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 장시정 대사의 외교안보 에세이
장시정 지음 / 렛츠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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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두 사람... 그리고 위의 인물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치적 이념 사이에서 어떠한 위치에 놓여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이에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분야에서 오래 종사한 '베테랑'들은 결국 스스로에게 익숙한 잣대로 주제(또는 난관)을 파악하려고 한다. 이때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외교의 세계'에서 살아온 베테랑은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결과적으로 저자는 대한민국의 정치사상에 비추어 매우 완고한 우파적 개념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다수의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한일 사이의 여러 갈등'에 대해서도 이대로 평행선을 달리며 국가간의 갈등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표면상으로라도 갈등을 봉합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사를 대하는 한국인들은 일본이 사과하지 않는다고 힐난한다. (...) 더욱이 어떻게 사람도 아닌 국가나 정부의 '마음' 을 읽어 '진정성'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인지, 그런 요구 자체가 이성적이지 못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227쪽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일부는 앞서 언급한 소위 '보수주의자' 또는 '극우 성향'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합리적인 혐오를 정당화시켜주는 주장이기도 하기에, 무엇보다 이를 접하는 독자 스스로가 어떠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이 책의 감상 또한 크게 달라지게 된다. 물론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어쩌한 방향성을 가지는가? 는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국민' 모두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이다. 그러나 그 방향성이 북한을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지향하고 지금의 중국과 거리를 두며(또는 적대하며), 보다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우호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결국 대한민국 또한 앞으로 도래할 ​'편을 가르는 시대'에 보다 명확히 진형을 선택하라는 완고함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크게 보면 21세기 진입 전후인 (...) 좌파 세력이 소위 '민중민주'라는 허명을 업고(...)문제인정권이 들어선 3년 전부터는 좌우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가운데 정치,사회 모든 면에서 급전작하중이다. (...) 대한민국이 추락하고 있다.

82쪽

그야말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완고함... 허나 나는 이러한 주장 또한 매우 위험한 주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최근 들어 정치의 갈등, 국민 사이의 이념의 갈등, 이전 상식과 신 시대의 사회적 이론(이데올로기) 사이의 갈등이 혐오로 발전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가 속된말로 "문제인 때문이다"라고 정의 하는 것 또한 그들 스스로가 '시선을 좁게 두고 있다.' 라는 증거가 되지 않겠는가?

각설하고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조화와 협력이 중요하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독 '국제정치'에서는 이전 제국주의 시대의 '힘이 곧 정의' 라는 기치를 받들어 서로의 우위와 이익을 나누고 또 대립하기를 반복한다. 때문에 외교의 세계에서는 '국제 정세는 냉혹하고 이기적이여야 한다.'는 철칙을 위협하는 것 또한 곧 국가의 위기를 부르는 행위라 이해되는 것 어쩔 수 없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반대로 이 책의 가치가 최우선적으로 반영되는 국가 또한 생각해보면 결국 좌파적 개념이 말살되어버린 사회... 또는 국수주의적 가치가 두드러진 이전의 파시즘 또는 '멋진 신세계'의 안정과 통제의 세상의 도래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주기 충분하다.

'지나침은 모자란 것 보다 못하다.' 이에 과연 강대국 사이의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민주국가' 또는 '비교적 자유롭고 자주적인 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이기적인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아니면 실리와 이익 그리고 정의를 저울질하는 균형의 길을 버리고 위와 같은 반공 반중 실리우선주의의 길을 나아가야 하는가? 이에 머지않은 미래의 갈림길에 서서 한번쯤 그 가치의 무게를 참고해볼 나름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 있어서, 이 책은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죽은 자만이 볼 수 없다." 라고 한다. (...) 결국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삶이란 평화, 아니면 전쟁이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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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역습 -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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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가 어렵다' 라는 말이 무척이나 와 닿는 날이 있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한때 투자와 코인과 같은 리스크가 큰 고수익을 추구하며 저축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던 사람들이 어느새 고금리에 이끌려 은행으로 몰려 장사진을 이룬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기도 하였기에, 결국 이 대한민국에 미친 불안과 불확실의 그늘이 많은 사람들에게 '안정'을 갈구하게 만들었다. 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이에 '높아진 금리'는 물론 예금자에게는 반가운 것이겠지만, 반대로 은행에 빚을지고 있는 자들에게는 커다란 위협이자 고통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언론 등에 등장한 영끌족에서 오래도록 코로나로 인하여 고통받았던 (대출을 받는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높은 이자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다가왔다는 것은 자칫하면 그들을 (금융과 신용 사이의) 막다른 절벽으로 내모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초저금리는 기업의 차입과 투자를 유도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 (...)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과잉 설비라는 부담에 시달렸다. (...)

