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특사 이준
임무영.한영희 지음 / 문이당 / 2011년 7월
절판


책의 서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준 열사에 대해 고종의 명을 받고 헤이그에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정도밖에 모르는 듯 하다. 조금 관심있는 경우 열사가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라고 알고 있을 것 같다'

나는 딱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그것도 이준 열사가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이 아닌, 이준 열사가 고종의 명을 받고 헤이그에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정도만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에 속하는 한명 말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되기 전까지 이준 열사에 대한 나의 정보는 바로 그 한줄 이었다. '이상설, 이위종과 함께 고종의 명으로 헤이그로 밀명을 받고 파견된 헤이그 특사', 그리고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바로 그것을 기대했던것 같다. 딱 한줄로만 남아있던 이준 열사에 대한 조금 더 인간적인 이해 말이다. 역사책에 나오는 간단하고도 명료한 사실 이외에, 국권이 흔들리고, 한치 앞을 내다보는 것이 어려웠던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지식인이자 지도자로서의 그의 삶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이 책을 통해 시작되기를 바랬다.

책의 시작은, 내가 알지 못했던 이준 열사의 인생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밀명을 받고 헤이그를 향해 떠난 열사 이준이 아닌, 법률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하는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고 한걸음 한걸음을 뗄 줄 알았던 소신있던 젊은 이준부터 말이다. 이준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을 줄 아는 젊은이였다. 체계가 잡히지 않은 조선의 옛 근간 대신 명확하고 체계가 잡힌 새로운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 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스스로 기존의 특권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기 위해 도전할 줄 아는 도전의식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선의 양반층이라면 괄시하고 무관심했던 율법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고, 법률에 대한 새로운 체계가 도입된다는 사실을 알고서 그 사진이 기존의 전근대적 사고방식과 특권을 벗어던지고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할 용기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급변하는 시대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가의 운명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스스로의 안녕보다는 법조인으로서의 강직함과 굳은 의지를 통해 국민들을 위할 줄 아는 이였고, 언제나 새로운 학식과 스스로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줄 아는 유연함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강인함과 곧은 의지, 그리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관심과 유연한 사고는, 그를 군림하는 법조인이 아닌, 국민을 위한 법조인의 길로 이끌었고, 그는 그렇게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로, 올곧은 법조인으로 스스로의 의지를 늘 곧추세운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인품은, 때로는 그에게 가장 좋은 자양분으로, 때로는 그 자신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불안감으로 그에게 작용하곤 했다. 자신들의 특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기득권층에게 올곧기만한 법조인 이준은 그다지 반가운 이가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렇게 정직한 눈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법조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마도 큰 위안이었을 것이다.

그는 역사의 흐름에 의해 수 없이 많은 변화와 고난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가의 주권이 흔들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국가의 운명 한 가닥을 손에 쥐고 역사에 길이남을 길을 가게 된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헤이그 밀사로서 그가 국가의 운명을 짊어진 바로 그 사건을 통해서 말이다. 그의 헤이그 파견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시피, 성공적인 결말을 맺지 못했다. 그리고 밀사 이준 역시 열사라는 이름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국가의 운명을 지고, 자신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그 길을 나선 밀사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최소한 누군가가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나라 안에서 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통해, 그길을 갔던 열사 이준이 얼마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나라를 위해 인생을 바쳤던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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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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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변함없이 뜨거운 더위가 찾아왔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리고 있고, 정말이지 문 밖으로 한걸음만 내딛으면 찝찝한 열기를 피할 수 없는 계절, 게다가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줄줄 흐르고, 쉽게 지치고 피곤해지는 여름이 된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더울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긴 했지만, 이번 여름은 정말이지 심하다 싶은 더위가 연일 이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름을 은근히 기다리게 되는 이유는, 여름에만 허락되는 직장인들의 휴식이 바로 이 여름에 있기 때문일 듯 하다. 몇일간의 휴가를 통해 일상을 잊고 가족들과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도 하는 바로 그 시간 말이다.

