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평전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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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에 대해선 그저 역사 속 인물로만 기억했다. 그런 박지원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건 <허생전>과 <양반전>을 읽을 기회가 있고나서였고 <예덕선생전>과 <광문자전>을 접하고 나서는 연암 박지원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사대부 안에 들어가면서도 그 안에서 그들을 대놓고 풍자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강심장을 가진 사람일까 하고 말이다. 그에 대해 조금 더 알려면 박지원의 삶에 대해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좀처럼 연암의 평전이나 잔기문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때문에 <연암평전>은 내가 읽은 첫번째 박지원 평전이다. 기존의 전기문 형식과는 무척 다른 구성이다. 한 위인의 삶을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죽~ 읊으며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의 전기문이다. 그 안에 그 사람의 업적을 설명하고 그 업적과 삶의 사건들을 통해 그 사람의 성정이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암평전>은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저자가 박지원의 삶을 죽~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의 글을 통해 박지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구성을 띠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분마다 박지원의 다양한 부분을 엿볼 수 있도록 한다. 1부는 그의 "문장"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연암 박지원의 문장을 대놓고 비판하는 유한준에서부터 정치적으로 연암을 끌어들이고 싶어 고민하는 정조와 연암의 문장들만 모아 <연암집>을 내놓고 싶어하는 박규수까지 연암 박지원의 글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2부를 통해서는 박지원의 아주 가까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성정"을, 3부를 통해서는 벗과 제자, 처남을 통해 그의 "학문"의 경지를 알 수 있다. 4부는 연암 본인과 저자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연암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과 저자가 바라보는 연암을 통해 그의 글, 사상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한다. 


어떻게 보면 남의 이야기를 가져다 연암에 대해 스스로 독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한 평전인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저자는 남이 한 연암의 이야기를 다시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그럼으로 독자가 좀 더 입체적으로 연암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그러다 보니 고서를 완전히 현대말로 옮길 수 없어 다소 어려운 어휘를 만나게 되고 자주 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기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또 하나는 다각도로 따로 따로 들여다 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역사의 흐름 속 박지원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연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때문에 <연암평전>은 이미 역사를 잘 알고 있거나 어느 정도 연암 박지원에 대해 알고 있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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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바튼 호수의 기적 - 새와 파리, 물고기,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운누르 외쿨스도티르 지음, 서경홍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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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어릴 적 아주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께서 첫 집을 장만하기 위해 선택했던 교외에서 살던 시기이다. 딱 4년이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시절. 다른 시기가 아닌 뭔가를 받아들일 만한 나이의 유년기였기에 그 4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나 보다. 그 4년 동안 난 숲, 산, 시냇물을 따라 잘도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자연을 정말 좋아한다. 조금 찝찝하고 더럽고 끈적거리는 촉감쯤 아무것도 아니다. 자연이 주는 즐거움, 행복에 비하면. 


지구 반대편 유럽 끝 저 위에 아이슬란드에는 "미바튼 호수"가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 나라에 모든 이들이 아름답다고 칭송하는 그 호수를 난 들어본 적도 없었다. 도대체 그 호수는 어떤 곳인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떤 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 호수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저 좋아하는 자연 이야기라서 읽고 싶었다. 작가는 이곳 가까이에서 살며 미바튼 자연연구소의 출판 책임자이자 언론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연구하러 오는 과학자들을 돕기도 하고 연구보조원으로 미바튼 새의 개체수를 파익하는 일을 하기도 한단다. 그런 그녀가 미바튼 호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엔 작가라기 보다는 연구원의 입장에서 호수를 묘사하는 듯 보일 정도로 그곳에서 서식하는 새, 모기,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세세히 설명한다. 하지만 책 전체를 통해 느껴지는 진심은, 작가가 미바튼 호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이다. 


미바튼은 일반적인 호수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책의 앞부분은 조금 지루할 정도로 미바튼 호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한다. 무려 2000년 전부터 생성된 호수는 화산 폭발로 다양하고 신기한 지형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양한 생물체들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말 다양한 오리를 비롯한 새들이 이곳에 서식한다. 이 다양한 생물체들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얼마나 개체수를 늘려가는지를 알기 위해 연구원들은 때마다 개체수 확인을 한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은 당연하게 이 새들과 삶을 공유한다. 적절한 선을 지켜가며.


