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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기 - 어떤 기이한 음모 이야기, 개정판
게르하르트 J. 레켈 지음, 김라합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오잉?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한권을 만났다. 거대체인점의 커피를 마신사람들이 집단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가 벌어지다니! 커피 독극물 사건이라도 벌어졌단 말인가?! 같은 브랜드의 커피를 마신사람들이 심장발작을 일으키고 그 일로인해 아들이 피해를 입게된 브리오니는 범인을 찾고자한다. 수습기자인 아가테는 특종을 따내 정식 기자가 되고자하고 용의선상에 오른 브리오니와의 위험한 동행길에 오른다.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까지 커피의 매력을 몰랐다. 오히려 꼬맹이였을적 엄마께서 드시는 커피가 무슨맛인지도 모르고 그저 "나도~ 나도~"를 외치며 한모금 얻어마시려고 턱을 받치고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기억이 난다. 달달한 코코아나 율무차가 더 좋았던 내게 커피와 가까워질 계기를 만들어준 사람은 직장상사였다. 한달에 몇잔 마실까 말까하던 커피를 마시던 날 그 모습을 보신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모씨 커피마시는걸 보니 이제 어른이 다됐군!. 허허~" 순간, 커피를 마시면 어른인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시리 커피마시는 내 모습이 조금 근사하게 여겨졌다. 우스운 얘기일진 모르겠으나 그 후 한동안 커피를 마실때마다 어른에 좀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더랬다.
차츰 커피와 가까워진 나는 이제 한달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날을 손가락으로 꼽을까 말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을 조사한 뉴스를 볼때마다 놀라곤한다. 유럽이나 미국인들 못지않게 한국인도 커피를 즐겨마시고 좋아한다. 점심식사후 직장인들의 손에 들려있는 커피를 보는모습은 당연하고 피곤할때도 기분이 좋을때도 휴식을 취할때도 좋아하는 이와 정다운 대화를 나눌때도 커피는 어김없이 우리와 함께한다. 이런 우리들에게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될까? 도저히 커피를 마시지않고는 못배길 사람들은 직접 커피콩을 사러 멀리 여행길에 오르게되지 않을까?
범인을 찾아나선 브리오니도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지 못하게되자 심한 불안증세에 시달린다. 아침에 눈을 떠서 커피와함께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에게서 커피가 사라지니 도시는 이상하게 돌아간다. 한편 이윤만을 추구해 사람들에게 저품질의 커피를 공급하고 배를 불리는 거대기업을 경멸하던 브리오니가 용의선상에 오르고 아가테또한 그를 의심한다. 둘의 여행길을 따라가다보니 커피에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즐겁고 신기했다. 과거 커피로 인해 벌어진 재미난 에피소드와 전설같은 이야기들, 거장들의 커피에 대한 집착과 예찬론을 알게되기도했다. 한편으로 브리오니와 아가테 사이에 뭔가 미묘한 감정이 생겨나진 않을까하는 기대 또한 지울수 없었다. 커피라면 거부감부터 느끼는 여자와 커피없인 하루도 견디기힘들만큼 커피에대한 애정이 남다른 남자도 사랑에 빠질수는 있는거니까!
책의 마지막장면에선 브리오니의 커피의식이 거행된다. 너무도 독특하고 신성하게까지 느껴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니 살짝 웃음이 나기도한다. 아직 에스프레소의 풍부한 맛을 모르는 나도 브리오니가 만들어주는 에스프레소는 꼭 맛보고싶단 생각이든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커피향기를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늦은 밤 새벽을 향해가고있는 시각,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커피향기를 느끼곤 커피가 간절히 마시고싶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