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1주

이맘때 쯤이 되면 많은 극장의 개봉작들이 하나의 시상식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영화인들의 상 아카데미 시상식이죠. 늘, 그래왔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배우는 아마도 여우주연상의 수상자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은 우리모두가 그 이름을 잘 아는 배우 나탈리 포트먼이었습니다. 영화 '레옹'의 어린 소녀에서 그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언제나 연기 잘하는 똑똑한 배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탈리 포트먼을 기어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에 올려놓은 영화, <블랙스완>은 어떤 영화였을까요?  

 

 아름다운 발레리나 니나는, 발레단 내에서 재능있고 아름다운 춤을 잘 구사해내는 촉망받는 솔로이스트입니다. 그녀가 소속된 발레단에는 이미 잘 알려진 유명 발레리나가 있지만, 그 발레리나는 이제 점점 나이가 들어 정점에서 내려와야 하는 위치에 서 있죠. 이제 그녀의 발레단은, 새로운 얼굴을 필요로 합니다. 더 아름답고 더 매혹적인, 그리고 더욱 재능있고 젊은 바로 그런 발레리나말입니다. 한 해의 공연을 시작하는 첫 공연에서 그녀의 극단은 저 유명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기로 합니다. 발레단의 새로운 얼굴이 될 주인공, 백조의 여왕은 바로 이 무대를 통해 탄생하게 되죠. 니나는 오랜 시간 이 시간을 기다려왔고, 이제 오디션을 통해 백조의 여왕이 될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장은 그녀에게 순백의 백조의 모습은 완벽하지만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흑조의 모습이 없다고 말하죠. 하지만 니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조의 여왕으로 무대에 설 기회를 얻습니다. 순백의 백조의 모습은 있지만 흑조의 치명적 매력이 부족한 니나, 니나는 완벽한 백조의 여왕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를 매섭게 혹사시킵니다.
 

 

<블랙스완>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에게 혹독하고 그 꿈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니나의 모습이 그저 한 인간의 꿈에 대한 집착이라고만은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왜 그토록 완벽한 백조의 여왕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느냐는 것이겠죠. 그녀에게는 오랜 시간, 자신을 위해 꿈을 포기했다 말하며, 그녀에게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투영하고자 하는 신경쇠약의 어머니가 있고, 끝없이 자신의 도발적인 면을 끌어내야 한다고 질책하는 단장이 있습니다. 그녀가 속한 발레리나들의 세상은, 언제나 누군가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올라서려 하는 또 다른 발레리나들이 넘쳐흐르고 있고, 그녀들은 제각각의 아름다운, 그래서 위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니나는 이 모든 압박들을 이겨내기에는 너무도 유약하고 순수하게만 키워져왔습니다. 바로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서요. 이 모든 공포스런 압박을 견뎌내기 위해 그녀는 꿈을 향해 더욱 커다란 이상을 품고, 현실이 아닌 환상으로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결국, 그녀가 꿈꾸는 백조의 여왕은, 그 모든 것들을 벗어던지고,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단 하나의 도피처가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블랙스완>은 나탈리 포트먼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라는 명예를 안겨준 영화답게 그녀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위해 그녀가 얼마나 발레리나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는 영화의 도입부만 보아도 느껴질 정도이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혼돈과 고통속에 자신을 잃어가는 니나의 모습을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이니까요. 마치 나탈리 포트먼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영화적 재미도 함께 하는데요. 바로 이 영화의 도입부에 그녀의 두려움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전직 프리마돈나 베티를 연기하는 위노나 라이더입니다. 위노나 라이더는 이 영화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역할이지만, 이 영화의 베티 역할은 그녀에게 마치 그녀의 현실처럼 잔인하게 잘 맞아 떨어지는 역할이기도 한데요. 한때는 전 세계의 미의 여신이었던 그녀가 이제는 새로운 주인공 나탈리 포트먼과 함께 연기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현실감을 더욱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범죄자들 중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자들을 선별하여 수용, 치료하는 셔터 아일랜드라는 섬이 있습니다. 어느날 이 셔터 아일랜드에서 한 명의 환자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죠. 테디는 셔터 아일랜드에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보안관으로, 이제 처음 파트너가 된 척과 함께 셔터 아일랜드를 방문합니다. 사면에 모두 바다로 둘러싸인것도 모자라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 셔터 아일랜드, 좁고 좁은 감방같은 수용시설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여자 환자. 테디는 이 사건을 수사하며 셔터 아일랜드라는 섬에 대한 의문을 조금씩 가지게 됩니다. 수용시설의 모든 사람들과, 환경이 의심스럽기만한 테디. 이제 테디의 관심은 그저 사라진 여자 환자를 찾아내는 것을 넘어 그 앞에 거대한 미스테리로 다가오는 셔터 아일랜드에 대한 비밀입니다.