"미바튼 호수"는 모기 호수라는 뜻이란다. 그만큼 정말 많은 모기류들이 이곳에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주민들은 너무나 많은 이 각다귀들, 모기들을 그저 귀찮고 더럽고 짜증나는 존재들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인단다. 미바튼 호수에는 일본 아칸 호수에서 유명한 마리모와 비슷한 구슬똥도 있다. 하지만 마리모와는 달리 이곳의 구슬똥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알지도 못했던 미바튼 호수라는 생소한 곳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호수의 모습을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좀 아쉬웠다. 출판사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책 소개와 함께 호수 사진이 몇 장 있던데, 책에도 좀 실어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호수 모습이 너무 궁금해서 이곳저곳 검색해 찾아보니 나만 모르는 호수였나 보다. 그곳에 여행가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던지~! 그들의 사진은 정말 아름다웠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을 만큼. 그들 또한 쏟아지는 모기떼에 사진 한 장 찍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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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공부법 - 전국 최상위권 학생들의 실전 공부 비법
이재훈 지음 / 비엠케이(BMK)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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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쯤 중 3 기말고사가 끝났다. 작년까지 전기였던 외고, 자사고 입시가 후기로 바뀌었더라도 원서 접수가 12월 초이기 때문에 여전히 중3들만 일찍 시험을 마친 것이다. 중학교 3년 동안의 시험이 마무리 되어서인지 아이들은 연일 학교 축제를 위해,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위해 들떠 있었고 그 시간을 실컷 즐겼다. 외고와 자사고 원서 접수가 끝나고 나서 아무 생각이 없던 엄마는 이제서야 고등학교 공부를 위해 학원을 좀 옮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과정을 위해 여러 곳에 상담을 받다 깨닫게 되었다. 학원가와 발빠른 아이들은 이미 그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고등학교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을 말이다. 따져보니 무려 한 달의 시간 차이가 났다.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동안 "공부하라"는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알아서 잘 해 온 아이이지만 조부모의 재력과 함께 엄마의 정보가 중요하다는 요즘 아무 생각없이 함께 저녁마다 시시덕거렸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아이에게 미안해했다.


그때쯤 <최강 공부법>을 만났다. 엄청 두꺼운데다 페이지 절단면에 "수능대박"과 "수시학격"이라는 말이 팍! 적혀있고 표지도 무척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이 많은 내용을 다 읽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목차를 살펴보다가 그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와 "고등학교 3년 동안", "내신, 수능 준비", "학교 생활 기록부", "수행평가와 비교과", "학생부 자기 소개서"와 "독서 활동", "인터넷 강의"로 구성된다. 목차만 보아도 대학 입시를 위해 어떤 계획을 짜고 어떻게 공부해 나아가는지 얼마나 잘 설명하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지금 당장 이 책을 샅샅이 읽어보지 않아도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와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은 제 1장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부분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있지만 걱정 또한 가득하다. 중학교 공부와는 또 다르다는 고등학교 공부는 3년을 유기적으로 바라보고 달려야 한다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부터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강 공부법>은 "나"를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더이상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정도이다. 




자신을 알아야 자신만의 공부법이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데 백 번 공감한다. 아이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소홀히 한다. 그러니 더없이 중요한 이 부분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 기말고사가 끝나고 시험의 압박이 없는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달라지는 시험 유형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자세히 알려준다. 그 어떤 학원이나 선생님들의 설명보다 더욱 공감이 되었다. 선행을 얼마나 할 것인가... 당연히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쳐야 한다고만 이야기하는 학원가의 설명과는 다르게 각 아이들의 역량에 따른다는 저자의 설명이 훨씬 설득력 있었다. 


내게는 큰 도움이 된 책이다. 무엇보다 각 학원 간담회나 설명회를 쫓아다니는 엄마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나보다 아이에게 더 필요한 내용인데 아이가 과연 이 책을 받아들이고 읽어줄 것인가...하는 점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처음 자신을 알아보는 과정부터 긴 계획, 짧은 계획으로 자신의 미래를 정리해 봤으면 좋겠는데, 들쭉날쭉하는 감정을 어쩌지 못하는 사춘기 한중간 아이에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권유밖에 할 수 없어 아쉽다. 집 안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읽어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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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 - 지구의 생명 속으로 떠나는 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헬렌 스케일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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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물론 모든 과학 분야를 말하는 건 아니다. 대체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모두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기도 하지만 특히 생물 분야엔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낀다. 가장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내 주변의 생활 속에 가장 많이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최근엔 좋은,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일반인들도 쉽게 과학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최재천 교수님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아름답다>였다. 워낙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분이기도 하지만 흔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생물들의 생태를 마치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듯이 설명하고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아는 주변인들도 특히 아이들도 이렇게 책을 통해 과학을 더욱 가깝게 느낀다면 좋겠는데 워낙 책을 어려워하고 게다가 과학 분야를 읽어야 한다고 하면 고개부터 흔드니 좋은 강연이나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은 영국 왕립 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경연을 모아놓은 책이다. 처음엔 아이들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쉬운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이후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TV 를 통해 방송되었고 지금은 온라인으로 누구나 지금까지 했던 강연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무려 1825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강연은 200년 동안 영국의 많은 아이들에게,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이것이 바로 선진국의 힘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니 무척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생물학은 비인기 과목이었는지, 워낙 논란 거리가 많았기 때문인지 오랫동안 강연되지 않았던 분야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다른 분야만큼 발전한, 무엇보다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발전에 생물학 분야도 이 영광스러운 강연에 한 몫 하게 된 것 같다. 책은 최근의 강연만 편집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1911년, 피터 차머스 미첼의 "동물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2009년, 수 하틀리의 "3억 년 동안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강의들 11편을 모아놓았다. 


