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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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체의 여자아이가 강렬한 태양 아래 마치 째려보는 듯 포즈를 잡고 있다. 사노 요코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봤을지도. 사노 요코란 이름은 첫째가 어렸을 시절 <백만 번 산 고양이>를 통해서다. 한번 읽고 나선 이 강렬한 감정을 어째야 할지 몰라했던 후 사노 요코의 팬이 되었다. 그림책도 좋은데, 이 당당하고 멋진 할머니가 쓰신 에세이는 더 좋다. "뭐, 어쩌라고!"하는 듯한 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은 사노 요코의 글은 읽다가 키킥대게 하기도 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하기도 한다.

<두 개의 여름>은 사노 요코만의 책은 아니다. 에세이도, 그림책도 아니다. 사노 요코가 중년의 시절, 강렬한 사랑 후 함께 부부의 연을 맺었던 "다니카와 슌타로"와 함께 한 연작소설이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 다니카와 슌타로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인가 보다.

제 1장인 "못"은 이들이 결혼하기 이전에 작가와 화가로 만나 만들어진 작품으로 사노 요코의 작품은 흰색 페이지로, 다니카와 슌타로의 작품은 회색 페이지로 되어 있다. 또한 흰색 페이지는 오래 전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회색 페이지는 그 앞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자아이가 자라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다. 시간 간극이 있지만 오래된 추억과 현재 사이를 오가며 간질간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 2장은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다. 뭔가 연결되듯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 속에 "죽음"이라는 화두가 등장한다. 제 3장으로 가면 대놓고 소제목이 "도시코의 묘"다. 작가 둘의 이야기를 몰랐다면 이게 뭔가~ 싶었을 텐데, 이 이야기들을 끝으로 얼마 못 가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결혼 생활이 이야기에 어느 정도 녹아들 수밖에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겐 너무 우울한 이야기로 끝을 맺으니 씁쓸한 끝맛을 지울 수가 없다. 영원한 해피엔딩은 없다지만, 내 현실이 마냥~ 해피하지는 않기에 당분간은 기분 좋아지는 작품을 좀 읽어야겠다.

#두개의여름 #사노요코 #다니자키슌타로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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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생활 1 : 나의 고향 짱뚱이의 시골생활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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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 시리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셨나요? 저희 집엔 구 버전의 짱뚱이 책이 3권 있어요. 두 권은 만화책이고 한 권은 줄글 책인데요. 처음 만화책 한 권을 접하고 너무 재미있고 유익해서 두 권을 더 구입했었죠. 그 짱뚱이 책이 이번에 200만부 돌파 기념으로 리커버 에디션으로 돌아왔어요. 파스텔 계열 바탕에 귀여운 짱뚱이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박힌 표지가 아주~ 눈에 띄죠. 처음엔 제목이 달라서 다른 책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옷을 입고 새단장하여 나온 책이어서 안쪽 내용은 다르지 않지만 한손에 폭~ 잡히는 사이즈에 예쁜 표지가 전권을 소유하고 싶게 만드네요.^^


새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은 "나의 고향"이에요. 초등학교 교사인 아빠를 따라 갔던 "고향". 1970년대 초 짱뚱이가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아빠가 퇴근하시길 기다리다가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묘사하죠. 아빠 무등 타고 가다 미역도 감고 가재도 잡고 오디도 따 먹고.... 장마가 되면 가족과 물고기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추석 땐 밤 따기, 곶감 만들기 겨울이 되면 연 날리고 새해를 맞아 떡 해먹고... 사계절의 다양한 풍습과 입학 전 짱뚱이의 신나게 놀면서 지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초등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저도 도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서 살았어요. 짱뚱이처럼 앞산과 시냇물을 뛰어다니며 정말 신나게 놀았죠. 아카시아 꽃 꿀도 빨아먹고 산 입구에서부터 나뭇가지로 수풀을 헤치며 반달곰을 잡겠다고 모험을 떠나고 공터에서 크게크게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과 뛰어놀기도 하고요. 그 기억은 지금까지 제가 살아가는 데 아주 큰 추억이고 자양분이 되었어요. 요즘 아이들이 그저 핸드폰이나 게임기만 붙잡고 노는 것을 보면 정말 걱정이 될 정도예요.