261쪽

각설하고 둔화 된 경제를 다시 '활성화 하기 위하여' 오래도록 사용된 방법은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였다. 이에 기대할 수 있는 대출의 확대, 신 사업과 투자의 증가 등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경제에 활력을 이끌어내는 해당 '방법론' 이 많은 사람들에게 믿어 의심치 않은 '상식'으로 자리잡은 이때, 도리어 앞으로는 높은 금리를 유지하여, 부실 금융을 제거하는 일종의 개혁을 주장한 이 책의 내용은 물론 그 주제에는 공감이 가지만 무척이나 생소하다는 감상도 지우기 힘들다.

실제로 독자인 '나'는 저금리의 시대를 살아왔다. 때문에 성실한 노동과 급여가 아니면 달리 돈을 불리는 효과적인 수단도 기대할 수 없었던 만큼 생활 속에서 금융은 크게 긍정적이지도 또 불만스러운 것도 없는 희미한 존재로 보여졌다. 그러나 그러한 흐름 속에서 정작 금융은 제한된 환경 즉 '한정된 자본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은 무제한으로 자본을 창조한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내용은 결과적으로 지금의 저금리시대를 불신하게 만든다.

결국 금리를 정하는 '중앙은행' 에서 시작하는 자본의 창출이 이 시대에 어떠한 현상을 만들었가는 앞으로 미래에 다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더한다. 예들 들어 코로나로 인한 경제를 되살리는데 세계적으로 쏟아부은 '자본'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가? 물론 과거에는 자본의 흐름이 제조업과 같은 산업과 상업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현상은 극히 미미하다. 도리어 많은 이들이 선택한 '투자의 광풍'을 통해서 이제 앞으로의 경제는 과거와 어떠한 단절과 개선을 해야 할까? 적어도 나는 이 책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위의 고뇌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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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아트 -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
클로이 애슈비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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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술을 마주할때 생각할 수 있는 것중 가장 단순한? 행위는 감상이다. 그저 내가 그림을 보고 어떠한 것에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에 따라서, 어쩌면 세상에 수십억의 가치를 발하는 미술 작품도 그저 '어린 아이의 낙서'와 같은 취급을 당하게 된다. 때문에 세상에는 세상의 눈높이에 준하는 교양?을 얻기 위해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미술을 마주하게 하는 '입문서'들이 많다.

이에 단순히 유명한 명화와 미술가들의 역사와 특징을(상식을) 학습하는 것도 있지만, 의외로 해당 미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떠한 인문학적 가치가 형성되고 또 확산되었는가를 논하는 인문 미술도 그 인기가 만만치 않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이야기가 녹아있는 작품을 통해 보다 해당미술의 이해를 갈구하려 할때, 이 책은 각각의 완성된 작품보다는 이를 이루는 색체을 중심으로 인류가 어떻게 보다 다양한 색을 만들고 표현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나름 개성적인 이야기를 풀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색은 언어이다. 미술의 역사에서 색은 시간의 흐름은 물론이고, 문화와 시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변했다. (...) 사회 종교적 은유적 맥락이 함축된 묘사이자 상징이기도 하다.

29쪽

그러고보면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색을 매우 손쉽게 손에 넣고 또 활용할 수 있다. 더구나 어린시절 미술시간에 학습한 지식 등을 활용한다면 매우 다양한 원색을 섞어 비교적 새롭고 독특한 색을 만들어 자신의 표현을 더욱 다체롭게 완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의 축적이 이루어지기까지 매우 다양한 시대 속에서 미술의 영역은 저마다의 감정과 표현 그리고 고정관념을 뛰어 넘기 위한 무수한 시도 속에서 위의( 책 속의)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를 '신화와 문화적 상식의 틀에' 가두어 이를 일반화 시킨 사실이 있다. 고대 이집트 벽화의 하늘이 녹색으로 표현된 이유도 알고 보면 이들이 미술을 통해 추구한 것은 어느 사실의 표현이 아니라 그들 문화를 형성하는 규칙과 신화적 상징을 드러내는 것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점차 대상의 모습과 풍경 뿐만이 아니라, 자연적 현상인 빛과 어둠을 미술적 기교에 녹여내려는 시도를 했고, 또 그 목적을 훌륭히 달성했다.