<셔터 아일랜드>는 사라진 환자로 시작하는 닫혀진 섬에 대한 진실을 파헤지는 줄거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는 알 수 없는 장치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죠. 뭔가 의문스럽기만한 섬 안에서 주인공인 테디는 자신이 맡은 사건보다는 점점 셔터 아일랜드라는 섬 자체를 의심하게 되고, 이 섬 안에 뭔가 커다란 음모와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가 종반에 다다르면, 이 모든 사실들을 뒤흔들다 못해 송두리째 바꾸어 버리는 엄청난 반전을 만나게 되죠. 영화의 80%는 셔터 아일랜드의 비밀을 파헤치는 테디의 미스테리 스릴러물로 흘러가지만, 이 마지막 반전으로 인해 이 영화의 성격은 완전히 바뀌어 버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전영화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유쥬얼 서스펙트에 맞먹는 작품이라고 생각할만큼 충격적이고, 대단한 반전이기도 한 이 영화의 반전. 하지만 이 영화이 매력은 단순히 이 충격적인 반전 뿐만은 아닙니다. 이 반전마저도 뒤집는 또 하나의 반전이 영화 막바지에 희미하게, 그리고 애잔하게 남기 때문이죠.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들은 간혹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든지, 혹은 너무 뻔한 반전들을 무차별적으로 배치해 영화의 재미를 깎아내리는 부작용을 가지기도 하지만 셔터 아일랜드의 반전들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의미들을 다시 생각하게 할만큼 충격적이기도, 혹은 깊은 연민을 느끼게도 합니다. 누군가가 감당해내지 못한 상처와 아픔이 얼마나 인간을 고통속에 살게 하는지, 그리고 그 고통이 한 사람의 영혼을 어떻게 만들어버리는지를 보여주는 장치가 되어주니까요. 또, 때로는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이나, 보통, 평범의 기준이 아닌,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비정상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블랙스완>의 니나가 현실을 이겨내고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망쳐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셔터 아일랜드>는 현실이 고통과 두려움을 잊기 위해 자신만의 세상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의 절실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 듯도 합니다.
 

 

 사람의 인적이 드문 어느 시골,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풍경에 잘 어울리는 집이 있습니다. 언니 수미와 동생 수연은 이 곳에서 새 엄마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하지만, 그녀들은 어쩐지 그녀들을 반기는 아름다운 새엄마 은주를 달가워 하지 않죠. 아버지는 그런 자매와 새엄마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이 가족의 생활이 시작됩니다. 언제나 말이 없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동생 수연, 그리고, 그런 동생을 이제는 엄마처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에 언제나 동생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수미, 두 자매는 그녀들만의 유대감으로 뭉쳐있는 사이 좋은 자매이지만, 그럴 수록 새 엄마 은주는 그녀들과 자꾸 어긋나기만 합니다. 신경이 예민할대로 예민해져버린 새 엄마 은주와 동생을 지켜내고자 하는 수미, 그리고 언제나 겁에 질린 동생 수연. 그들의 생활이 삐걱대고 불화가 생길수록 평화로워만 보이는 이 집에는, 그 아름다운 풍경과는 다른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호러라는 장르답게, 시종일관 미스테리하고 은밀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영화는, 앞서 언급했던 <블랙스완>이나 <셔터 아일랜드>와도 상당히 닮아있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블랙스완>의 니나처럼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끝내는 그 혼돈 속에서 스스로를 고통속에 빠르린 소녀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블랙스완>과의 유사점을, 그리고 현실이 너무도 고통스러웠기에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고 믿어야 했던 인간의 나약함을 그린다는 점에서 <셔터 아일랜드>와의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은 소녀가, 그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대상을 만나 경계하고 공포스러워 하는 모습, 그리고 그 공포와 상처들이 그녀를 무너지게 하는 모습은 영화가 끝난 후 꽤 강렬한 여운으로 남기도 하죠.