물론, 가족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연인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여름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휴가라는 시간을 반드시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보내라는 법은 없으니, 올 여름은 조금 특별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없을까? 이를테면, 혼자만의 테마여행 같은 색다른 스케쥴을 잡아 여행을 훌쩍 떠나는 것 처럼 말이다.

여라자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은, 혹시 이런 여행을 꿈꾸는 여성들이라면, 여행을 위한 뭔가 색다른 시각을 제시해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즐겁고,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장소부터, 모두가 사랑하는 여행지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행복할 수 있는 의미를 찾아 더욱 깊은 추억으로 새길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성' 혹은 '여자'라는 이름으로 남들보다 더욱 진하고 강한 여운이 남는 여행을 꾸밀 수 있는 약간의 사전정보와 지식들을 담은 여행책자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조금씩 다른 의미나 즐거움들을 가지고 있는 100여곳의 여행지들을 각각 다른 아홉가지의 테마로 나누어 정리해둔 것 점 역시 잘 이용한다면, 자신이 가고 싶은 여행지, 원하는 여행을 꾸밀 수 있는 아주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물론, 하나의 여행지에는 또 다른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장소들이 자잘하고 세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책은 여자로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그래서 그곳에 가면 새로운 힘과 열정에 사로잡히괴 되는 그런 장소들에 대한 기록이다.' 라는 글이 바로 그 글귀이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이지만, 이 글귀에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이 왜 의미가 있는지를 아주 정확하게 보여주는 듯 하다.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당당할 수 있고, 여자이기 때문에 존중받을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장소, 일상에 지치고, 여자이기에 더욱 고단했던 일상을 잠시 있고 잠깐의 여유를 즐기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되찾기를 바라는 것이 여자들의 특별한 휴가라면, 이보다 더 큰 목적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곳에 가면, 새로운 힘과 열정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말 또한 매력적인 글귀이다. 여행을 통해 일상의 노곤함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기를 원하는 재충전의 의미를 여행에 부여한다면, 그 또한 아주 행복한 일이니 말이다.

당장, 지금이 아니라도 좋을 것 같다. 더운 여름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때 언젠가 떠날 이탈리아의 트레비 분수 앞에서 달콤하기로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상상을 하는 것으로,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에서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칭송한 예술품들을 만날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살짝은 행복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여자로서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는 세계 곳곳의 여행지에서, 여자라는 것에 더욱 행복해질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여행계획을 필요로 한다면 여라자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이 아주 좋은 여행정보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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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설가의 고백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7월
품절


움베르토 에코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몇가지 단어들이 있다. 언어학자, 기호학자, 세계적 석학,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나에게도 움베르토 에코라는 이름은 이런 단어들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이름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깊이 각인된 에코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장미의 이름'이라는 그의 첫번째 소설의 제목이다.

'장미의 이름'을 읽던 시절 나의 감상은 이러했다.
'그냥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참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또, 엄청나게 재미있다.'
두 권으로 되어 있던 꽤 많은 분량의 소설 책. 장미의 이름이라는 뭔가 그럴듯한 제목과 움베르토 에코의 명성까지 더해져, 한껏 기대를 하게 했던 장미의 이름이라는 그 소설은, 뭔가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독자로서 자리를 잡고 책장을 넘기던 나를 상당히 애먹이는 책이기도 했다. 소설 책에 건물의 설계도가 있기도 했고, 잘 이해되지 않는 말들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책을 펴들고 한참을 몇장 읽다가 앞으로 되돌아가고, 또 몇장 읽다가 앞으로 되돌아가는 무한반복을 독서를 하게 하기도 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이렇게 애 먹이는 책이라면, 재미도 없어야 하는데, 첫 서두에 나를 애먹이던 몇페이지를 넘어가자, 이 책은 나를 마지막 장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는 흥미까지도 더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몇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의 머리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들어있을까?
세상의 모든 소설가들은 이렇게 많은 지식들을 머리에 축적해놓고 글을 쓰는 걸까?
적어도 에코의 소설만큼은 그 지적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 이상, 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도 없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에코는 나에게 그런 작가였다. 엄청난 지식을 품고, 그 지식들을 시작점으로 또 엄청난 재미까지 더한 책들을 써내는 신비한 작가말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왜 대단한 작가인지, 또 왜 그를 단순히 소설가가 아닌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부르는지, 장미의 이름 한 권만 가지고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이후, 에코 이외의 다른 소설들이나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계속해서 읽고 경험하며 에코가 왜 위대한 인물인지를 더욱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에코의 작품들은 그렇게 그가 아니면, 절대 만들어내지 못할 많은 정보들과 지식들이 담겨 있다. 읽는 독자들이, 그의 글들을 읽으며 그렇게 그의 지식들을 살짝 엿보는 것만으로도 경탄을 금치못하게 만드는 힘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에코의 글들을 읽으면 자연스레 이런 궁금증도 생기게 된다. 에코는 도대체 그 엄청난 지식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다듬어 이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일까? 그의 이야기들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라는 궁금증 말이다.

