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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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은 믿고 읽는다. 잔잔하면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 감동을 주는 일본 소설과 결을 달리 하는데 문화에서 오는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일어날 법한 이야기지만 흔치 않은 이야기 속에 기승전결 확실한 이야기 구조를 가져 읽는 내내 긴장하게 만드는 동시에 계속 궁금하게 하면서 커다란 감동을 준다. 읽는 동안도 즐겁지만 언젠가 또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다.

이번에 만난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도서관에 갔다가 평소의 프레드릭 베크만 소설과 달리 아주 가벼운 페이지여서 집어왔다. 제목부터 무언가 가슴 아플 것 같았는데 직접 펼쳐 읽으면서 작가에게 또다시 놀라게 됐다. 지금까지 읽었던 프레드릭 베크만의 구성 방식이나 내용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이 제일 좋을 때지. 노인은 손자를 보며 생각한다."...10p

소설의 첫 문장이다. 벤치에 앉아있는 손자 노아는 아직 발이 대롱거릴 정도로 아직 어리다. 이 벤치가 있는 곳은 어느 광장. 이곳에서 둘은 보이는 여러가지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가르쳐 준 것,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 둘이 함께 이룬 것, 즐긴 것, 나눈 것...등에 대하여.

하지만 곧 독자들은 이 두 사람의 대화가 어딘가 이상함을 눈치챌 테고, 이 광장이 여느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쇠퇴하는 기억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 이 책은 기억과 놓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와 그의 손자, 한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는 연서이자 느린 작별 인사다."...7p 라고 작가는 말한다. 온전한 자신에서부터 점점 잃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내겐 낯선 주제는 아니다. 치매를 20년 넘게 앓으신 할머니를 보면서, 뇌종양으로 점점 엄마가 아니게 된 엄마를 보면서 내가 아닌 나는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책 속 할아버지는 그저 자신이 놓친 것, 더 줄 것, 더 남길 것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더불어 먼저 보낸 아내와의 시간으로 조금씩 자신을 놓는다.

울컥! 하여 꿀꺽! 하고 눈물을 참는다.

원제가 <AND EVERY MORNING THE WAY HOME GETS LONGER AND LONGER>이다. 할아버지가 노아에게 자신을 설명한 문장. 노아가 아빠에게 할아버지를 설명한 문장.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점점 길어지겠죠."...150P

짧지만 역시나 임팩트있는 소설이었다.

#하루하루가이별의날 #프레드릭베크만 #다산책방 #치매 #기억과놓음 #추천소설 #감동 #이별 #사랑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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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과자세계 스위트성
차민주 지음 / 비밀신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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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달콤하다. 제목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표지에는 달콤 가득한 색이 아주 화려하게 장식된 성을 표현하고 있다. 가운데에는 왕인 듯 보이는 한 사람이 왕좌에 앉아 있다. 도대체 이 신기하고 아름다운 과자 세계 스위트성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책의 첫 시작은 스위트성에서부터다. 10년마다 한 번 뽑는다는 왕위는 이 과자세계에서 가장 미각이 뛰어난 자가 뽑힌다. 그런데 달고 고소한 맛을 지지하는 리온과 맵고 신 맛이 훨씬 더 뛰어나다는 칼리 중 리온이 뽑히고나서 칼리가 흑화한다. 리온은 칼리를 물리치고 왕위를 차지하는데.... 다음 챕터로 넘어가니 갑자기 현실 세계의 아이들 이야기로 넘어간다. 오호~! 그러니까 이 책은 단순히 과자세계의 이야기가 아닌 아이들의 현실 세계에서 과자세계로 넘어가는 이야기구나! 아이들 입장에선 훨씬 더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내용도, 구성도 탄탄해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할 수밖에!! 읽는 내내 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과자들 표현에 아주 황홀했다. 평소 과자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아서 잘 찾아먹지 않는 내가 읽어도 츄릅! 싶은데 아이들은 얼마나 상상하고 떠올리며 즐거울지 안 봐도 뻔하다. ㅋㅋㅋ


책 속 등장인물인 소연, 티루, 재인, 단의 호흡과 우정도 눈여겨 볼 만하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며 적극적으로 위로해주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때문에 넷은 소연이 할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여정도 함께 하고 할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한 모험도 함께 한다. 역시, 사람은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


슈루룩~ 빨리 읽어버리면 줄거리만 쫓아가다 놓칠 수도 있겠지만 책 속에는 기억해 둘 만한 문장들도 꽤나 들어있다. 아이들이 천천히 책을 음미해가면 마음껏 상상하고 이미지를 떠올리고 맛을 느끼고 생각하며 오감으로 읽는 독서시간이 되면 좋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스위트성 #판타지동화 #초등동화 #비밀신서 #과자세계 #오감으로읽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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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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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라는 제목만으로도 요즘 유행하는 그, 판타지 형 장소를 기반으로 한 소설일까봐 걱정하며 책장을 펼쳤다. 한 번은 우와~ 하며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계속 비슷한 소설류들이 나오니 영~ 거시기 하다. 내 취향은 그저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 바로 이 책이다.


