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황소
션 케니프 지음, 최재천.이선아 옮김 / 살림 / 2012년 6월
절판


꿈을 꾼다... 언제나 나에게도 숙제처럼 남아있는 말이자. 내가 언제나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말이기도 하다. 꿈을 꾸는 일. 꿈을 간직하는 일, 그리고 꿈을 잊지 않는 일은, 살면서 무척이나 당연하지만 당연하기에 가끔 잊고 사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꿈꾸어야 한다는 말은, 스스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면서 동시에 나를 깨고, 세상을 깨는 발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어린시절 어른들로부터 혹은 방송이나 글로부터 들었던 꿈을 꾸라는 말들은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도로 던져진 말이었으맂도 모르겠다.



세상이 요구하는 훌륭한 인간상이 되거나 혹은 남들이 우러러보는 위대한 성공을 쟁취하기위에서는 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었을지도 모르니까.. 실제로 세상이 아이들에게 무심코 의무적으로 던지는 꿈을 가지라는 말은, 세상이 요구하는 틀에 맞춰라는 조건이 생략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가끔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꿈을 꾸는 일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다른 사람이 재단하지 않은 나만의 꿈, 언제든, 내가 원하는것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내가 그리는 사람이 되는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꿈일 수 있지 않을까?



꿈꾸는 황소는 바로 그런 의미의 꿈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사람이 아닌 황소의 눈으로, 그래서 더욱 절실하고 간절한 꿈 말이다.



꿈꾸는 황소의 주인공 에트르는 언제나 스스로의 삶을 고민는 존재이다. 인간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둘러볼 줄 알며, 주어진 것들에 끝없이 의문을 품고, 때로는 무모해보이는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 그래서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는 그런 황소 말이다.



인간들이 잘 만들어놓은 푸른 목초지아래 잘 가꾸어진 목초와 케일을 뜯어먹고 사는 삶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통제하는 개들에 반감을 품고, 다른 황소들이 하지 않는 도전에도 용기를 낼 줄 알며, 그래서 결국 가장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꿈을 꾸는 황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될 때, 에트르 역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목초지에서 삶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다른 황소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다. 단지, 다른 황소들은 개들이 경계지은 범위에 불만이 없고, 에르트는 그렇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에트르에게 사랑하는 또 하나의 소가 생겼고, 에트르는 그녀를 얻기 위해 다른 소들은 시도도 하지 않는 검은황소와의 싸움을 시작할 용기를 낸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덩치부터 비교가 되지 않는 두 소의 싸움.. 검은 황소는 싸움에서 이기지만 그녀를 얻지 못했고, 에트르는 겨우 목숨만 붙어 있을 정도로 부상을 입었지만, 결국 용기내어 결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를 얻을 수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그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하지만, 에트르와 에트르의 그녀가 목초지 안,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목장안에서 사는 한, 그들의 운명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그들은 목초를 뜯어먹고, 개들이 경계를 서는 보호 안에서 크고 튼튼하게 살찌워져 도살된다. 그리고 그 운명 앞에 에트르가 에트르의 그녀를 잃게 된다.



언제나 의문을 품던 에트르는 그녀의 죽음앞에 또 다른 결심을 하게 된다. 절대로 안된다던, 검은 황소와의 결투를 결심하던 그 용기로, 에트르는 이제는 그의 송아지와 함께 목장을 벗어나려 한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에니메이션 한편이 큰 호평을 얻었던 적이 있다. 바로 마당을 나온 암닭이다. 꿈꾸는 황소는 바로 그 마당을 나온 암탈과 유사한 느낌의 이야기이다. 주어진 안락함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궁금해하고 의문을 품는 주인공들이 기어이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고, 결국 자유를 얻는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자유 끝에 비록 고통과 아픔이 있을지라도, 그 자유만이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을 준다는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꿈꾸는 황소의 에트르는 말한다.



주어진 삶에 익숙해지는 것은 잔인한 운명이라고.,..



아마 이 말에는, 이미 짜여진 인생에 길들여져 사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희망이 죽어버린 것이라는 의미일것이다. 그리고 꿈꾸는 일이란, 바로 그것을 벗어나는 순간 빛이 나는 것이라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꿈을 꾸는 일. 그것은 어쩌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고통 뒤에 오는 열매가 진실로 아름답고 빛나는 열매라는 것을..