<장화홍련> 꽤 오래 전의 영화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호러영화중에서는 꽤 좋은 작품성으로 회자되곤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유명한 김지운 감독을 조금 더 관객과 가깝게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구요. 또 지금 보면, 임수정, 문근영이라는 현재 국내 최고의 여배우들의 어린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추억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언제고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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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과 <셔터 아일랜드>, 그리고 <장화, 홍련>은 모두 미스테리 스릴러물의 형태를 띈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스스로의 집착과 욕망, 그리고 고통스러운 상처에서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는, 그래서 스스로를 던져버린 이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깔려 있기도 합니다. 이 영화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렇게 스스로를 버림으로써 현실에서 도망가고자 했던 이들에 대한 아련함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옭아매고 압박하는 현실이나 상처, 고통들은, 이 영화들의 주된 분위기처럼 공포스럽고 위협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었기에, 영화가 끝난 후 "이 영화 무섭다"가 아닌 "주인공에 대한 연민을 우선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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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3주

사람들에게는 가끔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단 하루의 기억이, 평생동안 아름답게 기억되는 추억이 되기도 하고, 단 하루의 경험이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죠. 또, 단 한번의 만남이 이후의 삶을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비록 순간의 짧은 만남에 지나지 않더라도, 비록, 찰나의 감정일 뿐이라도, 이런 기억들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혀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향기와 추억은 강해질 수도 있죠. 어쩌면 그 순간이 짧았기에 더욱 오래 더욱 잊혀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만추는 바로 그런 만남과 인연을 그린 영화입니다. 짧지만, 강렬한, 그래도 더욱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순간에 대한 의미를 그린 영화라고 하면 어느 정도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위협과 의심을 견디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애나는 수감된지 7년만에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비보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여할 수 있는 72시간의 외출을 허락받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애나는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남자는 애나에게 급하게 차비를 빌리게 되고, 애나는 그저 무심하게 그에게 돈을 빌려주죠. 물론 받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돈을 빌린 남자는 호스트로 소위 말해 나이 많은 누님들 등이나 쳐먹고 사는 제비입니다. 애나는 별 의미 없는 그와의 만남을 무시하려 하지만 이 남자는 웬일인지 애나곁을 맴돌죠. 물론, 이 남자 역시 처음부터 애나에게 감정을 가진것은 아닌듯 합니다. 그저 호스트로 일하며 체득한 특유의 서글함일 뿐일지도 모르겠구요. 아직까지 그는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모르고, 그녀 역시 그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시 그를 마주치게 되고, 그와 함께 72시간의 시간 중 어느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간을 말이죠.
 

7년의 시간동안 감옥이라는 격리된 세상에 살고 있다가 아주 짧은 시간동안 세상으로 나오게 된 애나는 가족에게서도, 그리고 세상에서도 위로를 받지 못합니다. 그녀 자신도 이제 곧 스스로가 감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현실속으로 파고들 엄두를 감히 내지 못하죠. 그래서 터져나오는 슬픔도,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소외감도 결코 표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와 다른 나라에서 건너와 그녀의 모국어인 중국어로는 대화도 할 수 없는 낯선 남자 훈에게서는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습니다. 그를 통해 슬픔을 토해내고, 그에게만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 역시 그녀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로하고 함께 합니다. 사랑을 느끼기에는 짧은 시간, 그 짧은 시간동안 그들은 이제 막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헤어지게 됩니다. 그녀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날 그들이 함께한 안개가 짙었던 어느 버스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한채로..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이유인지, 극장에는 개봉첫날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꽤 많은 비율이 여성관객이었음은 두말할 나위없을 테구요. 하지만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을 그리며 만추를 찾은 관객들에게 만추는 그다지 친절한 영화는 아닙니다. 시크릿 가든의 현빈을 위한 영화이기 보다는 오히려 여주인공인 애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고, 시크릿 가든 속 까도남 이미지의 재벌3세 김주원이 아닌 뺀질한 제비 훈이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기대를 가지고 극장을 찾은 관객이 아니라면, 그저 만추라는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했던 관객이라면 만추는 꽤 괜찮은 영화입니다. 스펙타클한 영상미도 없고, 빠른 전개로 긴장감을 주는 영화도 아니지만 섬세하게 그리고 비교적 감성적으로 주인공인 애나의 감정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목처럼 싸늘한 가을바람처럼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기도 하구요. 
 

