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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일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 북노마드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을 법 꿈, 서점 주인!
평범한 직장인이자 매일 같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내 방에는 세계문학 전집, 무라카미 하루키, 알랭 드 보통 등 좋아하는 작가별로 책을 모아둔 책장이 있고 이 외에도 특별코너(?)로 독립서점, 독립출판에 관한 책장이 따로 있을 정도로 나의 오랜 꿈은 나만의 서점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서점의일은 `출판수업`에 참여한 노다인, 류진아, 박다혜, 박병현, 송세영, 이도원, 이은지, 이지훈, 이한슬, 이현주, 장은영, 한기태 등 12인이 북노마드 편집부가 되어 기획-인터뷰-편집-사진 촬영 등에 참여한 책이라고 한다. 수강생들은 수업을 통해서 공통질문 7개와 개별질문 5개를 준비하고, 이메일이나 만남을 통해서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서점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서점들도 있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된 서점도 있었다.
아무래도 지역적으로 가까운 서점들은 내가 직접 가보기도 하고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소식을 접했던 경우가 많았는데 멀리 있는 서점은 이번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지역에 밀집되어있던 동네 서점들이 이제는 각 지역에도 많이 생긴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동네 서점이 부족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특히 우리 동네. 그리고 기존의 책에서 다루었던 독립서점 리스트와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아무래도 시간이 흐를수록 서점들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많이 사라지기도 하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서점들의 인터뷰는 다른 책이나 매체에서도 많이 다루었으니까 이 부분이 딱히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새롭다고 해야 하나 새로운 서점들의 특징이라든지 운영방식에 대해 알게 되어서 오히려 좋았다.
«책에 소개 된 서점들 소개»
1.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
- 서점의 덕목을 지키는 것, 그것이 서점의 일입니다.
2. 바람길 박수현 대표
- 매일매일 자라고 있습니다.
3.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의선 대표
- 책방을 문화로 전하는 일
4. 아마도책방 박수진 대표
-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그리고 스스로
5. 어쩌다책방 김수진 디렉터, 윤지희 매니저
- 우연한 관계를 만든는 책방
6. 책방서로 고영환 대표
- 다양성을 반영한 문학을 좋아합니다
7. 책방 연희 구선아 대표
- 동시대 도시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
8. 취미는 독서 김민채 대표
- 당신의 진짜 취미는 무엇인가요?
9. 하얀정원 홍예지 대표, 홍예린 매니저
- 책과 책 사이의 만남 혹은 접속
부록1. 책방 창업기
- 서울에서 온 편집자는 왜 부산에서 책방을 열었을까?
김민채 ` 취미는 독서` 대표
부록2. 지금
-여기, 서점의 일, 감수하시겠습니까?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
내가 늘 궁금해 왔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궁금해야 하는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 어째서 책방을 하고 싶었는지, 일하는 공간이 책방이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고 서점의 구체적인 일과를 다루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공통질문 7가지»
1. 독립 서점을 운영하게 된 혹은 일하게 된 동기
2. 서점의 구체적인 하루 일과
3. 우리 서점에 적합한 책을 고르는 기준, 우리 서점만이 가진 서가 운영 원칙
4. SNS를 통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우리 서점만의 SNS 핵심 스토리텔링
5. 기대했던 것과 달리 어려운 점,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6. 책과 독자의 관계를 위해 어떤 `제안`을 하는지
7. 앞으로의 책방/서점 문화는 어떻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지
그리고 추가로 각 서점에 관련된 개별 질문에 대한 글이 담겨있다. 개별 질문은 너무 다양해서 다 옮기기 어렵지만, 서점 이름을 짓게 된 계기라든지, 서점 운영에 관련된 내용도 많았고, 각각 서점 운영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 있다.
실질적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읽어도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고, 서점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나만의 서점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평소 궁금했던 질문들이 있어도 실례가 될까봐 물어보지 못했는데 책에서 그러한 질문들을 다루고 있어서 이 부분도 좋았다.