이 책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바로 그런 궁금증에 대한 에코의 답들을 정리한 책이다.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그만의 작품들을 만들고 구성해왔는지, 그가 만든 세상들이 어떤 과정을 겪으며 차근히 세워진 것인지 말이다. 때로는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하고 구조를 만들듯, 스스로 그 세상의 작은 창문 하나도 설계하고 만들어낸 에코의 능력이 <젊은 소설가의 고백>안에 차분하고도 자세하게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마치 에코의 자서전 같은 제목이지만 사실은 에코가 설계하고 만들어낸 세상의 과정을 담은 건축일지같다

<젊은 소설가의 고백>을 읽기 전, <젊은 소설가의 고백>의 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에코의 머리를 훔치다'

에코의 글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귀가 솔깃한 문구였다. 그리고 한켠에는 이 책을 읽으면 그처럼 짧은 글줄이나마 멋있게 써내려가는 요령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젊은 소설가의 고백>을 읽으며 이런 나의 기대는 무참히 깨어졌다고 고백한다. 아직도 창작가로서 젊은 나이에 있기에, 앞으로 꽤 오랜 시간을 소설가로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 에코의 고백 안에서, 에코처럼 치밀하고 엄청난 지식의 탑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에코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하나의 작품을 구상하고 계획하며 완성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며, 얼마나 치밀한 설계와 수정을 반복하는지,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보여준다. 때문에 이 책은 에코의 머리를 훔치는 것이 아니라,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에코의 소설세계에 대해, 그 위대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그의 비밀수첩이라고 해야할 듯 하다.

<젊은 소설가의 고백>대로라면, 역시나 에코는 이 시대의 석학이자 소설가로서 '넘사벽'의 존재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저 그가 세운 설계로대로 차곡히 쌓여 견고하게 만들어진 그의 건축물을 경의로움을 표하며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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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백동수 - 조선 최고의
이수광 지음 / 미루북스 / 2011년 6월
품절


