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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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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제목부터가 참으로 자극적이다. 이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그럴 체력과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아니, 사실은 수도없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 저자인 앨리스 스타인바흐는 이십년 동안 일해오던 기자라는 직업을 잠시 접고 자신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세 가지 열망(배움, 여행, 글쓰기)을 향해 세계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 이 책은... 결국 여행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듣고 보고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여행이다. 

앨리스가 선택한 여행 방법. 그것은 한 나라가 대표하는 그 무엇인가(이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기도 해야 한다)를 직접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방법이나 스타일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언가를 남에게 배우는 것 자체가 내 스타일이나 내 방법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앨리스는 정말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 같다. 앨리스의 재능은 배움과 그 배움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관계를 거의 같은 비율로 중요시하는 것인데 이것은 한 나라나 한 문화를 알아가는 데 있어 더욱 쉽게 해주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리츠 호텔에서 쿠킹 클래스를 듣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양치기 개를 길들이는 법을 배우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예술 강좌를 듣고, 영국 윈체스터에서 제인 오스틴에 대해 알아본다. 일본 교토에서는 전통 춤과 다도를 배우고 체코 프라하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프랑스 아비뇽에서는 프로방스식 정원에 대해 공부하기... 이 모든 것이 일년 반 사이에 모두 이루어졌다. 

앨리스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고 취미를 가질 수 있었을까. 워낙에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한 만남이 있을 수 있지만 앨리스는 특히 배움을 통한 만남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앨리스는 배우는 여행을 통해 일어나는 각 사건과 경험으로 그 나라에 대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문화에 대해 직접 몸으로 익히게 된다. 

"사람이 아무리 멀리 여행을 떠나도 자신과 비슷하고 잘 통하는 사람들을 늘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284p
"나는 이 밤, 이 식사, 이 여성들을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었다."...289p

"배움"이라는 코드를 통해 그녀만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무한한 부러움을 느낀다. 나야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취미를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소심하기도 해서 여건이 된다해도 이런 여행 계획을 짤 수는 없겠지만 앨리스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구 한 바퀴를 다 돈 듯한 느낌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문구를 그대로 실행한 작가에게 박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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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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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가벼운 성장 소설인줄로만 알았다. 표지에 커다랗게 "요노스케 이야기"라고 누구라도 저건 요노스케의 이야기구나...싶게 드러내놓고 있었고, 뒷표지를 보면, 요노스케를 일컫는 그의 성격은 " 빈틈투성이, 엄벙덤벙, 헤벌쭉 속편한 녀석. 늘 타이밍을 못 맞추는 어리바리한 열여덟 청춘"이라며 이 소설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인지를 피력하고 있었으니...  그렇다고 뭐, 이 소설이 유쾌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읽는 내내 요노스케와 그 주변인물들의 엉뚱함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들의 젊음이 가져다주는 풋풋함과 어설픔이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도쿄로 상경한 요노스케가 이 도시에 적응하며 한 발 한 발 성장해 나아가는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 신나게 읽어나가다가 멈칫! 했던 부분은 유이와 구라모치의 20년 후 이야기가 불쑥 나왔을 때이다. 사실 대부분의 성장 소설들은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끝내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20년이나 지난 후의 결과(미래 혹은 현재)의 이야기를 이렇게 내어놓을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그 결과가 조금은 우울하거나 남들이 봤을 때 성공적이라고 보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읽는 입장에서야 기분 좋은 일이다. 무언가 결말이 난 것 같다고 할까?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 알고 싶어 그녀와 같은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소설을 읽고 싶지만 막상 두려워서 손도 대지 못하는 요노스케. 친구가 보기에 무척 속없이 보이기는 해도 사실은 진지하게 들어줄 줄도 아는 사람. 미래를 계획하거나 장래에 대한 고민 없이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 같은 요노스케이지만 워낙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요노스케라는 인물에 흠뻑 빠져들어 그 주변인물의 20년 후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요노스케의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무척 컸다. 어떻게 자랐을까... 

