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금주령은 임금이 백성의 곤궁함을 살펴 내리는 '긴급조치'중 하나이다. 대외적으로 조정은 금주령을 실시함으로서 크게 소비되는 쌀과 곡물이 절약되기를 바랬다. 그렇다...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목적'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이는 조선의 정치이념이 보다 유학(성리학)에 가까운 이론체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성립되는 정책이였다. 이에 오늘날 자본과 자유시장의 논리를 두고 조선을 바라본다면, 정말로 조선이라는 국가는 '도리어 파이를 갉어먹는 정체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한 국가'로 보일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조정에서는 단순히 '술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로 금주령을 내렸을지 몰라도, 이를 좀더 생각해보면 그것은 곧 한 산업을 날려버리는 것 이상의 충격을 가져다 준다. 단순히 술을 만드는 주조업이 타격을 받는 것 만이 아닌, 술병을 만드는 산업, 술을 소비하는 상업, 술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유통업...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던 산업체계의 능률과 노하우의 성장과 계승에 커다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때문에 이 소설이 그리는 '금주령의 시대'에도 위와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아니 더정확하게 말하자면 앞에 언급된 문제점을 이유로 소수의 세력들이 이를 독점하려는 시도를 통해, 수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다. 실제로 술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또 단속함으로서 낭비되는 손해와 행정력 등을 벌충하기 위해서 결국 희생되는 것 또한 조선의 백성들 뿐이다.
이에 '뛰어난 맛'을 가진 산곡주를 중심으로 무수한 이해관계가 뒤섞인다. 각설하고 조선에서 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아니... 힘없는 자들이 이루어낸 뛰어난 성과가 이렇게 쉽사리 침해당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분명 그 주조가의 가문은 한 곳에서 묵묵히 술을 담그는 장인의 무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게된 외부의 무리들에 의하여 그들의 공동체는 와해되었으며, 심지어 장인 부자 모두가 목숨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