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식수필
정상원 지음 / 아침의정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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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게 좋다. 어릴 적부터 주변에 "고기" 요리가 있으면 언제나 어른들이 나를 불렀고 그에 부응할 줄 알았다. 복스럽게 먹는다는 소리도 들어봤고 특별히 좋아하는 몇몇 메뉴와 취향도 확실하다. 그러니 지금 내가 가진 살들은 그냥 세월이 만들어 낸 건 아니다. 적어도 "먹는 것", "맛있는 것"에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탐식수필>을 읽다 보니 나는 절! 대! 로! 미식가는 될 수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삼청동에 위치한다는 "르꼬숑"이라는 프랑스 식당(책에는 프렌치 파인다이닝이라고 표현되어있지만)을 아시는지. <탐식수필>의 저자 정상원님이 바로 이 식당의 문화 총괄 셰프로 일하고 있단다. 그냥 쉐프도 아니고 문화 총괄 셰프라니, 그건 또 뭘까...의아함을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고 뭔지 알게 된다. 이 분 고려대 유전공학과 식품공학을 함께 전공했다더니 그야말로 모든 문화의 융합을 시도하고 계신 분이다. 분명 쉐프라는데 각 유럽 문화와 역사, 문학에 능통하고 지리와 어원 등까지도 빠삭하다. 심지어 글 쓰는 능력도 탁월하신 듯 보이니 도대체 이 사람 뭘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십수 년 전 읽었던 <스페인은 맛있다>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좋아서 맛의 근원을 찾는 이야기라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선택한 책이었는데 요리와 재료 등의 이야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와 너무 다른 재료들에 낯선 언어까지 더해지니 내가 이런 음식을 먹을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이런 걸 알아야 할까...싶을 때 쯤엔 여행에 대해서, 그 지역의 이야기를 품은 문학의 이야기로, 작가의 이야기로 넘어가니 도저히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입안에 머금은 루아르 화이트 와인 푸이 -퓌메가 굴과 시트러스의 잔향을 담아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벼락치는 듯한 전율은 바다에 대한 수많은 경험들의 종착점이라 할 만하다. 높은 옥타브의 검은 건반을 경쾌하게 두드리는 비바체의 선율을 담은 석화의 신선한 연주는 익힌 굴 요리에 와서는 풍미와 식감을 더해 감미롭고 부드러운 아다지오를 향해 흐른다"..79p


뭐, 이런 요리를 먹어나 봤어야 공감이 되고 저절로 침이 고일텐데. 이 부분을 읽으며 지금은 없어진 굴 전문점을 떠올리고 굴국밥을 언제 또 먹어보나...하고 있으니 좀 많이 아쉬웠다. 이십 년 전 같은 지방을 여행했지만 돈 없는 대학생은 매일 m사 햄버거만 먹은지라 그 지방의 특색 재료를 녹여낸 요리라든가, 그 지방 만의 요리 같은 건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재료의 어원에서부터 각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내용"을 녹여내는 요리로 이어지는지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책장을 덮고 나서 저절로 식당 <르꼬숑>을 검색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는 많이 비싸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나에겐 편하게 가서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은 아니어서 먼 후일을 기대해 본다. 그보단 쉐프가 만들어 낸 하나하나의 코스를 제대로 이해나 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된다. 


