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브레인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놀라운 무의식의 세계
샹커 베단텀 지음, 임종기 옮김 / 초록물고기 / 2010년 5월
품절


정기적으로 시간을 지켜가며 방송을 기다리지는 않지만, 종종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책 읽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종의 교양프로그램으로 한 주 동안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패널들과 함께 읽고 책에 대한 정보라든지 독자층에 따른 다양한 평과 느낌들을 주고 받으며 시청자들에게 해당 서적의 정보를 전달하는 이 프로그램은,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늦은 밤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법한 꽤 알찬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히든 브레인>은 바로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책 중 한 권이다. 덕분에 나는 <히든 브레인>에 대한 내용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먼저 접했고, 이 프로그램을 보며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한 권의 책 <히든 브레인>. 숨겨진 뇌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 보이지 않는 뇌의 역할이 얼마나 사람들의 사고에 혹은 행동에 많은 영향을 지키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책 읽는 밤의 패널들이 호평을 쏟아내었듯, 꽤 재미있고, 즐거웠으며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히든 브레인>은 말 그대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여러 행동과 사고를 좌우하는 숨겨진 뇌의 기능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의 장르를 굳이 구분지어야 한다면 심리학 서적이라 할 수있지만 뇌의 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각 부위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단순한 심리학 서적이라기엔 조금 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어느 정도의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히든 브레인>은 심리학과 인체과학, 특히 뇌라는 부위에 관련한 부분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복합적인 분야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또 단지 전문적인 분야에 몰두해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이기 보다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누군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그 결과를 도출해내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서 전문적인 심리학 혹은 뇌분야의 지식이 없더라도 해당 사항들을 떠올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노년에 들어 갑자기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아내, 혹은 어머니,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자국민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나라의 풍속, 위기상황이 발생했을때의 대처방법등. 우리가 흔히 맞딱드리지만 그럼에도 무심히 넘어가버리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인간의 행동들에, 인간의 무의식, 혹은 히든 브레인이라 이름지어도 될 듯한 뇌의 활동과, 의식된 행동과 의식되지 못한 행동에까지 이르는 모든 뇌의 작용들에 대한 분석을 담은 책 <히든 브레인>. <히든 브레인>은 그래서 때로는 우리가 무심히 넘어가버린 나의 행동들을, 혹은 우리가 미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주변인의 특별한 모습들을 더욱 면밀하고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부가적인 효과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할때, 혹은 누군가가 같은 상황에서도 나와 다른 행동을 할때 그저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거나 특이하다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런 무심결에 일어나는 모든 행동에도 이유가 있음을 상기하게 하는 힘이 <히든 브레인>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의식과 의식 바깥에 존재하는 히든 브레인은 이 책에 담겨 있는 것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이상의 영역과 범위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무의식에 의해 사고하고 결정하며 행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 이름을 <히든 브레인>이라 할 수 있을테고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히든 브레인>이라는 제목의 숨겨진 무의식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한권의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차이점을 물어온다면 나는 아마도 이런 답을 하게 될 듯 하다. 적어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며,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모두 과정과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이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모른다 하더라도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그 사실 말이다. 또한 이 사실은 바로 나 자신 뿐 아니라 내 주변을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니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언제나 필요하며, 작은 행동, 작은 습관 하나도 소홀히 보지 않아야 함을 알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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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기주의자
웨인 W. 다이어 지음, 오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4월
구판절판


이기주의는 그다지 좋은 느낌을 주지 못하는 단어이다. 자신만을 위해 모든 일을 결정하고 남들은 신경쓰지 않는 독선적인 태도. 타인에게 때로는 피해를 줄 지언정 자신의 피해는 감수하지 않으려 하는 태도들을 이기적이다라고 표현하곤 하니 말이다.그런 이기주의자를 행복하다고 하다니.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걸까? 남들 신경안쓰고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자가 되어야만 행복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이미 그렇게 해온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이야기일까? 붉은 표지만큼이나 진한 느낌을 던지는 책은 제목부터 살짝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자기계발서라면 그저 그렇게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나에게까지 말이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이기주의를 합리화 하는 책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조금 더 이기적으로 추구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표현은 조금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말 장난 같겠지만 행복을 위한 나만의 이기주의를 구축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행복해지자는 의견을 말한다면 어느 정도 설명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위해 조금 더 자신을 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내용.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그렇게 다른 누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 보다는 스스로 행복해질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무 두루뭉수리한 나머지 들으나 마나한 충고가 아니라 바로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감정의 노선변경을 권하는 방법부터 말이다.

