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년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4
엘로이 모레노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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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이 <INVISIBLE>이다. "투명 인간" 이라는 제목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고전 소설을 떠올리게 하니 한국 제목인 <보이지 않는 소년>은 아주 적절한 제목이 된 것 같다. 단순한 투명 인간보다는 "보이지 않는"이라는 우리말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보이지 않도록 할 수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 보이지 않을 수도. 


처음 책장을 하나 둘 넘겨 읽기 시작하면 도무지 줄거리를 따라잡기가 힘이 든다. 한 장, 두 장의 짧은 챕터가 각각 다른 이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데다가 어떤 챕터는 "나"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다른 챕터에서는 "~소녀", "~ 소년", "~ 여자" 등으로 서술되는가 하면 등장인물의 이름 대신 그 인물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소년이나 소녀를 수식하는 식으로 표현된다. 그러니 그 표현들을 꼼꼼히 읽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 엉망으로 헷갈리게 될지도.


하지만 어떤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각각의 인물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를 쫓아 읽다 보면 결국, 이 사건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소년이 어째서 자신 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여러가지 책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우메다 슌사쿠의 <모르는 척>이라는 그림책 형식의 동화책이나 제임스 프렐러의 <방관자> 같은 책들은 <보이지 않는 소년>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소년>은 폭력을 당한 소년의 입장과 그 소년을 보고도 마치 보지 못한 척,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어른들의 시선에서 멈추지 않고 그 폭력을 행사한 소년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한 사건을 쭉~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장면들과 생각을 보여주고 마치 미스테리 영화를 보는 듯 독자가 짜맞춰가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모든 전말을 알게 됐을 때 훨씬 더 많은 감정들이 오고 갔다.


2024년 디즈니플러스 방영 예정이라니, 아마 영화로도 만들어진 것 같은데 화면으로는 또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초등 고학년에겐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중학생 정도라면 누구나 읽고 자신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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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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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세풀베다를 처음 알게 된 건, 수업하고 있는 솔루니의 5학년 도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덕분이다. 좋은 작가를 찾아낸다는 건, 그 작가를 따라 읽을 책이 많아진다는 걸 뜻한다. 이후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도 읽게 되었지만 아이들을 위한 동화 대신 좀 다른 책을 접해보고 싶어 하나씩 검색하고 몇 권의 책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구입했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선택했지만 가볍게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렇게 놓고 보니, 앞의 두 권 동의화를 제외한 다른 소설들은 제목을 포함해 아주 극명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그의 첫 책인 만큼 이 소설은 그의 가치관이 그득 담긴 책임에 분명하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이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칠레에서 태어나 피노체트 군부에서 체포, 투옥 후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의 인접 국가를 떠돌며 망명 생활을 한 후 유럽으로 옮겨 독일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마존 밀림을 떠돌았던 경험이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구상하는 기회가 된다.


때문에 소설을 읽다 보면 아마존 밀림과 그 주변의 마을이 눈에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디오와 밀림 속 동물들을 비롯해 정부의 개발 정책으로 이주하며 만들어진 이주민과 정부 사람들까지. 그리고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은 그런 혼란 속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세상을 관망하듯 소설에 빠져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노인이다.


소설은 처음에 엘 이딜리오라는 이주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마을을 보여주고 그곳의 두 인물 치과 의사(정부에 회의적인)와 노인(연애 소설 읽으며 하루를 느긋하게 살아가는)의 대화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곧 한 백인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을 일으킨 밀림 속 아름다운 동물 암살쾡이와의 전쟁으로 점점 고조된다.


숨 막힐 듯 전개되는 이야기는 책장을 훌훌 넘기게 하지만 같은 이주민이지만 인디오들 속에서 몇 년을 지낸 이로써 자신만의 철학을 지니게 된 노인의 생각과 행동, 마치 인간인 것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암살쾡이의 이야기가 정말로 아름답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160p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또 하나! 독서에 대한 갈망.


노인이 책을 읽는 방식은 내가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방법이다. 제발~! 하나하나 씹어먹듯 읽으라고~!라며...

너무너무 가슴이 웅장해지는 소설~!


#연애소설읽는노인 #루이스세풀베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라틴아메리카문학 #추천소설 #환경 #독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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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책 속에서 아주 긴 문장하나를 기억했는데, 그것은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은 직각의 맞은편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따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혼자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자나중에는 엘 이딜리오 주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말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기이한 욕설이나 주문처럼 들렸던 것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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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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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체의 여자아이가 강렬한 태양 아래 마치 째려보는 듯 포즈를 잡고 있다. 사노 요코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봤을지도. 사노 요코란 이름은 첫째가 어렸을 시절 <백만 번 산 고양이>를 통해서다. 한번 읽고 나선 이 강렬한 감정을 어째야 할지 몰라했던 후 사노 요코의 팬이 되었다. 그림책도 좋은데, 이 당당하고 멋진 할머니가 쓰신 에세이는 더 좋다. "뭐, 어쩌라고!"하는 듯한 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은 사노 요코의 글은 읽다가 키킥대게 하기도 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하기도 한다.