요리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뚝딱! 생겨난 건 아니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새로운 메뉴를 창조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의미가 부여되는 줄은 몰랐다. 쉐프는 그저 맛난 맛을 만들어내는 이들인 줄 알았는데 엄청난 공부와 재창조를 통해 자신의 철학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문화, 과학이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레시피가 하나 탄생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맛은 있지만 깊이 들어가면 난 그 맛을 잘 구별해내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산미가 있는 커피보다는 풍미가 있는 커피가 좋다. 맥주도 탄산이 강하면서 효모 맛이 강해야 더 맛있다. 생각해 보니 딱 그정도까지다. 그것들을 구별하라 하면... 못한다. 그냥 그런 맛이 좋아서 선택할 뿐이다. 그러니 나는 죽었다 깨도 미식가는 안되겠다. 배가 고파도 제대로 차려먹기보다는 혼자일 때면 얼른 뚝딱 비벼서 먹어버리고 배만 채울 때도 있으니.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다.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니까. 그러니 언젠가 프랑스 정찬을 꼭 먹어보겠노라 다짐해 본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최대한 진솔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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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Book 핑크북 - 아직 만나보지 못한 핑크, 색다른 이야기
케이 블레그바드 지음, 정수영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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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핑크색 물건들이 많은 편이다. 한창 자기가 예쁜 줄 알고 사는 7살짜리 여자아이가 있기 때문인데, 그나마 한창 때인 3-4살이 지나서 반 정도 줄었다. 그 3-4살 때에는 큰 애와 내가 얼마나 이 핑크에 질려했는지~. 우리 집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유난히 예민한 나와 큰 아이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하게 접하게 해주려고 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생각할 나이가 되니 핑크만 찾는 둘째를 보며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때쯤이면 어린이집을 다닐 나이이니 그곳에서 학습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와 언니의 영향력도 무시하지 못할텐데 어쩌면 그럴까~, 핑크를 좋아하는 것은 타고나는 것인가를 두고 큰 아이와 토론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핑크만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아빠가 붉은 계열의 옷을 입거나 하면 아이는 질색팔색을 하며 말린다. 그런 건 여자가 입는 색이란다. 엄마와 언니가 그럼 파란 계열은 남자 색이냐, 그럼 우리는 이런 색도 못입겠다 하면 그건 또 아니란다. 그럼 그건 역차별이다...(우린 참 둘째를 많이 괴롭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그래도 아빠는 안 돼"로 마무리 된다. 


핑크가 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일까. 언제부터 핑크는 이렇게 많은 고정관념을 달고다니게 된 걸까. 


<핑크북>은 이런 의문에서부터 시작하는 책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인 작가가 다양한 색을 사용하며 유독 핑크색에만 덧씌워진 편견이나 느낌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느끼고 알게 된 점들을 자신의 일러스트와 함께 담았다. 제목이 <핑크북>인 만큼 책 전체가 핑크색이다. 핑크라고 해도 정말 다양한 핑크가 있는데 책은 너무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차분해지는 핑크색이 주를 이루고 때문에 눈이 피로하거나 질리지 않고 편안하게 작가와 함께 생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핑크가 사랑과 젊음을 상징한 지는 훨씬 오래된 반면, 여성성을 표현한다는 인식은 복잡한 과정을 거친 후 비교적 최근에야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았다."...10p


사실 다른 색은 학교에서 배우듯 삼원색이나 무지개 색 등 자연에서 비롯된 색이라고 생각되는 반면 핑크는 당연히 인공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봄이 되면 만발하는 꽃들 속에서 다양한 핑크를 접할 수 있는데도 이상하게 색으로 보게 되는 핑크색의 이미지가 그렇다. 


그런데 핑크도 원래의 어원이 존재한다는 사실(동사로 찌르거나 구멍을 뚫는다는 뜻이라고 한다)과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핑크로 명명된 것들을 보자니 이 색에 대해서도 많은 고정관념이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는 핑크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개념과 어원, 역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핑크색을 한 다양한 사물들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핑크가 가지는 이미지와 의미를 설명한다. 


굉장히 폭넓고 다각적이다. 그게 좋았다. 그저 단순히 핑크에 대한 색 이야기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사회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 없이 자신의 일러스트를 곁들였기 때문에 때론 인터넷을 통해 직접 찾아보는 수고를 더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조차 즐거웠다고 해야겠다. 이 세상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많은 진실과 의미가 있구나~싶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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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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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존슨, 제임스 보즈웰, 애덤 스미스와 그들의 친구들"이라는 부제목과 그들이 만든 클럽에 대한 이야기라는 설명을 듣고 망설임 없이 선택한 책이다. 전에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시리즈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서 이들도 그때 시절의 사람들인 줄 알았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 유명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든 클럽이라니 도대체 그 속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은 18세기 후반의 인물들이었네~^^;


아무튼~ 이 글의 중심엔 제임스 보즈웰이 있다. 매일매일 자신이 겪은 일과 들은 이야기,끼가 충만한 이로서의 인물 묘사 등 자신의 일기에 적은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레오 담로슈 하버드 대학교 문학과 교수가 이 클럽의 이야기와 클럽의 인물들의 삶을 함께 엮었다. 보즈웰의 일기가 없었다면 이렇게 자세한 클럽의 이야기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임스 보즈웰은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정작 이 클럽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새뮤얼 존슨" 때문이다. 사실 "더 클럽"은 "새뮤얼 존슨"과 그의 친구들이 만든 클럽이기 때문이다. 