매번 책이나 북 토크를 통해서만 서점 운영을 공부하는 나로서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아직도 서점의 일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체험하는 수업 과정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서점 운영의 애환이 담긴 책은 참 많은데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취미는독서`를 운영하는 김민채 대표의 `서울에서 온 편집자는 왜 부산에 책방을 열었을까?` 과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의 `서점의 일, 감수하시겠습니까?`라는 책방 주인을 꿈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또 한 번 책방 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일깨워주었다.
뭔가 특색이 있고 다른 서점과는 차별점이 있어야지만 서점을 운영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 특색, 차별점을 갖추기 전에는 서점의 일이던, 다른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 -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막연하게 먼 훗날의 일이 될 거라고, 열심히 준비해서 언젠가는 시작하면 된다고 매일 매일 위안으로 삼고 미루고 있었다. 직업과 생업, 일과 삶,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 나를 비롯한 많은 책방 주인들은, 각자의 공간에 하고 싶은 마음들을 풀어놓음과 동시에 이 시간을 견디는 중이다. 그러나 인터뷰 후 사라진 몇몇 책방들처럼 언젠가는 우리들의 책방도 문을 닫을 것이다. 운이 좋아 아주 오래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쩌면 책방 주인들은 책방을 통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소망을 품은 게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스스로 모습, 그것을 이루어가겠다는 바람을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세상을 가꾸며, 우리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되어간다. 창업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내가 어떤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를 알고 그 일을 만들어낸다. 내 몸 상태를 알고 일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한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발견한다. 훗날 책방 문을 닫고 어느 회사에 취직할지라도, 그날의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일 것이다.`
- `서울에서 온 편집자는 왜 부산에서 책방을 열었을까?` 중에서
`서점 운영자에게 서점은 소중한 공간이다. 그렇다고 그곳을 멋진 공간으로 만들고자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게라는 공간을 `핫플`이 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장소를 개방하고 그곳에 모이는 손님에게 무언가 길을 제시하는 것도 가게의 일이다. 서점이 해야만 하는 핵심 업무만 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 서점을 하고 싶었을 때 꼭 하고 싶었던 일. 그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진지하게, 경쾌하게 하면 된다. 자본주의에 질려서, 회사에 몸 바치기 싫어서, 남들이 정해놓은 가치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서, 반사회적인 게 아니라 단지 비사회적이어서, 그래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작은 가게를 열었을 뿐인데 너무 많은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일이 곧 삶이 되는 시대다. 직업이 아닌 생업을 만들어 지키는 자가 행복한 시대다. 일이 곧 삶이 되는 시대에 서점의 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성세대의 생산과 소비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 것, 삶을 살아가며 나만의 구체적인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 단순하게. 담백하게.
-`서점의 일 감수하시겠습니까?` 중에서
* 아 그리고 매번 헷갈렸던 동네 서점, 독립 서점, 독립 출판의 개념에 관해서 이 책을 통해서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동네 서점은 동네에 있는 작은 서점이다. 단행본과 참고서, 잡지 등을 판매한다.
동네 서점 가운데 소규모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소형 서점을 `독립 서점`이라고 부른다. 운영자의 취향과 가치관이 느껴지는 책을 선별·판매한다. 독립 서점 주인들의 삶의 이력, 다양한 서점 형태, 독립 출판의 양감과 질감이 뒤섞여 있다. 북 토크, 독서 모임, 워크숍, 공간 대여, 전시, 공연, 낭독회 마켓 등을 꾸린다.
독립 서점은 `독립 출판`과 맞물린다. 독립 출판물이란 일반인들이 1인 출판 형태로 자신의 색깔을 반영한 콘텐츠를 적은 부수로 출판하는 출판물이다. 소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자기 색깔을 숨기지 않는다. 물론 독립 출판물보다 기성 출판사의 책을 선별해 판매하는 독립 서점이 훨씬 많다. 도매상과 계약을 맺고 책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작은` 동네 서점이라고 해도 좋다.
-`서점의 일 감수하시겠습니까?` 중에서
275페이지 정도의 책에 인터뷰 형식의 글이라고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읽으면서 잠시나마 각각 특색있는 서점의 주인이 되어 본 듯해서 기분이 좋았고, 이제 작은 동네 서점을 방문하게 되면 좀 더 애틋한(?) 마음으로 서점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