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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 - 서로 다른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브리타 슈바르츠 외 지음, 윤혜정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동화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어렸을 때 또한 이 이야기를 읽고 자랐으니 우리 엄마 세대부터,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까지 대강이라도,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 내용이 거짓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해 봤을까?ㅋㅋㅋ <<진짜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떤 한 사건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제 3자에게 한 다리 건너 이야기가 들어갈 때는 그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의 입장에서 설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노력했다 하여도 그 사람의 경험이나 생각, 관심 등이 섞여... 어느새 그 이야기는 객관성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또 자신의 생각대로 이해한다.
그래서 <<진짜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는 객관성을 띠고 있다. 한 페이지는 헨젤의 이야기, 그리고 또 한 페이지는 마녀 사미라가 말하는 새엄마 울라 입장의 이야기. 각각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건(우리가 익히 아는 그 내용)은 결국 하나인 것이다. 자, 그럼.... 이 두 입장의 이야기를 잘 읽고 과연 누가 한 말이 진실일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아이들은 과연 새엄마에게 버려진 것일까, TV를 보지 말라는 새엄마가 미워 가출을 감행한 것일까...
(헨젤의 이야기) (마녀의 이야기) ... 본문 발췌
또, 마녀는 왜 헨젤을 가두었고, 아이들이 훔쳐간 보석의 행방은? ㅋㅋㅋ
처음 이 책의 그림을 보자마자 나는 "마녀 사미라"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그래도 정말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읽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읽고나서도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책을 만든 의도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면을 부각시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시도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내 딸 지은양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 달라졌다.^^
처음, 지은양은 이 책을... 휙휙..하고 넘겨 읽었다. "왜?"라고 물었더니, 헨젤의 입장은 이미 알고 있어서 마녀 이야기만 읽었단다. 아니, 그러면 안된다고! 헨젤과 마녀가 진실을 가려달라고 말하니 네가 잘 읽고 판단해서 어느 쪽이 맞는 것 같은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더니 다시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묻는다. "엄마는 어느 쪽?" 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묻는다. 엄마는 마녀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더니, 갑자기 흥분해서는 왜 그러냐고,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정확히 이유를 대란다.ㅋㅋ 요목조목 따져가며 나름의 이유를 말했더니, 지은양 한 방에 일축한다. "그럴 리 없어. 어떻게 아이가 거짓말을 해! 엄마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난 아이니까 무조건 아이 편을 들거야!"
아!... 그렇구나... 어쩌면 이 책은 엄마와 아이의 입장을 보여주려 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를 읽으며 의심해본 적이 없으면서 왜 유독 이 책을 읽을 땐 헨젤이 가증스럽게만 보였는지... 새엄마 울라에게 무한한 동정심을 느꼈는지... 이제서야 조금 이해하게 된 것이다. "새엄마"라는 타이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 않을까? 아이들은 그저 야단만 치고, TV도 못보게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고, 엄마들은 제멋대로에다 장난만 치고, 아이들의 터무니 없는 상상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엄마의 입장을, 아이의 입장을 조금 더 생각해보라고 의도한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소제목이 이렇게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이해되었다. 그저 반전 동화나 새로운 면을 조금 보여주는 정도의 동화책이 아닌, 진정으로 아이와 엄마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동화책이다.
흠흠... 그런데, 지은양을 좀 더 설득해 볼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