37살의 에이코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이다. 매일 회사에 출근하고 돌아오면 자신을 맞아주는 편안한 소파가 있는 집도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았다는 어느 정도의 부족함(스스로 그렇게 느끼는)은 챗바퀴 도는 듯한 생활 속에서도 자신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음으로 대체하며 괜찮은 삶이다~하고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똑같은 패턴의 삶은,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삶이라고 해도 조금은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때, 인생의 카페를 만난다.


책은 10개의 꼭지로 모두 잘 알지 못하는 디저트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디저트는 카페 루즈의 대표 상품인 동시에 그 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해결책이 되는가 하면 주인공 에이코에게는 언제나 여행을 떠나고 싶고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들이다. 그러니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에이코이긴 하지만 주인공은 딱히 에이코 한 명은 아닌 셈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겪기도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인공이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나 대신 하는 행동이나 말에 격하게 공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편안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 좋다. 디저트를 정말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온통 낯설고 잘 상상이 가지 않는 맛이긴 했지만 나에게도 이렇게 참새 방앗간 다니듯 갈 수 있는 카페 하나 정도 있음 좋겠다~ 하는 생각은 정말로 간절하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곤도후미에 #종종여행떠나는카페 #황소자리출판사 #일본소설 #편안함 #힐링 #디저트로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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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수집가 2 - 백색 공포를 찾아라 고래동화마을 15
김희철 지음, 홍그림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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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는 무서운 이야기를 정말 싫어한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도 귀신이나 어떤 사건 등에 반응하며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나이 10살! 스스로도 조금씩 관심이 가기는 하나 보다. 어느 날은 TV 속 채널에서 그런 이야기를 짜집기 한 어린이 채널을 보다가 혼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친구들과 간 문구점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조그만 책을 사오기도 했다. 그렇게 무섭다고 혼자 자지도 못하면서 이제 좀 커가나 보다~ 싶은 것이, 이왕이면 제대로 된 책으로 무서움을 극복했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렇게 만난 <공포 수집가>는 "공포"를 소재로 하고는 있으나 진짜 공포에 대해 다루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러 사건 등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과 겉으로 무성한 소문 속의 공포에 대한 실체를 마주하게 함으로써 여러가지를 깨닫게 한다.

우선 이 책의 주인공은 공포 채널 무서리 방송국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이다. 아이들이 가장 되고 싶은 직업 1위라는 크리에이터를 전면에 내세워 호기심을 북돋는다. 이 주인공 여름이는 1편에서 만난 로지라는 친구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공포를 찾아다니며 그 진실을 파헤친다. 하지만 그 공포에 대한 진짜 호기심보다는 자신의 채널에 올려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늘리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로지의 아빠를 구하는 데 있어 자신이 조회수만 챙기는지 진짜 로지를 돕고 싶은지를 돌아보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공포"를 주제로 한 아이들 이야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해외에서부터 유명한 <구스범스> 같은 책은 어린이 읽어도 소름이 돋고 오싹한 책이다. 그러니 <공포 수집가>가 진짜 무서운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공포 채널을 운영하며 여름이가 알아야 하고 배워나가야 하는 것들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다 전설이나 신기한 소문은 덤! 다만 이야기 호흡이 마치 유튜브 속 서술처럼 짧다 보니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어지게 느끼기보다는 짧막짧막한 유튜브 영상을 보는 느낌이라 조금 안타깝기는 했다. 이왕이면 문학 작품으로서 아이들 흥미를 끌어당기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공포수집가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공포채널 #초등동화 #중학년동화 #공포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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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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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언제부터 "이야기"가 더해졌을까, 왜 우리에겐 이야기가 중요할까, 생각하기 이전부터 우리는 이야기와 함께 살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이야기는 좋아한다. 문학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인간답게 한다고 <문학의 역사> 저자 존 서덜랜드는 말한다.


<문학의 역사>는 말로만 듣던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에서부터 단순한 종이 텍스트를 넘어 기계와 결합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비문학이지만 지루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 없이 술술 읽힌다. (물론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읽느라 꼬박 일주일은 걸렸다.) 무엇보다 아는 작품들이 있는 기쁨으로, 읽고 싶은 새로운 책의 제목을 찾는 행복으로,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번득임으로 읽는 내내 즐거웠다. 하나씩 정리해 본다고 이면지 세 페이지에 걸쳐 메모했더니 훨씬 똑똑해진 기분도 든다.


책은 기원전 20세기경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에서 시작된 문학의 역사는 서사시에 대한 정의로, 왜 현대에는 서사시가 존재하지 않는지, 그 서사시가 어떻게 희극과 소설의 형태로 바뀌어 나갔는지, 각 시대의 역사 속에서 문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한때 장르와 취향에 관계 없이 다양하게 책을 읽었던 약 3년 간의 시간(1000권 정도)이 있었기에 대부분의 작가와 스타일, 장르를 스스로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에 흠뻑 빠져 읽을 수 있었다.


책 속 이야기처럼 평생 열심히 책을 읽어도 계속해서 쏟아지는 많은 책들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짧은 시간 안에 정말로 좋은 책(단순히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은 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책이 내겐 지루함의 끝이 될 수도 있으니)을 최대한 많이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중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런 책을 고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그런 안목을 기르기 위해선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이렇게 문학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런지! 지금까지 해 온 독서를 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문학의역사 #존서덜랜드 #소소의책 #문학 #읽자 #문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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