꿈꾸는 황소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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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냄새 가족 2 : 깨끗이네 가다! 똥냄새 가족 2
사라 아고스티니 지음, 이종은 옮김, 마르타 투냉 그림 / 지에밥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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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냄새 가족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똥냄새 가족, 깨끗이네 가다입니다. 제목만 보아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똥냄새 가족 시리즈는 현재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아마 똥냄새 가족이 이런 저런 일을 경험하며, 스스로 깨끗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듭니다. 흠흠.. 여기까지는 2권으로 구성된 똥냄새 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나름대로 생각해본 이야기의 흐름이구요.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두번째 이야기인 똥냄새 가족, 깨끗이네 가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똥냄새 가족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가 똥냄새 가족 구성원의 개개인이 가진 정말이지 깨끗과는 거리가 먼 불결함과 그 문제점들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똥냄새 가족, 깨끗이네 가다는 그들과는 정 반대로 깨끗한 생활을 하는 친척 깨끗이네를 방문한 똥냄새 가족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흠.. 도대체 왜 똥냄새 가족과 깨끗이네 가족이 친척인지는 정말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여튼, 똥냄새 가족, 깨끗이네 가다에서 똥냄새 가족은 깨끗이네 가족에게서 초대를 받아 깨끗이네 가족을 방문합니니다. 뭐든 깔끔하고 청결한 깨끗이네 가족에게 똥냄새 가족은 무조건 민폐, 민폐에 민폐를 거듭하며 민폐퍼레이드를 벌이는데요. 그래서 개끗이네 가족들은 끝내 똥냄새 가족을 참지 못하고 날이 밝으면 똥냄새 가족을 다시 돌아가게 하려고 하죠. 그런데 바로 그날 문제가 생깁니다. 깨끗이네 가족의 집에 도둑들이 들게 된 것이죠.


하지만 지금 깨끗이네 집은 깨끗이네 가족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똥냄새 가족이 방문해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지저분해진 상황, 도둑들은 똥냄새 가족이 벌여놓은 난장판 때문에 오히려 도둑질에 실패하고 잡히게 된다는 이야기를 주요 테마로 하는데요.


사실 똥냄새 가족 깨끗이네 가다를 보면서 살짝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만약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읽고, 똥냄새 가족처럼 더럽게 살면 도둑도 잡는다~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요? 때문에 이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부모님이 함께 읽으며 아이들을 지도해주는 것이 조금 더 필요한데요.


똥냄새 가족이 더러웠기 때문에 도둑도 잡았다가 아니라, 똥냄새 가족의 민폐로 인해 깨끗이네 가족이 겪었던 불편, 그리고 더 나아가 도둑과 강도들까지 그 불결함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져버린 그 불편함과 불쾌함을 청결하지 못한 생활습관이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죠.



똥냄새 가족, 깨끗이네 가다에도 똥냄새 가족 시리즈 첫번째처럼 게임이 함께 등장합니다. 첫번째는 주사위와 말을 놓고 하는 게임이었고, 이번에는 체스게임인데요. 즐거운 게임도 즐기고 청결에 대한 개념도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알려줄 수 있는 똥냄새 가족 시리즈~ 어린이 도서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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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냄새 가족 1 : 그들이 온다! 똥냄새 가족 1
사라 아고스티니 지음, 이종은 옮김, 마르타 투냉 그림 / 지에밥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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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 어린이책, 아이들이 보는 아동도서에도 트랜드라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유아서적이나 아동책들은 어른들처럼 사유하고 복잡한 이해를 요구한다기 보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의 관심사를 끌어오고 흥미를 유발하면서 작은 것들을 자연스레 알려주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데요. 덕분에 어른들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들도 찾을 수 있죠.



최근 가장 인기있었던 어린이책 중 방귀대장 뿡뿡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예쁘고 좋은 것들만 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도대체 왜 방귀나 뿡뿡이 같은 그다지 아름답지만큼 못한 소재를 이용했을까 궁금했었는데요. 그 이유도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곱고 아름다운 것들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것들을 쉽게 받아들이고, 뿡뿡이 같은 의성어도 그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지금부터 소개할 어린이책 똥냄새 가족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서적입니다. 방귀대장 뿡뿡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자연 그대로의 소재 똥냄새 가족, 아이들에게 청결의식과 주변과의 조화, 기본적인 매너들을 알려주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요. 한번 살펴볼까요?



