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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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온통 책이다. 따로 공간이 생겨 큰 책장 3개 분량이 밖으로 나갔는데도 도대체 어디서 책이 빠진 건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집엔 책으로 가득하다. 가끔 이 책들을 가지고 서점을 차려볼까~ 하는 엉뚱한 꿈을 꾸곤 한다. 그럼 중고 서점이어야 하나, 최근 유행하는 공간을 빌려주는 곳이어야 하나~ 상상의 나래도 펼쳐 본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곧, 그렇게 시작을 한다면 나의 꿈이 다시 생활에 필요한 돈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고 그러면 살포시 접어 둔다. 돈을 벌려면 치열해야 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책으로 치열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속 영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으로 돈을 벌기 위한 서점을 연다. 그 이전의 삶이 훨씬 더 치열했기에 어릴 적 좋아했던 책과 관련된 일로 쉬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그래서 처음 그는 책을 팔거나 서점을 홍보하는 등의 일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 둘 채워나갈 뿐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그리고 그런 사장의 개성이 드러나는 휴남동 서점은 사장과 함께 조금씩 성장해 간다.

책 속엔 치열함의 끝까지 가 본 인물들이 여럿 나온다. (사실 대부분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지친 이도 있고, 성공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리다 놓아버린 이도 있고, 언젠가를 꿈꾸며 달리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상실감에 멈춰버린 이도 있다. 그저 버티기 위해 휴남동 서점을 찾았고 이곳에서 위로받는다.

재미있었다. 단지 개인적으로 아주 치열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지라, '음~ 힘들겠구만~' 정도 떨어져 읽느라 푹~ 빠져들지는 못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우리 부모는 "성공"을 부르짖는 분들이신데 난 어쩌다 삐딱선을 타 "여유 없이 어떻게 사나, 사람이 좀 여유롭게, 긍정적으로 살아야지~"하고 있는 건지. 어릴 때부터 그랬다. 최선을 다 하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꼭 20% 정도는 남겨두었다. 지금도 그렇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지만 하루 1시간 이상 내 시간을 만들지 못하면 병이 난다. 슈퍼 우먼 따위 되고 싶지 않다. 음~ 그래서 돈을 못 버나.ㅋㅋㅋ

삶에 정답은 없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면 된다. 힘들면 멈춰서 쉬어도 되고 쉬다 힘이 나면 다시 걷고, 뛰고. 등장인물들의 중심에 "휴남동 서점"이 있어 이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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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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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눈에 띄었다는 건, 서점가에서 어느 정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사실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어린이"들과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아들은 없지만 딸은 11년 터울로 둘이나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 어린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사람이다. 그러니 내겐 필요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둘째와 서점가를 거닐고 있을 때, 베스트셀러 목록이 있는 곳에서 9살이었던 둘째가 주장했다. "엄만, 이 책을 좀 읽을 필요가 있어. 어린이들에게 너~무 공감 능력이 떨어져." 충격이었다. 발끈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난 어린이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고, 어린이들이 나를 참 좋아한다고 반박했으나 둘째는 그럴 때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한끝, 그 세심한 하나를 모르고 지나치는 때가 있다고 한다. 음~ 사실 나도 안다. 왜? 난 극 T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잘 공감해주고 함께 웃고 위로해줄 수 있지만 뭔가 아주 미묘한 감정 하나는 뒤늦게 생각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내 딸들일 경우에 더 심하다. 그래서 구매!

읽으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우선, 김소영 작가와 나는 같은 일을 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감성적인데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잘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바로 김소영 작가이다. 그러니 하루하루 있었던 일 속에서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린이"들의 감정 하나, 행동 하나에 감동하고 공감해준다.

그렇다고 좌절감에 휩싸이진 않았다. 난 나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나는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의 장단점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 냉철해 보이지만 듣기 싫은 말, 옳지 못한 행동 등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알려준다. 그리고 자고 나면 잊는다. 아이들은 그런 내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큰 기복없이 자신들을 받아들여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미묘한 감정 싸움이나 조금 큰 잘못을 했어도 한번 이야기하고 나면 다음에 올 땐 밝은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반성은 됐지만 내가 고쳐나갈 점을 생각하며(성격이 그런다고 바뀌나 싶긴 하지만) 즐겁게 읽었다. 무엇보다 어린이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감탄하게 하며 열심히 배워나가는 존재라는 데에 무한 공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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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똑같은 자격을 갖는다고 배웠다.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어린이가 ‘피어 보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글을쓴 분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들린 비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삶은 그런 게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은 새싹이 나고 봉우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시드는 식으로진행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그런 단계를 가졌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내 말은다섯 살 어린이도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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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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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에 <나를 보내지 마!>를 읽고 무척 충격적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10년도 더 전이라 충격만 받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후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클라라와 태양>은 그 이후 출간되었다. 출간된 이후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서관에서 데려 온 책은 겉표지가 홀라당 벗겨져서...ㅠㅠ 작가 소개도 반 밖에 안 붙어있다. 띠지까지 보관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잔뜩 아쉬움~.

소설도 정독하는 사람이라 450여 페이지를 읽는 데 2주 넘게 걸리는데, <클라라와 태양>은 3일만에 읽어버렸다. 도중에 너무 슬퍼서(뒷 내용이 상상되어~), 혹은 감정이 감당이 안 돼서 중간중간 놓기도 했지만 결국 너무 궁금해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클라라와 태양>은 미래의 어느 지점에 살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에이에프라고 불리는 이 인공지능 로봇은 아이들의 외로움과 성장을 위한 도움을 받기 위해 팔리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중 신형은 아니지만 무척 관찰력이 뛰어나고 호기심이 많아 아주 세세한 것까지 알아차리고 배워나가는 클라라가 있다. 클라라는 에이에프 매장에서 창 밖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임무인 자신의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클라라는 조시를 만나게 된다.

읽는 내내 작가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 특히 클라라에 대한 묘사가 아주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 어느 하나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 클라라의 생각을 따라 읽다 보면 클라라가 어떤 아이인지 모든 것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책이 중반을 넘어가며 흐릿했던 세계관이 비로소 정립되는데 그에 따라 생각거리도 생겨난다. 우리 곁에 인공지능이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떻게 다루는 것이 옳은지, 이들에게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지, 그 외에도 윤리적인 문제들(스포가 될까 자세히 적을 수가 없다)까지... 하지만 결국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가장 마지막에 남겨둔 것이 아닐까 싶다.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320 p

클라라라는 인물이 너무나 정교해서 분명 사람과 같지 않은 간극이 있음에도 사람보다 더 정이 가다 보니 마지막에 이르면 정말 너무 슬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그들의 어떤 선택에도 그들을 믿고 따르려 했던 클라라는 가족인가, 아닌가. 어떻게 클라라에게 "마음"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아주 진하게 여운이 남는 책이다.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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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걸 묻고싶어. 너는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네, 그럼요."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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