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주머니 - 행복연구소
엘라 사리.안비 지음 / 리앙(Rien)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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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 학문적으로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 할 부분이 없다. 전두엽이 재정비되는 시기,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시기. 그러니 열심히 생각하고 열심히 경험하라고 말해주는 거야 뭐가 어려울까. 문제는 그 각자의 생각과 경험이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라 온 세상과 축적되어 온 것들이 모두 다,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달라서 그것들이 청소년기를 맞이했을 때,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기도 하고 갑자기 주저앉는가 하면 절망스럽기도 하다는 것. 그런 모든 것들이 자기 자신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서 모두에게서 점점 배타적이 되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결국은 어떻게 잘 이겨낼 것인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결심하는 것. 충분히 고민하고 실행해 보는 것. 사설이 길었는데, <공기주머니 행복연구소>를 읽고 나니 청소년들에 대한 생각이 이러저러 많아졌기 때문에 주저리주저리가 된 것 같다.

<공기주머니 행복연구소>는 독특한 책이다. 작가가 둘인데 한 명은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된 엘라 사리와 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안비가 각각의 한 장씩 맡아 번갈아가며 쓰여졌다. 시작 1장부터 홀수 장은 엘라 사리가, 짝수 장인 2장부터는 안비 작가가 맡았다고 한다. 처음엔 홀수 장은 현실에서, 짝수 장은 율의 상상 속 일들인 것처럼 보이다가 중간부터 하나로 합쳐지는 독특한 판타지 소설이다.

프랑스와 인도, 한국이라는 세 나라를 오가며 입양되고 버려진 아이들이 자신들 만의 나라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라 길지 않은 책이었지만 중반까지는 세계관을 이해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결국은, 자아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속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나"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비단 입양아들에게만 속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더 극심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겠지만 결국 어디서든 "나"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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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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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새로운 책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수월하게 잘 읽었던 책이지만 <데미안>은 중, 고등학교 시절 3번의 실패에 이어 성인이 된 후 6회독을 한 이후에야 겨우 책이 손에 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알았다. 어떤 책을 통해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이 전기와 후기로 나뉘며 <수레바퀴 아래서>는 전기에 속하고 극심한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겪으며 프로이트의 제자 칼 융과의 치료를 통해 나아가며 그 이후 작품들이 후기에 속한다는 사실을. 때문에 이 후기 작품들은 자기 자신으로의 천착이며 끝없는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들의 상징이자 비유로 가득하다. <싯다르타>는 무려 <데미안> 이후의 작품이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 만큼의 내가 성장한 것인지 그동안 열심히 읽었던 독서의 효과 때문인 건지 아님 <싯다르타>는 원래 그런 건지 나름 수월하게 읽혔다. 다만 정말 열심히 읽었다. 옆에 이면지를 두고 싯다르타의 행적을 따라 적어가며 최대한 싯다르타의 사유를 따라가려 애썼다. 뜬금없는 행동이 전혀 이해가지 않는다 해도 편견없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마지막 싯다르타의 결말에 이르렀을 때에는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결국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분명한 선도 분명한 악도 없다는 것이 <데미안>이었다면 시작과 끝, 정신과 육체가 나뉘는 것이 아닌 모두 하나로 흐른다는 사실이 <싯다르타>이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나 대신 싯다르타가 대신 체험해 준다고 생각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특히 강물로부터 배우는 싯다르타를 읽으며 나이 50이 넘어가자 자연 현상에, 내게 일어난 일들에,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갖게 되었던 사실을 떠올린다. 자만했던 20,30대를 지나 현실에 충실했던 40대였다면 결국 이 모든 것이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 최근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이제야 <싯다르타>를 읽게 된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으로 끝날 독서가 아닌 곁에 두고 몇 회독을 해야 할 책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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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lovebooks 2023-12-2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훌륭한 작가와 작품인가봐요^^
 
오래된 서랍 속의 꿈 일본문학 컬렉션 5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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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가 중간에 밥 먹으라고 부르는 것조차 방해가 될 정도로 푹~ 빠져 읽었던 동화책들이 있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지 않았나 싶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오래된, 정말 아주 짧은 찰나의 추억이 가끔 생각이 난다.


일본 문학 컬렉션 05 <오래된 서랍 속의 꿈>은 일본 근대 작가들의 그런 "동화"를 담은 책이다. 언제나 작가와 비평 출판사의 일본 문학 컬렉션의 신간을 만날 때마다 기획에 감탄하게 되는데 일본 근대 작가들이라는 기준을 놓고 다양한 컨셉의 책들을 엮어 한 편씩 출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5번째 시리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런 일본 소설가들의 동화들을 엿볼 수 있어 또한 좋았다.


