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 속의 꿈 일본문학 컬렉션 5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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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가 중간에 밥 먹으라고 부르는 것조차 방해가 될 정도로 푹~ 빠져 읽었던 동화책들이 있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지 않았나 싶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오래된, 정말 아주 짧은 찰나의 추억이 가끔 생각이 난다.


일본 문학 컬렉션 05 <오래된 서랍 속의 꿈>은 일본 근대 작가들의 그런 "동화"를 담은 책이다. 언제나 작가와 비평 출판사의 일본 문학 컬렉션의 신간을 만날 때마다 기획에 감탄하게 되는데 일본 근대 작가들이라는 기준을 놓고 다양한 컨셉의 책들을 엮어 한 편씩 출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5번째 시리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런 일본 소설가들의 동화들을 엿볼 수 있어 또한 좋았다.


첫 편인 다자이 오사무의 "텃밭의 속사정"은 채소들의 이야기들로 너무 귀여운 이야기여서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뒤이어 "달려라 메로스"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코", 나카지마 아쓰시의 "호빙" 등은 읽어내려가며 적응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알 수 없는 거부감이라고 해야할까... 일본 문학이지만 배경이 일본이 아닌 것도 이상하고 언제나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우리 문학과는 달리 언해피엔딩도 많아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 또한 일본 근대 문학의 특징일 터.


반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광차"나 니이미 난키치의 "할아버지의 램프", 아리시마 다케오의 "포도 한 송이"등은 우리 문학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심리가 아주 뛰어난 작품이라 정말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말과 교훈은 시대를 거슬러, 전 세대를 걸쳐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짧은 그림책에서부터 두꺼운 소설책까지 가리지 않고 읽는 이유이다. 색다른 기획으로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는 일본문학 컬렉션의 다음 권을 기대해 본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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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트니크가 만든 아이 오늘의 청소년 문학 40
장경선 지음 / 다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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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체크니트"라고 잘못 읽었다. 니트가 어떻게 아이를 만드나~ 하는 의심도 없이. 만약 "체트니크"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실수는 절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 체트니크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았다면 실수 자체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체트니크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유고슬라비아 망명정부의 전쟁장관이었던 미하일로비치가 세르비아 건설을 위해 조직한 군사조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인종 청소 등의 비합리적인 행보를 보여온 것 같다. 하지만 어디서 찾아보아도 1940년대 이후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를 읽고 나서야 그들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이 연결된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바로 이 내전 속에서 일어난 한 첼리스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그 책이 놓친 부분을 바로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가 채워준다.

나타샤는 사라예보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22일째 계속되는, 내전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연주되는 첼로 연주가 이제는 좀 지겹다. 하지만 길에서 만나게 된 금발의 아저씨와, 그 아저씨를 보고 도망가는 엄마, 고양이로 인해 갈등을 일으켜 감행한 가출 등으로 나타샤는 자신이 누구인지 직면하게 된다.

작가가 한국인이다. 평소 먼 나라의 내전에도 관심이 많아 아르메니아 학살이나 보스니아 내전으로 이미 작품을 몇 쓰신 것 같다. 읽는 내내 어색함이 없었다. 몰랐던 다른 나라의 역사가 이리도 아픈 건 우리 역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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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년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4
엘로이 모레노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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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이 <INVISIBLE>이다. "투명 인간" 이라는 제목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고전 소설을 떠올리게 하니 한국 제목인 <보이지 않는 소년>은 아주 적절한 제목이 된 것 같다. 단순한 투명 인간보다는 "보이지 않는"이라는 우리말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보이지 않도록 할 수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 보이지 않을 수도. 


처음 책장을 하나 둘 넘겨 읽기 시작하면 도무지 줄거리를 따라잡기가 힘이 든다. 한 장, 두 장의 짧은 챕터가 각각 다른 이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데다가 어떤 챕터는 "나"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다른 챕터에서는 "~소녀", "~ 소년", "~ 여자" 등으로 서술되는가 하면 등장인물의 이름 대신 그 인물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소년이나 소녀를 수식하는 식으로 표현된다. 그러니 그 표현들을 꼼꼼히 읽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 엉망으로 헷갈리게 될지도.


하지만 어떤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각각의 인물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를 쫓아 읽다 보면 결국, 이 사건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소년이 어째서 자신 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여러가지 책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우메다 슌사쿠의 <모르는 척>이라는 그림책 형식의 동화책이나 제임스 프렐러의 <방관자> 같은 책들은 <보이지 않는 소년>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소년>은 폭력을 당한 소년의 입장과 그 소년을 보고도 마치 보지 못한 척,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어른들의 시선에서 멈추지 않고 그 폭력을 행사한 소년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한 사건을 쭉~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장면들과 생각을 보여주고 마치 미스테리 영화를 보는 듯 독자가 짜맞춰가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모든 전말을 알게 됐을 때 훨씬 더 많은 감정들이 오고 갔다.


2024년 디즈니플러스 방영 예정이라니, 아마 영화로도 만들어진 것 같은데 화면으로는 또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초등 고학년에겐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중학생 정도라면 누구나 읽고 자신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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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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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세풀베다를 처음 알게 된 건, 수업하고 있는 솔루니의 5학년 도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덕분이다. 좋은 작가를 찾아낸다는 건, 그 작가를 따라 읽을 책이 많아진다는 걸 뜻한다. 이후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도 읽게 되었지만 아이들을 위한 동화 대신 좀 다른 책을 접해보고 싶어 하나씩 검색하고 몇 권의 책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구입했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선택했지만 가볍게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렇게 놓고 보니, 앞의 두 권 동의화를 제외한 다른 소설들은 제목을 포함해 아주 극명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그의 첫 책인 만큼 이 소설은 그의 가치관이 그득 담긴 책임에 분명하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이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칠레에서 태어나 피노체트 군부에서 체포, 투옥 후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의 인접 국가를 떠돌며 망명 생활을 한 후 유럽으로 옮겨 독일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마존 밀림을 떠돌았던 경험이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구상하는 기회가 된다.


때문에 소설을 읽다 보면 아마존 밀림과 그 주변의 마을이 눈에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디오와 밀림 속 동물들을 비롯해 정부의 개발 정책으로 이주하며 만들어진 이주민과 정부 사람들까지. 그리고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은 그런 혼란 속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세상을 관망하듯 소설에 빠져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노인이다.


소설은 처음에 엘 이딜리오라는 이주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마을을 보여주고 그곳의 두 인물 치과 의사(정부에 회의적인)와 노인(연애 소설 읽으며 하루를 느긋하게 살아가는)의 대화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곧 한 백인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을 일으킨 밀림 속 아름다운 동물 암살쾡이와의 전쟁으로 점점 고조된다.


숨 막힐 듯 전개되는 이야기는 책장을 훌훌 넘기게 하지만 같은 이주민이지만 인디오들 속에서 몇 년을 지낸 이로써 자신만의 철학을 지니게 된 노인의 생각과 행동, 마치 인간인 것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암살쾡이의 이야기가 정말로 아름답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160p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또 하나! 독서에 대한 갈망.


노인이 책을 읽는 방식은 내가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방법이다. 제발~! 하나하나 씹어먹듯 읽으라고~!라며...

너무너무 가슴이 웅장해지는 소설~!


#연애소설읽는노인 #루이스세풀베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라틴아메리카문학 #추천소설 #환경 #독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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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책 속에서 아주 긴 문장하나를 기억했는데, 그것은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은 직각의 맞은편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따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혼자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자나중에는 엘 이딜리오 주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말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기이한 욕설이나 주문처럼 들렸던 것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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