책의 표지부터 뭔가 그다지 청결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캐릭터가 가장 눈에 띄는 표지~ 똥냄새 가족이라는 제목처럼 정말 뭔 냄새가 스멀스멀 날것만 같은 이미지가 아동도서치고는 그리 아름답지 못하죠? 괜찮습니다. 똥냄새 가족이니까요.




책의 첫페이지를 열면 똥냄새 가족을 구성하는 구성원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페이지가 열립니다. 별명과 이름등을 설명해주는 페이지인데요. 흠.. 그다지 깨끗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들의 간단하지만 강렬한 소개~ 그림과 단어들만으로도 무척이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이 페이지를 넘기면 똥냄새 가족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어떤 이야기일지를 살짝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린이도서 똥냄새 가족의 이야기는 가족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버릇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생활하면서 남들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똥냄새 가족들의 생활습관들, 하지만 똥냄새 가족들은 이것이일상이 되어버려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데요. 이런 똥냄새 가족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 더러워"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삽입해 똥냄새 가족들이 하는 행동들이 더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하는 것이죠.



물론, 문구와 함께 삽화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이 어떤 행동인지도 그림으로 볼 수 있어 더욱 더 아이들의 행동을 글과 그림으로서 알려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바로 이 어린이도서의 말미에 있는 문구입니다. 아이들이 똥냄새 가족의 더러운 행동들을 모두 읽고 난 다음 이 행동들이 좋지 못한 행동들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살짝 알려주는데요. 여기에 부모님의 역할도 더해주기 떄문에 부모님들도 함께 책을 읽고 아이들의 행동을 지도해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나쁜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다음, 부모님과 함께 청결에 관련한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까지가 똥냄새 가족의 역할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까지 더하고 있는데요. 이 게임역시 아이들이 배워야할 청결의식에 관련해 청결하지 못한 상황에 처했을때 벌칙을 수행하는 형태를 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과 둘러않아 게임을 즐기면서 청결에 대한 의식을 배울 수 있는 똥냄새 갖고, 뭔가 자연스러운 것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는 아이들의 특수함을 잘 살려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청결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부모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어린이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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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BOOK 레드북 - 나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5월
구판절판


심리학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자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언제나 다른 이의 마음을 궁금해하며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 그리고 그 심리를 보편적인 선에서 알려주는 심리학은 누군가의 마음을 끝없이 궁금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마법의 책 같은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리학을 언제나 가까이에 두고 산다. 글로 읽고 눈으로 보며, 말로 듣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경험과 기록들이 쌓여 심리학이라는 산을 거대하게 쌓고 있다. 심리학이 학문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다른 학문들이 그러하듯, 심리학에도 대표적인 이론이라든지 학자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이름이 바로 프로이트이다.



정신분석이론이라는 심리학의 거대한 축을 구축해낸 프로이트, 사람들은 그를 심리학의 가장 잘 알려진 학자로 기억하고 있지만, 누군가 여기에 한명의 이름을 덧붙여야 한다면 심리학에서는 프로이트만큼이나 중요한 인물로 기억되는 또 한명의 학자가 있다. 바로 칼 구스타프 융이다.

프로이트가 인간의 심리를 성욕이나 다른 기타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연결지어 정리하고 다루었다면 칼 구스타프 융은 그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인간의 심리를 정의하고 다루려 하였다. 바로 인간의 무의식이다.



프로이트가 가장 기본적이고 어쩌면 가장 본능적인 단계의, 눈에 보이는 인간의 본성에 집증해 심리학을 연구했다면, 칼 융은 그 반대의 가장 끝에 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은밀하고도 깊은 내면에 집중해 인간의 심리를 연구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레드 북은 바로 그 무의식에 집중한 칼 융의 내면을 담아낸 한권의 연구서이자 유작이다. 때문에 이 책을 눈 앞에 두고 사실은 참 망설였었다. 문제는 칼 융이라는 심리학자의 연구 분야에 대해 프로이트의 그것만큼 내가 가까이 접해본적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었고, 그가 연구한 무의식이라는 인간 심리의 한 부분에는 더욱 더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펼쳐들었을때 나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그저 취미로 볼 만한 책은 아니다. 물론 재미로 볼 수 있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일 삼아, 그리고 굳은 각오를 가지고 집중하고 또 집중해서 읽어도 이 책의 담은 의미를 모두 이해하기에는 조금 힘들수도 있다.