지금 당장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신이 불행하기 때문이 아니라당신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외면하고 불행속에 당신을 방치하기 때문이라는 조금은 공격적인 말들. 그리고 그렇기에 당신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에서 찾아야 하며, 지금 당장이라도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이 책의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쉽지 않고,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아주 작은 마음의 변화를 가져다 주는 힘을 가졌다.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아야 하기에 지금보다는 이기적이 되어도 되는 당신의 삶.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이기를 조금 자신에게 끌어오는 지혜를 발휘한 사람들을 가르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아니 어쩌면 인생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이유 자체가 나의 행복을 완성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란, 정말 그렇게 긴 시간을 인내하고 수 없이 많은 고난을 감내한 다음에야 가뭄끝의 단비처럼 기쁘게 찾아오는 것일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혹은 인생의 끝자락에 이르러서야 힘겹게 잡을 수 있는 것일까? 인생의 매 순간순간을 행복이라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달성하고 완성해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과정을 행복이라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행복한 인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인생의 순간순간을 행복으로 바꾸는 아주 작은 감정의 변화와 자신의 선택에서부터의 변화를 권하는 것으로 아주 조금 이기적인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되는 행복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선택의 변화를 위해,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주 조금 이기적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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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체크리스트 -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
아툴 가완디 지음,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품절


사람들은 누구나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 보다는 내일이 더 낫기를 바란다. 단순히 지금보다 미래의 상황이 더 부유하고 안락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보다 더 나은 나의 모습을 꿈꾸며, 스스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을 통해 작게는 물질적인 안정과 일에서의 성공, 그리고 크게는 스스로의 발전된 자아를 그려보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보다 나은 나를 위해 매일매일 공부를 하고, 꾸준히 노력을 하며 앞으로 달려달려 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고 발전하는 그 사람들의 기술과 자아와는 별개로 때로는 아주 어처구니 없는 작은 일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수 많은 사건, 사고들을 불러오기도 한다. 아주 작은 실수가 결과적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가 되어 돌아오는 이러한 불행은 때로는 수 없이 오랜 시간을 노력하고 공을 쌓은 이들의 꿈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참담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불행들을 막을 순 없는 걸까? 이런 크고 작은 사고들은 순전히 운에 의한 것일까? 자신이 노력한 댓가를 정직하게 돌려받고, 최소한 가끔 생길 수도 있는 작은 실수들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걸까?

체크! 체크리스트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질문에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한 답을 돌려주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제목에 나타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라는 말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아무 이야기없이 300여페이지 가까운 내용에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는 10가지 이유등의 논리만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체크리스트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사람들의 수고가 불러온 실제 존재하는 엄청난 변화와 성과에 대해 그것을 작성한 때와 아닌때를 비교하여 풀어냄으로서, 그저 두루뭉수리한 논리가 아닌 실제 현실에서의 체크리스트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 작은 리스트 하나가 당신의 삶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점점 복합적이고 복잡한 일들이 많아지고, 개인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기술이 많아지는 사회, 또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힘으로 완료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나 여러 사람들의 많은 힘들이 모여 하나의 일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에서 어쩌면 극도로 단순하고 너무도 초보적으로 보이기까지한 체크리스트라는 방법. 이 단순한 방법이 병원에서 어느 정도의 오진율을 낮췄으며 얼마만큼 복잡한 시술을 가능하게 하는지, 또 한 사람이 조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평을 들었던 비행기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돕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일화와 수치들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 때로는 가장 어려운 일과 가장 복잡한 일들을 성공적으로 완벽하게 이루어내도록 하는 가장 초석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로서 이 책 안에서 읽는 사람들을 설득한다.