첫 편인 다자이 오사무의 "텃밭의 속사정"은 채소들의 이야기들로 너무 귀여운 이야기여서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뒤이어 "달려라 메로스"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코", 나카지마 아쓰시의 "호빙" 등은 읽어내려가며 적응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알 수 없는 거부감이라고 해야할까... 일본 문학이지만 배경이 일본이 아닌 것도 이상하고 언제나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우리 문학과는 달리 언해피엔딩도 많아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 또한 일본 근대 문학의 특징일 터.


반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광차"나 니이미 난키치의 "할아버지의 램프", 아리시마 다케오의 "포도 한 송이"등은 우리 문학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심리가 아주 뛰어난 작품이라 정말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말과 교훈은 시대를 거슬러, 전 세대를 걸쳐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짧은 그림책에서부터 두꺼운 소설책까지 가리지 않고 읽는 이유이다. 색다른 기획으로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는 일본문학 컬렉션의 다음 권을 기대해 본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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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트니크가 만든 아이 오늘의 청소년 문학 40
장경선 지음 / 다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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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체크니트"라고 잘못 읽었다. 니트가 어떻게 아이를 만드나~ 하는 의심도 없이. 만약 "체트니크"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실수는 절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 체트니크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았다면 실수 자체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체트니크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유고슬라비아 망명정부의 전쟁장관이었던 미하일로비치가 세르비아 건설을 위해 조직한 군사조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인종 청소 등의 비합리적인 행보를 보여온 것 같다. 하지만 어디서 찾아보아도 1940년대 이후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를 읽고 나서야 그들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이 연결된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바로 이 내전 속에서 일어난 한 첼리스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그 책이 놓친 부분을 바로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가 채워준다.

나타샤는 사라예보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22일째 계속되는, 내전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연주되는 첼로 연주가 이제는 좀 지겹다. 하지만 길에서 만나게 된 금발의 아저씨와, 그 아저씨를 보고 도망가는 엄마, 고양이로 인해 갈등을 일으켜 감행한 가출 등으로 나타샤는 자신이 누구인지 직면하게 된다.

작가가 한국인이다. 평소 먼 나라의 내전에도 관심이 많아 아르메니아 학살이나 보스니아 내전으로 이미 작품을 몇 쓰신 것 같다. 읽는 내내 어색함이 없었다. 몰랐던 다른 나라의 역사가 이리도 아픈 건 우리 역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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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년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4
엘로이 모레노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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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이 <INVISIBLE>이다. "투명 인간" 이라는 제목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고전 소설을 떠올리게 하니 한국 제목인 <보이지 않는 소년>은 아주 적절한 제목이 된 것 같다. 단순한 투명 인간보다는 "보이지 않는"이라는 우리말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보이지 않도록 할 수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 보이지 않을 수도. 


처음 책장을 하나 둘 넘겨 읽기 시작하면 도무지 줄거리를 따라잡기가 힘이 든다. 한 장, 두 장의 짧은 챕터가 각각 다른 이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데다가 어떤 챕터는 "나"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다른 챕터에서는 "~소녀", "~ 소년", "~ 여자" 등으로 서술되는가 하면 등장인물의 이름 대신 그 인물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소년이나 소녀를 수식하는 식으로 표현된다. 그러니 그 표현들을 꼼꼼히 읽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 엉망으로 헷갈리게 될지도.


하지만 어떤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각각의 인물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를 쫓아 읽다 보면 결국, 이 사건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소년이 어째서 자신 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여러가지 책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우메다 슌사쿠의 <모르는 척>이라는 그림책 형식의 동화책이나 제임스 프렐러의 <방관자> 같은 책들은 <보이지 않는 소년>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소년>은 폭력을 당한 소년의 입장과 그 소년을 보고도 마치 보지 못한 척,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어른들의 시선에서 멈추지 않고 그 폭력을 행사한 소년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한 사건을 쭉~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장면들과 생각을 보여주고 마치 미스테리 영화를 보는 듯 독자가 짜맞춰가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모든 전말을 알게 됐을 때 훨씬 더 많은 감정들이 오고 갔다.


2024년 디즈니플러스 방영 예정이라니, 아마 영화로도 만들어진 것 같은데 화면으로는 또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초등 고학년에겐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중학생 정도라면 누구나 읽고 자신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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