하지만 내 즐거운 상상은 실제로 일어났던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과 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알게 된 그의 죽음은 그래서 조금 슬프다. 아무리 그것이 의로운 죽음이라 해도... 하지만 어쩌면 1년 동안 쭉~ 따라온 요노스케의 생활에서 이러한 결말을 예측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애는 틀림없이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을 거다. '틀렸어, 구할 수 없어' 가 아니라, 그 순간 '괜찮아, 구할 수 있어'라고 믿었을 거다. 그리고 이 아줌마는 그렇게 믿었던 요노스케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483p

왜일까? 요시다 슈이치는 왜 굳이 이들의 20년 후의 이야기를 군데 군데 넣어 이들 인생의 결과를 보여주려 했을까... 처음엔 의아했지만, 중반을 넘어 끝으로 달려가며 어렴풋하게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여 결정한 선택이, 혹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정했던 그러한 선택이 10년, 20년이 지난 후에 어떠한 결과를 내는지를 작가가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요노스케와 어떠한 방식이든 만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또 각자 개인적으로 여러 경험을 하고, 사건을 겪는 사이에 자신들의 길을 찾고, 결정을 하고, 마침내 자신의 인생이 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던가... 우리는 매일매일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대한 문제까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때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때로는 며칠씩이나 고민하며 내린 이 결정에 우리는 후회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아마도 어떤 결정에 어떤 영향이 미쳤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고나니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속이 꽉~ 찬 느낌이랄까. 지금의 나를 만든 내 젊은 시절엔 어떤 일들이 있었나... 생각해보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앞으로의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하면 매 순간순간이 조금 더 소중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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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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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리뷰를 쓰기에 이보다 더 난감한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책이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가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접하기 전부터 난 이 책을 알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언젠가는... 책을 읽어보겠다고 마음 속으로 정했다. 그 기시감은 이 비슷한 영화를 언젠가 TV에서 보았다고 굳게 믿었던 내 기억으로부터 비롯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영화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그 영화에서 내가 기억하는 부분은 마치 미하엘이 한나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방과후에는 한나를 만나러 뛰어가는 부분과 겹쳐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영화의 그녀에게는 남편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더 리더>>가 내게 난해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총 3부로 나뉜 이 소설이 1부에선 말도 안되는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2부에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유대인과 그들을 감시했던 정치범 사이의 재판을 그린 법정 소설로, 또 3부에선 두 주인공 사이의 내면 갈등(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만한 이기적인 면과 이상적인 면 사이에서의 갈등)을 그린 심리 소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소화하기엔.... 내겐 좀 어려웠다. 

미하엘과 한나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나의 몫이 아니고, 이들의 사랑이 진짜일까, 아닐까를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으며 아이를 가진 엄마 입장에서 한나가 미하엘에게 상처를 입힐까 걱정하던 마음이 소설의 후반부로 흐를수록 같은 여자로서 상처받은 한나에게로 옮겨지며 안타까워했다. 

"왜일까? 왜 예전엔 아름답던 것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단지 그것이 추한 진실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느닷없이 깨지고 마는 것일까? "...43p

미하엘을 계속해서 따라다닌 이 질문은 한나를 온전히 믿지 못해서였고, 그가 아직 너무나 어렸기 때문이었으며 한나가 나이가 더 많은 사람으로서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자신이 배신해서 한나가 떠난 줄 알고 상처받았던 미하엘은 소설의 2부에 들어서 그녀가 숨겨오던 진실과 마주하며 사실은 자신의 배신 같은 것은 전혀 한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음을 깨닫고 더욱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 재판을 통해 미하엘은 한나를 더욱 더 이해하고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그의 내면에서만이었지만... 

