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 - 비울수록 아름다운 밀리카의 집 스타일리시 리빙 Stylish Living 23
밀리카 지음 / 싸이프레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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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내게는 멀고도 먼 이야기이다. 마치 내 뒤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려는 듯 어지르는 인간이 둘... 저 골방에서 조용히 짐을 쌓아놓는 인간이 하나. 나라고 정리정돈을 착착 잘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느날 맘 먹고 시작해서 그 하루의 여파로 일주일은 몸살을 앓는 타입이니. 그러니 어찌 보면 우리 집이 엉망인 건 내 탓인 것 같다. 물론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만 내 위치상 나의 행동이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종종거리며 하루종일 반짝반짝 깨끗하게 유지하는 사람이었다면 다른 가족들도 그 반만큼은 흉내내지 않았을까 싶다.


<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는 결혼 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블로그에 그 변화를 기록하여 많은 호응을 얻은 밀리카님의 책이다. 때문에 이 책 안에는 그녀가 어떻게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게 되었는지 실현시키기 위해 집을 어떻게 인테리어 하고 그것을 잘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더욱 발전하여 더 나은 세상과 삶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제로라이프의 일상을 가감없이 담고 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인테리어 하려면 돈이~, 그걸 유지하려면 아이가 없어야~ 하는 생각들이 끝도 없이 줄을 이었다. 사진으로 보이는 그녀의 삶 자체가 정말로 깔끔하고 깨끗해서, 나로선 절대 불가능한 삶이니 그저 부러워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저 변명일 뿐이다. 내게 일이 없고 아이가 없었어도 나라는 인간 자체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가만~히 앉아있는 걸 좋아하니 아마도 지금보다는 정리가 되었어도 비슷한 상황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인정하고 나니 이 책에서 배울 점을 하나씩 찾게 된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부터는 물건을 들이기 전에 어디에 놓을까 하는 고민을 충분히 합니다. "...69p

"비움을 결정하는 권한은 오로지 당사자에게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110p


지금 집에서 15년을 살다 보니 그야말로 집이 엉망이다. 첫째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한 번 맘먹고 정리하려 했는데 느닷없이 둘째가 태어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책이 집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간 한 명의 짐이 어찌나 많은지 서랍장이 하나 늘고 침대도 하나 늘고 그녀의 끝없는 물욕을 나타내는 장난감이나 자질구레한 소품도 끝이 없다. 그것을 얼마 전부터 아이와 상의하여 하나씩 비우고 있는 중이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한꺼번에 하면 지친다. 정말 조금 짬이 날 때마다, 앉은 자리에서 잡히는대로, 혹은 생각이 떠오를 때 과감히 버리고 팔고 위탁하는 방법으로 정리하고 있다. 끝도 없을 것 같은 이 비움의 과정에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도록 이 책을 읽은 것이 무척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미니멀 라이프까지 꿈꾸지는 않지만 좀 덜어내고 좀더 간편히, 더불어 지구를 위한 결정과 일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좋아하는물건과가볍게살고싶어 #밀리카 #싸이프레스 #비움 #미니멀라이프 #청소 #제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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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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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가 되어야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된다. 가장 어린 둘째가 9시쯤 잠들면 남편이, 그 다음엔 첫째가 다가와 일일 보고를 한다. 12시가 되면 자야 하는데 하루종일 내 시간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없어 조금씩 미루다 보니 어느새 취침 시간이 새벽 2시쯤이 되어버렸다. 자는 시간을 줄여 다음날이 조금 피곤하더라도 그 시간은,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도대체 그 혼자만의 시간이 뭐길래 어느새 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되었을까. 하루종일 시달리고 쌓인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를 조용히 갈무리하는 시간이다. 대부분은 책을 읽으며 생각을 다듬지만 때론 멍때리기를 하기도 하고 쌓아둔 물건을 정리하거나 해야할 일을 계획하기도 한다. 이런 시간이 없다면 다음날이나 앞으로의 시간들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나만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거실이 점점 줄어들고 개인이 사용하는 방의 크기가 늘어나는 추세가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를 걱정하기 전에 어째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한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언제부터 사람이 혼자인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그 시간을 보냈는지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마치 논문인 것처럼 보이던 이 책은, 그러나 다양한 작가들과 유명인, 문학 작품을 통해 그 사례를 증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또한 나처럼 혼자인 시간이 너무나 중요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흥미를 일으킨다. 때문에 아주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읽었던 것 같다.


