이 조금씩 달라서 한데 모아놓으니 뭔가 정리되는 느낌도 든다. 


보통 색칠놀이 책을 보면 주인공 위주로 주인공의 다양한 포즈를 색칠하는 편인데, 이 색칠놀이는 워낙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다보니 마을 사람들까지 하나하나 소개하는 느낌이라 재미있다. 색칠놀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알맞은 소품 찾기라든가, 자유롭게 꾸미기 같은 페이지도 있어 다채롭다. 엉덩이 탐정 시리즈를 좋아하는 유아라면 아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스티커 색칠놀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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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 만화로 떠나는 벨에뽀끄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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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벨르 에뽀끄"... 1871년부터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4년까지의 시대. 산업 혁명 이후 그 특수를 마음껏 누린 유럽의 잘 사는 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말한다. 1권엔선 라 벨르 에뽀끄 시대가 오기 직전까지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의 풍부한 지식이다. 그저 교과서 이론에서만 있을 것 같은 내용도 다각도로 조명해 그 시대를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정치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다양한 인물들의 삶도 알려주기 때문에 마치 내가 그 시대 속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아름다운 시대가 시작됐고, 일본의 아름다운 시대인 메이지 유신까지가 1권의 내용이다. 2권에선 본격적인 라 벨르 에뽀끄에 대해 다룬다. 챕터 7, 챕터 8에서는 주로 문화 예술 분야의 설명을 시작하여 주요 인물들과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다. 챕터 9에 들어서면 그 아름답게 느껴지던 낭만적인 시절에도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아나키즘과 그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으로 꽤 큰 비중으로 의미있게 다룬다. 


마냥 평화롭고 즐거울 것 같은 때에도 사람들은 생각하고 성숙한다. 그렇게 조금씩 현대로 나아간다. 즐겁고 편하기만 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안에 고인 고름도 터트리고 진실을 밝히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모여 조금씩 나아간다. 


챕터 11은 빅토리아 에드워드 시대를 조명한다. 아름다운 여름과 같았던 영국의 가장 아름다운 시대. 그저 화려하게만 보였던 그 시대의 마지막을 아주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시대가 막을 내린다. 


이제 라 벨르 에뽀끄의 마지막을 3권에서 잘 설명하고 있나보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커다란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알게 된다. 그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일들은 정확하게 알고 싶어도 쉽지 않다. 그 채워지지 않는 간극을 그 시대 문학을 읽거나 단편적인 이야기들로만 채우려 했는데 그래도 목마름이 있었다. 이번 <라 벨르 에뽀끄>를 읽으며 내가 하나하나 찾아 읽지 않아도 채워지는 듯한 느낌에 가슴 가득한 느낌이다. 3권은 또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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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하나는 얼마나 클까요? - 측정 0학년 수학
롤프 마일러 지음, 최인숙 옮김 / 이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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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숙제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수학을 익히게 할 수 있을까가 아닐까 싶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그 어려움은 마치 부모의 탓 같기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수학학원에 보내는 부모들도 있고 학습지나 홈스쿨로 공부시키는 부모들도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가르친다 해도 계단을 올라가며 하나, 둘, 셋...세는 정도가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수학동화가 생겨났다. 책을 통해 수학의 원리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집에서 엄마와 함께,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집집마다 수학동화 전집을 들여놓게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좋은 수학동화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름만 수학동화인 경우도 있고 엄마가 읽어도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동화도 본 것 같다. 


아직 이해력이 떨어지는 유아들을 위한 수학동화는 더욱 중요하다. 처음 만나는 수학 원리이기 때문이다. "0학년 수학" 시리즈는 말 그대로 초등 입학 전에 만나는 유아들을 위한 수학동화이다. "미국 수학교육 협회 추천 도서"인 만큼 수학의 원리를 아주 쉽게 이야기로 풀어놓고 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왕과 왕비가 살았다. 왕비의 생일에 맞춰 왕은 왕비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 아직 침대가 발명되기 전, 왕은 왕비에게 침대를 선물하기로 하고 대장 목수에게 부탁을 한다. 대장 목수는 조수 목수에게 부탁하는데, 조수 목수는 얼마나 크게 만들어야 하는지 묻는다. 