<두 개의 여름>은 사노 요코만의 책은 아니다. 에세이도, 그림책도 아니다. 사노 요코가 중년의 시절, 강렬한 사랑 후 함께 부부의 연을 맺었던 "다니카와 슌타로"와 함께 한 연작소설이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 다니카와 슌타로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인가 보다.

제 1장인 "못"은 이들이 결혼하기 이전에 작가와 화가로 만나 만들어진 작품으로 사노 요코의 작품은 흰색 페이지로, 다니카와 슌타로의 작품은 회색 페이지로 되어 있다. 또한 흰색 페이지는 오래 전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회색 페이지는 그 앞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자아이가 자라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다. 시간 간극이 있지만 오래된 추억과 현재 사이를 오가며 간질간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 2장은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다. 뭔가 연결되듯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 속에 "죽음"이라는 화두가 등장한다. 제 3장으로 가면 대놓고 소제목이 "도시코의 묘"다. 작가 둘의 이야기를 몰랐다면 이게 뭔가~ 싶었을 텐데, 이 이야기들을 끝으로 얼마 못 가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결혼 생활이 이야기에 어느 정도 녹아들 수밖에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겐 너무 우울한 이야기로 끝을 맺으니 씁쓸한 끝맛을 지울 수가 없다. 영원한 해피엔딩은 없다지만, 내 현실이 마냥~ 해피하지는 않기에 당분간은 기분 좋아지는 작품을 좀 읽어야겠다.

#두개의여름 #사노요코 #다니자키슌타로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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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생활 1 : 나의 고향 짱뚱이의 시골생활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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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 시리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셨나요? 저희 집엔 구 버전의 짱뚱이 책이 3권 있어요. 두 권은 만화책이고 한 권은 줄글 책인데요. 처음 만화책 한 권을 접하고 너무 재미있고 유익해서 두 권을 더 구입했었죠. 그 짱뚱이 책이 이번에 200만부 돌파 기념으로 리커버 에디션으로 돌아왔어요. 파스텔 계열 바탕에 귀여운 짱뚱이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박힌 표지가 아주~ 눈에 띄죠. 처음엔 제목이 달라서 다른 책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옷을 입고 새단장하여 나온 책이어서 안쪽 내용은 다르지 않지만 한손에 폭~ 잡히는 사이즈에 예쁜 표지가 전권을 소유하고 싶게 만드네요.^^


새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은 "나의 고향"이에요. 초등학교 교사인 아빠를 따라 갔던 "고향". 1970년대 초 짱뚱이가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아빠가 퇴근하시길 기다리다가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묘사하죠. 아빠 무등 타고 가다 미역도 감고 가재도 잡고 오디도 따 먹고.... 장마가 되면 가족과 물고기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추석 땐 밤 따기, 곶감 만들기 겨울이 되면 연 날리고 새해를 맞아 떡 해먹고... 사계절의 다양한 풍습과 입학 전 짱뚱이의 신나게 놀면서 지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초등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저도 도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서 살았어요. 짱뚱이처럼 앞산과 시냇물을 뛰어다니며 정말 신나게 놀았죠. 아카시아 꽃 꿀도 빨아먹고 산 입구에서부터 나뭇가지로 수풀을 헤치며 반달곰을 잡겠다고 모험을 떠나고 공터에서 크게크게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과 뛰어놀기도 하고요. 그 기억은 지금까지 제가 살아가는 데 아주 큰 추억이고 자양분이 되었어요. 요즘 아이들이 그저 핸드폰이나 게임기만 붙잡고 노는 것을 보면 정말 걱정이 될 정도예요.





짱뚱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체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뭐든지 돈으로 사서 어떤 기기들을 가지고 가만히 앉아 노는 것이 아닌, 햇빛을 받으며 자연 속에서 신나게 소리 지르며 뛰어놀 수 있는 자유가 어느새 부러워지지 않을까요? 시골에서의 생활이 벌레 많고 할 것 없는 따분한 곳이 아니라 정말 즐겁고 자연을 흠뻑 들이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닫길 바랍니다.

2권에선 짱뚱이의 "놀이"가 담겨있어요. 어서 읽어봐야겠네요!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짱뚱이의시골생활 #나의고향 #파랑새 #1970년대 #어린시절 #초등도서 #전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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