"이 클럽에 들어가려면, 중요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이것이 문화에 대한 기여보다 더 중요한 요건이었을지도 모른다.바로 "좋은 벗"이 되는 것이다."...18p


보통 18세기 영국에서 클럽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신사"라고 뽐내는 몇몇 이들이 자신들의 부와 명성을 뽐내기 위해 만든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자신들 만의 아지트가 아닌가. 그런데 "더 클럽"은 그저 이 팀원들과 좋은 벗이기만 하면 된다니 얼마나 즐거운 클럽이었을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소 산만하고 과장이 심했던 제임스 보즈웰은 이 클럽의 승인(만장일치)을 얻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측은해질 정도이다. 새뮤얼 존슨을 아버지처럼 믿고 의지하고 숭배했던 제임스 보즈웰로선 어떻게든 이 클럽에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고 새뮤얼 존슨 또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친구이지만 보즈웰에게 위로 받고 서로 공감하고 있었으므로 몇 년 동안 회원들을 설득했고 비로소 더 클럽의 회원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은 클럽의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다. 오히려 더욱 확장하여 이 클럽의 중심 인물인 새뮤얼 존슨에서 시작하여 제임스 보즈웰과 조슈아 레이놀즈, 에드먼드 버크,데이비드 개릭 등 각 회원의 삶을 설명하고 이들이 만나고 토론한 당대의 유명인들의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그러니 이 책 한 권(겨우 한 권은 아니고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고 나면 18세기 후반의 영국 사회의 모습과 지식인들의 삶, 고뇌, 낭만 등이 함께 읽힌다. 


너무 두꺼운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너무 궁금해서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데도 아까워서 넘기기가 싫을 정도였다. 의학의 덜 발전하여 자신의 신경증을 정신이상으로 생각했던 새뮤얼 존슨의 삶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가득했고 여성에 대한 배려와 인정도 할 줄 알았던 그가 결국 이뤄낸 성과와 그럼에도 자주 우울해졌던 그의 곁에 그를 살뜰히 보살핀 친구들의 우정이 눈에 보이듯 펼쳐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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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문장
권경자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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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양철학에 대한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내가 의도한 것도 없지 않지만 이제 내 나이가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나보다. 그 전까지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그다지 관심도 없었던 반면 요즘엔 아직 의미가 와닿지는 않아도 자꾸 관심이 가고 명상하듯 되뇌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문장까지 있는 걸 보면 이제 동양 철학을 공부할 때가 되었나 보다.

 

<인생 문장>은 "나를 흔든 한 줄의 고전"이라는 소제목이 있다. 처음엔 동양 철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독자에게 인생 문장이 될 만한 문장을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거꾸로 본인이 생활하며 느낀 여러 감상을 동양 철학 속 한 문장과 엮은 수필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러니 소제목이 오히려 딱 맞는 것 같다. 책은 크게 8부로 "받아들임", "더 나은 관계", "말", "내면", "태도", "나아감", "리더십", "다스림"등으로 크게 나뉜다. 다시 소제목 당 문장 하나가 따라붙고 그에 대한 글이 이어진다. 문장 하나하나는 한문과 한글 음, 뜻 문장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본문에 들어가면 저자가 삶 속에서 느낀 점과 생각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제목과 함께 생각하며 읽으면 도움이 된다. 사실 수필 느낌이 강해서 이 소제목들에 집중하지 않으면 전혀 인생 문장을 깨닫지 못한 상태로 읽혀지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읽어도 전혀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문장들을 되새기면서 공감하면서 읽으면 좋겠다.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방영한 영화라든가 사건, 뉴스 등 아주 다양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과 문장을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어 읽다보면 시사 상식도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같은 사건을 접해도 어떤 이는 이렇게 인생 문장을 떠올린다고 생각하니 무척 부럽기도 하다. 문장에 대한 설명과 유래는 있지만 조금 깊이 이해하기는 호흡이 짧아 문장을 필사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는 사람을 네 종류로 나눕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생이지지, 배움을 통해 앎에 이르는 학이지지, 힘들고 곤란한 일을 겪은 후 앎에 이르는 곤이지지, 곤경에 처해서도 배우려 하지 않는 곤이불학이 그들이죠."...37p