 

 

밴드의 기타리스트 루이스와 장래가 촉망되는 재능있는 첼리스트 라일라는 각자 자신만의 음악세계에서 나름의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이들입니다. 루이스는 밴드음악을 하고, 라일라는 클래식 연주를 하고 있죠. 이들은 어느날 우연히 파티에서 서로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되죠. 아주 짧은 순간의 만남이지만, 이들은 분명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날 밤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루이스와 라일라는 결국 헤어짐이라는 아픈 상처를 얻게 됩니다. 그들이 헤어지고 난 후 라일라는 자신이 루이스의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을 알게 되고, 라일라는 그 아이를 낳게 되지만, 그녀에게 촉망받는 첼리스트의 미래를 포기하게 할 수 없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낳은 아이가 유산되었다는 거짓말을 한 후 아이를 고아원으로 보내버립니다. 그렇게 고아원으로 보내어진 라일라의 아이는 기타리스트인 아버지와 첼리스트인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아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게 되는데요. 어느날 아이는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는 일념으로 고아원을 떠나버립니다.

어거스트 러쉬는 짧은 하룻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한 생명이 자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부모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담은 영화입니다. 아이는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세상에 알릴 기회를 얻게 되고, 이 재능을 통해 다시 부모님을 만나게 됨은 물론, 그동안 헤어져 지내던, 그리고 서로를 그리워만 하던 루이스와 라일라를 다시 한 자리에 서게 하죠. 긴 시간의 만남은 아니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서로를 알아보았던 한 쌍의 남녀와, 그들의 사랑이 만들어낸 하나의 생명, 그리고 두 사람을 비로소 하나로 만들어주는 이 아이의 존재가 음악이라는 세 사람의 공통분모와 서로를 끝없이 그리워하고 추억했던 마음으로 이들을 완벽한 사람들로 만들어줍니다.

영화 자체는 훗날 어거스트 러쉬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아이의 재능과 이 아이의 여행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짧은 만남에도 서로를 향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열렬히 사랑했던 이들의 간절함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그 하룻밤이, 인생 전체를 흔들어버린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이죠. 만추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는 강렬하고도 깊은 교감에 해서 이야기 한다면, 어거스트 러쉬의 루이스와 라일라는 짧은 시간동안 사랑을 느낀 두 사람이 그 사랑을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워하며 추억하는가를, 그리고 그 사랑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서로를 서로에게 향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사람의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감동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학교로 돌아가는 기차 안, 셀린느는 우연히 그 기차안에서 제시라는 이름의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셀린느는 프랑스 여인이고, 제시는 미국청년이죠. 제시는 유학을 온 여자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뜻하지 않은 실연을 겪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이들은 길지 않은 기차여행동안 서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시간을 채워가죠. 그리고 그 시간동안 서로가 잘 통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헤어짐이 아쉬운 제시는 셀린느에게 함께 기차에서 내려 하루의 시간을 함께 보내자고 제안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지만 셀린느 역시 제시와 헤어지기가 아쉬워 그의 제안을 수락하죠. 그들은 그 하루의 시간동안 서로 더욱 많은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그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러나 그들에게 중요했던 인생의 여러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은 날이 새기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서서히 혹은 너무도 빠르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이제 제시는 미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비포선라이즈는 개봉한지 정말 오래된 영화입니다. 벌써 15년이나 흐른 영화이니까요. 또 이 영화는 크게 강렬한 사건이 있지도 않고, 엄청난 반전이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셀린느와 제시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감을,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겨남을 새벽녘의 아련한 모습처럼 희미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보여주는 영화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화려한 치장없이, 그리고 대단한 사건 없이도 사랑이란 그 존재자체만으로 아름답고, 사랑이란 때로는 짧디 짧은 찰나의 순간에서도 느껴지는 것이라는 걸 이 영화는 보여주니까요. 이들의 인생에서도 사랑이란 감정은 그리 큰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으로도 충분하죠.

