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델과 또 다른 유령 - 마음의 얼룩을 사진 찍을 수 있을까? 미래그래픽노블 11
브레나 섬러 지음, 임윤정 옮김 / 밝은미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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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그래픽 노블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몇 편의 그래픽 노블을 경험하며 얼마나 문학적인지 충분히 느끼게 됐다. 어린 아이들이 읽는 저학년 그래픽 노블도 그렇지만 진정한 매력은 청소년용일 때 극에 달한다. 문학적 깊이가 더해지고 그 안에 담긴 주제가 훨씬 의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웬델과 또 다른 유령>은 <웬델>의 두 번째 이야기다. <웬델>은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를 읽다 보니 <웬델>이 정말로 궁금해졌다.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첫 번째 이야기를 유추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 마조리와 유령인 웬델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아 궁금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웬델과 마조리는 친구이고 마조리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음은 알아챌 수 있다. 대신 제목에서처럼 2편에선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유령처럼 떠도는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마조리는 엄마의 죽음을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동생 오웬은 그렇지 못했고 마조리의 학교 생활도 평탄하지는 않다. 괴롭히던 친구는 어느새 그룹을 이루어 자신을 "우리 마조리"라고 부르며 좌지우지하려고 하고 남자친구라고 믿었던 콜튼은 애매한 자세를 취한다. 여전히 삶은 힘들고 어떻게 해야 자신으로 남을 수 있는지 헷갈린다. 하지만 삶은 지속되고 삶의 주인은 "나"다.





때론 사람들 사이에서 유령처럼 사라지고 싶어도 유령으로 느껴진다 해도,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손을 내밀면 누군가는 그 진실함을 알아줄 수 있지 않을까.


마조리처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는 작가는 이 작은 마을에서 듣고 자란 유령에 익숙해져 있고 그 어린 시절 아이들 사이에서 있을 법한, 겪을 법한 이야기들을 찬찬히 잘 엮어나갔다. 사실 처음엔 유령 이야기라서 초등용 그래픽 노블인 줄 알았는데 청소년용이다. 세심한 감성과 친구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이해하려면 초등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갔으면 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웬델 #웬델과또다른유령 #마음의얼룩 #밝은미래 #그래픽유령 #청소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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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앨마 카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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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이라는 제목이 무언가 마음 속 상태를 나타내는 줄 알았다. 페이지를 펼쳤더니 깊은 바다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니 처음 생각했던 그 의미와 중복적인 의미를 니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소설의 감상 또한 심연이다. 한숨이 깊게 쉬어지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생긴다.


1912년 타이태닉 호가 침몰했다. 우리가 아는 타이태닉 호의 이야기는 거의가 영화 <타이타닉>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화이트 스타 라인이 발주한 초대형 여객선 3척은 올림픽과 타이태닉, 브리태닉 호다. 그 중 가장 큰 브리태닉 호는, 그러니까 타이태닉 호의 자매선이다. 이 브리태닉 호가 타이태닉 호가 침몰한 지 꼭 4년 만에 같은 운명을 맞는다. 타이태닉 호는 화려함이었다면 브리태닉 호는 제 1차 세계대전 중이었기에 병원선으로 개조하여 다친 군인들을 운반하다가 독일군 기뢰와 측뢰에 1시간 만에 전복, 침몰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두 여객선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바이올렛 제솝이다. 작가는 이 생존자 바이올렛 제솝에 실존 인물이었던 애스터 부부나 구겐하임 부부에 앤 헤블리라는 가상의 인물을 더하여 무척 극적인 소설을 탄생시켰다.


첫 페이지의 끝도 모르게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에서부터 1912년과 1916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여기에 더바사라는 세이렌 같은 초자연적 존재와 유령 이야기까지 더해져 소설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공포까지 이른다. 점점 이야기가 풀려나갈수록 뭔가 알 듯 모를 듯, 주인공 애니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리저리 짜맞추다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이렇게까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일까 생각하게 된다.


현실과 너무나 멀 것 같은 유령에, 전설 속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이지만 실재했던 사건과 실존 인물들을 잘 버무려 충분히 공감하고 빠져들게 하고 있다. 앨마 카츠라는 작가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심연 #앨마카츠 #H #고딕유령 #미스테리 #서스펜스 #심리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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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저문 자리 모란이 시작되면 -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 김소월과 김영랑의 아름다운 시 100편
김소월.김영랑 지음, 최세라 엮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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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과 김영랑 시인 둘 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시인들이다. 그들의 시 또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둘을 이렇게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 대부분 일제강점기 시인들을 연달아 공부하므로 이 둘만 따로 떼어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대중에게 친숙한"이라는 표현을 뒤집어보면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는'이라는 뜻도 된다"...(4p)며 "소월을 이별의 정한과 그림움을 표현한 시인으로, 영랑은 언어를 조탁하여 음악성을 추구한 시인으로 기억할 뿐 두 시인의 작품세계를 깊고 넓게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게 사실"...(4p)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시인들의 각 50편의 시를 각각 담아 최소한 더 넓고 깊게 이들의 시를 다른 방향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을 것이다.


