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호보는 결국 세상에 '해결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만약 현대의 가치를 투영한다면, 사회가 이들을 위해 해야만 하는 정책은 얼마나 많은가? 예를 들어 안정적인 직업을 알선하거나 교육시키는 것 부터, 당장 필요한 생활지원에 이르기까지, 어디까지나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이들을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 다시 품기 위해서, 기나긴 역사 속에서 국가는 보다 민주화된 제도를 갈고 닦아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과거의 미국은 이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호보는 사회의 안전망 또는 경계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새로운 가치 속에서 모인 이들로 구성된 현대의 떠돌이들이 되었다.
때문에 책 속의 주인공 또한 여느 호보의 길을 걷는 존재중 하나에 불과하다. 허나 그 중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주인공) 호보는 크게 '그다지 미래(의 가치)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 순간의 휴식과 음식(또는 안정)을 얻을 수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타인의 호의는 물론, 그들의 동정을 받기 위한 거짓을 꾸미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때문에 이들 '부랑자'는 여러 부분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당시의 세상 속에서 호보들은 '무임승차의 달인' 이였고, 타인의 동정심을 먹어치우는 '대식가' 였으며, 특히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세상의 진리를 떠받들고 있는 절대 다수와는 다른 별난 소수파들이였다.
때문에 이제 다시 자본주의의 정신이 재건된 세상 속에서, 이러한 소수파들이 어떠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적어도 인간 본연의 가치 중 '자유' 라는 렌즈를 통해 이들을 들여다본다면... 어쩌면 이들의 삶은 '호보 강령'이라는 것을 통하여 보다 인간미 넘치는 존재로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