하지만 비포선라이즈의 커플들은 이 사랑에 대해 확신까지는 가지지 못합니다. 아마도 실제 우리에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추의 애나와 훈 커플처럼 무작정 기다리거나, 어거스트러쉬의 루이스와 라일라처럼 한없는 그리움을 간직하기 보다는 비포선라이즈의 커플처럼 망설이고 두려워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비포선라이즈는 앞선 두 영화보다 더욱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후 비포선라이즈는 비포선셋이라는 영화를 따로 제작해 이들의 훗날의 모습도 보여주긴 합니다. 하지만, 비포선라이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순간의 강렬한 감정에 대한 젊은 남녀의 고민과 망설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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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다고들 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자신들이 경험한 사랑에 기초해 내릴 결론들이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바로 그 찰라에 가까운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일겁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중요한 것이라면, 누군가의 인생은 분명 그 찰라의 순간에 의해 변화하는 걸테구요. 꼭,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만추나, 어거스트러쉬, 비포선라이즈의 남녀처럼 순간에 인생을 걸만한 사랑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들이 보여주는 그 단 한순간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의 길고 짧음이 아니라, 그 순간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바로 그 이유때문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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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보이지 않는 

책을 소개하는 내용들을 보다보면, 인간의 삶은 언제나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한번의 만남이나 한번의 사건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변화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속의 주인공들 뿐 아니라, 우리들도 언제나 인생의 아주 짧은 순간을 기점으로 변화하거나 발전하기도 하고, 또, 반대의 상황에 놓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속의 주인공들이, 인생의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들의 인생에 어떤 소용돌이를 일으키는지, 혹은 빨려드는지, 사뭇 궁금하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예전에 천국에서의 골프라는 책에서 이 비슷한 이야기를 읽었던 적이 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역사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인물들을 만나 골프경기를 치루며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되짚어보는 주인공의 이야기. 이 이야기 역시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들을 만나 인터뷰한다는 가상의 설정을 기초로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한다. 물론 이야기의 목적은 사후에 만난 이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논하게 되겠지만, 우리가 결코 만날 수 없을 수 없이 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모습들이 이 책에서 어떤 말과 이야기로 풀어질지는 읽어보아야만 알 수 있으리라.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간단히 소개된 책에 대한 이야기들만으로는 이 책이 외 시인들의 고군분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처럼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한, 혹은 경제적으로 고난에 처한 청년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바로 그 모습. 그리고 그런 구조를 만들어낸 사회의 어둡지만 때로는 어이없이 웃기는 그런 모습들을 그려낸 것 같다는 예상만을 할뿐이다. 과거와 미래를 말하는 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현실의 우리를, 또, 나와 비슷한 청년기를 지나가는 이들의 삶의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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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2주

사랑은 언제나 수 없이 많은 문학과 영화, 음악의 소재가 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테죠.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사랑을 말하기 때문에 이제는 사랑이라는 소재가 진부하게 느껴져 버릴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하며, 사랑을 그리워합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람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영원히 풀리지 않은 숙제이자, 행복의 시작이기도 하겠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꿈꾸는 사랑, 이제는 조금은 흔해진 사랑이야기이긴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왜 모든 글과 영화와 음악들은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만을 말할까?" 현실 속의 사랑이란 그것보다는 더욱 다양하고, 더욱 현실적이며, 때로는 잔일할텐데 말이죠.. 우리가 늘 말하는 사랑,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사랑의 잘 보이지 않았던 조각들도 분명 존재하긴 할 것 같습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바로 그런 이야기들 중 하나입니다. 젊고 아름다운, 존재만으로도 그 빛을 발하는 싱그러운 청춘들의 꿈처럼 달콤하거나 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닌, 이제 황혼마저 지나 노년기에 접어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한쌍의 노 부부와 또 한쌍의 노 연인들의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그 어떤 젊음의 아름다움보다 더욱 깊고 진실된 사랑의 이야기 말입니다.