짱뚱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체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뭐든지 돈으로 사서 어떤 기기들을 가지고 가만히 앉아 노는 것이 아닌, 햇빛을 받으며 자연 속에서 신나게 소리 지르며 뛰어놀 수 있는 자유가 어느새 부러워지지 않을까요? 시골에서의 생활이 벌레 많고 할 것 없는 따분한 곳이 아니라 정말 즐겁고 자연을 흠뻑 들이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닫길 바랍니다.

2권에선 짱뚱이의 "놀이"가 담겨있어요. 어서 읽어봐야겠네요!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짱뚱이의시골생활 #나의고향 #파랑새 #1970년대 #어린시절 #초등도서 #전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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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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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은 믿고 읽는다. 잔잔하면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 감동을 주는 일본 소설과 결을 달리 하는데 문화에서 오는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일어날 법한 이야기지만 흔치 않은 이야기 속에 기승전결 확실한 이야기 구조를 가져 읽는 내내 긴장하게 만드는 동시에 계속 궁금하게 하면서 커다란 감동을 준다. 읽는 동안도 즐겁지만 언젠가 또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다.

이번에 만난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도서관에 갔다가 평소의 프레드릭 베크만 소설과 달리 아주 가벼운 페이지여서 집어왔다. 제목부터 무언가 가슴 아플 것 같았는데 직접 펼쳐 읽으면서 작가에게 또다시 놀라게 됐다. 지금까지 읽었던 프레드릭 베크만의 구성 방식이나 내용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이 제일 좋을 때지. 노인은 손자를 보며 생각한다."...10p

소설의 첫 문장이다. 벤치에 앉아있는 손자 노아는 아직 발이 대롱거릴 정도로 아직 어리다. 이 벤치가 있는 곳은 어느 광장. 이곳에서 둘은 보이는 여러가지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가르쳐 준 것,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 둘이 함께 이룬 것, 즐긴 것, 나눈 것...등에 대하여.

하지만 곧 독자들은 이 두 사람의 대화가 어딘가 이상함을 눈치챌 테고, 이 광장이 여느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쇠퇴하는 기억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 이 책은 기억과 놓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와 그의 손자, 한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는 연서이자 느린 작별 인사다."...7p 라고 작가는 말한다. 온전한 자신에서부터 점점 잃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내겐 낯선 주제는 아니다. 치매를 20년 넘게 앓으신 할머니를 보면서, 뇌종양으로 점점 엄마가 아니게 된 엄마를 보면서 내가 아닌 나는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책 속 할아버지는 그저 자신이 놓친 것, 더 줄 것, 더 남길 것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더불어 먼저 보낸 아내와의 시간으로 조금씩 자신을 놓는다.

울컥! 하여 꿀꺽! 하고 눈물을 참는다.

원제가 <AND EVERY MORNING THE WAY HOME GETS LONGER AND LONGER>이다. 할아버지가 노아에게 자신을 설명한 문장. 노아가 아빠에게 할아버지를 설명한 문장.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점점 길어지겠죠."...150P

짧지만 역시나 임팩트있는 소설이었다.

#하루하루가이별의날 #프레드릭베크만 #다산책방 #치매 #기억과놓음 #추천소설 #감동 #이별 #사랑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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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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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라는 제목만으로도 요즘 유행하는 그, 판타지 형 장소를 기반으로 한 소설일까봐 걱정하며 책장을 펼쳤다. 한 번은 우와~ 하며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계속 비슷한 소설류들이 나오니 영~ 거시기 하다. 내 취향은 그저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 바로 이 책이다.


