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문해력의 힘 - 청소년의 문해력을 키우는 미디어 활용법
윤세민 외 지음 / 유아이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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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MZ 세대 이야기가 떠돈 것 같은데, 최근엔 알파 세대 이야기가 중심이다. 양 손에 미디어를 쥐고 태어난 아이들 말이다. 아기 때부터 식탁에서 미디어를 접하고 말을 떼기 전에 조작할 줄 알며 어느새 초등 학령이 되면 미디어에 통달한 아이들. 어떤 부모들은 그런 조작 능력을 자랑하듯 하곤 한다. 하지만 논술 관련 사교육에 10년 넘게 몸담아 온 나로서는 이 세태를 어찌 해야 하나 싶다. 특히나 2019년부터 코로나를 거치며 한층 더 심각해졌다. 자소와 음소를 연결시키지 못해 아무리 발음해 줘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2학년이 수두룩한가 하면, 4, 5학년들은 통문장을 제대로 읽어낼 줄 몰라 더듬더듬 하기도 한다. 그러니 긴 줄글을 읽고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올해, 2024년 1, 2학년부터 교과서가 바뀐다. 2022 개정 교육 과정에 따라 국어 시간 시수가 34시간 더 늘어나고 목표에 "미디어 리터리시"가 강조되어 있다. 나라에서도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심각성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글자를 읽을 수 있어도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점점 긴 글을 읽는 것이 두렵고 부담스러운가 하면 마치 <1984> 속 신어처럼 어휘의 다양한 뜻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무엇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미디어 문해력의 힘>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출판학회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도서 발간 사업의 일환으로 출판한 책이다. 무엇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해력 증진을 위한 도서이기를 바라며 각계 각층의 미디어 전문가들을 집필진으로 구성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미디어 문해력을 파악하고 다양한 미디어의 활용 방안과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한 시사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한 사람의 학부모와 논술 교사로서 읽어 보니 실제로 사용 가능한 활용 방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현 실태를 제대로 바라보고 커다란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각 대학의 교수들로 구성된 집필진들은 일반인들이 읽기 쉬운 형태의 글이 아닌 논문 형식의 글을 빌어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문해력의 중요성과 필요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고 직접적으로 문해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나 대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학부모 등의 일반인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전문가들이 그 필요성을 깨닫고 앞으로의 교육 방안과 구체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때 참고해야 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 속의 일침들은 무척 공감하며 읽었다. 집에 책이 없는 가정이 얼마나 많으며 함께 책을 읽기보다 놀러다니기 바쁜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절대로 책을 읽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습관이 정착된 아이들은 책의 재미에 스스로 빠져든다. 좋아하는 책이 생기고 작가가 생겨 더 찾아읽고 싶은 정도가 되면, 문해력 걱정은 필요 없다. 각 가정과 정부와 선생님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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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주머니 - 행복연구소
엘라 사리.안비 지음 / 리앙(Rien)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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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 학문적으로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 할 부분이 없다. 전두엽이 재정비되는 시기,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시기. 그러니 열심히 생각하고 열심히 경험하라고 말해주는 거야 뭐가 어려울까. 문제는 그 각자의 생각과 경험이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라 온 세상과 축적되어 온 것들이 모두 다,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달라서 그것들이 청소년기를 맞이했을 때,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기도 하고 갑자기 주저앉는가 하면 절망스럽기도 하다는 것. 그런 모든 것들이 자기 자신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서 모두에게서 점점 배타적이 되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결국은 어떻게 잘 이겨낼 것인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결심하는 것. 충분히 고민하고 실행해 보는 것. 사설이 길었는데, <공기주머니 행복연구소>를 읽고 나니 청소년들에 대한 생각이 이러저러 많아졌기 때문에 주저리주저리가 된 것 같다.

<공기주머니 행복연구소>는 독특한 책이다. 작가가 둘인데 한 명은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된 엘라 사리와 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안비가 각각의 한 장씩 맡아 번갈아가며 쓰여졌다. 시작 1장부터 홀수 장은 엘라 사리가, 짝수 장인 2장부터는 안비 작가가 맡았다고 한다. 처음엔 홀수 장은 현실에서, 짝수 장은 율의 상상 속 일들인 것처럼 보이다가 중간부터 하나로 합쳐지는 독특한 판타지 소설이다.