표현주의자들은 작품에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주변세계와 관계를 맺고 색이 자신들을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색을 표현했다. (...)

163쪽

이에 각각의 시대에서 '색을 어떠한 목적을 두고 창조(또는 활용)했는가?' 는 결국 그 시대의 역사를 비추는 하나의 단면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어준다. 때문에 고대와 현대미술의 발전사를 바라보면서 단순히 어느 완성품에 집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를 완성하기 위한 '표현의 욕망' '표현의 역사'에 대하여 보다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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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기차 타고 즐기는 일본 온천 50 - 일본 온천 여행, 패키지로 가지 마라!
박승우 지음 / 덕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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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시간동안 일본이라는 국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여행지'중에서 매번 온천 또한 그 이름을 꾸준히 올려왔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일본여행의 기억에도 가장 첫날 온천거리를 방문했었을 정도였고, 그 만족감 또한 남달랐기에 이처럼 온천을 주제로 한 책(또는 정보)이 등장한 것이 그리 낮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 이웃나라에 대한 정보를 접함에 있어서, 기대감이 드는 이유에는 이제 시작되는 2023년에는 모두가 보다 자유로운 이동과 야외생활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 또한 덧붙여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기차와 철도 도시락... 또는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명성이 여전히 그 빛을 잃었다고 속단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코로나로 인한 오랜 방역 봉쇄와 경제적 침체는 분명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다시 여행과 교류가 자유로워지려고 하는 순간에 다시끔 여러 국가와 관광을 권장하고 또 나름의 유익한 (해당)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 이전의 침체를 걷어내는 변화를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

다시끔 해외 여행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누구나 JR기차를 타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가까운 일본의 다양한 온천 명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머리말

각설하고 이 책의 주제가 되는 것은 '저자 스스로가 답사를 마친 온천 여행지에 대한 정보' 그 자체다. 그야말로 타국으로 여행을 떠나, 외국의 사회적 기반시설만을 이용하여 이동하고, 또 그 장소의 매력과 장점을 오롯이 누린다는 것은 분명 모든 해외여행자들이 목표하는 바가 아닐 수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위의 저자처럼 단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순례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계획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에 어디까지나 (현실적인?)여행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으로서 이 내용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지방을 여행할 것인가를 먼저 선택한 후 이후 하루의 시간을 '가고자 하는 온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어야 한다.

실제로 따뜻한 온천수에 목욕을 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매우 느긋해야 한다는 것이 필수라 생각이 된다. 이에 그 여유를 즐기는 것을 제일의 가치로 두는 여행을 한번 떠나보라 권하고 싶다. 물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보다 다양한 것을 체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는 여행도 좋지만, 이에 조금 다른 형태의 느긋한 여행 또한 보다 다른 체험으로서 기억에 남게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북적거리는 대도시의 관광지와 고속열차가 아니라, 보다 한적한 지방이나 산속 계곡을 지나는 철도를 타고 온천으로 떠나는 것... 이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분명 이질적인 자극과는 다른 보다 내면의 치유가 될 수 있는 다른 가치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이노카와라는 구사쓰온천의 서쪽 강변이라는 뜻으로(...)위쪽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약 150평의 대규모 노천탕이 있어 대자연 속에서 노천 온천을 경험할 수 있다. (...)

28쪽 JR동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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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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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물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때 어쩌면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 가운데 제갈량은 과연 어떠한 위치에 놓여 있을까? 예를 들어 흔히 대중 사이에 퍼져있는 제갈량의 이미지는 '몇 주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다. 이야기 속 그는 전장의 싸움이 일어나기도 이전에 전략적인 분석을 끝내고, 전술적인 세세한 작전에 대한 명령을 내린다. 그 뿐인가? 상대방의 진의를 판별하고 또 역으로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행동은 천하의 주유마저도 통탄 속에서 죽음을 맞게 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미 오랜시간이 지난 오늘날 '수 많은 매체의 영향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삼국지정사와 연의를 구분짓기 시작했고, 또한 그에 해당하는 수 많은 인물들의 오랜 상식등을 수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위의 제갈량에게 덧씌워진 특별함은 소위 나관중에 의하여 각색된 것이 많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연의의 과장됨과 사실의 간격 사이에서 진실과 거짓을 확실히 나누려고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있어서만큼은 그러한 구분은 잠시 내려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상은 결코 객관적인 존재가 아니라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존재이다.(...)