말 한마디 곱게 하는 적이 없는 까칠한 할아버니 만석은 새벽마다 털털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를 배달합니다. 그리고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송씨 할머니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죠. 할머니는 가족없이 홀로 살아가고 있는 외로운 처지이지만 언제나 조심스럽고 만석 할아버지 눈에는 그야말로 이뻐 보이기만 합니다. 또 같은 동네에는 치매에 걸려 매일 그들의 추억을 잊어가고 있는 순이 할머니를 아내로 둔 군봉 할아버지도 살고 있습니다.  삶이 윤택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보일것도 없는 가난한 삶의 노인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우리가 가끔은 잊고 살고 있는, 그래서 그들에게 사랑이란 어떤 모습일지 가끔 고민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를 이 두커플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강풀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웹툰으로도 이미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눈을 붉게 물들게 했고, 이어 연극으로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죠. 강풀작가는 이미 많은 작품들이 그 특유의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영화화 되었는데요. 사실, 영화화된 작품들이 그닥 극장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그대를 사랑합니다>만큼은 그럼에도 기대를 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만큼 웹툰의 여운이 강렬했고, 그 감동이 스크린을 통해 가득차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죠.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정식개봉하기 전, 유료 시사회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듣자 마자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웹툰을 통해 보았던 그 여운과 감동이 스크린에서 어떻게 보여지는지 궁금했고, 그 감동 역시 다시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을 짧게 말하자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젊고 산뜻한 배우가 많이 나오지 않아도(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젊은 배우는 만석의 손녀로 출연하는 송지효 정도입니다.) 아름다울 수 있음을, 젊고 생동감 넘치지 않기에, 그 자리에 진실함과 담백함, 그리고 더욱 수줍고 깊이 있는 사랑을 채워넣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으니까요. 언젠가는 늙어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인생에서, 노년이 되어서도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바로 그 점을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인 영화가 되어 줄 듯 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우리가 잊고 지내는 노년기의 사랑에 대한 영화라면, 이 영화 <필립 모리스>는 우리가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혹은 의식적으로 외면하려 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게이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죠.

가정을 이루고 정상적인 남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던 스티븐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자신이 그 동안 숨기고 살았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숨기는 것을 그만두려고 합니다. 아빠로, 남편으로 잘 살아온 스티븐이지만, 사실 그는 게이였던 것이죠. 게이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그는 돈을 필요로 하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머리가 좋았던 스티븐은 점점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사기를 치고 그 돈으로 호화로운 게이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는데요. 그러던 차에 필립 모리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돈은 내가 벌테니 너는 사랑하는 나의 연인으로만 남아다오!식으로 필립 모리스에게 애타는 구애를 하고, 결국 그를 연인으로 얻게 된 스티븐,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게 마련, 스티븐의 사기행각은 덜미를 잡히는데요. 사랑하는 필립 모리스를 떠나 살 수 없었던 스티븐은, 필립을 따라 감옥을 옮기고, 필립이 출소하자 끝없는 탈옥을 시도하기에 이릅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비교하자면 <필립 모리스>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꽤 다른 작품입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끝없이 소박하고 진지한, 그리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노년의 사랑을 아름답게 전한다면, <필립 모리스>는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일념을 가진 한 남자가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있기 위해 얼마나 무모해질 수 있는가를 때로는 어이없게,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웃기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정신없이 웃고 실소를 터트리면서 이들이 우리가 조금은 껄끄럽게 생각하는 게이커플임을 잊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그 어떤 무모함이라고 기꺼이 보여주는 것. 게이들의 사랑 역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음을, 그들의 사랑도 남녀간의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게다가 이 영화, 실화라고 하니, 더욱 설득력이 있음은 물론입니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영화는 바로 <오아시스>입니다. 사실 <오아시스>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영화이죠. 그만큼 우리가 가끔은 잊고 있던 그들의 사랑이야기의 대표격으로 거론될만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종두와 공주라는 이름의 두 남녀입니다. 종두는 이제 막 교도소를 출소한 후 가족들에게 돌아가지만, 가족들은 그를 사랑하는 품이 아닌 냉대로 맞이하죠. 그는 그야말로 가족에게 부담만 되는, 있으나 마나한, 때로는 없는 것이 더 나은 존재입니다. 공주는 중증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때문에 언제나 홀로 남겨져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버려지다시피 남겨져 있는 것이죠. 어느날 종두는 우연히 공주와 맞딱드리게 됩니다. 각자 다른 이유에서이긴 하지만, 사회에서 버림받거나 혹은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 종두와 공주는 그렇게 우리가 잊어버린, 혹은 잊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표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을 시작하죠. 뭔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한 이들, 하지만 분명 그것은 사랑이고, 그들은 사랑을 합니다.

