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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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 큰딸에게 박웅현이라는 사람은 거의 신적인 존재였는데(그래서 이 책을 구매했는데) 지금은 아닌가 보다. 끝까지 읽히지 못한 채 책장에서 몇 년 동안 고이 모셔졌던 걸 보면. 그럼에도 내겐 고마운 분이다. 막연한 꿈을 꾸며 어쩔 줄 모르던 아이에게 그나마 어떤 방향을 깨닫게 해 준 분이기 때문이다. "진심"과 "사람 냄새"나는 그의 광고가 아이의 무언가를 건드렸나 보다. 그 관심과 교훈, 영향이 주욱 이어졌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지금은 다시 아이돌 덕질 중.


하여간 <여덟 단어>는 나에게도 읽고 싶은 책이었다. 나보다 훨씬 나이 많으신 회사 국장님께서 이 책을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하셨기에. 물론 사람마다 책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니 그분에겐 훌륭한 가르침이었을지라도 내겐 아닐 수도 있지만 그때 당시 나는 혼란 속에서 뭐라도 잡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구선 이제야 책을 드는 걸 보면 때가 아니었는지도. 지금 나는 어느 정도의 여유를 찾았고 급한 길을 찾기보다는 조금 돌더라도 원하는 길과 바른 길로 가고 싶다. 


<여덟 단어>는 부제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그대로 올바른 시각으로 삶을 대하기 위한 여덟 가지 주제를 이야기한다. 박웅현 작가가 전국을 돌며 강의했던 것들을 여덟 가지의 키워드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으로 소개하고 설명한다. 다른 단어이지만 사실 이 여덟 가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고 올바르게 숙지해야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아가야 하는 키워드들이라 앞에 나왔던 키워드가 뒤쪽에 다시 설명되기도 하며 이 여덟 가지가 결국은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강의 그대로 구어체로 씌여있어 좀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정말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창의력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의 쓸모를 바꾸어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들었다. 책을 읽다 보면 크리에이터인 박웅현 저자의 폭넓은 지식에 감탄하게 된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두고 계속해서 공부하는 모습, 상대방에 "공감"하여 배려하려는 모습 등에서 가르침을 받는다. 


5강까지의 자존, 본질, 고전, 견(見)과 현재는 나 자신이 갖추어야 하는 모습이라면 6강부터의 권위, 소통, 인생은 나에서부터 시작해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모습이다. 사회는 각 개인이 모여 이루어지므로 결국 나에게 집중하여 바른 길을 찾다보면 바른 사회도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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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1천 권의 힘 - 영어 실력부터 공부 자신감까지 한 번에 끌어올리는
강은미 지음 / 유노라이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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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에는 영어를 그다지 못했던 것 같지 않은데, 지금도 영어라면 난, 치를 떤다. 큰 아이를 키울 때에는 잠수네 영어가 유행이었어서 어떻게든 나보다 낫게 해주고 싶어 영어 환경에 놓이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아이가 놀이를 할 때에도 영어 동요를 틀어주고 왠만한 애니메이션(대부분 뽀로로)은 영어 버전으로 보여주며 말이다. 다행히 아주 어릴 때부터 모국어는 잘 되어있던 아이라 책 속 다른 아이들처럼 잘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귀가 아주 예민했던 아이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영어 버전 애니메이션은 거부했다. 하나하나 의미가 중요했던가 보다. 다른 애들은 잘 몰라도 잘만 보던데 그림이나 영상과 말이 다르면 곧바로 거부. 이제는 고등학생 2학년인 이 아이는 지금의 한국 환경에서 처음 영어를 영어책과 흘려듣기만 시켰던 엄마를 사실 원망한다. 빡세게 문법 공부부터 해야했다며 말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둘째는 첫째의 실패가 때문이 아닌, 순전히 늙고 기운 없고 바쁜 엄마를 둔 덕분에 7살인 지금도 어떤 영어 공부도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언니가 언제까지 저대로 둘 거냐며 재촉하는 바람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 엄마는 이제서야 이런 책, 저런 책을 읽어보고 있다. 옆에선 언니가 빡 센 영어 학원을 알아보라 난리치지만 난 아직도 책으로 하는 영어 공부를 놓고 싶지 않다. 