한나를 인간답게 하는 것은 자존심인가. 어째서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밝히지 않아 더 큰 고통을 짊어지려 하는 것일까.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감추기 위해서 늘 싸워왔고 또 싸웠다. 그것은 실제로는 힘찬 후퇴일 수밖에 없는 전진과 실제로는 은폐된 패배일 수밖에 없는 승리로 이루어진 삶이었다."...144p
어쩌면 한나로서는 자신의 수치를 밝힘으로서 조금은 덜게 될 그 죄가, 그렇다고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님을 알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미하엘이 한나의 재판을 접하며 이해하게 된 것은 비단 한나만으로 그치지는 않는다. 전후세대로 태어나 그들이 짊어져야 할 그 전세대의 유물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압박감, 수치심과 죄책감까지이다.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로만 이해하던 전쟁의 참상을 자신이 사랑했던(혹은 계속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가해자로서 선 재판을 지켜보며 그는 더욱 가깝게 이 전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그녀를 배반하고 부정했기 때문에 그녀가 내게서 떠나버렸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녀는 단지 전차 회사에서 자신의 약점이 노출될까 봐 두려워 도망친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쫓아버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내가 그녀를 배반했다는 사실을 바꾸어놓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유죄였다. 그리고 범죄자를 배반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으므로 내가 유죄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범죄자를 사랑한 까닭에 유죄였다....145p

한나의 죄가 가볍다고, 이해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고 무죄가 될 수 없듯이, 작가는 전후 세대에게 같은 해석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나가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이고, 나라 자체를 대변한다면... 미하엘은 한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유죄가 되듯이 전후에 태어나 직접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어도, 나라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그들을 나무랄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죄가 성립된다고.

그렇기에 미하엘은 한나를 아직 사랑하면서도 한발 떨어진 그곳에서 그녀를 지켜본다. 책을 읽어주는 의식을 계속했고, 그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직접 찾아가거나 편지를 보내지 않음으로서 과거의 그녀 모습으로 이상화시킴으로서 자신만의 이기적인 사랑을 완성하려 했다. 한나가 끝까지 그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그렇기에 더욱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이 되지 않았을까. 

소설은 미하엘 입장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한나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어 조금 아쉽다. 어째서 한나는 그토록 어린 소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인지. 평생을 숨겨가며 감추었던 것을 극복한 후에, 왜 인생의 마지막엔 그녀만의 방법이 아닌 방법을 택했는지. 영화를 보면 궁금했던 의문들이 조금은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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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26
오스카 와일드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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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란 그 자체만으로 빛나고 아름답기에 많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젊어지기 위해, 혹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세월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몸은 점점 늙어간다. 특히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기에 "불혹의 나이"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 것일게다. 하지만.... 만약! 한창 빛나는 스무 살의 얼굴 그대로 전혀 늙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그 방법을 따르지 않을까? (현대에서 보톡스 주사를 맞고, 주름 제거 수술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스무 살의 도리언 그레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미모를 지녔다. 이런 그를 숭배하게 된 화가 바질은 도리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고 이 초상화를 본 헨리는 너무나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그 나이 때에 어울리는 약간의 자만심과 당당함 그리고 젊은이만의 솔직함을 지닌 도리언에게 강한 호기심을 가진다. 그렇게 절대로 만나지 말았어야 할 세 사람이 만나게 된다. 도리언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바질로서는 인생 최고의 그림을 그리게 되지만 그럼으로서 도리언은 자신의 외모에 나르시즘을 갖게 되고, 언제나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헨리의 철학이 도리언에게 영향을 미치며 도리언은 그림 앞에서 해서는 안 될 소망을 빌게 된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나는 점점 늙어갈 테고 끔찍하고 무서운 모습으로 변하겠지요. 그런데 이 그림은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일 거예요. 오늘 이 6월의 어느 한 날만큼도 늙지 않겠지요....... 다른 방식이 있기만 하다면!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는 것은 나고, 늙어가는 것이 이 그림이라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것을 줄 거예요. 이 세상을 통틀어 내가 주지 못할 건 하나도 없어요. 할 수만 있다면 내 영혼도 바칠 거예요."...41p