학창 시절 언제나 시를 분석하도록 배웠기 때문인지 온전히 시를 즐기지는 못하게 됐다. 그럼에도 더 어린 시절 시를 좋아했던 경험으로 이렇게 저렇게 꾸준히 시대해 왔다. 더이상 분석하지 않고 그저 그대로 내 마음 가득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럼으로 좋아하게 된 시도 당연히 있어서, 이번 책도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책은 왼쪽 페이지에 각 시인의 시를 교차해서 보여주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저자의 간단한 해설이 덧붙여진다. 이 해설을 읽기 전에 온전히 시를 음미해 본다. 교과서 속에서 만난 시들이 꽤 많지만 오랜만에 분석이 아닌 감성으로 접해 본다. 그러고 나서 해설을 읽는다. 그렇게 알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럴 수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인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두 시인의 독특한 어조를 구분하게 된다. 무엇보다 "서정 시인"으로 불리는 두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가슴이 촉촉히 젖는다.


시를 읽기 좋은 날이 따로 있을까. 그저 읽고 싶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펴서 잠깐 읽어도 좋고, 이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쭉~ 따라가며 읽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다. 자주 읽지 않아도 가끔 시집을 구매하게 되는 이유는, 다른 문학이 채워줄 수 없는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진달래꽃저문자리모란이시작되면 #창해 #김소월 #김영랑 #아름다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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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숲속의 올빼미
고이케 마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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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소설 제목같은 <달밤 숲속의 올빼미>는 "상실의 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건네는 일흔 소설가의 애도 에세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아~! 이 두 제목을 읽는데 벌써부터 울컥한다. 아마 내가 가까운 이를 잃지 않았다면 결코 공감하지 못했을 제목에 감정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가 간접 경험을 위해서라지만 상실에 대한 경험은,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진짜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이기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에게는.


서문을 읽어본다. "남편, 후지타 요시나가의 죽음을 애도하며"라는 제목의 작가의 글은 이 에세이를 쓰게 된 동기가 담담히 적혀 있다. 37년 전, 사랑에 빠져 소설가를 꿈꾸며 함께 살기로 한 두 사람.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자신들을 묶어놓고 싶지 않아 세간의 이목같은 건 상관하지 않고 함께 할 삶을 결정한다. 아이는 처음부터 낳지 않기로 했다고. 온전히 두 사람에게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는데 이 두 사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그럼에도 11년 전에는 혼인신고를 했단다. 그리고 2018년, 남편에게 폐암이 발견됐다. 1년 10개월의 투병과 간병을 지나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이후, 고이케 마리코, 후지타 부인의 남편을 그리워하는 절절한 마음을 담은 책이다.


첫 글 "올빼미가 운다"를 읽는데 ... 작가의 상황이 너무나 눈에 선하게 보였다. 이제 남편이 없는 자리, 작년과 몇 해 전과 하나도 다름없이 내 주변의 풍경, 계절은 돌아오는데 남편만 없다. 그때 느꼈을 상실감이 너무나 크게 공감됐다.


"기억은 버릴 수가 없다. 버렸다고 생각해도 뜻하지 않은 곳에서 고개를 불쑥 내민다."...50p

"시간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히 흘러간다. 그제 밤에는 올 들어 처음으로 올빼미 우는 소리를 들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떴고, 숲속 여기저기 울어대는 올빼미 소리에 문득 아득해지는 현실감을 느낀다. "...159p


신기하게도 누군가를 잃고 나면 그 사람과 나빴던 감정과 기억보다 좋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감정과 기억이 훨씬 더 짙게 남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무심하게 일상이 흘러가지만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런 공감의 순간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주 잘 드러낸 것 같다. 나 혼자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하며 그렇게 다시, 일상과 함께 기억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달밤숲속의올빼미 #고이케마리코 #시공사 #애도에세이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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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장편소설 4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박경리 외 지음, 채호석 외 엮음 / 리베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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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의 신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특히 지금까지는 대부분 짧은 문학 작품 위주여서 "중,장편 소설"이라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짝 든 걱정은 한 권에 중장편을 어떻게 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리베르의 가장 장점인 책 앞표지에서 책 제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책에 실린 40편의 중장편 소설을 살펴보니 대하소설인 <토지>를 비롯해 <혼불>도 포함되어 있다. 아, 그러면 어느 정도 편집본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정말 온전히 책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이 아닌 원작을 찾아 읽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 많은 양을 공부해야 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겐 이 책이 매우 유용할 수 있겠다.






최근 리베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중요한 부분이 하이라이트로 표시된다는 점이다. 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문학 작품을 읽는 데에는 조금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고 자연스레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책 내용을 마치면 그림으로 간단히 줄거리를 쫓아가며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생각해 볼까요?" 페이지를 통해선 작품을 한번 더 정리하고 부연하여 알아야 하는 부분을 짚어준다. 배경지식과 더불어 찬찬히 읽다 보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커질 것이다.


5-6줄 줄거리로 익히는 것보다는 "중략"이 되어 있어도 중요 부분을 줄글로 읽는 것이 더 중요하고 기억도 오래 갈 것이다. 물론 원작 그대로 읽으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너무나 많은 작품을 짧은 시간에 공부와 함께 읽기엔 역시나 벅찰 수밖에 없다. 기본적 정보와 부분적으로나마 책을 읽으며 재미도 느끼고 정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어 공부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리베르 #한국중장편소설 #중고생이꼭읽어야하는 #국어교과서수록 #중고생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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