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0
김지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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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청소년 시절 사춘기 한번 없이 순탄하게 지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혀 못 들은 건 아니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힘든 시간을 지나며 자랐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이유도 없다. 그저 우울하고 아무도 말을 걸지 말아줬으면 싶었고 조용히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싶기도 했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뭔가 이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걸 구차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그런 시기다. 누군에게나 힘들고 어설프고 반대로 가장 교만하기도 한 나이.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은 중 3 시절을 지나고 있는 넷, 아니 다섯 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다. 점심시간 후, 혹은 방학 때 잠깐 모여서 이들 만의 양푼이 간식을 먹는 친한 친구 예은, 종희, 시래, 보민은 갑갑하고 답답한 중학교 3학년 시절 중 이 양푼이에 가득 디저트를 만들어 먹는 시간이 마치 은혜받은 잠깐의 휴식 시간같다. 하지만 그런 시간 외에는 각자에게 하나씩 문제가 생긴다. 누군가에게는 남자친구와의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가족 문제가, 혹은 장래나, 식이 장애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를 겪는 이들은 한데 어우러져 맛난 디저트나 비빔밥을 만드는 양푼이처럼 친구들의 위로와 든든한 지지를 통해 그 문제를 헤쳐나간다.

책의 구성 자체가 양푼이 클럽을 소개하고 한 명당 하나씩의 문제를 주어준 후,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미션 클리어하는 듯한 느낌인데 그 문제 하나하나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친구들과의 다툼이 일고, 가족 내에서 혼자 튀어 외로움을 느끼고 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꽤나 큰 문제들이 펑펑 터져서 책을 읽으며 이게 맞나~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이런 문제들은 오히려 청소년들의 일상이라기보다는 좀더 영화처럼 보이게 하는 구석이 있어서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문제라고 그들 자신에게 작은 고민거리이진 않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갈등이 때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할 테니까. 그보다는 주변에 이렇게 자신을 보다듬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아이들은 큰 위로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양푼이 클럽 회원이 넷이서만 똘똘 뭉쳐다니는 것이 아닌, 관심있어 하는 친구들에게는 언제나 열려 있는 클럽이어서 좋았다. 마지막 유리의 이야기가 더해진 이유일 터이다.

어찌 보면 가장 편협하고 가장 넓은 시야를 가졌을 아이들이 이 시기를 누구라도 잘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너무 아프지 말고 너무 고립되지 않은 채로, 너무 가볍게도 여기지 않아 훨씬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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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호수 -상
메이브 빈치 / 경향신문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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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저 <체스트넛 스티리트>의 표지가 좋아서 좋아진 작가.ㅎㅎ

한 권, 두 권 사 모으다 <그 겨울의 일주일> 장편을 읽고 나의 선견지명은 틀리지 않았다며 더 좋아진 작가이다.

그 후 단편인 <체스트넛 스트리트>도 너무 좋아서 또 다른 작품은 없나~ 하고 검색하다가 알아낸 책이 <유리호수>!

이미 절판된 책이지만 중고로 구할 수 있었다. 다만 "중"품도 되지 않는 것을 한 권에 4000원씩에 구매, 어느 책방에서 대여되었던 책인 듯 아주 낡았지만 구할 수 있었던 데 감사하기로 했다.

<유리호수>를 비롯한 메이브 빈치의 절판된 책들은 모두 2000년 이전에 출간된 작품인 듯하다. 내가 읽었던 두 권은 모두 2000년 이후 출간된 책들이라 지금과 전혀 시대적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읽었는데 사실 <유리호수>는 그렇지 않았다. 작가의 초기 작품인 듯 그 전의 소설들과는 조금 느낌도 다르고 시대적 상황도 1950년대라 조금의 이질감을 느끼며 읽었다.

그보다는 그 전의 책들에서는 마음에 안드는 캐립터가 거의 없었다면 <유리호수>에선 완벽한 나쁜 놈이 등장하여 계속 읽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게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역시나 메이브 빈치의 서사력이 대단해서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하고 과연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참을 수 없어 끝까지 읽게되는 소설!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꼰대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결국 한 여성, 아니 한 모녀의 자립 성장기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메이브 빈치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장 인상적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최선을 다 하려는 모두의 노력이 결국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 또다시 저자의 절판된 책을 찾아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옛 소설들보다는 역시 2000년 이후의 작품들이 훨씬 따뜻하고 아름답고 와닿기 때문이다. <밑줄 긋는 남자>의 여주인공 콩스탕스처럼 이제 작가의 남은 책이 몇 권 되지 않으니 아껴아껴 조금씩 읽어야겠다. 돌아가신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아픔이 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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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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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으로 <파리대왕>은 4회독째다. <데미안> 만큼이나 읽을수록 이해가 깊어지고 또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책이다. 워낙 상징이나 비유가 많기도 하고 그 속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하기 위해 천천히 정독이 필요하다. 또하나, <파리대왕>을 여러 번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번역 문제였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무엇을 묘사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던 것. 대강이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고 배경 묘사 또한 그런 거 아닐까, 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유난히 상징과 비유가 많은 이 책에서 혹시나 놓친 것이 있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문예출판사의 책을 한번 구매했었다. 두 출판사의 책을 비교해 보고 거기서 거기인 듯한 느낌에 책장 위에 올려두었다가 나중에 짐을 옮기며 보니 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버려 버린 적이 있다. 이번 문예출판사의 새로운 책을 받기 전까지 두 손 모아 바랐던 것이 바로 번역이다.