저번 동양철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도 이 문장이 그렇게 눈에 밟히더니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되었다. 평생 배우는 자세가 중요한 때, 곤경에 처해서도 배우려 하지 않고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몇몇 이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얼마나 불행해지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 


"협동은 현생인류가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힘이었지요. 자발적이진 못하더라도 타인과 함께하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야말로 사람다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 아닐까요?"...38P


작가의 말로 마루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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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이 삶이 되는 동양철학
임정환 지음 / CIR(씨아이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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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윤리와 사상을 공부하던 큰 딸이 머리를 쥐어싸며 외쳤다. "으아~ 도대체 무슨 소리야~!!!" 다른 사회 과목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선택하더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단다. 난 비록 동양 윤리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책 좀 읽는다고 폼 좀 잡아봤으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만심으로 이리 가져와보라 했다. 흠... 둘이 아무리 머리를 짜보아도 그다지 신통치 않다. 이런 거 아닐까? 정도에서 그치는 정도인데 시험 공부는 무릇 그렇게 하면 안되는 법이니~ 조용히 입 닫고 외우라 할 밖에.


생각해 보면 내가 공부할 때도 제대로 이해해보려 하지 않고 외워버렸다. 그 이후 서양 철학에 대해선 몇 권의 책을 통해 익숙해졌지만 동양 철학은 그다지 접해보지 못했다. 어릴 적 장자의 "호접몽"을 만화를 통해 읽으며 신기해했던 정도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할 즈음 <앎이 삶이 되는 동양철학>을 만났다.


저자는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EBS 수능 특강>, <EBS 수능 완성>을 집필한 경력의 현 고등학교 교사이시다. 아이들에게 윤리를 가르치다 보니 "철할자들의 주장이 삶의 경험들과 연결되며 앞으로의 삶을 변화시켜 줄 의미있는 교훈으로 다가왔다"(...5p)고 한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 아이들에게도 단순히 첧학 사상의 내용을 가르치기 보다는 샐생활에서 지니는 다양한 의미를 이야기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모든 선생님들이 이런 분이시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며 수업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데서 벗어나지 않는 상황을 지켜보며 이분의 여는 글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책은 각 사상가의 소개에서부터 그 사상가가 주장한 사상을 설명하고 아주 오래전 주장된 이 사상이 그 시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우리 삶 속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나 실제로 적용시키기 위한 마음가짐 등을 설명해주고 있어 진정한 동양 철학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과서에서처럼 첫 문은 유교의 공자와 맹자, 순자가 열고 도가의 노자와 장자를 설명한 후, 불교의 석가모니로 끝을 맺는다. 사실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역사를 공부하면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유교는 참으로 익숙한 학문이다. 때문에 유교 자체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공자와 맹자, 순자가 어떤 점에서 다른 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참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맹자의 성선설과 고자의 성무선악설, 순자의 성악설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게 읽었다. 같은 예에서 시작하지만 생각하는 과정은 다른 것이다. 


책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한문을 배제하고 풀어서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익숙치 않은 내가 한꺼번에 읽으면 너무 많은(실제로 많지는 않지만 역시나 과부하는 걸린다) 사상들이 섞여버린다. 또한 시험을 앞두고는 그 많은 범위 중 일부분인 이 책을 읽기엔 시간도 없지 싶다. 그보단 동양 철학을 이해하는 첫걸음으로 방학 등을 이용해 한 꼭지씩 읽고 꼭꼭 소화시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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