최근에는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극장의 스크린을 통해, 방안의 브라운관을 통해, 글로만 존재했던 이야기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과정은, 원작을 읽은 이들에게는 글로 표현된 작품들을 어떻게 새로이 만들어냈는가를 비교하며 즐기는 즐거움을, 원작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스크린과 화면속의 이야기가 글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가를 궁금해하게 되는 호기심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작품을 다시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글로 이미 한번 드러난 구성과 흥미로움을 재창조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게 하기도 한다.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바로 이런 작품 중 하나이다. 원작이 있고, 원작을 바탕으로 현재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중에 있는 작품이다. 사실, 이 책을 만나게 되기 전까지 나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라는 드라마가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책을 알게 되고 나서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물론, 그 이유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라는 드라마 속에 내가 좋아라하는 유승호가 나오기 때문이기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드라마가 시작되고 난 후였다. 몇회의 드라마가 진행된 후 드디어 만나게 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 아직 아역들의 연기가 진행중에 있는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읽게 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책을 펴기도 전에 이미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책 속에서 상상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책으로 만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내가 생각하던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와는 너무도 달랐다. 어느 정도는 드라마 속에서 그리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책으로 그려진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드라마 백동수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는 느낌마져 들게했달까? 아역으로 시작된 드라마와는 다르게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이미 백동수가 성인이 되고 조선 최고의 무사로서 이름을 날리는 상황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조선 최고의 검술을 지닌 자, 그 명성이 이미 왜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그와 무예를 겨루기 위해 바다를 건너 많은 검객들이 그를 찾고, 그를 둘러싼 조선의 여러 인물들이 얽힌 역사적 사건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어린 소년이 성장하며 조선 최고의 무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게 될 드라마와는 사뭇 달랐다.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안에서 백동수는 뛰어난 검술을 가진 최고의 검객이자, 남성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또, 그 뛰어난 검술과 매력으로 인해 수 없이 많은 여인과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권력을 움켜쥐고자 하는 당대의 권력가들이 만들어내는 정쟁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사건에 휘말린다. 역사적으로도 가장 많은 사연과 굴곡으로 얼룩져있는 영,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어쩌면 최고의 무사가 정치권의 정중앙으로 불려 들어가 역사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정치적 역사적인 사건의 정중앙에서 무사 백동수가 보는 정치적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기 보다는 조선 최고의 무사로서 살아가는 한명의 남자이자, 인간인 백동수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이자, 세상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이야기에 가까웠다. 남자로서 한 여인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마음으로 자신이 지켜야 했던 주군을 외면하기도 하는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 가정을 이루고 소박한 행복속에서 만족하며 세상을 등지는 그의 모습들은, 그래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가 아닌 인간 백동수의 모습이라고 해야할 듯 하다.


분명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한다. 드라마가 아직은 젊고 풋풋한 청년들의 성장을 그려낼 예정이라면, 소설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이미 세상속에 들어가 이름을 알리고 자신을 세운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미 자신을 세운 백동수가 세상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사건들과 그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드라마 이후의 모습을 그리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또,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가 살았던 그 때의 세상이 어떠했는지, 역사적 사실들을 논하는 것에 능한 작가의 역량이 더해져, 소설 그 자체만을 즐기기 보다는, 백동수라는 인물을 매개로 한 당시의 세상을 만나게 되는 의미가 더욱 큰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짝 아쉬운 점은, 백동수라는 인물 하나만으로 당시의 세상을 논하기에는 영,정조시대에 몰아쳤던 변화와 개혁, 정쟁의 풍파가 너무도 컸다는 점이랄까? 한 권의 소설 속에 담아내기엔 너무도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던 백동수를 만나며, 살짝 그 시대의 모습을 엿보는 것으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의 의미를 정리해볼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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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구판절판


책을 읽기 전에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의 모습을 먼저 보았다. 이미 평단에서는 인정을 받는, 그러나 그러기에는 한 없이 젊어보이는 김영하라는 이 작가는 실제로도 그의 모습만큼이나 젊은 감성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들로 문단의 호평은 물론 독자들의 사랑까지 받는 작가임과 동시에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안에 갇혀있지 않고 많은 언어권의 나라에서 자신의 작품을 알린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게 하는 젊은 작가의 새로운 글들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바로 그런 작가의 단편집이었다.

자신의 미출간 단편들을 엮어 만들었다는 한 권의 책을 들고,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짧게 나누는 그 젊은 작가는 지금, 이곳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끝없이 살피고 관찰중이라고 했다. 기억이 어렴풋한 과거나, 아직 닥치지 않는 미래, 혹은 영원히 알 수 없을 이상을 꿈꾸고 그리기 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이라는 현재, 그리고 지금이라는 순간을 끝없이 관찰하고 있는 중이라는 작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라는 뭔가 흐릿한 여운을 남기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바로 그런 작가가 언젠가 적어내려갔던 바로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책장을 펴들기 전, 작가의 눈으로 본 이곳과 현재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못 내 궁금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속에는 그 제목 그대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 지 못하는, 혹은 알려고 하지 않는 지금과 이곳의 모습들이 나의 상상과는 다르게, 혹은 비슷하게, 또는 같게 펼쳐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는 총 13편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일상에서 겪었을 법한, 혹은 앞으로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들 안에 이어지는 이 이야기들은, 지극히 단조롭고 평범해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흔들림을 느끼게 한다. 늘 같은 일상이 이어지지만, 인생을 뒤흔들만한 거대한 사건들이 그 일상속에 은밀히 숨어있다가 아주 작은 틈을 타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평온하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야할까?