책에 따르면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였던 사람들이 처음 혼자가 된 것은 "산책"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그 산책을 통해 사람들은 풍경을 감상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처음 그 산책은 때론 모험으로, 때론 도전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근대 언저리에서부터 시작된 그 행보는 지금까지 전체 중에 혼자인 상태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행동으로 인정된다. 그 외 수집같은 취미 생활도, 강요로 주어지는 독방 생활이나 영적인 회생을 위한 시간이나 병중 생활에까지에서도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다방면으로 혼자되기에 대해 전문적이고 역사적으로 다룬 책이 있을까.


외로움과 고독은 분명히 다르다. "고독은 집단 속에 있지 '않으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의 상태다."(...295p)는 작가의 말처럼 고독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어야 집단 속에서 제대로 생활할 수 있음을 느낀다. 그 시간동안 우리는 분명 살아갈 힘을, 이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낭만적은둔의역사 #더퀘스터 #데이비드빈센트 #은둔 #혼자있기 #혼자보내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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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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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서야 표지를 제대로 봤다. 내 눈엔 그림이라는 것 자체가 잘 안 들어오는지라 누가 알려줘서, 혹은 어쩌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김영하북클럽 에서 어느 분이 표지에 휠체어를 나중에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서평을 쓰는 이제서야, 여러 의자 가운데 휠체어를 발견했다. 정말 의미있는 표지였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우리가 등교하면 같은 반 친구 엄마가 그 친구의 동생과 함께 우리집에 놀러오곤 했다. 대부분은 내가 하교하기 전 집으로 돌아갔지만 때론 하교할 때까지 있을 때도 있어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와 꽤나 친했음에도 그 시간에 그 친구와 함께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걸 내가 의아해하지 않았던 것 자체가 신기하다. 아마도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자기 동생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던지. 반면 우리 엄마는 그 동생이 엄마의 아끼는 잡지를 찢고 먹고 구겨도 전혀 화를 내거나 하지 않으셔서 나도, 그 동생에게 이해심 있는 태도로 대했던 것 같다.


어릴 적 경험이, 혹은 주위에 함께 할 수 있는 장애인이 있는지에 따라 그들을 대하는 생각이나 태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피하거나 무서워 할 대상이 아니라고 깨달을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 한복판이라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어쩌다 마주친 분들이 아니면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없다. 아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무서워서 싫다, 배려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접하면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는 대답에 가끔 좌절하게 된다. 아무리 내 경험을 얘기해줘 봤자 아이들에겐 그저 아주 먼 딴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라는 책을 읽으며 이 당연한 사실들을 이렇게 책으로 써서 내야하는 상황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렇게 훌륭하게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작가에게 경외심을 갖기도 하였다. 책 속에는 여러가지 문제제기가 나오는데 난 절대적으로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사실에 또한 마음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모든 국민이 이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모든 소수자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시작해서 끝을 맺는 데 무려 3주나 걸렸다. 책이 어려워서는 아니다. 방학이라 아이가 집에 있었고 방학 즈음해서 아이의 자가격리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쪼개서 낼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수가 없는 책이다. 한 문장 한 문장 깨달음이 있었고 많은 생각을 했지만 쪼개지다 보니 생각 정리가 되지 않았다. 좀더 후에 차분히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책이다.


#내책 #강력추천 #실격당한자들을위한변론 #김원영 #김영하북클럽 #인권 #꼭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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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김민철 지음 / 한길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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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의 책을 꽤나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다.

또 나는 박완서님을, 그분의 글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왔다.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를 읽고 있자니, 나는 그동안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창피해졌다.

싱아를 비롯해 많은 꽃들이 등장한다고만 생각했지

소설 한 편 한 편, 그 속에 등장하는 많은 식물들이 어떤 다른 역할을 한다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감탄했는지!


전에 다른 분의 서평을 보고 꼭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만 있다가

얼마 전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읽다 보니 박완서님의 전작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더불어 이 책을 함께 펴놓고 이제 정말로 의미있는 독서를 해보고 싶어졌다.

그러니 이 책도 구입해야겠다.


한 작가의 책에 등장하는 공통된 사물로 이렇게 의미있는 글쓰기가 가능하다니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책이다.


#도서관대여 #꽃으로박완서를익다 #김민철 #박완서 #제대로읽기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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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 작품을 전부,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친절한 복희씨」라는 제목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따왔습니다. 남자들은 여자를 폭력적으로 ‘정복‘ 하면 곧그 여자를 소유 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랑의 과정 없이 여자를 ‘정복‘ 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영원히 상처를 남긴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남자든 여자는 보편적으로 지녀야 하는 연민에 대해 쓰고 싶기도 했고요. 저는 여성성을 지닌, 이성애 이전에 인간에 대한 연민을 지닌 남자야말로 완전한 남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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