책의 뒷면에는 많은 유명인들과 언론들이 내어 놓은 이 책에 대한 짧은 논평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논평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바로 "책을 읽은 뒤, 당신은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라는 한줄의 평이었다. 체크리스트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만큼 강력한 힘. 최소한 모든 것들을 가장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힘은 그동안 나날이 발전하고 나날이 복잡해져만 가는 사회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너무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기초적인 방법이 가져온 다양한 분야의 커다란 변화들은, 단순히 체크리스트라는 하나의 방법이 가지는 강력한 힘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부분속에 담겨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불완전한 인간이 추구하는 나날이 복합적이고 복잡해지는 사회. 그 안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부분을 단단히 다지고 난 다음에야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 IQ300이 아니기에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누군가가 IQ300이상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가장 기본적인 것에 있다는 사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되새길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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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파이어 1 - 눈과 불의 소년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놀(다산북스) / 2010년 1월
절판


팀 보울러라는 이름의 작가, 그의 소설 중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작품은 리버보이라는 이름의 소설이었다. 어린 소녀와 그 소녀의 고집센 할아버지, 서로를 너무나 아꼈기에 그 꿈을 대신해 이루어주고 싶었던 작은 소녀의 바람과 할아버지의 꿈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던 동화는 그저 읽기 좋은 한편의 동화이기 이전에 오랜 시간을 간직해온 한 남자의 아름다웠던, 그리고 그리웠던 꿈에 관한 이야기였고, 모든 사람들이 죽는 그 순간까지 간직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 읽고 난 후에도 한참동안을 아련하고 아름다운 꿈에 있는 것 같은 설레임을 주었었다. 팀 보울러라는 이름은 그렇게 아름답고 환상적이지만 단순히 아름다운 것에서 그치지 않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던져주는 이름으로 나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중 두번째로 내가 만나게 된 작품은 바로 이 작품, 프로즌 파이어이다


어느날 갑자기 집을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는 오빠 조쉬. 오빠를 그리워 하는 작고 못생긴 소녀 더스티는 언제나 자신의 한 조각이자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은 조쉬 오빠를 늘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오빠의 실종은 신경과민의 엄마가 집을 떠나게 만들었고, 다정다감하지만 언제나 마음이 여렸던 아빠에게 떠난 엄마의 빈자리와 아들의 부재를 떠넘기게 되었다. 아파하고 상처받은 아빠의 곁에서 더스티는 조쉬의 몫까지 아빠를 버텨주어야 하는 강인함을 지녀야했고, 가족은 상처받고 외로워하며 서로를 그리워하고 미워하게 되었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 조쉬. 차라리 죽음을 확인했다면 오히려 자유로웠을 더스티와 그녀의 가족들에게 오빠의 확인되지 않는 실종은 살아있으리라는 믿음과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던져주는 풀리지 않는 숙제이자 조쉬를 떠나보낼 수 없는 미련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있는 모든 시간을 조쉬의 부재에 대해 생각하며 지내는 더스티에게 조쉬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소년이 나타난다.