칼 융의 스스로의 내면을 담았다는 책인만큼 책은 일상적이지 않고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이해해야하는지 몰라 글자들을 쫓는것 또한 쉽지 않다. 때문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때 내가 느낌 소감은 한마디로 난감함이었다. 무엇을 읽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책을 읽고 난 다음의 소감이 없는 책. 한 마디로 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 레드북은 바로 그런 책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인간의 무의식에 한없이 집중했던 심리학자 칼 융. 그리고 무엇인지 알 수 없을만큼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책 속의 이야기들,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바로 칼융이 인간의 심리를 앞에 두고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심리학은 분명 쉽지 않은 학문이다. 프로이트가 그 쉽지 않은 심리학을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관점에서 접근해 이론을 얻어내었다면 칼 융은 있는 그대로 어렵고 알 수 없는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보려 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지금, 프로이트는 대중적인 심리학자로, 융은 여전히 난해한 이론의 심리학자로 남겨졌는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에 대한 견해와 지식이 더욱 깊어진다면, 다시 한번 레드북을 읽어볼 생각이다.

칼 융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레드 북 속에 남겨진 그의 무의식이 얼마나 나의 그것과 닮았는지도 한번 들여다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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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안네 - 60년 만에 발견한 안네 프랑크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베르테 메이에르 지음, 문신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5월
절판


어린시절 읽었던 수 많은 책들 중 몇몇은 여전히 기억속에 남아 가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담았던 작은 아씨들이 그랬고, 고아소녀에게 도움을 준 미스테리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키다리아저씨가 그랬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끝없이 도전하고 아파했던 제인에어의 이야기가 그랬다.



생각해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이긴 하다. 여기에 또 한명의 소녀의 이름을 더한다면, 그녀의 이,름은 바로 안네 프랑크이다. 안네 프랑크, 잔인한 독일의 만행에 온 가족이 숨어지내다, 결국에는 피지도 못하고 져야 했던 고통스러운 유태인의 상징. 내가 이 책을 집어들었던 것은 바로 그 어린시절의 가슴아픈 기억들이 안네라는 이름으로 상기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로 안네 프랑크와 같은 마을에 거주하던 소녀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죽음을 맞이해야했던 안네 프랑크와는 다르게 이 책의 저자는 고통스러웠던 시대를 지나 생존했고, 이제 성장하고, 인생을 살다 60여년이 지난 후 그 시기를 기억해내고 있는 노부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굿바이 안네는, 그녀가 기억하는 안네 프랑크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에 수 없이 넘쳐났던 또 다른 안네들과, 그 안네들 중 한명이었던 자기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기도 하다.



때문에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읽었던 이 책의 제목 굿바이 안네는, 책의 저자인 베르테 메이에르가 스스로 자신에게 전하는 과거에 대한 안녕을 고하는 말이기도 하는 듯 느껴지기도 하다.



베르테는, 어린 시절 다른 여느 가정의 평범한 소녀들처럼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던 인물이다. 하지만 단지 그녀가 유태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녀의 삶은 우리가 기억하는 안네프랑크의 삶으로 변화하게 된다. 매일 배고픔에 시달리고, 한줌의 양식을 얻기 위해 전전긍긍해야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또 다른 사람들의 처절함을 매일 지켜보아야 하는 바로 그런 삶으로.. 그리고 그녀는 안네 프랑크와는 다르게 그 혼란을 넘어 남겨진 삶을 살아내야하는 숙제까지 떠맡게 된다.


책에서 만나게 되는 그녀의 기억들은 그래서 대부분 고통스럽다. 인간이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으로 저지를 수 없는 일들을 하며 살아야 하는 생의 순간을 기억하며, 나머지 삶마저 고통으로 물들어버린 어느 여인의 기억들. 안네 프랑크가 그녀의 일기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 인생을 살아야 했더라면 어쩌면 똑같이 고통으로 점철되어버린 삶을 살아내야했을지도 모를 바로 그 인생을 그녀가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안네 프랑크를 놓아주고 싶어한다. 자신 안에 남아있던 안네프랑크와 결별해야하만, 그 전쟁과 혹독한 고통들과 이별해야만 남은 인생을 통해 자신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전쟁을 잘 알지 못한다. 분단된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전쟁은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의 일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의 실상에 대해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가늠해본다. 전쟁을 겪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어느 소녀가 그 기억음 품은채 과연 남은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굿바이 안네,를 말하며, 전쟁의 고통과 기억에서 헤어나오고 싶은, 그녀의 바람을, 책을 통해 가슴으로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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