마치 어제 내가 겪었던 일처럼, 혹은 어느 휴가지에서 겪었던 일인것처럼 어렴풋한 기억과 함께 읽혀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바로 지금, 오늘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처럼 낯익었고, 동시에 낯설은 묘한 느낌을 선사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는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그 내막과 진실을 알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나의 현실이 담고 있을지 모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진실과 의미를 곱씹게 하는 13편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결코 행복하지 못한 가족사에 묶여, 돈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얽혀 하루하루를 억지로 끌려가며 살아가는 여인에게 어느날 나타난 남자. 너무도 순수한 눈으로 자신은 로봇이라며 다가오는 비현실적인 사람에게 한 순간 끌리게 되는 여인은 로봇이라 말하는 비현실에 의지해 현실 속의 자신이 가진 억압과 분노를 풀어낸다.

이미 오랜 시간 전에 끝났던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어느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마지막 밀회를 하게 되지만, 환상속에서 그려왔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비현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로 끝을 맺기도 한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자신에게 내려진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 목소리가 왔던 그 때처럼 순식간에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기도 하고,

우연한 사고로 친밀함을 잃어버린 남자는 자신의 아내를 아내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로 의심하고, 아내는 친밀함을 잃어버린 남편의 친밀함을 채우기 위해 이미 오랜 시간 전에 헤어졌던 옛 연인과 일년에 한번 단지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외도를 하기도 한다.

자신이 한때 짝사랑했던 남자를 가로챘던 여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한 여성은, 자신을 위해 그 여인의 진짜를 보려 하지 않고 끝까지 외면하며 왜곡된 모습으로 그녀를 남겨두는 쪽을 선택하기도 하며,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던 부부는, 3000원의 행복을 주었던 아이스크림에서 제품하자를 발견하지만,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주는 3000원 이상의 행복을 빼앗아간것에 분노하는 대신 3000원이 넘는 초콜릿으로 만족하는 지극히 단순한 계산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타락한 경찰은 경찰으로서의 본분보다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 스스로 그 끝이 어딘지 빤히 보이는 끝을 향해 끝없이 걸어들어가고,

참혹한 가족의 기억을 가진 20대의 여인은 가족의 아픔 속에서 걸어나오기 위해 수 없는 오류와 실수를 범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참담한 기억의 한 덩어리로 기억되어가고, 그녀 자신도 과거와 현실 사이에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그저 이어가고 있다.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때로는 황당하고도 당황스러운 이야기들을, 때로는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진짜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이야기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안에서 매일매일 우리가 겪고 있거나 혹은 겪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일화들에서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일상과 특별함을 구분없이 섞어 놓은, 그래서 어쩌면 더욱 현실적이고도 더욱 환상적인 우리네 일상에 근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평온하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언제고 무너질지도 모르는 그 위태로움을,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키고자 애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이 일상조차 그렇게 혼신의 노력속에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루하루였기에 그 위태로움과 위기까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무덤덤하고 건조한 일상. 그 속에 숨어있던 팽팽한 위기의 순간들에 대해, 그리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지켜내었던 평온의 순간들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며, 때로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그 의미를 곱씹을 기회를 주는 듯 했다.

젊고 도시적인 감성 시대의 보편적인 고통을 함께 하고 생각하는 젊은 작가로서의 모습으로 언제나 기억되고 있는 작가 김영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나에게 일어났을 때에만 비로소 그 의미를 곱씹게 되는 일상의 수 많은 일들을 담은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일상과 지금, 그리고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잠시 서서 곱씹어볼 여유와 의미에 대해 책속의 한 토막을 통해 생각해보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몰랐던 나와 누군가의 일상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를 수 없는 조금 더 가치 있는 순간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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