<영어책 1천 권의 힘>은 "초등 영어 공부는 영어책 읽기가 전부다!"가 부제이다. 말 그대로 '영알못'에 맨날 공부에 숙제만 하는 듯 보이는 언니를 보며 "공부가, 영어가 제일 싫어요~!"를 외치는 둘째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솔깃한 책이다. 정말 영어책 1천 권만 읽히면 영어 영재가 되려나? 하면서~


이 책은 지금은 영어 독서 학원을 운영하는 저자가 아이들이 어릴 때의 유학 경험을 되살려 지금의 학원 경험과 함께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적은 책이다. 사실 한 권을 다 읽어봤자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하나다. 최대한 초등 저학년, 가능하면 1학년 때 영어책 1천 권을 읽혀라!!!라는 것. 그럼 아이들은 어떤 강요나 압박 없이 영어 자체를 즐기게 되며 영어가 공부가 아닌 언어로 받아들이고 자발 독서를 통해 스스로 더 높은 차원의 책을 읽으며 자신의 꿈으로 연결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영어책 읽기"는 단순히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1천 권 속에는 그런 책도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2-3권은 아이가 정독해야 하고 그 정독은 CD와 함께 따라 읽기, 함께 읽기, 따라 쓰기 등이 포함된다. 


"다량의 인풋을 통해 실제적인 아웃풋까지도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다독을 권장하되, '의미 있는 다독'과 '아웃풋을 고려한 다독'이 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을 구성했다. "...281p


"지나칠 정도의 관심은 나쁘지만 무관심이나 방관은 더 큰 문제다. 가정에서 엄마가 먼저 영어를 가까이하고, 영어 공부에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168p


역시... 이 부분이 문제다. 남의 아이에게는 친절하게 참고 참고 잘 참고 잘 가르치면서 내 아이에게는 참을성이 훅! 날아가 소리부터 지르게 되는 이 엄마가 또다시 힘과 열정을 꺼내어 아이에게 힘을 쏟기란 왜이리 힘든 건지. 그래서 다들 학원에 보낸다는데, 나 또한 이분이 하시는 학원이 근처에 없나... 검색부터 하게 되더라는. ㅠㅠ


내가 유일하게 해 주는 것은 잠자리 동화 읽기 시간이다. 자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잠들기 전에 잠깐 대화를 나누는 것. 이 시간에 우선 영어책 몇 권을 넣어보려고 한다. 가장 좋은 적기로 초등 1학년을 꼽았으니 아직 늦지 않았다 생각하고 지금부터 읽어주는 것부터 해보련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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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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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이 좋다. 처음 이 작가에게 빠진 건 <상실의 시대> 덕분이었다. 그 이후 한동안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라든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꼽으라면 언제나 <상실의 시대>였다. 하지만 이후 몇 권의 소설을 더 읽고 차곡차곡 수필도 따라 읽다 보니 그냥 옆집 아저씨가 이야기하듯 술술 읽히는 하루키의 수필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젠 소설 줄거리조차 잘 생각도 안 나는데 하루키의 수필은 읽으면서 킬킬거렸던, 뭔가 공감되었던, 놀라운 생각에 탄식하던 기억들이 가끔씩 생각났다. 그래서 읽었던 수필을 읽고 또 읽게 된다.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우는 '맛있는 문장' 쓰는 47가지 규칙"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만큼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속에 담긴 문장의 규칙을 파헤쳐 배울 수 있도록 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어느 날 갑자기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써지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분석하고 해석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논한 책이다. 


제 1장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33가지 작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수수께끼 같은 긴 제목을 붙인다거나 구체적인 연도를 쓴다거나 잘 이어지지 않는 말을 이어본다든가하는 식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다 보면 만나게 되는 문장들을 일종의 법칙으로 만들어 설명한다. 제 2장은 하루키식 문체의 힘을 설명한다. 각 작품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특징들을 뽑아 설명한다. 앞의 33가지 작법과 문체의 힘 14개가 합쳐져 47가지 규칙이 된다. 