"정글을 후려친 소년 둘레의 흉터 자국은 온통 열탕처럼 무더웠다."... (7페이지, 민음사)

"정글 속으로 움푹 파고든 긴 암벽은 그야말로 열탕이었다."...(7페이지, 문예출판사)

민음사 버전도 뒤쪽으로 가면 읽을 만하지만 이 앞부분은 도저히 용서가 안됐다. 이번 새로운 책을 받아 이 첫 페이지부터 펼쳐들고선 얼마나 감사했는지~! 이제 학생들도 별 어려움 없이 책 내용에 집중하며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싶다.

제목 <파리대왕>은 책 속에 직접 등장한다. 환영같기도 하고 실제같기도 한 그 장면은 나같은 기독교 문외한은 잘 몰랐던 "바알제붑"이다. 요즘 아이들은 신비아파트나 게임을 통해서 이미 잘 알고 있단다. 결국 섬에 남겨진 아이들 중 욕망,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과 신사의 나라 영국의 국민 한 사람으로서의 의지를 지키려고 한 아이들 사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자극적이다.

또한 파리대왕이 우리의 야만성, 잔인성, 폭력성, 악마성을 의미하면서 우리 마음 속 "일부분"이라고 하는 부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읽을수록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점에 소름끼치는 소설이다. 몇몇 논란거리가 있음에도 훌륭한 소설인 이유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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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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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라는 작가를 처음 안 건,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그림책을 통해서였다. 첫째를 키우며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그림책을 구입해 읽어주는데 아직은 어렸던 아이보다 읽어주는 내가 더 울컥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사노 요코라는 작가가 궁금해졌다. 시간이 훨씬 흘러 이분이 쓴 에세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책을 빌리거나 사서 읽기도 하고, 소설도 쓰셨다는 걸 알고 그 또한 구해 읽기도 했다. 에세이를 읽을 때는 그림책과 다르게 무척 시크하고 멋진 신여성 할머니의 느낌이 강하다. 나이에서 오는 당당함인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 <시즈코 상>을 읽고선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시즈코 상>은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어릴 적 학대라고 할 만큼 매정하게 굴었던 엄마가 나이 들어 자신의 집에서 며느리에게 쫓겨나고 오갈 곳 없어 함께 살게 되면서 생각하게 된 이야기와, 이후 치매에 걸려 노인 홈(요양원같은 곳인가 보다)에서 지내는 엄마를 찾아가며 엄마와 또다른 관계를 맺게 되는 작가의 이야기를 정말 가감없이 담아냈다.

에세이를 읽을 때부터 느꼈던 건데, 사노 요코는 정말 가식이 없다. 본문에서도 나오는데 사람은 상황에 따라 대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하건만 사노 요코는 그런 요령을 피울 줄도, 그럴 듯 하게 넘길 줄도 모른다. 그런 태도가 누군가에겐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재수 없게 느껴질 수도. 정반대의 성향을 지녔던 엄마와는 그렇기에 끝도 없이 부딪치고 부딪칠 수밖에 없다.

아빠의 성향을 닮아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쉽고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했던 사노 요코는 열여덟 살에 집을 나와 떨어져 살면서 그나마 엄마와의 관계가 편안해진다. 하지만 진정으로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한 건, 자신이 예순이 넘어 엄마가 치매에 걸리고나서부터다.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자신을 잃어버린 엄마가 되어서야 다정하고 친절해지는가 하면 그제서야 엄마를 사랑하고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 끝도 없이 서로를 찌를 것만 같던 둘의 이러한 마지막 여정 속 화해는 그렇기에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을 준다.

한 편 한 편 연재된 이야기를 묶은 책이라 앞쪽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것도 있고 겹치는 생각들도 있지만 사노 요코는 워낙 자연스럽게 빨려들 듯 글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특히 사노 요코처럼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화해한 관계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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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인데 은퇴해도 되겠습니까? 청귤 시리즈 1
트리누 란 지음, 마르야-리사 플라츠 그림, 서진석 옮김 / 북극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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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를 봤을 땐 정말 흥미진진한 내용의 그림책인가 보다~ 했는데, 온라인 서점에 검색해 보니 소설로 분류되어 있다. 참, 예쁜 표지의 책이구나~ 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동화책같은 그림책이다. 출판사 또한 북극곰으로 역시 아이들 책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 보니 왜 소설로 분류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어쩌면 어른을 위한 동화책일지도~.

학교 과학실에 하나씩 있을 법한 해골 모형. 우리나라 과학실에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선 언제나 등장하는 해골 모형이다. 커다란 학교 과학실 구석에서 아주 오랫동안 서 있던 요한(그 당시엔 이름이 없었지만)은 이제 은퇴하여 편안히 살고 싶다. 선생님은 요한이 안쓰러워 시골 숲 한가운데 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연락한다. 할아버지는 요한이 지낼 곳을 손보고 잘 데려와 이곳저곳 오랜 세월 동안 망가진 곳도 고쳐준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런가 보다~하고 읽고 있었는데, 이 책의 진가는 바로 다음부터다. 그러니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일상을 보내는 요한의 이야기. 할아버지, 할머니는 요한을 그냥 장식으로 이용하지 않고 마치 자신들의 자식이나 손주처럼 대한다. 일을 할 때나 손주들과 놀이를 할 때, 요한이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이 내용이 얼마나 따뜻한지 모른다.

무엇보다 이제 갈 때가 가까워 옴을 느끼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각과 행동이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워서 나도 언젠가 이렇게 마지막을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아주아주 긴~ 여운이 남는다.

역시나 생각대로 우리집 아이는, 이런 심오함을 이해하기에 아직은 어리다. 처음 제목과 표지만 보고 재밌겠다~하고 들고 가더니, 끝까지 읽은 후 자기 스타일은 아니라며 내려놓는다. 죽음과 나이듦을 아직은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그 노후와 죽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 동화책이었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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