프랑스와 인도, 한국이라는 세 나라를 오가며 입양되고 버려진 아이들이 자신들 만의 나라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라 길지 않은 책이었지만 중반까지는 세계관을 이해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결국은, 자아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속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나"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비단 입양아들에게만 속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더 극심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겠지만 결국 어디서든 "나"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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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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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새로운 책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수월하게 잘 읽었던 책이지만 <데미안>은 중, 고등학교 시절 3번의 실패에 이어 성인이 된 후 6회독을 한 이후에야 겨우 책이 손에 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알았다. 어떤 책을 통해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이 전기와 후기로 나뉘며 <수레바퀴 아래서>는 전기에 속하고 극심한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겪으며 프로이트의 제자 칼 융과의 치료를 통해 나아가며 그 이후 작품들이 후기에 속한다는 사실을. 때문에 이 후기 작품들은 자기 자신으로의 천착이며 끝없는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들의 상징이자 비유로 가득하다. <싯다르타>는 무려 <데미안> 이후의 작품이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 만큼의 내가 성장한 것인지 그동안 열심히 읽었던 독서의 효과 때문인 건지 아님 <싯다르타>는 원래 그런 건지 나름 수월하게 읽혔다. 다만 정말 열심히 읽었다. 옆에 이면지를 두고 싯다르타의 행적을 따라 적어가며 최대한 싯다르타의 사유를 따라가려 애썼다. 뜬금없는 행동이 전혀 이해가지 않는다 해도 편견없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마지막 싯다르타의 결말에 이르렀을 때에는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결국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분명한 선도 분명한 악도 없다는 것이 <데미안>이었다면 시작과 끝, 정신과 육체가 나뉘는 것이 아닌 모두 하나로 흐른다는 사실이 <싯다르타>이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나 대신 싯다르타가 대신 체험해 준다고 생각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특히 강물로부터 배우는 싯다르타를 읽으며 나이 50이 넘어가자 자연 현상에, 내게 일어난 일들에,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갖게 되었던 사실을 떠올린다. 자만했던 20,30대를 지나 현실에 충실했던 40대였다면 결국 이 모든 것이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 최근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이제야 <싯다르타>를 읽게 된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으로 끝날 독서가 아닌 곁에 두고 몇 회독을 해야 할 책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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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lovebooks 2023-12-2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훌륭한 작가와 작품인가봐요^^
 
흘러흘러 강물따라 지표 탐험 - 흐르는 강 옆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똑똑한 책꽂이 36
샤를로트 길랑 지음, 조 엠프슨 그림, 장혜진 옮김 / 키다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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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은 표지에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구불구불 하늘색의 강물이 흘러가는 것이 보이고 강물에 호기심을 갖고 들어가 있는 곰에서부터 강물에 살고 있는 물고기, 물새들, 한 아이는 그 강물에 종이배를 띄운다. 그런가 하면 주변 풀과 나무 사이로 다양한 동물들과 꽃들이 보여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준다.

강물 띠라 지표 탐험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지표"가 뭘까, 아이들이 가장 먼저 물어볼지도 모른다. 지표란, 방향이나 목적, 기준 따위를 나타내는 표지를 말한다고 한다. 결국 이 책은 산 꼭대기에서부터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들이 모여 물줄기가 시작되고 그 물줄기가 모여 강이 되어 흐르는 상류에서부터 차근차근 그 강물을 따라가는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 그 강의 발원지(수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울물에서 시작한 강물은 침엽수와 낙엽수 사이를 흐르는 와중에 물을 마시러 온 사슴도 만나고 흐르며 바위를 깎아 V자 모양의 골짜기도 만들고 비탈길을 만나 콸콸 쏟아지는 폭포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하며 흐르는 강물은 점점 점점 더 커져서 협곡도 만나고 그런 강물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만난다.


첫 장을 펼칠 땐 몰랐는데 그 다음 장을 넘기려니 책이 죽~ 펼쳐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강물을 따라 길게길게 펼쳐지는 것이다. 강물을 따라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지 또 사람은 이 강물을 이용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강물이 주변 환경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죽~ 펼쳐진 책은 다시 뒤로 넘겨 계속해서 강을 따라간다. 도시도 지나고 결국 강의 하구에 이르면 바다로 나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바라보는 강도 언제나 큰 감동을 주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강은 더 큰 감동이다. 하지만 때론 인간의 이기심에 더러워지기도 하고 편의성으로 물길이 바뀌면 망가지기도 하는 것이 강이다. [흘러흘러 강물 따라 지표 탐험]은 강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고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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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디네브 기념일 학교 - 할로윈 밤의 소원
최혜련 지음 / 푸른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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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나게 된 초등 고학년에서 청소년이 읽을 만한 소설들은 모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인 나조차도 푹~ 빠져서 읽게 되고 교훈이나 주제 또한 무척 의미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기꺼이 읽을 만한 "재미"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올랜디네브 기념일 학교>는 판타지 소설이다.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올랜디들과 평범한 인간들, 올랜디와 대척점에 있는 가르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좋았던 건 이런 세계관을 따로 설명하지 않고 읽어나가는 중에 이해하도록 묘사한 점이다. 때문에 책을 읽는 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처음에 어리둥절 할지도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금방 빠져들 것이다.


이제 막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된 데이브와 휴는 올랜디들로서 제대로 훈련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과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될 마법과 위즈(마법도구)들로 인해 어떤 장난을 칠지 계획하느라 흥분된 상태이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가르곤들에게 살해당한 데이브 형의 복수심이 깔려있다. 어떻게든 올랜디네브 학교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 가르곤들을 혼내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마을에서의 우정이 영원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들에겐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계속된다.


"데이브! 모든 가르곤이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닐 거야! 스티븐이 크리스를 죽였니? 스티븐은 크리스의 죽음과 무관해."...152p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선물임을 깨우쳐주고 싶었단다. 우리는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고, 나는 이 여행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는 사람들에게 기념일이라는 작은 특별함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해주었지."...222p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일상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우리는 가끔 그 사실을 잊는다. 아침에 서로를 깨우는 목소리, 손짓, 잘 다녀오라는 인사, 오늘 하루 어땠냐는 대화,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가끔 그 모든 걸 잃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다. 이 너무나 소중한 깨달음을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 속에 녹여 읽는 내내 감사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깨달음을 꼭 깨닫기를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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