더스티의 마음을 읽고, 조쉬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년. 조쉬만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더스티에게 던지며 끊임없이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소년의 존재는, 더스티에게는 조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단서이자 마지막 열쇠로 느껴진다.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고 그래서 가끔은 공포의 존재로 다가오는 하얀 소년,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실체로 남기지 않지만 수 없이 많은 소문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공포속에 몰아넣는 소년이지만 어쩐지 더스티에게는 그가 두려움의 존재로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조쉬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단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사랑하는 자신의 오빠를 돌려줄지도 모르는, 돌려주지 않는다면 그 존재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르는 하얀 소년. 다른 이들은 모두 두렵다 말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낸 더스티에게 소년은 만나야할,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야할, 존재를 확인해야할 대상일 뿐이다. 더스티는 조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조쉬를 확인하기 위해 소년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그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애를 쓸 뿐이다. 그것만이 더스티를 놓아주지 않는, 영원히 그녀 곁을 맴돌것만 같은 조쉬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임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더스티를 맴돌던 존재, 그 하얀소년의 존재는 그녀가 오빠 조쉬를 잃어버린 그날부터 계속되는 그녀의 그리움과 공포였다. 사일러스 할아버지와 안젤리카가 자신들이 확인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바로 그 사연속의 두려움처럼 더스티 역시 조쉬의 실종에 대한, 그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대면하려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끝없이 오빠의 존재를 그리워하고 어쩌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오빠의 죽음을 대면하지 않으려 했던, 인정하지 않으려했던 그녀의 두려움이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수 없이 많은 소문처럼 공포로 변해 그녀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신비로웠던,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의 존재라고 말했던 그 소년을 대면하기로 결정한 순간, 그녀는 이미 알았을지도 모른다. 소년의 입에서 조쉬의 죽음을 듣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더스티가 이겨낸 소년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이 대면하게 될 조쉬의 죽음에 대한 가능성, 바로 그 사실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그녀가 그것을 이겨낸 순간 수수께끼를 풀 자격이 주어진 것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가끔 진실을 이미 짐작하며서도 그 사실을 대면했을때 느껴질 슬픔과 아픔이 두려워 진실을 외면하려고 한다.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직접 보면 감당해야할 자신의 아픔. 그 아픔이 두렵고 무섭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런 외면은 아픔을 겪고 나서야 당당해질 수 있는 자신의 삶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뿐이다. 결국 모든 아픔과 슬픔은 그것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이겨내었을때 극복되는 것이니 말이다. 더스티는 아마도 그것을 알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끝없이 맴도는 오빠의 망령을 이겨내어야만 오빠의 모습에 갇힌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아픔과 슬픔을 겪어내고 더스티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소년을 마주보려 했던 것이다. 더스티가 진정 바란것은 오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 이상의 것. 바로 오빠의 실종으로 얼어버린 자신의 뜨거운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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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사는 너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나중길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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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가 돈독한 형제나 자매들 사이에는 무엇인가 끈끈한 연결의 끈들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끈은 쌍둥이들 사이에서는 그 힘이 더욱 강력하다고 한다. 놀랍도록 생김이 닮아있고, 그 생김만큼 서로 닮아있는 하나의 몸에서 갈라져 나온듯한 두 사람. 쌍둥이의 신비함은 그래서 때로는 과학이나 학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힘으로 미스테리라는 이름을 빌려 세상에 그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 안에 사는 너는 바로 그렇게 돈독하게 맺여진 쌍둥이 자매와 그 자매의 쌍둥이 딸들이 만들어내는 끊으려 했으나 끊어지지 않는 신비한 힘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단 한번도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던 엄마의 쌍둥이 언니에게 재산을 물려받게 된 쌍둥이 자매. 서로의 모습이 너무도 닮아 미러 트윈스라 규정되어진 또 하나의 특별한 존재인 그녀들은 말 그대로 좌우대칭의 형태로 태어나 모든 생김과 내장기관까지 서로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좌우 대칭인 그녀들은 그토록 닮았음에도 다른 부분이 존재하고 그녀들의 서로 다른 차이점은 그녀들의 엄마와 엄마의 자매가 그래왔던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동안 소리 없이 균열을 일으켜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게 하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위험이 된다. 어머니와 오랜 시간 왕래가 없었으면서도 조카인 자신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준 이모. 그 이모의 조금은 특별하고 조금은 기괴한 유언을 따라 그녀들은 그녀들의 이모가 마지막을 살았던 아파트로 들어오고, 그곳에서 그녀들은 오랜 시간 유지해온 그녀들의 삶을 조금씩 뒤흔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죽은 이모의 영혼과 그 이모들과 한동안의 시간을 보낸 연인, 그리고 그녀의 이웃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 그녀들이 채 생각하지 못한 비밀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은밀하게.. 그리고 아주 위험하게..

오드리 니페네거는 전작인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영화화되어 큰 인기를 끌면서 주목을 받은 작가이다.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시간여행이라는 다소 미래적인 소재를 다루었지만 주된 이야기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순간 시간을 거슬러 움직이는 남자를 사랑한 한 여인의 기다림과 불안함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사랑의 아름다움 보다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라는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오드리 니페테거는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그 사랑의 이야기 안에 조금은 생소할 것 같은 SF적 요소를 끌어다 놓았고, 아름답기만한 순수한 사랑과 상상을 이야기 하기 보다는 우리가 그저 환상으로 품었던 그 상상을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과 버무려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어내었던 작가이기도 했다. 그런 작가의 두번째 작품. 내 안에 사는 너는 이런 작가의 전작과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자신들만의 비밀을 가지고 인생 전체를 건 게임을 한 쌍둥이 자매와 대를 이어 그 운명에 얽힌 또 다른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는 그래서 아름답기 보다는 고통스럽고 부드럽고 포근하기 보다는 언제나 불안하고 위태로운 위험을 끌어 안고 있는 느낌을 준다. 하나에서 갈라져 나온듯 닮은 자매들이 서로 다른 인생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과 집착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갈등에 놓이는 이야기. 그리고 그 집착으로 인해 문제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까지 얽히고 섥히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이자 자매의 애증의 이야기이도 고통과 번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어서도 매듭짓지 못한 자신의 인생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도 불사하는 집착. 아름다워야 할 자매의 가족애마저 흐트려 놓은 집착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사랑은, 그래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일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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