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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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리면 어떤 책이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감이 온다.

물론 가끔 귀차니즘이 생겨 대강 읽거나 표지에 꽂히는 경우는 예외지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책이 9.11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어느샌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읽고 싶었던 건 아니다. 너무나 큰 불행은, 왠지 꺼려지게 되곤 하니까. 그럼에도 동명의 영화 속 소년의 표정이 너무나 각인되는 바람에, 영화를 보기 전에 꼭!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 라는 이상한 계획을 세워버렸다.

2001년 9월 11일, 나는 한 무역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출근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회사에 있던 TV에 전원이 켜졌다. 이사님이 "다들 이리로 와 봐"라는 말에 다가간 곳엔 세계 무역 센터가 비치고 있었고 곧이어 비행기 한 대가 그곳으로 돌진했다. 대한민국에 있는 나와 미국의 세계 무역 센터는 너무나 먼 곳이지만 그렇다고 그 거리감으로 그 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기에,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기에 말도 안된다고, 저건 무슨 영화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같은 날, 한 소년은 학교에 등교했다가 선생님들의 조치로 바로 하교한다. 집에 돌아왔을 땐 아무도 없었고 전화의 깜빡임에 다가가 녹음된 내용을 들은 이 소년, 오스카는 그 이후 이때 잃은 아빠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엔 분명 오스카의 시점에서 시작되었으나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편지 형식 등이 더해지고 9.11 테러뿐만 아니라 드레스덴 폭격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더해져 결국 이 소설은 전쟁이라는 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우연히 아빠의 물건 속에서 열쇠 하나를 찾게 된 오스카는 아빠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 열쇠의 자물쇠를 찾는 여정을 떠나고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 속에서 계속해서 성장해 나아간다. 때문에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오스카이기도 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니?

나는 몸을 모로 누이고 언니 옆에서 잠들었지.

너에게 지금까지 전하려 했던 모든 이야기의 요점은 바로 이것이란다, 오스카.

그 말은 언제나 해야 해.

사랑한다,

할머니가."...439p

작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고 세월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후회가 없게, 나의 사랑을 가까운 이들에게 전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과는 구성 면에서 무척 특이하다. 중간 중간 이미지 사진이 들어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씌여지지 않은 페이지가 여러 장, 한 문장씩이거나 계속 겹쳐서 읽을 수 없는 장도 여러 장.... 마치 소설이 영화처럼 보이도록 시각적으로 최선을 다 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영화를 보듯 오감으로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읽었던 책 중 가장 BEST!!!

#엄청나게시끄럽고믿을수없게가까운 #조너선사프란포어 #민음사 #추천도서 #9.11 #폭력 #전쟁 #상처 #성장 #소통 #소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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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리를 건넜어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떨어지는 사람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떨어지는 사람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더 이상 네 앞에서 강한 척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지자, 난 한없이약해졌어. 바닥에 쓰러졌단다. 그곳이 내게 맞는 곳이었어.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어. 손이 부서지길 바랐지만, 너무 아파서 멈추었지.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손 하나 부서뜨리지도 못하다니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지.
떨어지는 사람들.
호치키스와 테이프,
공허하다는 느낌도 없었어. 그런 느낌이라도 들면 좋았을 텐데 높은 창문 밖으로 셔츠를 흔드는 사람들.
뒤집힌 주전자처럼 텅 비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돌처럼 묵직했단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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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는 데 한평생이 걸렸다니 한스럽구나,
오스카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다르게 살 텐데,
내 삶을 바꿀 거야.
피아노 선생님에게 키스를 할 거야. 
그가 비웃어도 좋아
침대에서 메리와 함께 팔짝팔짝 뛸 거야. 
바보 같다 해도 상관없어.
못생긴 사진들을 보내버릴 거야. 
수천장이라도.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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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아
마리 파블렌코 지음, 곽성혜 옮김 / 동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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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부머리 독서법" 카페의 여름 방학용 슬로우 정독 책이다. <공부머리 독서법>이 너무 좋아서 카페까지 가입했을 때가 여름방학 직전! 마침 여름방학용으로 슬로우 독서를 한다고 해서 초등 용과 청소년 용 모두 구입했다. 하지만 사실 처음 의지와는 반대로 일상에 치여 카페 퀴즈는 풀어보지 못하고... <사마아> 역시 여름방학이 끝나고서야 겨우 붙잡고 읽었다.