그리고 그 소원대로 도리언 그레이가 조금씩 성장하며(성장한다는 것은 더이상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며 온갖 죄악을 이해하고 때로는 죄를 짓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지르는 악행들에 따라... 그토록 아름답던 초상화는 점점 비열해지고 잔인한 미소를 띠며 늙어간다. 자기 대신 온갖 죄를 떠안고 늙어가는 초상화를 바라보며 도리언 그레이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이제 자신은 더이상 늙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서 생기는 기쁨! 그림이 변할 때마다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서 자신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자만심!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따라 너무나 추악하게 변해가는 그림에서 자신의 영혼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보며 드는 혐오감까지!!! 

도리언으로서는 아주 간절했지만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소망이 정말로 이루어짐으로서, 그 현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점점 더 바닥으로 추락해 간다. 

"아! 그가 살아가는 동안 모든 짐은 초상화가 짊어지고, 그는 때묻지 않은 찬란한 젊음을 영원히 간직하게 해달라고 대단한 자부심과 열정으로 기도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은 얼마나 소름 끼치는 시간이었나! 그의 모든 실패가 그 일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살아오면서 죄를 저지를 때마다 바로바로 확실한 처벌이 뒤따랐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처벌은 인간을 정화시켜준다. "...321p

아름다운 얼굴이란, 미적으로 아름다운 얼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 사람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 온화한 미소가 주는 기분 좋음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거울도 자주 보지 않는 나로서는, 마음의 평안과 여유를 택하겠다.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 소설이라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마치 희곡을 풀어놓은 듯한 서술이다. 각 장은 한 장소에서 일어나고 대화와 사건이 지문과 구별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한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 한 인물의 대사나 서술을 통해 너무나 철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쏟아냄으로서 지루함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 철학들은 아마도 오스카 와일드 본인의 생각을 잘 드러내 주겠지만, 이야기의 구성 면에서 갈길을 잃은 듯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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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구해줘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6
로맹 사르두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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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부터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았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원래부터 조금 무미건조한 성격이라 특별히 크리스마스라고 들뜨지도 무언가 계획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니 자연히 아이에게만큼은 그런 존재에 대한 믿음을 지켜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가족만의 행사를 만들기도 하고(때마다 케익을 사다 먹고,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선물을 준비해주고, 이빨 요정의 선물도 준비하고...^^) 미리 함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아이만큼은 환상이나 마법 같은 아이다운 순수함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하는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라는 크리스마스의 가장 큰 선물은 그날 밤에 겪었던 마법 같은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매일매일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해도 왠지 크리스마스만큼은 어떠한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힘이 아닐런지!

<<크리스마스를 구해줘>>는 안타깝게도 내가 읽지 못한 <<크리스마스 1초전>>이라는 전작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산타클로스라는 존재를 만들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데, 그 1년 후의 이야기가 바로 <<크리스마스를 구해줘>>의 내용이 된다.

무엇이든지 처음...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의 의심을 받게 된다. 산타클로스의 존재 또한 누군가의 장난인지 실제로 존재하는 무척이나 환상적이고 마법같은 존재인지 의견이 분분하던 그 다음 해의 크리스마스. 영국 런던의 글로리아는 자신의 딸을 비롯하여 온 세계 어린이들이 선물을 받지 못해 너무나 슬퍼하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다 산타클로스 실종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며 자신이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글로리아는 무척이나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산타클로스를 찾는 일의 선두에 서며 겪은 일들은 그녀의 인생 지침에 모두 위배되는 것들이었다. 마법이 있고, 요정이 있으며 동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니....  과연 그녀는 크리스마스를 구할 수 있을까?

그렇게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글로리아도 결국은 마법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이다. 크리스마스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 그 밑도끝도 없는 희망과 기대감에 많은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 같다.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들뜨고 즐거운 연말을 보내고, 새해엔 원대한 꿈과 포부를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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