1장을 읽다 보면 중간 중간 하루키의 작품에 대한 서평이 있는데 이 부분은 한국 출판사에서 따로 담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난 이 서평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읽은지 오래 되어 생각이 나지 않기도 했고 내가 읽은 느낌과 다른 곳은 어딘지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비교해 볼 수도 있었다.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다'라는 말을 소설가의 입장에서 하기 위해선 적은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적어도 하루키의 '소설가'는 그렇다. 과학자라면 '세상에는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라는 말을 가끔 할 수도 있고, 철학자라면 '그런 일은 인간에게 별로 의미가 없어'라고 할 수 있지만, 소설가는 판단을 내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189p


하루키의 수필이 더 좋았던 건 어쩌면 그저 영화 보듯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의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물론 그 몫은 독자의 것이지만) 그의 언어유희라든가 폭 넓은 지식(클래식, 영화, 음악, 미술, 문학 등)을 을 나도 갖춰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혼자 의아해 하다 뭔가 깔끔히 해석하지 못하면 그 찜찜함을 혼자 감당해야 하기에. 그래서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읽고 있다 보니 다시 하루키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퐁퐁 솟는다. 결국 한 권 먼저 구입! 나의 20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하루키의 매력에 빠져볼까 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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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 서가명강 시리즈 12
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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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시리즈는 처음 만난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인 서가명강 시리즈는 그야말로 서울대 교수진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콘텐츠이다. 중간 중간 아주 예쁜 표지에 궁금증을 일으키는 책들 출간 소식에 잠깐 호기심을 보였지만 나에겐 좀 어려울 것 같아서 패스하다가 이번 "삼국시대" 주제를 보고 드디어 읽을 용기가 났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이신 권오영 교수가 발굴 작업을 통해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들로 고대사와 삼국시대 역사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더불어 역사학자, 고고학자로서의 책임감과 반성이 녹아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엔 우리의 고대사를 적은 역사책이 없다. 역사책이 모든 역사를 설명해 주는 건 아니지만 유물과 유적과 더불어 함께 해석되어야 더욱 가까운 진실을 찾을 수 있을텐데 삼국이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고려 때 많은 외적의 침입으로 소실되어는지 지금껏 우리가 의존하는 역사서는 고려 때 지어진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역사학자들은 몇 세기가 흐른 이 고려시대 역사서보다는 동시대의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서를 참고한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때문에 책은 유물과 유적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지, 그 외 부족한 부분을 무엇으로(무덤과 인골) 채워 해석하는지를 설명한다. 우린 보통 국립 중앙 박물관을 관람하며 유물만 익숙하게 공부하지만 집 자리(취락 자리)와 도성 등을 통해 삼국 시대의 모습을 설명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발굴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그 이전부터 얼마나 다양한 교류를 해 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실 목차에 적힌 순서와 구분으로 읽기 보다는 그냥 수필을 읽듯 그렇게 읽었다. 때문에 어떤 유물이나 유적이 발견되어 어떤 사실이 입증되었다라는 사실보다는 고고학자와 역자학자로서의 권오영 교수의 고뇌와 걱정 등이 더 많이 읽혔다. 겨우겨우 찾아낸 거대 무덤의 뚜껑 돌을 열었더니 삼부자 도굴꾼이 이미 모두 도굴하여 가야의 아주 중요한 역사 한 페이지를 밝힐 수 없었던 안타까움이라든가 자기들 만의 틀 안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진전하지 못하고 있는 고고학자 스스로를 꾸짖기도 하고 아주 중요한 유적과 그 사실이 교과서에서 다뤄지지 않음을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발굴 작업을 시민과 함께 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교육과 관광 효과까지 누리는 발굴로 전환시키고 다른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각도로 접해보고 풀어보려는 의지와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읽는 이로서 밝은 희망을 본 것 같아 즐거웠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조선 이전의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까지는 시작점이라 잘 따라오다가 이후 흐지부지 조선에 오면 멘붕에 빠지게 되고 결국 역사를 포기하게 된다. 책도 항상 1권부터 읽기 때문에 딱 석기 시대만 반복해 읽는다. 그 이후 초기 철기 시대 국가와 삼국시대, 고려까지는 학교에서도 진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조선시대부터는 알아야 하고 외워야 하는 것이 많아 또 힘들어진다. 언제부터 이렇게 역사가 어려운 것이 되었을까. 