오아시스가 영화 작품성이라는 측면에서 극찬을 받고, 아직까지도 훌륭한 영화로 기억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감정이 존재함을, 그리고 그들 역시 매일 숨을 쉬고,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임을, 종두와 공주의 모습을 통해 절절히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연기력이라면 두말할 나위없는 두 배우의 열연도 한 몫 단단히 한 것이겠죠. 누군가에게 자의든 타의든 사회적 계층으로 구분을 지어내고, 그들을 소외시켜 버리더라도, 그들에게도 또한 사랑은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것임을 오아시스는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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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끝없이 궁금해하고 꿈꾸는 바로 그 감정에 사랑이라는 하나의 이름을 붙여놓고는 있지만,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인만큼, 그 사랑의 모습도, 그 사랑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같은 모습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가끔은, 그들도 세상에 살고 있음을, 그리고 그들에게도 사랑이 소중함을,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을 바라고 있음을 이 영화들이 조금씩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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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4주

다른 때보다 조금 넉넉한 설 명절 연휴를 맞아 올 설 극장가는 다른 해 보다 몇배는 풍성한 영화들이 상영관을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꽤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국내 영화 기대작들도 속속들이 개봉을 하고 있는데요. 한 주 먼저 개봉을 한 글러브가 꽤 좋은 성적을 보이는 가운데, 한 주 늦게, 연기력이라면 두말 할 나위 없는 명배우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황산벌 그 이후의 이야기 성격을 가지는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 개봉을 했습니다. 두 작품 다 오랜 시간동안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개봉만을 기다리게 하는 작품이었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먼저 극장에서 만났답니다.
  

 

 

정조시대, 조정은 공납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공신들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거대한 도둑들은, 비록 도둑이라 할지라도 그만큼의 무시하지 못할 힘과 지위를 가지고 있게 마련이죠. 개혁을 추구하던 개혁군주 정조는 이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명탐정을 은밀히 파견합니다. 이 과정에서 명탐정에게는 서필이라는 개장수를 동행으로 삼게 되고, 왕이 은밀하게 보낸 그곳, 적성으로 표면상은 열녀 사찰을 위해 떠나게 됩니다. 물론 본 목적은 공납비리의 진실이지만 말이죠. 적성에서 명탐정은 거대 상단의 아름다운 객주인 한객주라 불리우는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한객주와 상단, 공납비리와, 열녀의 자결사건 사이에 묘한 관련이 있음을 눈치챈 명탐정, 위험하지만 그만큼 스릴 넘치는 추리와 모험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 바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죠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그 동안 조금은 무겁거나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배우 김명민이 유쾌하고 즐거운 뭔가 만화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만으로도 꽤 많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었죠. 언제나 출중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만의 재미와 독특한 이미지를 입체화하는 데에 성공했던, 그래서 연기력만큼은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던 배우. 그런 배우가 연기하는 위트넘치고 웃기는 캐릭터는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명민은 언제나 그랬듯, 캐릭터 자체가 가지는 즐거움과 유쾌함들을 무척이나 잘 살려냅니다. 여기에 오달수라는 걸출한 조연의 양념들이 더해져,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죠.

또, 한국에서는 그 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탐정물의 이야기라는 점, 또, 의례히 그래왔듯,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무게감 넘쳐야 한다든가 혹은 살인사건이 연루되면 잔인하고 심각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반적인 분위기를 넘어 헐리우드의 탐정물들이 변화하듯 유쾌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요소요소에 잘 배치되어 있는 명탐정의 허당스러운 몸개그나 서필과 명탐정 사이의 말장난식의 유머등도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아주 좋은 포인트이자 양념. 이번 설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람을 계획하신다면, 충분히 즐겁게 보실 수 있을 법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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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비교하여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로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겠지만 09년 12월에 개봉했던 셜록홈즈입니다. 아이언마스크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잘생긴 미남 배우의 대명사인 주드로, 그리고 국내에서는 시간여행자의 아내라는 작품에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레이첼 맥아담스가 출연했던 작품이죠.

알 수 없는 주술과 불길한 의식을 행하며 5명의 여인들을 죽이는 등, 런던을 공포속에 몰아넣은 악마, 블랙우드 경. 그를 잡아넣기 위한 수사를 돕던 홈즈는 드디어 그 주술의 의식이 행해지던 곳에서 그를 잡아 체포합니다. 블랙우드 경에게는 교수형이 처해지고, 그는 교수형이 처해지기 직전까지 감옥에서도 일대의 소란을 일으키며 홈즈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죠. 감옥에서 대면하게 된 블랙우드와 홈즈, 블랙우드는 이제 더 많은 공포가 런던을 뒤덮을 것이며 홈즈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 경고합니다. 교수형에 처해진 블랙우드 경. 그러나 블랙우드 경은 석판으로 뒤덮인 무덤을 깨고 걸어나와 부활한 악마라는 명성을 얻고, 런던을 다시 공포로 몰아넣는데..
 

