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나의 이론만을 절대화하면서 다른 이론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페미니즘이 지닌 공헌점과 한계점을 동시에 보면서 구체적인 정황에 맞게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기 다른 페미니즘이 지닌 장단점은 있지만 상이한 정황에 모두 맞는 분석을 제시하는 단 하나의 페미니즘 관점은 없다. 따라서 하나의 페미니즘의 양태를 절대화해서 모든 정황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간이해를 위한 개체성과 독립성을 강조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인간의 상호 연관성, 즉 여성 간의 계층적·인종적·성적 지향에서의 차이가 가져오는 복합적인 불평등구조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다. 인간은 개체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타자와의 관계성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상호연관성을 지닌 존재라는 인간이해로까지 확장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이해를 ‘계급’으로 강조하면서, 인간이 지닌 물적·심리적·정서적 조건을 외면했다. 그래서 사회주의 구조에서도 왜 여전히 여성은 가부장제에 의한 억압과 지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부재하다. 반면,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의 폐해에 대한 치밀한 분석에 크게 공헌했지만, 생물학적 본질주의를 차용함으로써, 생물학적 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 즉 젠더, 계층, 인종,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요소들 역시 페미니즘의 중요한 주제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다양한 페미니즘 이론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택해서 절대시하는 일은 득보다 실이 크다. 정황에 따라 대안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정황에서는 평등권이 가장 중요한 대안이 되기도 하며, 또 어떤 정황에서는 여성의 경제권이나 성적 권리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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