현장과 대학에서 고민과 반성, 미래를 위해 걱정하는 것만큼 초,중,고 학생들을 위해서도 좀더 재미있고 쉬운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최대한 진솔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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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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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시고 약 두 달 동안 주말마다 엄마네 집에 가서 유품을 정리했다. 쓰러지신 후 계속 병원에만 계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엄마의 물건들은 마치 주인을 기다리듯, 정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너무나 그대로였다. 바로 엄마가 돌아와서 생활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처럼. 우리에게 그 시간은 엄마를 추억하고 보내드릴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함께 엄마 물건을 꺼내며 "우리 엄마 이멜다 여사야? 도대체 신발이 몇 켤레야?"라거나 "우와~ 새 팬티가 끝도 없이 나와~" 등등 하하 깔깔 웃으며 정리했다. 정말 가져오고 싶었던 외투들은 두 사이즈나 큰 딸에겐 맞지 않아 아름다운 가게로 향했지만 어쩌다 맞는 옷이나 서랍 속 가득했던 새 속옷들, 신발, 가방, 심지어 빗까지 왠만한 건 그대로 우리집으로 갖고 왔다. 엄마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엄마가 달아놓은 악세서리들을 쓰다듬고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해 몇 개씩이나 되던 손거울로 저녁마다 눈썹을 다듬거나 눈곱이나 뾰로지를 확인한다. 엄마 물건을 볼 때마다 너무 슬플 것 같았는데 우리에겐 엄마의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인지 오히려 엄마의 유품들은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여 힘을 준다. 


만약 혼자 사시다가 갑자기 변을 당했다거나 연락이 끊겨 잊고 살았는데 부고 소식을 듣는다면 너무 슬프거나 너무 관심이 없고 그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유품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유품정리인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시간이 멈춘 방>은 27살의 유품정리인 고지마 미유가 자신이 일해 오면서 보았던 많은 죽음의 방을 미니어처로 만들고 그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우선, 이제 겨우 27살인 아가씨가 무려 5년이나 유품정리인 일을 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책을 읽다 보니 더욱 그렇다. "들어가며"에서도 저자가 밝히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누군가의 방을 정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죽음이 전혀 생각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기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냥 누군가가 죽고 난 후의 방이 아닌, 그 죽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방이어서 벌레나 냄새, "친구"라고 우기는 도둑들까지 상대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 도대체 왜 미니어처로 제작했을까. 예쁘지도 않고 오히려 체액이나 피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표현하여 혐오감이나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저자는 심심찮게 발생하는 고독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단다. 


"처음 고독사 현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느꼈던 이상한 감정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갑작스레 주인을 잃은 방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줄곧 이어지던 생활이, 인생이, 그 어느 시점에서 완전히 정지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고독사가.....지금 늘어나고 있다."...5p


고독사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미니어처로 보여주면 누군가 혼자 살고 있을 이에게 주변인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을까...하고 시작한 일이란다. 미니어처 만드는 방법도 모른 채 시작한 일이지만 실패와 경험을 통해 책에 소개된 미니어처들은 사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깜짝 놀라게 된다. 


자주 연락하던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아 딸이 찾아가 일주일 만에 발견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부패할 대로 부패해 냄새와 벌레 때문에 이웃 신고로 발견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심하면 6개월이 지난 후이기도 하단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고독사가 심심찮게 보도되곤 했다. 검침원이나 우편배달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며 여러 법안이 나왔던 것 같지만 제대로 통과되거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고독사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를 잘 살아내고 싶다."...133p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최대한 진솔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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