48쪽

각설하고 이 책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내용은 모두 삼국지연의에 기초한다. 때문에 (일부 사실에 기반한) 가상의 이야기와 괴학적 통찰을 현대에 적용시키는 심리학의 개념이 서로 융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걱정스러운 감상이 들 때가 있다. 그도 그럴것이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 가지고 싶어하는 뛰어난 능력으로 점철된 제갈량에게 심리학적인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분석한다고 해서 현대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 무엇을 배우고 학습할 수 있을까? 이에 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미칠때, 이 책은 보다 현실적인 제갈량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저자는 연의의 제갈량이 스스로 원했던 실질적 능력과 지위를 위하여, 주군인 유비 뿐만이 아니라, 현실의 독자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의 눈을 현혹시킨 그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걷어내고 싶어 이 책을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성공의 길'을 찾기 전에 '성공의 도구'를 고려해야 한다. 그 도구가 시간일 수 있고 인간관계일 수 있다.(...) 깊이 생각할수록 도구의 쓰임세는 달라진다.

285쪽

다만 그 행동이 어디까지나 "이것이 제갈량의 본성이다." "지금껏 알려진 것이 거짓이다." 라며 과거의 인식을 부정하고 비판하기 위한 (주장이자) 자료로 쓰인다면 그 행동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역사 속 제갈량이 어떠한 인물이였나, 그리고 연의에 덧붙여진 이후의 능력과 업적인 무엇에 의하여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허나 어디까지나 심리학적 개념에서 들여다본 제갈량의 모습은 먼저 스스로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군사로서 신뢰받기까지' 단순히 뛰어난 두뇌만으로는 이를 이룰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주군 유비에게 '신비로운 현인'으로 보이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후 주군의 신임과 실질적 권위를 두고 관우와 장비와 벌인 신경전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더욱이 와룡이라는 스스로의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서 조조군과 손권의 세력권에서 스스로 군사를 지위하고 또 설전을 벌인 것은 감히 그 누구고 할 수 없는 도전정신이 아닌가?

이에 결과적으로 이 책의 끝마무리인 '주유의 죽음'까지 그는 그의 의도와 도전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보상을 받았다. 물론 이후 먼 미래 그 스스로도 또 다른 상승의 기운을 받은 사마의에 의하여 좌절을 맛보게 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그 인물의 운명에 대한 것이지, 그 인생의 목표와 도전의 중요성을 격하시키는 재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은 제갈량의 높은 능력을 알기에 '이후의 이야기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더욱이 천하를 다룰 능력이 있는 위인이 결국 유비와 같은 약한 세력에 들어가 이를 크게 키워냈다 평가하기도 한다. 허나 이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그 아무리 미약한 세력이라고는 하나 주인의 절대적인 신뢰에 더해 그 군대의 지휘통제권까지 가져갈 수 있는 기회는 그 어느정도나 될까? 그리고 그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품고 있다한들 느닷없이 조조의 궁문앞에 서서 '자신을 써달라 드러낸다 하여' 과연 역사에 비춘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이에 제갈량은 스스로 완성한 이미지와 뛰어난 언변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이용해 앞서 언급한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이에 이 책은 그 과정이 비록 세속적이라하여 실망하지 않기를 주문한다. 애초에 이 세상에 연의의 제갈량의 존재 자체가 사기라면...

이 기회에 좀더 인간적인 욕망에 솔직한? 제갈량을 만난다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제갈량은 나이도 많지 않고 경험도 일천했지만 포부는 원대했다. 훗날 사람들이 제갈량에게 회의적인 눈초리를 보낼 때 유비는 지금의 태도와 변함이 없어야 했다. (...)유비는 제갈량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만 여기게 되었다. (...) 유비는 목적을 달성하기 전에는 '절대로 (제갈량을) 포기하지 않겠다.' 라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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