37살의 에이코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이다. 매일 회사에 출근하고 돌아오면 자신을 맞아주는 편안한 소파가 있는 집도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았다는 어느 정도의 부족함(스스로 그렇게 느끼는)은 챗바퀴 도는 듯한 생활 속에서도 자신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음으로 대체하며 괜찮은 삶이다~하고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똑같은 패턴의 삶은,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삶이라고 해도 조금은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때, 인생의 카페를 만난다.


책은 10개의 꼭지로 모두 잘 알지 못하는 디저트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디저트는 카페 루즈의 대표 상품인 동시에 그 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해결책이 되는가 하면 주인공 에이코에게는 언제나 여행을 떠나고 싶고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들이다. 그러니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에이코이긴 하지만 주인공은 딱히 에이코 한 명은 아닌 셈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겪기도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인공이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나 대신 하는 행동이나 말에 격하게 공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편안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 좋다. 디저트를 정말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온통 낯설고 잘 상상이 가지 않는 맛이긴 했지만 나에게도 이렇게 참새 방앗간 다니듯 갈 수 있는 카페 하나 정도 있음 좋겠다~ 하는 생각은 정말로 간절하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곤도후미에 #종종여행떠나는카페 #황소자리출판사 #일본소설 #편안함 #힐링 #디저트로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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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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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 준이치로라는 일본의 작가를 처음 접한 건, 정은문고의 "작가의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그러니까 처음엔 이 작가의 수필부터 접한 셈. 작가 시리즈는 일본의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었기 때문에 한 작가의 개성을 한번에 파악하기는 힘들다.


이후 김영하 작가 북클럽을 통해 <세설>을 읽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일본 작가의 책과는 조금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냥 좋지는 않다. 뭔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있다. 그런데 좀 지나면 또 읽고 싶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민음사 계열의 "쏜살문고"이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에 작가의 중편 등을 주로 싣는다. 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도 매력적! 2018년부터인가 <미친 노인의 일기>를 시작으로 10권의 다니자키 준이치로 책이 출간되었다.


내 성격상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이상한 편집증을 깨고 중고로 구입한 순으로...ㅋㅋ <슌킨 이야기>를 첫 책으로 정했다. 아주 얇은 책인데, 그래서 가방 속에 오래 갖고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읽으니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너무 신기하게도 그렇게 끊어 읽었는데도 내용이 엉키거나 잊히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 왜? 너무 강렬하니까!


<슌킨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답게 태어나 예술 쪽 재능을 가졌지만 9살에 맹인이 되어 칠현금과 샤미센의 명인이 되는 슌킨과 그 옆에서 살뜰히 그녀를 돌보는 제자 사스케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둘은 스승과 제자로 끝까지 남았지만 사실 부부이며 주인과 하인인 이상야릇한 관계이다.


소설은 "나"라는 서술자가 사스케가 남긴 <모즈야 슌킨전>을 읽고 이 두 사람의 묘를 방문하며 이 두 사람의 진실을 파헤치는 형식으로 시작되지만 사스케의 시선과 항간에 떠도는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서술을 통해 마치 이 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보여진다. 그리고 이 부분이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가장 의도한 스토리 구성이라고 한다.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 불편한 점이 바로 이 포인트인 것 같다. 분명 내 가치관과 너무 다르다. 그런데 너무 재밌다는 것.ㅎㅎㅎ정말로 세상의 다양한 가치관을 알려주는 역할이랄까.


다음 구매한 중고는 <열쇠>인데....흠~ <슌킨 이야기>보다 더할 것 같아서 무서워서 잠시 보류.ㅋㅋ 이렇게 보니 장편인 <세설>이 훨씬 순한 작품이었다. 나이 50에 에로티시즘이 무섭다니..! ㅋ 덜 컸네, 덜 컸어!


#슌킨이야기 #다니자키준이치로 #쏜살문고 #에로티시즘 #페티시즘 #마조히즘 #완벽한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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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9-18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그나마 아름다운 부분이 있는데, 열쇠는 좀... ㅋㅋ

그래도 읽는 재미는 있습니다~!!

ilovebooks 2023-09-18 13:02   좋아요 1 | URL
아... 역시~!! 왠지 좀~ 손이 안 가더라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