왕은 고민하다 자신의 "큰 발"로 누워있는 왕비 주변을 조심스레 걸어서 너비는 발 3개 크기이고, 길이는 발 6개 크기여야 한다고 말한다. 




조수는 왕비의 침대를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림을 보면 조수의 키가 많이 작은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왕의 "큰 발"로 잰 침대의 치수는 조수의 "작은 발"로 잰 치수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무언가를 잴 때에는, 같은 기준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우리 집에는 둘째보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가 있기 때문에 둘째는 아주 자연스럽게 "자"를 가지고 놀았다. 언니가 쓰던 플라스틱 자부터 아빠가 쓰는 줄자까지 갖고 놀면서 유난히 큰 자기 머리 둘레도 재고 배 둘레도 재고, 아빠 배 둘레도 재보고... 자라는 것이 무언가의 수치를 잰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같은 기준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엄마도, 아이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지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기본 원리부터 알면 잊을 수가 없다. 응용도 된다. 아주 좋은 수학동화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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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1 - 만화로 떠나는 벨에포크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1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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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벨르 에뽀끄"라니, 생전 처음 듣는 말이다. 그런데 그 발음이 참 예쁘다. 제목이 주는 느낌 때문인지 표지도 참 예쁘다. 그런데 부제가 "만화로 떠나는 벨에뽀끄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이란다. 근대사라니, 내가 아는 근대사는 그다지 예쁘지 않은데 말이다. 근대사를 따로 라 벨르 에뽀끄라고 부르던가? 나름 세계사 공부를 조금 했지만 역시나 내가 아직 가 닿지 못한 부분이 많은가 보다. 


"라 벨르 에뽀끄"를 직역하면 "아름다운 시대"라고 한다. 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느낌 그대로다. 이 시기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있는 시기라는데 역시나 난 금시초문이다. 


"콕 집어 말하면 프랑스와 프러시아의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세계 제 1차 대전이 발발한 1914년 사이의 약 40여년에 걸친 기간이다."...15p


그렇다면 라 벨르 에뽀끄 시대는 유럽 국가들이 산업혁명을 딛고 부자가 된 유럽 국가들이 다른 나라를 식민지화 하며 자기네들 잇속을 마음껏 챙기던 때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그 나라에 사는 일부 부르조아, 귀족 등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시대였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런 아름다운 시대를 보낸 사람들 뒤에 어떤 그림자와 사건들이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처음, 책을 펴곤 만화체에 조금 익숙해져야 했다. 선명하지 않은 그림체와 생각보다 많은 줄글들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차근차근 읽다보면 이 그림체는 무척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다. 무엇보다 작가의 설명이 머릿속에 쏙쏙 박힌다는 점이다. 마치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다양한 방면에서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




보통 역사를 공부할 때에는 정치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사건이고 그 정치가 결국 역사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역사를 이해하려면 수직과 수평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라 벨르 에뽀끄>가 그랬다. 정치를 따라가다가도 주요 인물의 삶을 보여주거나 당시 유명한 인물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주요 세력이었던 유럽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아래 신음하던 아프리카,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 이야기도 중간중간 알려주기 때문이다. 


<라 벨르 에뽀끄>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이 시대의 주요 인물인 나폴레옹 3세에서부터 시작하여 비스마르크로 이어지며 프랑스와 프러시아의 전쟁을 설명하고 뒤이어 끔찍했던 빠리 꼬뮌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프랑스 이야기가 일단락 되면 6번째 이야기는 일본의 제국주의로 넘어간다. 


2권이 무척 기대된다. 이 책은 3권까지 읽어야 완성될 것 같다. 지금까지 공부로만 했던 세계사 공부의 빈 곳을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정치에서만 그치지 않고 경제, 문화, 예술과 갖가지 일화까지 더해지니 정말 꽉~찬 느낌이다. 이렇게 또 한 걸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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