책의 띠지에는 "자연과 그 놀라운 보존에 대한 찬가, 지구를 위한 미래의 장대한 생태 우화!"라고 씌여있다. 처음 책이 시작될 때부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정말 감탄하면서 읽어내려갔고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정말 정독했으면 좋겠다고,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의 서술 방식이 사마아 혼자 격리되어 이어지는 생각이 대부분이라 과연 몇이나 이 책을 어른들처럼 의미있게,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한무더기였다.

<사마아>는 디스토피아에서 시작한다. 대도시에는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그 대도시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사막에 사는 주민들의 몫이고 이 사막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나무 목재를 사냥하고 대도시에 갖다 판다. 초반 분위기는 마치 "설국열차"의 꼬리칸 같다.

주인공 사마아는 단지 여자아이라서 사냥꾼이 될 수 없다는 말에 반박하기 위해 몰래 사냥꾼들을 뒤따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고립되고 그 고립에서 살기 위해 도망치다 우연히 나무 구덩이에 빠진 후 생각이 바뀐다.

<사마아>는 많은 책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먼저는 <최후의 Z>라는 디스토피아 청소년 책이었는데 이 책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자극적이다. 반면 뒤로 갈수록 <사마아>는 <나무를 심은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디스토피아가 아닌, 희망을 전하는 책이기에. 사마아의 생각만 잘 따라갈 수 있다면 아주 흥미롭고 의미있고 훌륭한 책이다. 이 세상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마아 #동녘 #청소년소설 #환경 #미래 #지구 #위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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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댓 이즈
제임스 설터 지음, 김영준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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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설터의 책이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표지"에서부터였다. 처음엔 <어젯밤> 표지에서부터 <가벼운 나날>까지. 소설가를 찾아보고 읽어보고 싶어지고 한 권씩 중고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두고 쳐다보다가~, 드디어 첫 권!을 읽기 시작했다. 읽고 싶은 책을 그냥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고르다 보니 <올 댓 이즈>는 제임스 설터의 마지막 유작! 보통은 체계적으로 처음부터 읽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엔 완전히 거꾸로 시작했다.


나는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니까 "All That Is"를 찾아본다. "That's all"은 알겠는데 이 뭔가 하다 만 것 같은 말의 의미가 도대체 뭐란 말이냐! 네이버를 열심히 뒤져봐도 딱히 이거다! 하는 답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 정도.


처음 책장을 넘기기 시작해서 한동안은 이 책에 익숙해지느라 오래 걸렸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보통 일주일이면 읽을 텐데, 무려 2주 반이나 걸리는 위엄을 보여 준 책! 앞의 50페이지 정도 읽다가는 <토지> 때처럼 인물관계도를 그려가며 읽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 사람이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다시 네이버 들어가서 먼저 읽어 보신 선배님들 리뷰를 좀 훑어본 후... 제임스 설터의 표현 기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이후부터는 그냥 패스! 물론 다시 등장한 사람들의 이름을 보고선 한동안 멈춰서 .... 머릿속을 헤집기는 했지만.


그러니까 <올 댓 이즈>는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인 줄 알았던 "보먼"이라는 남자의 일대기를 그림 책이다. 일대기라고 해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도 아니다. 20대 전쟁에 참여하여 삶의 변곡점을 겪게 된 시점부터 그의 전성기를 지나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될 장년까지의 이야기다. 사건은 존재하지만 그 사건 자체가 소설의 구성 방식인 발단-전개-위기-절정- 결말의 순을 따르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한 인간의 삶을 하나하나 보여줄 뿐이다. 처음엔 이걸 이해하는 데 어찌나 힘들던지. 그렇지만 책의 반을 넘어가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치... 우리 인생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스쳐가고 다양한 일을 겪지만 지나보면 별 거 아니고,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물론 책을 읽다 보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몇몇 상황과 마주치게 되지만 보먼이 남자고, 아마도 작가와 비슷한 나이의 그 시절을 살았을 테고,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정말 그지 없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이해해줄 수 있다. 그보단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듯 쌓아놓은 작가에게 감탄할 뿐.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기에 잠깐 쉬고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올댓이즈 #제임스설터 #마음산책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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