 

 

 

 

 

 

 

 

셜록홈즈는 그간의 셜록홈즈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고운 모자와 망토를 입고, 의자에 앉아 머리만 굴리는 두되형 수사탐정의 홈즈를 그렸던 것에 반해 이번 셜록홈즈는 뛰고 달리고, 맞고, 때리는 움직이는 격투가능 셜록홈즈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언제나 총명한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 입 딱 벌어지게 만드는 상상불가의 추리력을 제공하는것에만 집중되어, 인간적인 빈틈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볼 경황이 없었던 이 역할이, 이번에는 기르던 개에게 약물실험하고, 한밤중에 바이올린 켜대며 사람을 괴롭히고, 파트너가 약혼하며 자신을 떠난다는 사실에 불안해하고 질투를 거듭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다시 말해 너무 잘나기만 해서 인간미가 없던 셜록홈즈의 자리에, 허점많고 너무도 인간적이라 애정과 애틋함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바로 그런 인간 셜록홈즈가 대신 서 있는 것이죠.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김명민이 연기한 명탐정과 비교한다면, 탐정이라고 맨날 머리만 굴리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치고 때리는 액션도 가능한 역동성을 겸비했다는 점, 또 완벽한 지능형 인간이기보다는 허점많고 은근 허당인 인간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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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비교하여 보면 재미있을 작품은 바로 멘탈리스트입니다. 멘탈리스트는 영화로 개봉한 작품은 아니지만, 현재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최고의 미드 중 하나이죠. 지금은 시즌3가 방송중에 있는데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남들과 다르게 보고, 섬세하게 관찰하여, 일반적인 수사방법으로는 도출할 수 없는 직관적인 추론들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극중 CBI라는 기관 소속의 컨설턴트가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멘탈리스트의 멘탈리스트인 CBI 소속 컨설턴트 패트릭 제인은 한 때 영매 흉내를 내며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쇼를 하며 인기를 누렸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그 방면에 소질이 있었던 패트릭 제인은, 이런 영매행세를 하던 도중, 유명한 연쇄 살인범 레드존에 대한 수사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죠. 모든 것들을 쉽게 생각하고 있던 패트릭 제인은 자신이 쇼를 진행하던 방송에서 레드존을 언급하며 레드존에 대해 비난에 가까운 멘트를 합니다. 불행히도 제인은, 이 몇 마디로 인해, 분노한 레드존의 손에 딸과 아내를 모두 한꺼번에 잃게 되죠. 제인은 이 사건으로 그간 해왔던 영매 행세를 모두 그만두고 CBI 소속의 컨설턴트로 레드존의 수사에 직접 개입하게 됩니다.
 

 

 

멘탈리스트는 수사추리극이긴 하지만, 기존의 수사 추리극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보입니다. 수사관이 주인공이고, 이 수사관이 예리한 추리력이나 과학적인 수사방법들을 기반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가 아니라, 예측불가능할만큼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아주 작은 사물이나 등장인물둘의 행동을 통해 단서를 얻고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또, 언제나 철두철미하고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형사나 요원이 아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때로는 함정수사에 용의자나 증인들에게 속임수를 쓰고, 최면거는 일까지도 불사하는 좌충우돌, 사고뭉치 컨설턴트가 등장하기 때문이죠.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주인공인 김명민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대가 보여주는 아주 작은 행동하나, 사물하나를 가지고 사건의 단서를 추론해내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함정을 파기도 하는 가끔은 무모한 방법을 동원하는 캐릭터거든요. 아무래도 시리즈물로 진행되고 있는 멘탈리스트에 비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는 그 에피소드들이 숫자적으로 빈약하긴 하지만, 만약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가 TV시리즈로 제작된다면, 멘탈리스트와 비슷한 사건해결모습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분명, 우리나라 최초의 탐정물이라는 점 만으로도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줄만한 작품입니다. 또, 이런저런 작품들에서 보이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모습들을 유쾌하게 재창조하고 있기도 하죠. 셜록홈즈의 액션, 허당 캐릭터와 멘탈리스트의 디테일에 강한 색다른 매력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조금 더 재미나고 즐거운 모습으로 보여진다고 생각한다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를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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