20세기 초의 강연 내용들은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너무나 당연한 내용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부터 마지막 강연에 이르기까지의 강연을 쭉 훑어보면서 느낀 점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에 더하여 생물학 분야가 어떻게 발전되어왔고, 어떤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생물학이라고 하여 과학의 한 분야인 생물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의 진출, 다른 분야로의 융합으로 우리 인간이 더욱 발전해왔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 한 장 한 장 읽으며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들던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정말 많은 책을 읽고 보아왔는데,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만큼 아름다운 책을 만나보지 못했다. 옛 책 같은 느낌의 양장도 아름다웠지만 조금은 톤 다운된 진녹색과 금박의 제목, 이 딱 떨어지는 표지 속 나뭇잎 잎맥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모두 비슷할 것 같은 이 표지를 보니 다른 과학 분야의 강연도 모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다. 이렇게 조금씩 다른 분야로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책장에 꽂아놓고 눈에 띌 때마다 조금씩 펼쳐보는 즐거움은 큰 행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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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50 -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김혜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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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책 제목대로 <눈 떠보니 50>이다. 어렸을 때에는 얼른 서른이 되고 싶었다. 공부 하고 진로 선택하고 부모님의 싸움 같은 모든 고민하는 중간 과정을 뛰어넘어 가장 행복하고 안정되어 있는 상태가 서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가정을 이루어 겉으로는 안정된 상태였을지 모르겠으나 이제 막 태어난 아이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남편에 대한 고민으로 또다시 다른 나이를 꿈꾸었다. 십 년 후면 괜찮아질까. 이십 년 후면 괜찮아질까. 항상 십 년 후를 꿈꾸는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좀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50이라는 나이는 또 다르다. 반백 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훌쩍 삶의 반을 넘어버려 뭔가 조바심이 날 것 같은 나이. 게다가 인생의 후반부이므로 좀 더 높은 위치에 서야 할 것 같은 나이. 이제 그런 나이가 머지 않았지만 나만 혼자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다. 


<눈 떠보니 50>은 라디오 PD인 저자 김혜민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 만의 방식으로 단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주제는 역시 그들이 바라보는 50에 대하여, 3040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담고 있다. 책은 크게 5개로 나뉘어 있는데 50이라는 나이가 아직 전성기가 될 수 있다는 점, 젊게 생각하며 활발하게 청년처럼 살아갈 나이라는 점, 가족 간의 관계를 재정비할 나이라는 점, 다시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점, 사회와 함께 할 나이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터뷰이들이 무척 흥미를 끈다. 광고계의 전설인 박웅현에서부터 정신분석학자 정혜신, 최근 시나리오까지 자신의 활동 범위를 넓힌 문유석 판사, 홍세화 작가나 사회학자 송호근 등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유명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50이 지난 선배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소중하다. 꼰대로 남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다 성장하고 떠난 후의 빈 둥지 중후군을 이겨내기 위해, 평생 직장일 것 같던 곳에서 밀려난 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해체될 것 같은 가족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만들기 위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조언해 준다. 


"제게 50대가 어떤 나이냐고 묻는다면 사소함을 주목해야 하는 나이라고 대답할 거예요."...22p 박웅현의 말 중

"나이가 들수록 정말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내면의 자신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96p 권대욱의 말 중


40대는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는 나이이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한창 공부하는 나이인 아이들 뒷바라지에 일도 한창 집중해야 하는 나이이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뭔가 잘못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니 바로 지금 앞이 아닌 나 자신, 지금의 자리, 내 가족,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라 한다. 조바심을 내기 보다 아주 사소한 것에 만족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 한다. 그야말로 "나"에게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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